역전! 야매요리 1 역전! 야매요리 1
정다정 글 그림 / 재미주의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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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래 십 수 년 만에 다시 돌아온 자취 생활을 하고 있는 중이다. 청소, 빨래는 문제가 없으나 그때나 지금이나 밥해 먹는 것이 일이다. 그러던 차에 <역전, 야매요리>라는 책이 나왔다길래 옳다구나 싶었다. 나 같은 템퍼러리 자취인을 위한 책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책장을 넘기는 순간 아니 그보다도 책 표지를 보는 순간 나의 판단이 그릇됐다는 직감이 들었다. “만드는 건 쉽다! 다만 먹기가 어려울 뿐!” 그말 그대로다. 하긴 나에게는 만드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지만.

 

1991년생 초보만화 작가는 거침없이 요리세계에 하이킥을 날린다. 아마 연배로 보아 마덜과 함께 사는 모양인데 고 또래 친구처럼 어머니의 등짝 스매싱을 피하기 위해 동생 북북의 등딱지를 수시로 빌리곤 한다. 리뷰를 쓰다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정다정 씨는 왜 이런 기상천외한 야매요리책을 웹툰으로 만들게 되었을까 하고 말이다. 내가 즐기는 모바일 소셜게임인 <아이 러브 커피>에 웹툰작가가 나와 소금을 소금소금 뿌리고, 후추를 후추후추 뿌리라는 말이 나오던데 이 야매요리책을 보는 순간 그 모델이 바로 누군지 알 수가 있었다.

 

내 기억으로 웹툰에 그다지 관심을 가지지 않았었는데 처음으로 관심을 갖고 본 웹툰이 바로 조석 씨의 <마음의 소리>였다. 그림체가 누구처럼 뛰어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스토리가 멋진 것도 아닌 웹툰이 사람들의 이목을 이렇게 끌다니. 그렇게 따지자면 <역전, 야매요리>도 마찬가지다. 그냥 되는 대로 적당한 식재료에, 있는 재료들을 끌어다가 만든 그야말로 야매요리의 정수라고나 할까.

 

어쩌면 우리가 먹는 요리에 대한 기본적 발상에 하이킥을 날린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맛은 물론이고, 요리의 비주얼이 훌륭해야 하며 후각적으로 시식대상을 자극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가 없으리라. 하지만 그녀가 보여 주는 요리는 전혀 그렇지 않다! 우선 가장 먼저 등장한 랍새우 요리를 보라. 말이 랍새우(로브스터+새우?)지 실상은 새우 요리가 아니던가. 자신이 만든 요리에 자부심을 느끼기는커녕 한껏 조롱하고 풍자화하는데 충실하다. 바로 이거다.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 만들긴 쉽지만, 먹는 것이 문제다란 처절한 이슈에 봉착한다.

 

가령 예를 들어 9,000칼로리에 육박하는 비바 발렌타인 초콜렛 브라우니는 어쩔 것이냐. 물론 뭐 먹으면서 칼로리 타령하는 사람을 타박하는데 인생의 상당 부분을 소진했지만 작가가 나서서 내장을 디스트로이할 법한 엄청난 양의 칼로리 양을 직접 계산해 주는데 어찌 나 몰라라할 것인가 말이다.

 

그 다음으로 나의 시선을 끌어 잡은 요리는 바로 주인공이자 요리사인 야매토끼를 그대로 재현한 귀여운 토끼 모양 카츄동이다. 왜 갑자기 여기서 문득 거지 중에 가장 무서운 거지, 설거지가 떠오르는 걸까. 가까운 지인 중에 요리를 무척이나 좋아하지만 뒷설거지는 모두 타인에게 떠맡기는 테러리스트 쿡이 존재한다고 들었다. 뭐 요리라고 할 수 있을까 싶지만, 무슨 음식을 만들 때마다 바로 바로 사용한 그릇을 씻지 않으면 안되는 나 같은 사람과 함께 요리를 한다면 금상첨화가 아닐까.

 

<역전, 야매요리>를 읽으면서 그녀의 친절한 레시피 대로 나도 한 번 맹글어 볼까 하는 생각을 약 5초가량 했다. 그리고 바로 포기했다. 그녀도 식재료가 완비되어 있지 않지만 그보다 더 열악한 나로서는 도저히 그 재료들을 준비할 자신이 없더라. 그리고 오늘 점심도 귀차니즘에 시달리면서 라면으로 때웠는데 무슨 놈의 요리를. 그저 난 야매토끼의 요리 이야기나 보고 즐기련다. 그래도 아침에 스크램블 에그를 한 번 해보려다가, 귀찮아서 계란 프라이를 이렇게 만들어 버렸다. , 멘탈붕괴 오므라이스, 흑룡롤 그리고 용용이 떡국 같은 요리 제목 하난 끝내준다. 이상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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