낢이 사는 이야기 시즌2 2 - 혼자 살다 갈 수도 있겠구나… 낢이 사는 이야기
서나래 글.그림 / 씨네21북스 / 2012년 3월
평점 :
품절


어떻게 서나래 작가에게 염장 지르는 말로 시작을 해야 하나. 예전에 웹툰을 즐겨 보곤 했다. 과거형이니 지금은 보지 않는다는 말일 것이다. 그리고 그 시절에 내가 제일 즐겨 보던 만화는 조석 씨의 만화였다. 물론 지금은 조석 씨의 만화도 보지 않는다. 이유는? 모름지기 만화는 골방에서 잔뜩 쌓아 두고 과자부스러기를 집어 먹으며 낄낄대면서 봐야 한다는 고정관념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사실 웹툰 연재를 따라 잡기란 참 쉽지 않은 존재다. 회사에서 보통 휴식(?)을 위해 을이 더듬이 촉각을 있는 힘껏 세우고 레이더를 돌린다면 또 모를까.

 

그런데 어제 읽은 서나래 작가의 <낢이사는이야기>는 물론 그전부터 그 존재는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단행본으로 엮어 나온 책을 보는 것은 또 다른 재미였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어쩌면 이 단행본을 읽고 나서 팬이 되어 버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불쑥 들었다. 그만큼 그녀의 소소한 이야기 속에는 재미난 이야깃거리들이 차고 넘친다는 말이렷다.

 

우선 이 천 년대 초반쯤으로 추정되는 낢은 7? 8년째 만화를 그려 먹고 산다고 한다. 일견 소심한 성격으로 보이는 작가는 혼자 살다가 갈 수도 있겠구나라는 말을 되뇌는 골드미스가 아니 실버미스(그것도 아니라면 코퍼미스?)라도 되고 싶어 하는 당찬 커리어 우먼을 꿈꾸는 인기작가다. 일견 로맨스가 등장할 법도 한데, 항상 끼니를 챙겨줘야 하는 웅노인이며 맹군 같은 냥이들이며, 또 언제나 무시로 등장한 둥글레 씨에게 상추우~도 시시때때로 공급해줘야 한단다. 그러니 도대체 언제 연애를 하냐 말이다! , 가만 있자 그녀와 동료 일당들은 그네들이 연애 못하는 이유는 사회와 회사 그리고 조직 탓으로 돌리지 않았던가. 이런 유쾌 발랄한 상상이 그녀의 웹툰 속에서 계속 이어진다.

 

특히 하루가 다르게 무럭무럭 자라나는 둥글레 씨를 바라보며 쫄깃쫄깃한 육질이 느껴져라고 외칠 적에는 정말 빵! 터져 버렸다. 그런데 달팽이 둥글레 씨는 식용 달팽이(?)답게 정말 부쩍 부쩍 크는 것 같더라. 거의 낢 씨의 한쪽 손바닥을 다 덮을 정도로 말이다. 달팽이를 공급한 지인이 준 사용설명서의 마지막 부분은 가히 압권이었다. 24시간 단식시키고 어쩌구저쩌구…….

 

낢 씨는 독립된 생활을 꿈꾸며 월급이 통장에 잠시 머물러 가는 지극히 평범한 직장인들 삶의 편린들을 조근조근하게 짚어낸다. 그녀가 무언가 멋져 보이는 오피스 레이디가 되고 싶었으나, 실상은 아침마다 땀을 뻘뻘 흘리며 출근하고 플랫슈즈를 사랑하며 토 반 떡 반으로 끼니를 때우며 X을 생산해낸다고 당차게 외친다. , 정말 그녀의 이런 하이퍼 리얼리티 묘사에 격하게 공감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미 나도 모르게 팬이 되어 버린 걸까.

 

웹툰연재 300회를 기념하며 그동안 자신이 그린 낢 씨의 추억의 발자취를 되새겨 보는 장면도 무척 인상적이었다. 단행본으로 나온 그림체에 익숙하다 보니 그전에 그렸던 그림들이 어찌나 촌스럽게 느껴지던지. 확실히 마우스로 그리던 시절보다 연륜이 쌓여서 그런진 몰라도 태블릿 PC 시절에 진화된 그림체가 훨씬 마음에 든다. 21세기 하이테크와 작가의 연륜을 칭송할지라.

 

오늘은 아무래도 이 책을 전후로 해서 그동안 못 본 낢 씨의 웹툰 스토리 서핑을 좀 해야할 것 같다. 물론 번개 같은 알트탭 기술과 후천적 더듬이레이더기술이 꼭 필요하겠지? 앞으로도 한층 더 업그레이된 발랄하면서도 재미난 스토리들을 꾸준하게 생산해 주시길 바란다. 천하의 게으름뱅이 작가에게 너무 무리한 요구라고? 어쩔 수 없다, 난 팬이니까.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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