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브 잡스 (양장본) 스티브 잡스
월터 아이작슨 지음, 안진환 옮김 / 민음사 / 2011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퇴근길에 스티브 잡스 자서전에 대한 책 소개를 들었다. 사실 천 쪽 가까운 책을 누가 읽을까 싶었는데 지난 월요일 시중에 풀리고 나서 단박에 종합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하는 저력을 과시하고 있다. 초판으로 10만부를 찍었는데 물량이 달려서 8만부를 더 찍었단다. 어느 대형서점에서만 8,000부를 주문했다고도 한다. 그야말로 산더미처럼 책을 쌓아 놓고 팔고 있다는 증언도 이어졌다.

사실 아무리 책을 좋아하지만, 스티브 잡스의 자서전을 읽을 생각은 없다. 그래도 언제고 스티브 잡스의 자서전 이야기를 하게 될 텐데 맛보기로나마 이렇게 알아 두면 스티브 잡스의 삶에 대해 아는 척은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얄팍한 수로 라디오 채널에서 흘러나오는 이야기에 귀를 쫑긋 세웠다.

우선 이 책은 월터 아이작슨이라는 저널리스트가 스티브 잡스가 죽기 전부터 작업을 한 책이라고 한다. 스티브 잡스를 좋아하는 사람은 물론이고, 싫어하는 사람까지도 포괄해서 100여명으로부터 직접 취재한 인터뷰를 바탕으로 해서 쓴 책이다. 물론, 스티브 잡스로부터 직접 들은 이야기도 많이 들어있다.

스티브 잡스의 기행과 괴팍함은 이미 널리 알려진 그대로다. 자신이 동료 스티브 워즈니악과 함께 만든 애플로부터 쫓겨난 사실을 비롯해서, 자신의 친딸인 리사를 부인하기도 했다. 친자확인 결과 95% 이상 친자로 판명이 났음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자기 자식이 아니라고 우기다가 결국 화해를 했다고 하던가. 어린 시절 부모에게 버림 받았다는 이야기도 나오는데 요 부분은 잘 다뤄지지 않은 사실이 아닌가 싶다.

그는 특히 사람들을 천재와 바보라는 두 개의 카테고리로 분류했다고 한다. 자신을 미켈란젤로 같은 예술가로 생각하면서, 애플 2, 맥킨토시, 아이북, 아이팟, 아이패드 그리고 아이폰에 이르는 수많은 제품을 돈을 벌기 위한 상품이 아닌 예술품으로 생각했고, 자신이 직접 설립한 애플을 영구히 존속시키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고 한다. 놀랍군!!! 자신의 라이벌이라고 생각한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에 대해서는 자신과 같은 완벽함을 추구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폄하하기도 했다.

1980년 애플을 기업 공개했을 때, 초창기 애플의 개국 공신들은 애플 지분으로 단박에 백만장자가 되었다. 그런데 어떤 동료에게는 전혀 지분을 주지 않아, 다른 이들이 자기 몫으로 돌아온 지분을 나눠 주자고 하면서 스티브 잡스에게 얼마를 줄 거냐고 했을 적에 당당하게 0%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 에피소드는 위에서도 말한 대로 어떤 사람에 대한 평가를 자신이 가진 고유의 가치판단 시스템(천재와 바보)으로 한 스티브 잡스의 사고를 설명해준다.

애플 신화를 창조한 동료 스티브 워즈니악이 엔지니어였다면, 스티브 잡스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제품을 만들 줄 아는 천재였다. 워즈니악에게는 없던 천부적인 비즈니스 감각을 가지고 있던 스티브 잡스는 새로운 것을 만들어낸 게 아니라 기존에 있던 기술들을 조합해서 소비자의 기호를 자극했고, 그가 만들어낸 제품들은 소비자들로부터 열광적인 찬사와 환호를 받았다. 제록스 연구소에서 만들어낸 것으로 알려진 GUI 시스템도 스티브 잡스가 애플 컴퓨터에 적극적으로 탑재하면서 이제는 표준으로 자리잡지 않았던가. 아이팟의 경우에도, 기존의 MP3 플레이어 제조업체들이 이게 돈이 되겠어(대표적인 기업이 삼성이다)라고 생각한 기술을 바탕으로 그야말로 대박을 터뜨리지 않았던가. 아이폰의 와이드스크린 펑션도 마찬가지다.

생의 마지막 14년 동안, 애플로부터 매년 1달러의 연봉을 받은 것도 세간의 화제였다. 문제는 스티브 잡스에게 돈은 의미가 없었다는 점이다. 애플의 영속과 완벽한 제품을 만들기 위해 매진하는 천재에게 돈줄은 따로 있었다. 그는 자신이 보유하고 있던 디즈니 주식 배당금으로만 매년 4,800만 달러라는 천문학적인 돈을 벌어 들였다. 그러니 스스로를 예술가라고 생각하는 CEO에게 돈이 무슨 필요가 있었을까. 스티브 잡스의 관심은 오로지 완벽한 예술품을 만드는 것이었고, 대중은 그의 아이디어에서 비롯된 제품에 아낌없이 돈을 퍼부었다.

이제 우리의 곁을 떠난 시대의 풍운아를 그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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