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 피시 - 네 종류 물고기를 통해 파헤친 인간의 이기적 욕망과 환경의 미래
폴 그린버그 지음, 박산호 옮김 / 시공사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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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때 어부라는 별명으로 불릴 정도로 낚시를 좋아했다. 보트를 타고 하는 낚시는 낚시라고 생각해본 적이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없다. 난 주로 갯바위 낚시를 즐겼다. 물고기를 잡으면 좋았고, 단 한 마리도 못 잡아도 좋았다. 그러다가 낚시를 안 가게 된 지 수년이 넘었다. 이제 예전처럼 낚시를 즐기진 못하게 되었지만, 물고기 사랑은 여전하다. 책으로 만나게 된 나의 옛 동료 바다농어에 대한 이야기는 정말 흥미진진했다.

<포 피시>의 저자 폴 그린버그 역시 못지않은 낚시 애호가로, ‘바다는 물고기를 주고 나는 잡는다’라는 문장으로 낚시꾼과 낚시의 유대 관계를 설명한다. 심지어 잡은 물고기를 팔아, 모터보트 기름값을 마련했다는 그의 증언에 얼마나 공감이 가던지. 저자는 코네티컷 연어의 전멸을 보면서 예전에 그 많던 물고기들이 어디로 갔느냐는 아주 단순한 질문으로 산업과 경제, 환경보호, 해양생물과의 공존 그리고 식량자원 확보라는 다양한 주제에 도전한다. 그가 목표로 삼은 네 가지 물고기는 다음과 같다. 연어, 농어, 대구 그리고 참치 이렇게 네 종류의 생선이다.

개인적으로 연어는 장어 다음으로 내가 즐기는 생선이다. 연한 오렌지 빛깔의 통통한 육질을 생각하면 어느새 입안에 군침이 돈다. 강에서 태어나 바다에서 살다가 산란을 위해 다시 자기가 태어난 강으로 돌아온다는 회귀성 어류의 대표적인 연어는 <포 피시>의 일번타자를 맡을 정도로 연어는 우리 식생활에서 빠뜨릴 수 없는 어종이다. 인류 생존을 위해 선택된 특정 어종 중에 연어는 당당하게 한 부분을 차지한다. 그것이 연어의 비극이었을까?

현대의 모든 것이 그렇듯, 연어 양식 역시 경제적 측면이 고려되었다. 0.5 킬로그램의 양식 연어를 얻기 위해 1.5 킬로그램의 물고기 사료를 투자하는 게 과연 사료 방정식에 부합하는 걸까? 다른 물고기에 비해 비교적 알 채취가 쉬운 연어(육안으로 볼 수 있을 정도로 알이 크다고 한다)가 양식 어종으로 선택된 것은 불가피한 선택이었을 것이다. 인류는 연어 양식을 통해 최고의 효율을 얻기 위해 내성이 강하고, 번식과 성장이 빠른 신종 연어의 개발을 위해 유전자 조작도 마다치 않았다. 일찍이 노르웨이는 연어 양식의 선두 주자로 대량 생산에 적합한 “살모 도메스티커스”라는 신품종 연어를 생산하기에 이른다. 동시에 인류의 연어 소비 역시 비약적으로 증대하지만, 과연 환경오염과 자연 연어의 공존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시간이 필요하다는 느낌이다.

후속 타자로 등장하는 바다농어는 나에게 낚시의 진수를 알려준 녀석이다. 탐욕스러운 바다의 포식자인 바다농어는 한 때 잔칫상에나 오르는 그런 귀한 생선이었다. 하지만 상시적인 공급을 원하는 인간은 양식에 적합하지 않은 바다농어 양식을 위해 엄청난 노력과 시간 그리고 금전적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식량자원 확보라는 국가적 과제 수행을 위해 이스라엘에서 시작된 바다농어 양식은 타나시스 프렌초스라는 그리스 해양생물학자에 의해 태고이래 비밀이 풀리고 마침내 양식에 성공하게 된다.

식탁에서 손쉽게 만나게 된 바다농어를 위해 그렇게 많은 노력이 있었다는 사실을 새롭게 알게 됐다. 태생적으로 인간의 손길을 거부하는 바다농어 서식과 성장을 위한 완벽한 조건의 조성을 위해 노력한 수많은 이들의 노고가 폴 그린버그의 저술을 통해 재연되는 과정은 경이롭기까지 하다.

우리나라에는 <세계를 바꾼 어느 물고기의 역사>라는 제목으로 소개된 어부 출신 저널리스트 마크 쿨란스키의 <대구>로 세 번째 물고기 대구에 대한 이야기가 시작된다. 가장 대표적인 “산업용 생선”이자 흰 살 생선의 대명사 대구는 서민을 위한 물고기였다. 하지만 영원히 고갈되지 않을 것 같이 풍족했던 대구는 탐욕이라는 인류의 욕심으로 전멸의 위기에 몰리고 미국과 캐나다 정부는 전면적인 대구 포획 금지라는 극약 처방을 내리게 된다. 20~30% 정도의 개체 수만 존재해도 다시 왕년의 물고기 챔피언 자리를 찾을 수 있다지만, 10% 미만의 수로는 개체 회복이 역부족이었단다. 더 큰 문제는 대구 집단이 유전자 보존 경쟁에서 밀리면서 엄청나게 컸던 녀석들이 이제는 손바닥만 한 크기로 줄었다고 했던가.

이 시점에서 폴 그린버그는 각각의 물고기 집단의 유전적 형질과 다양성을 유지하면서, 전 세계적인 물고기 자원의 보존과 유지를 위한 공동의 해법이 존재하는가 하는 질문도 빠뜨리지 않는다. 그에 대한 한 가지 해법으로 어부이자 관리인으로 전문가의 존재를 그는 상정한다. 대대로 해당 물고기에 대해 잘 아는 어부야말로, 해당 어종 관리를 잘할 수 있는 전문가라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폴 그린버그는 맺음말에서 물고기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한다. 그동안 물고기 집단은 순전히 식품으로만 인식됐고, 포획이나 양식의 대상이었다. 무분별한 남획으로 앞으로 우리 식탁에 오를 생선의 종류가 대폭 줄 거라는 뉴스는 이제 더 새롭지 않은 경고다. 인류의 귀중한 보고인 물고기 자원의 보호를 위해 다양한 법령의 제정과 함께 어업 규제와 종 보호를 위한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식탁에서 연어, 바다농어, 대구 그리고 참치 같은 자연 식품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이 우리 시대의 특권이라는 사실을 명심해야할 것이다. 그들이 우리의 동반자라는 사실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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