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금부터 행복해질 것이다 - 타이완 희망 여행기
이지상 지음 / 좋은생각 / 2011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여행 에세이를 즐겨 읽는 편이다. 보통 사람이 일상을 뒤로하고 탈출을 감행하기란 그야말로 하늘의 별 따기니, 내가 할 수 없다면 타인의 일상탈출로 대리만족하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이다. 이 책을 쓴 이지상 씨는 상실의 슬픔과 20년도 더 된 추억을 찾아서 타이완 여행에 나선다. 어려서는 중국에 꼭 한번 가보고 싶었는데, 중국이나 타이완 아직 모두 가보지 못한 이방인에게 물가도 싸고, 인정 많은 다시 말해 사람 사는 냄새가 나는 타이완 소개가 조금씩 마음에 들기 시작한다.

사실 타이완에 대해서는 양가적 감정이 있었다. 얼마 전 타이완의 태권도 국가대표 양수쥔 선수의 전자보호구 착용 문제로 비화된 반한을 넘어 혐한에 이른 그네들의 선동에 입맛이 씁쓰름하면서도, 한류 아이돌 슈퍼주니어가 타이완 음악 차트에서 1년 넘게 선전을 한다는 뉴스에 고개가 갸우뚱해졌다. 글쓴이는 이방인의 시선으로 타이완을 기술했는데, 타이완 사람들은 우리를 어떻게 생각하는지도 궁금하다.

각설하고, 본론으로 돌아가자. 한 때 방대한 타이완 여행 가이드를 기획하기도 했던 나그네는 20년전 첫 해외여행지였던 타이완으로 향한다. 6번이나 타이완을 찾은 베테랑 여행자답게 한달 기한의 넉넉한 여정으로 이 작은 섬나라를 보듬는다. 유명한 관광지도 빼먹지 않지만, 지은이의 시선은 언제나 사람들에게 가 닿아 있다. 그저 아무 생각 없이 들른 작은 카페에서 이방인을 따뜻하게 맞아준 종업원의 친절함에 감동하고, 언어가 통하지 않지만 길을 잃지 않게 성실하게 노력하는 그네들의 모습이 훈훈하게 다가온다.

포르투갈, 스페인, 네덜란드 그리고 일본 등 외세의 침략으로 얼룩진 타이완의 역사는 오늘날 우리가 보는 타이완의 다양성을 만들어낸게 아닐까 싶다. 개인적으로 이 책을 읽으면서 이 책을 관통하는 중요한 키워드로 다양성을 꼽았다. 이방인에게 개방적이면서도 또 동시에 다양한 문화를 두루 섭렵한 그들의 문화는 특히 식문화에서 꽃을 피우고 있다는 느낌이다. 지은이는 푹푹 타이완의 열대 기후 속에서 많이도 돌아다니면서, 또 그만큼 에너지를 보충하기 위해 다양한 음식을 섭취한다. 우리나라에 비해 정말 저렴하면서도 다양한 음식 소개에 당장에라도 타이완으로 달려가고 싶게 만든다.

이지상 씨가 소개한 진기한 타이완의 풍물 중의 눈길을 끄는 몇 가지를 살펴보자. 가장 먼저 식칼 마사지가 있다. 작가의 글로만 볼 적에는 잘 상상이 가지 않았는데, 책에 실린 사진을 보니 단박에 필이 왔다. 아니 그런데 어떻게 칼날이 시퍼렇게 선 우왁스러워 보이는 식칼로 마사지를 한다는 거지? 어지간한 배짱이 아니고서는 식칼 마사지에 선뜻 몸을 내맡기는 관광객이 있을까 싶다.

다음으로는 우리에게는 월남국수로 알려진 포(Pho)에 들어가는 고수에 대해 한 수 배웠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베트남 쌀국수지만, 그 안에 꼭 들어가는 고수는 여전히 적응이 안된다. 태국말로는 ‘팍치’, 중국어로는 ‘샹차이’ 그리고 영어로는 ‘코리앤더’라고 부른다고. 그전에 몰라서 꾸역꾸역 먹었지만, 이제 알았으니 주문할 때 고수를 빼달라고 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악명 높은 ‘처우더우푸’(취두부)에는 아직 도전해볼 자신이 없다.

제목만 들으면 행복에 대한 에세이 책인가 싶지만, 지은이에게는 잃어버린 낙원 타이완에 대한 절절한 애정표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모를 땐 빨리 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여행 고수의 조언도 인상적이었다. 언제가 될진 모르겠지만, 나도 타이완의 어느 야시장에서 먹거리 사냥에 나설 날을 상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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