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 서브 로사 2 - 네메시스의 팔 로마 서브 로사 2
스티븐 세일러 지음, 박웅희 옮김 / 추수밭(청림출판) / 2010년 1월
평점 :
절판


더듬이 고르디아누스가 8년 만에 다시 돌아왔다! 물론 그건 어디까지나 스티븐 세일러 작가의 대작 프로젝트 <로마 서브 로사> 시리즈에 해당하는 이야기로 우리에게는 한 달 만에 찾아온 신작이다. 전작에서 로마 공화정 말기의 실존 인물이었던 술라와 키케로가 등장했다면, 시리즈의 두 번째 작품 <네메시스의 팔>에서는 카이사르와 폼페이우스와 함께 삼두정치를 장식했던 마르쿠스 크라수스가 등장한다.

1편의 공간적 배경이 세계의 수도 로마였다면, 2편에서는 로마를 뒤흔들었던 스파르타쿠스의 반란이라는 역사적 배경과 함께 로마에서 한다 하는 세력가들이 별장들이 있었던 나폴리 만의 바이아이를 공간으로 해서 고르디아누스와 그의 양자 에코의 활약상이 펼쳐진다.

팩션의 형식을 취하면서, 고대 탐정 소설이라는 장르의 신기원을 만들어가는 스티븐 세일러 작가는 실존 인물과 실재했던 사건을 바탕으로 해서 흥미진진한 가공의 살인사건을 해결하는데 자신이 만든 멋진 캐릭터 고르디아누스를 투입한다. 로마의 갑부 크라수스를 대신해서, 바이아이의 사업을 총괄하던 리키니우스가 어느 날 살해당하고, 범인으로 그의 수하에 있던 두 명의 노예가 지목된다. 한편, 당시 이탈리아 전토를 충격 속에 몰아넣었던 스파르타쿠스의 노예 반란을 진압하고 중앙 정계에 진출하려는 야심을 품고 있던 크라수스는 일벌백계의 고대 로마 정신을 부활시키겠다면서, 리키니우스의 노예들을 모두 학살할 계획을 세운다. 고르디아누스에게 주어진 시간은 단 5일! 그동안에 리키니우스의 진범을 잡고 무고하게 죽음을 당할 상황에 부닥친 99명의 노예를 구하는 시간과의 치열한 경쟁이 시작된다.

우리의 주인공 고르디아누스는 역시나 사건의 단서들을 하나씩 모아, 자신의 머릿속에서 발효시키는 자신만의 방법으로 사건의 본질에 다가간다. 크라수스의 의뢰로 사건을 맡긴 했지만, 파헤칠수록 수렁 속으로 빠져 들어가고 복잡다단한 음모의 전모가 조금씩 밝혀지면서 고르디아누스와 에코는 예상했던 대로 죽음의 위협을 접하게 된다. 1편을 읽고 나니, 어느 정도는 스티븐 세일러의 소설 스타일이 어느 정도 보이기 시작한다.

물론 의뢰인에게 금전적 보상을 받고 하는 일이긴 하지만, 고르디아누스는 기본적으로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양심적 지식인이다. 그래서 때로는 자기 의뢰인의 이익에 반하는 행동도 서슴지 않게 된다. 바이아이로 가는 갤리선에서, 노젓는 노예의 처참한 광경에 같은 인간으로서 분노한 고르디아누스는 살인사건을 추리해 나가는 과정에서 이런저런 도움을 받은 꼬마 메토와 아폴로니우스에 대한 연민으로 그들을 구해야겠다는 사명감에 불타오른다.

추리 소설이라는 장르답게, 독자는 스티븐 세일러가 그린 등장인물 중에 범인이 있다는 것을 짐작하게 된다. 고인이 된 리키니우스의 빌라에 있는 이들을 차례로 탐문해 가면서, 1인칭 화자 고르디아누스는 차분하게 이야기를 진행한다. 여느 장르 소설답게, 끝까지 진범에 대한 확증을 미루면서 팽팽한 긴장감을 유지하는 작가의 실력에 감탄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아울러, 전작에서 대도시 로마의 화려함을 묘사했다면 이번 작품에서는 지방도시 바이아이의 빌라와 자연 그리고 쿠마이의 시빌레 같은 비의를 다루는 데 있어서 탁월한 모습을 유감없이 발휘해 주고 있다. ‘저자의 말’을 참고해 보니, 다양한 문헌을 통해 고대 로마의 일상을 꾸준하게 연구한 저자의 힘이 느껴졌다.

<로마 서브 로사> 시리즈는 계속해서 진화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1편에서 고르디아누스가 독고다이 해결사로 나섰다면 이번 <네메시스의 팔>에서는 수양아들 에코를 사이드킥으로 삼아 종횡무진 활약상을 보여준다. 고르디아누스가 상대하는 보이지 않는 적의 음모가 사악하고 복잡할수록 그를 돕는 이들 역시 그만큼 필요하다는 방증이 아닐까? 이번 편에 새로 고르디아누스 팀에 합류하게 된 영리한 꼬마 노예 메토의 활약이 앞으로 더 궁금해진다.

이번 편에서는 폼페이우스의 이름이 살짝 등장을 했는데, 뒤이어 등장하게 될 카이사르와 함께 로마 공화정 말기를 장식한 영웅들의 활약과 중년으로 접어드는 더듬이 고르디아누스의 탐정 오디세이가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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