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생에 한번은 스페인을 만나라 - 뜨겁고 깊은 스페인 예술 기행 일생에 한번은 시리즈
최도성 지음 / 21세기북스 / 2009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스페인에 대한 지대한 관심을 두고 책을 펼치면서, 책 제목 한 번 기가 막히게 뽑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생에 한번은> 시리즈가 있다는 말은 들었지만 친견하는 건 처음이었기에 인터넷으로 예의 시리즈를 찾아보는 수고도 마다하지 않았다. 21세기북스에서 세 번째로 출간된 <일생에 한번은 스페인을 만나라>를 읽으면서 안 그래도 언젠가 스페인에 한 번은 가봐야겠다라고 생각한 결심이 굳어지기 시작했다.

역시 초짜 배낭여행객이 아닌 베테랑 나그네인 최도성 작가가 뿜어내는 스페인의 아우라는 멋졌다! 우선 태양의 나라 스페인을 네 개의 권역으로 구분해서 스페인의 수도 마드리드를 정점으로 한 카스티야 지방을 출발로 해서, 알람브라 궁전으로 대표되는 아랍 문화의 잔상이 깊게 배어 있는 안달루시아, 스페인이면서도 동시에 스페인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이들이 사는 카탈루냐 그리고 북부의 바스크 지방을 아우르는 그야말로 스페인 전토를 상대로 맞짱을 뜬 멋진 기행문을 독자들에게 선사해 준다.

작가는 큰 도시에서는 주로 미술관을 둘러보고 작은 도시에서는 그네들의 삶을 훑어보라는 충고를 해주고 있는데 그의 의견에 전적으로 공감할 수가 있었다. 자신의 말대로 작가는 마드리드에서 세계 3대 미술관 중의 하나라는 프라도 미술관에서 만난 고야의 그림 이야기를 들려준다. 19세기 초반 전 유럽을 석권했던 나폴레옹과 프랑스군의 점령에 대항했던 스페인의 위대한 게릴라 부대 항전의 역사를 미술로 표현한 고야의 예술혼이 느껴지는 듯했다.

아울러 전쟁사진가로 유명한 로버트 카파의 일화도 역시 스페인과의 인연을 빼놓을 수가 없다. 아직도 진위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카파가 스페인 내전 당시 찍은 <어느 인민전선군 병사의 죽음>은 그 극적인 찰나의 장면만큼이나 카파에게 세계적 명성을 가져다 준 작품으로 포토저널리즘의 한 획을 그은 작품으로 기억되고 있다. 최도성 작가가 이후에 방문한 톨레도에서 자신의 아들을 죽음의 구렁텅이로 몰아넣은 모스카르도 대령의 일화에 대해서는 전혀 동의할 수가 없었다. 엄연히 모스카르도는 합법적인 선거로 선출된 인민전선 정부에 반란을 일으킨 프랑코 일당에 동조한 파시스트 반란군 지휘자였다. 글쓴이의 이런 이데올로기적 양비론에는 동의할 수가 없다.

이미 다른 책에서 읽어서 알게 된 세고비아 특산의 애저구이, 코치니요 요리를 뒤로하고 스페인 중에서도 아랍 문화의 영향으로 가장 이국적인 풍광을 자랑하는 안달루시아 지방으로 이동한다. 축제의 도시라는 세비야에서 멋진 플라멩코 드레스를 입은 여인네들의 화려한 의상이 바로 눈길을 사로잡았다. 떠돌이의 삶을 사는 집시들의 이야기 그리고 신대륙을 발견(이미 존재하고 있던 대륙을 발견했다는 표현을 적절한지 모르겠지만)한 콜럼버스가 세비야와 스페인 왕국에 가져다준 물적 토대와 이를 기반으로 한 스페인 예술의 황금기에 대한 역사적 배경에 대해서 한 수 배울 좋은 기회였다.

스페인 본토라고 할 수 있는 카스티야와는 전혀 다른 문화적 그리고 역사적 배경을 가진 카탈루냐 지방에 대한 이야기는 FC 바르셀로나와 레알 마드리드의 대결 구도로만도 충분히 설명할 수가 있을 것 같다. 역시 카탈루냐 지방의 중심이라고 할 수 있는 바르셀로나에 대한 나의 이미지는 가우디와 구엘 공원 그리고 지중해 바다로 넘실거리고 있었다. 오히려 몬세라트와 이비사 그리고 분자요리로 세계적인 명성을 가진 레스토랑 <엘 불리>에 대한 이야기들이 좀 더 신선하게 와 닿았다. 초현실주의 화가이자, 광기 어린 예술가라고 작가가 규정한 살바도르 달리의 삶의 궤적을 추적하는 피게레스와 토마토 축제로 유명한 발렌시아의 부뇰 기행도 빼놓을 수가 없다.

최도성 작가의 스페인 순례는 아쉽게도 북부의 바스크 지방에 대한 이야기로 피날레를 내리게 된다. 스페인의 다른 지역과는 달리 대서양 연안의 비스케이만에 접해 있는 바스크 지방 역시 자신들만의 고유한 지방색을 갖추고 있으면서, 오랫동안 스페인으로부터 독립을 추구해온 것으로도 유명하다. 아주 오래 전에 읽었던 베스트셀러 작가 시드니 쉘던의 <시간의 모래밭>에 나오는 바스크 출신의 주인공 하이메 미로의 스페인 전역을 누비는 모험극이 떠오르기도 했다. 팜플로나의 소몰이 축제애 대한 스케치와 명화 게르니카에 대한 이야기는 그야말로 피날레에 어울릴만한 멋진 에피소드들이었다.

개인적으로 지나치게 개인적인 경험만을 내세우지 않으면서, 수년간의 스페인 여행의 내공을 잔잔하게 읊조리는 듯한 최도성 작가의 스페인 기행문이 참 마음에 들었다. 결국, 언젠가는 찾아갈 스페인 여행을 꿈꾸며, 이번에는 70년 전에 스페인을 다녀간 그리스 출신의 작가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스페인 기행>을 읽어 볼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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