헉hug! 아프리카
김영희 지음 / 교보문고(단행본) / 2009년 6월
평점 :
품절


우리나라에서 유명한 PD인 김영희 작가의 <헉hug! 아프리카>와 만났다. 개인적으로 텔레비전을 잘 안보기 때문에 김영희 PD가 얼마나 대단한 연출가라는 건 사실 모른다. 하지만 책날개에 실린 그의 약력을 보니 그가 그동안 연출한 프로그램들이 얼마나 대중들의 사랑을 받아 왔는지 알만 했다. 아무리 텔레비전을 잘 보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그 정도 센스는 있으니 말이다.

책을 집는 순간, 야 제목 한 번 기똥차게 뽑았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 제목에 들어가 있는 “헉”은 두 가지의 중의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다. 하나는 친절하게 달린 영어 설명처럼 껴안기를 뜻한다. 수년간의 직장생활을 하던 작가가 어느 날, 배낭과 스케치북을 껴안고 아프리카로 “헉”을 혹은 껴안으러 떠난다. 그리고 두 번째 “헉”은 놀라움이다. 아프리카의 대자연이 빚어내는 자연 그대로의 아름다움에 그리고 그 안에서 부대껴 사는 이들의 다양한 삶의 군상에 우리는 놀라게 된다.

역시 아프리카하면 떠오르는 동물의 낙원 혹은 사파리의 천국으로 알려진 케냐와 탄자니아에서 김영희 PD는 장장 70여일에 걸친 아프리카 여행길을 시작한다. 여행하는 모든 이들의 로망이라고 할 수 있는 적도 밑의 산 킬리만자로를 찾아서 그리고 세계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빅 폴 빅토리아 호수로 작가는 독자들을 인도한다. 게다가 김영희 PD는 이제는 누구나 흔히 찍을 수 있게 된 디카가 빚어내는 빛의 애니메이션이 아닌 직접 손으로 그린 일러스트들을 당당하게 보여준다. 전문적인 작가의 그림은 아니지만, 그네들의 삶의 면모가 드러나는 그림 이야기가 마음 푸근하게 다가온다.

그가 들렸던 나라 중의 하나인 짐바브웨의 살인적인 인플레이션에 얽힌 이야기가 아주 인상적이었다. 우선 가게에는 살만한 상품다운 물건이 존재하지 않으며, 심지어 물건을 사기 위해도 물건 값이 오른다는 이야기가 가히 충격적이었다. 변변찮은 물건을 사기 위해 돈뭉치를 들고 다녀야 한다는 그네들의 현실이 씁쓸하게 다가왔다. 한편, 냉장시설이 시원치 않은 현지에서 찬 맥주를 마시기 위해 스와힐리어를 배우고, 어느 맥주병에 붙은 라벨을(그 문구가 정말 멋지다) 떼기 위해 몇 병을 마시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은 작가의 노고를 치하해 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개인적으로 이 책에서 어려서 리더스 다이제스트를 통해 알게 된 오카방고 델타 여행담을 최고로 꼽고 싶다. 역시 자신이 아는 부분에 대해 더 호감을 가지게 되는 모양이다. 오카방고 델타의 미로 같은 수로를 가이드들과 함께 하는 원시세계로 호기 좋게 탐험을 떠나는 작가의 모습에서 천진난만한 어린이의 마음이 느껴지기도 했다.

물론 홀로 하는 여행길에 좋은 일만 있었던 건 아니다. 나미비아에서는 미처 비자를 받지 못해 입국을 하지 못해 입국거부를 당하기도 하고, 말리의 사하라 투어에서는 얼치기 가이드에게 협박을 당하기고 했으며, 심지어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더번에서는 노상강도를 경험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 모든 위기를 작가는 하쿠나 마타타(no problem) 정신으로 헤쳐 나간다. 어쩌면 김영희 PD의 그런 잊고 싶은 추억조차 아프리카의 한 단면일지도 모르겠다.

이 책을 통해 그동안 아프리카에 대해 모르고 있던 재밌는 사실들을 알게 됐다. 그 중에 몇 가지를 소개하고 싶다. 첫 번째, 모든 강의 어머니로 불리는 나일 강은 위에서 아래로 흐르는 것이 아니라 아래에서 위로 흐른다고 한다. 물론 그건 어디에서 보느냐의 기준이겠지만 말이다. 두 번째로, 아프리카에서도 겨울 파카가 필요하다. 열사의 땅으로 각인되어 있는 아프리카에서 겨울 파카가 웬 말이겠냐고 하겠지만 작가는 오카방고 델타 부근의 타운에서 겨울 파카를 구입했다. 마지막으로 아프리카에도 펭귄이 살고 있다. 펭귄 녀석들은 모두 남극에 살고 있는 줄 알았는데, 아프리카 최남단의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케이프타운의 볼더스 비치라는 곳에 살이 투실투실하게 오른 펭귄들이 군락지가 엄연히 있다는 사실.

책을 읽으면서 김영희 PD의 막무가내 정신이 마냥 부러웠다. 우선 일상을 접고 아프리카로 떠났던 그의 패기 넘치는 도전정신과 많은 난관을 모든 게 잘될 거야라는 긍정의 힘으로 돌파해 나가는 과정이 또 한 명의 나그네의 역마살을 한껏 자극하고 있었다. 물론 며칠 동안 고락을 같이 간 사파리 가이드들에게 얼마나 팁을 주어야 하나 하는 고민을 하는 초식남으로서의 모습도 보여주지만, 그래서 더 인간적인 모습으로 다가온다.

비록 버스 출발시간이 잘 안 지켜지고, 공항에서 연착은 다반사인데다가 공무원들의 불친절, 밍밍한 맥주 그리고 외국인들에게 어떻게든 바가지를 씌우려는 모습에 눈살이 찌푸려지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작가에 의하면 만능치료약인 시간이 지나고 나면, 그것조차도 추억이 되기 마련이란다. 그리고 어디에서도 살아 있기만 하다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원초적 생명력과 가능성이야말로 아프리카의 참맛이 아닐까. This is Africa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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