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는 적인가 동지인가 인물로 읽는 한국사 (김영사) 9
이이화 지음 / 김영사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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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책은 작가의 생각을 담는 그릇이라고 생각을 한다. 특히 역사를 다룬 책이라면 더더욱 그럴 것이다. <그대는 적인가 동지인가>는 어려서부터 한학을 배운 이이화 선생과 김영사의 역작 “인물로 읽는 한국사” 시리즈 중에서 9번째 책이다. 작년 1월에 1권을 시작으로 해서 올해 2월까지 모두 10권의 책이 나왔다. 이이화 선생의 책과는 첫 만남이었는데 우선 읽기 쉬운 역사책의 출간이라는 대의에 전적으로 공감하게 되었다.

이이화 선생은 머리말에서 역사의 주역은 누구인가라는 고전적인 질문을 던진다. 구태적인 영웅사관에는 반대하지만, 또 지나온 유구한 역사가 특정 인물들에 의해서 진행되어져 온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일 것이다. 개인적으로 민초들의 삶 역시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을 하지만 아쉽게도 그들의 기록은 사서에 실려 있지 않다. 다시 말해서 가장 가까운 조선의 역사만 하더라도 몇 백 년이 지난 지금 당시의 시대상을 엿볼 수 있는 1차 사료들은 극히 제한적이라는 점이다.

어쨌든 이이화 선생은 우리나라 역사를 통틀어 경쟁관계에 놓여져 있었거나, 혹은 목숨은 건 사투를 벌였던 또 서로 상부상조하면서 격려와 학문적 성취를 이루었던 다양한 인물군들을 소개하고 있다. 그 인물들의 선정한 이유는? 글쎄 그건 잘 모르겠다.

보통의 경우 처음부터 책을 읽는데 <그대는 동지인가 적인가>를 펼쳤을 때 가장 먼저 읽은 것은 <송병준과 이용구>였다. 구한말 대한제국을 일제에게 팔아넘기는데 있어서 가장 앞장섰던 이 두 인물에게 이이화 선생은 가차 없이 “매국노와 민족반역자”라는 레테르를 붙여 주었다. 작가의 서릿발 같은 재단이 그들에게 가해졌는데, 과연 이 친일주구들이 살아 있다면 어떤 변명을 할지 문득 궁금해졌다.

조선 초에 극렬하게 대립했던 수양대군(훗날 세조)과 김종서의 충돌은 계유정난으로 수양대군의 일방적인 승리로 끝나게 되었다. 숙부가 어린 조카의 제위를 찬탈한 쿠데타로 그 어떤 명분도 설 수가 없는 명백한 반역이었다. 하지만 다른 각도에서 군권과 신권의 대립이라는 측면에서 문제를 보게 된다면, 일방적으로 수양대군의 전횡만을 탓할 수도 없는 문제인 것 같다. 이런 이이화 선생의 문제 제기는 계유정난 이후, 단종 복위를 꿈꾸는 성삼문과 신숙주와의 관계에서도 재현된다.

조선 최고의 명군이었던 세종으로부터 각별한 총애를 받았던 성삼문과 신숙주의 관계는 계유정난을 계기로 갈라지게 된다. 국가/국왕에 대한 충성이라는 유가의 도의 차원에서는 성삼문의 충절이 더 맞을지도 모르겠지만, 문화와 학문에 대한 기여라는 측면에서 본다면 신숙주 또한 무시할 수 없는 상징성을 가지고 있는게 현실이다. 언제나 그렇듯이 현실과 이상에서의 괴리는 존재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되었다.

얼마 전에 읽은 <칼의 노래>에서 작가 김훈 선생은 일방적으로 원균에 비해, 이순신의 손을 들어 주었다. 아무리 선조가 전후에 편파적인 논공행상을 했다고 하더라도 원균도 이순신과 마찬가지로 일등공신에 올랐다는 것은 역사적 사실이다. 만약에 선조가 터무니없이 은상을 베풀었다면 조선조의 그 깐깐한 삼사(三司:사헌부, 사간원, 홍문관)에서 가만있지 않았을 것이다. 이이화 선생이 밝힌 역사적 사실에 의하면, 이순신과 원균 간의 갈등의 소지는 알려진 것과는 달리 이순신이 자초했다고 한다. 그런데 후세의 평가는 한 사람은 성웅(聖雄)으로 추앙을 받고, 그리고 다른 한 사람은 간웅(奸雄)으로 지탄을 받고 있으니 역사의 아이러니라고 할 수가 있겠다.

작가가 대중적인 역사 읽기를 염두에 두고 저술을 해서 그런지 책 읽기에는 부담이 없어서 좋았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역사를 전공해서 그런진 몰라도, 등장인물들을 좀 줄이는 한이 있더라도 깊이 있는 역사의 라이벌들을 조명해 보았으면 하는 아쉬움도 남는다. 그리고 라이벌 구조가 조선이라는 특정시대에 편중되어 있는 것도 옥의 티라고 할 수가 있겠다.

여러 유형의 라이벌들이 <그대는 적인가 동지인가>를 통해 소개되고 있는데, 특히 국난의 위기 중에 서로 대척점에 서 있던 인물들이 국가를 위해 간담상조하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21세기 대한민국의 무궁한 발전을 위해서 오늘날에도 꼭 필요한 모습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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