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크스 하룻밤의 지식여행 41
리우스 지음, 윤길순 옮김 / 김영사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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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근 십년 전에 영어로 된 멕시코 출신의 만화가 리우스가 그린 마르크스 입문서를 만난 적이 있었다. 그 때 다 읽었던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얼마 전에 헌책방에 갔다가 다시 리우스가 그린 쿠바혁명과 체 게바라에 대한 책을 접하게 되면서 리우스에 대한 관심이 증폭됐다. 바로 인터넷을 이용해서 알아보니 비교적 최근인 올해 초에 김영사를 통해 하룻밤에 지식여행이라는 이름으로 <마르크스> 개설서의 존재를 알게 됐다. 이미 그전에 <플라톤>과 <헤겔> 그리고 <융>을 이 시리즈를 통해 본 적이 있어서 선뜻 구매를 했다.

저자인 리우스의 표현대로 초등학교 5학년 정도의 수준이면 볼 수 있다는 말에 현혹이 되어 가벼운 마음으로 책을 집어 들었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역시 사회과학의 대가인 마르크스의 저작들이 본격적으로 소개가 되면서 머리가 아파왔다.

여느 마르크스를 다룬 책처럼 그의 일생에 대한 소개로 시작을 한다. 유대계 독일 출신으로 아버지 대에서 기독교로 개종을 하면서 유대교와는 단절된 삶을 살았다. 본대학과 베를린대학에 수학하면서 본래 법학 전공으로 시작을 했지만, 철학 쪽으로 방향 전환을 하게 된다. 사상적으로 헤겔 좌파의 영향을 받아, 헤겔의 관념론을 배척하고 그의 변증법과 포이어바흐의 유물론을 받아 들여 자신의 사상의 기초로 삼게 된다.

그 후, 파리 망명시절 프랑스의 여러 사상가들 푸리에, 생시몽 그리고 프루동 등의 영향을 받아 자신의 철학적 체계를 가다듬는다. 하지만, 역시 그의 삶 가운데 있어 가장 최고의 만남은 평생지기가 된 프리드리히 엥겔스와의 만남이었다. 경제적으로 평생 가난했던, 마르크스의 경제적 후원자이자 사상적 동지로써 마르크스 사후 그가 미발표한 저작들을 편집해서 세상에 내놓게 되는 역할도 맡게 되는 엥겔스와의 조우는 마르크스 인생의 가장 큰 행운이 아니었을까.

리우스는 마르크스주의를 다음의 세 가지로 크게 분류한다. 첫 번째로 마르크스의 철학, 두 번째로 경제이론 그리고 마지막으로 역사적 유물론이 그것이다. 마르크스는 철학적으로 세상의 존재들이 불변한다는 형이상학과 기계론적 사고에 의문을 품으면서, 그 대안적 방법론으로 변증법을 채용한다. 그의 생각에 의하면, 세상과 그 세상에 사는 인간들은 항상 변화발전이 가능한 동적 요인들이었다. 헤겔이 제시한 방법론 가운데 변증법과 관념론을 배격하는 포이어바흐의 유물론에서 마르크스는 변증법적 유물론을 도출해 내기에 이른다.

두 번째 경제이론에 있어 그는 18세기 산업혁명 이래 등장하게 된 새로운 계급인 부르주아지와 그들에게 노동을 제공하는 프롤레타리아트의 계급투쟁을 역사발전의 원동력으로 규정한다. 독일 철학, 영국 정치경제학 그리고 프랑스 사회주의를 연구를 통해 노동 대 자본의 대립쌍(아마도 아리스토텔레스의 사상에서 기원한)에서 유추한 경제적인 문제에 자신의 관심을 집중시킨다. 마르크스에 의하면 자본가들은 자본, 화폐 그리고 지대를 소유하면서, 노동자들의 노동을 시간단위로 구매하면서 창출해낸 잉여가치를 독점하면서 착취의 순환구조를 통해 이윤의 극대화를 추구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1848년에 발표된 <공산당 선언>을 통해 모든 노동자들이 단결해서 투쟁, 궁극적으로 정치투쟁에 나설 것을 주문하고 있다. 아울러 착취의 악순환이 계속되는 원인을 사유재산제의 존재에 두고, 소유관계의 혁신을 강조한다. 마지막으로 가정에서도 남성과 여성의 관계를 부르주아지와 프롤레타리아트간의 생산관계로 규정하면서 뛰어난 선견지명을 보여 주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역사적 유물론을 통해서는 인간의 역사를 생산양식에 의거한 5가지로 분류한다. 원시 공산주의 사회, 노예제 사회, 봉건제 사회, 자본주의 사회, 그리고 마지막으로 공산주의 사회가 그것이다. 근대사회에 들어서기 전 단계인 봉건제 사회에서 기존의 사회질서에 반대한 부르주아지 혁명으로 본격적인 자본주의 사회가 도래하게 되는데, 이는 자본을 소유한 부르주아지들이 보다 자유로운 경제활동과 노동 밖에는 소유하지 못한 농노들의 노동력을 착취하기 것이라고 마르크스는 분석한다.

부르주아지 혁명과 거의 동시에 진행된 산업혁명은 산업의 기계화와 더불어 생산양식의 비약적인 발전을 불러일으키면서 비로소 본격적인 자본주의 사회의 발전 단계에 돌입하게 된다. 이 가운데, 자본주의 사회 하에서 계급투쟁이란 불가피한 역사 발전의 과정이라는 것을 마르크스는 역설한다. 이 자본주의 시스템은 자본가들의 내적 모순에 의해 붕괴하게 되고, 이에 대비해서 노동자들이 각성을 통해 정치적으로 조직화해야 한다는 것이 마르크스의 역사적 유물론의 핵심이라고 말할 수가 있겠다.

1989년 구소련을 위시한 공산주의 블록이 붕괴하면서, 지난 세기의 자본주의와 공산주의의 대결은 자본주의 승리로 귀결되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올해 전 세계를 강타한 금융위기는 마르크스가 19세기에 이미 지적한 대로 자본주의 체제 아래서 보여줄 수 있는 모든 경제적 모순들의 현현(顯現)이었다. 실물경제에 기반을 두지 않은 채, 통제되지 않은 금융자본의 투기와 시장자본주의가 모든 문제를 해결해 주리라는 맹목적 믿음은 1929년 대공황 이래 최악의 경제위기를 불러 일으켰다. 이미 대공황기의 총체적 난국의 극복을 위해 케인스의 수정자본주의가 대두한 이래, 시장의 논리에 의해 자본주의를 통제하지 말라는 구호는 이제는 더 이상 유효하지 않게 되었다.

물론 마르크스의 사상들이 현재의 시대정신에 부합하지 않다는 지적과 여러 가지 오류들을 가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철저하게 휴머니즘에 바탕을 둔 그의 역사적 유물론과 계급투쟁, 역사발전 이론 그리고 페미니즘 이론들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마르크스에 대한 입문서로 이보다 더 좋은 책은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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