톰 소여
타카하시 신 지음 / 미우(대원씨아이) / 2008년 9월
평점 :
품절


고대해 마지않던 다카하시 신의 <톰 소여>가 어제 막 도착을 했다. 그리고 부랴부랴 다 읽고 나서 정말 오래 전 기억들을 떠올리면서, 마크 트웨인이 창조해낸 그 유명한 캐릭터들에 대한 향수에 빠졌었다. 톰 소여와 허클베리 핀, 아마 어려서 이 두 캐릭터에 대한 이름을 들어 보지 않고 자란 이가 없을 것 같다. 나도 그들처럼 해적이 되어, 나무 위에 집을 짓고 살고 싶다는 허무맹랑한 공상에 빠졌던 적도 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그런 바다도 그리고 나무집을 지을 만한 나무도 없었다.

다카하시 신은 원작에 대담한 각색을 감행했다. 허클베리 핀은 도쿄에서 살다가 어머니의 죽음으로 이 만화의 배경이 되는 작은 어촌 마을을 찾은 미대생 하루로 대체가 된다. 그리고 우리의 꼬마 영웅이자 말썽꾸러기 주인공 톰 소여 역은 타로에게 돌아간다. 만화에서 타로는 계속해서 외쳐댄다, 어른들은 우리들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말이다. 그 어른의 범주에 하루도 포함되어 있는게 아닐까. 원작의 큰 줄거리를 따라 가면서, <톰 소여>는 진행된다.

원작에 나오는 최고 악당 인디언 조는 마을의 불한당 오다기리로 바뀌고, 하루와 타로는 죽은 검정고양이를 묻으러 공동묘지에 갔다가 오다기리의 살인을 목격하게 된다. 역시 트웨인식 비밀, 살인과 미스터리라는 장기가 유감없이 펼쳐진다. 히루와 타로 일행은 해적놀이를 위해 찾은 어촌 마을 앞에 있는 무인도에서 갇히게 된다. 그리고 그들은 그곳에서 상상도 할 수 없는 엄청난 보물들과 명화 그림들을 발견하게 된다.

원작에서는 아마 소년들의 모험이라는 주제에 보다 중점을 두었던 것 같다. 하지만 다카하시 신과 그의 스탭들이 다시 창조해낸 21세기 <톰 소여>에서 작가는 사람들과의 관계에 좀 더 초점을 맞춘 것 같다. 톰 소여/하루에게 누구 하나 다가오지 않는 마을에서, 타로와 그 친구들만이 유일하게 도시에서 온 하루에게 관심을 갖고 접근한다. 역시 여름에만, 마을에 와서 지내곤 하는 타로 역시 타인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하지만 위기상황에서 마을 공동체는 역시 끈끈한 유대감을 유감없이 보여준다. 미국에서 태어난 <톰 소여>의 일본화 과정이라고 해야 할까.

역시 어른이면서도 여전히 유년의 기억 속에 사로 잡혀 있는 하루의 캐릭터는 참 매력적이었다. 성장 과정에서의 어두운 면들을 가지고, 결국 마을에서 이방인일 수밖에 없는 하루의 캐릭터를, 계속해서 캔 맥주를 마시고 줄담배를 피워대는 주인공을 여성으로 치환시키면서, 고전에 관한 충실한 재해석을 시작한다.

그리고 만화에서 몇 컷 밖에 등장하지 않지만, 하루와 타로에게 많은 것을 알려 준 겐조 할아버지의 영향은 어마어마하다. 그리고 비밀 엄수와 신분노출이라는 위험 때문에, 정말 좋아하는 이를 구해 주지 못해 괴로워하는 주인공들의 고뇌를 비주얼로 멋지게 형상화시키는데 성공한 것 같다.

역시 고전 원작을 만화화하는데 있어서 정수는 바로 작가의 유머감각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때로는 심각하고, 거의 데생에 가까운 터치를 보여 주다가도 일러스트 스타일의 간소화로 ‘결정적 순간’들을 잡아내는 다카하시 신의 미학이 눈부셨다.

후기에 실린 작가의 말대로, 다시 여름이 되면 하루와 타로가 빚어내는 <톰 소여>를 다시 찾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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