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스만화성경 - 성경 66권을 단숨에 한 권으로 읽는
아킨.시쿠 지음, 강주헌 옮김 / 위즈덤로드(위즈덤하우스) / 2008년 6월
평점 :
절판




왜 “만화성경” 앞에 예스가 붙었을까 하고 책을 펼치기 전에 앞서 궁금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책을 보는 순간 그 의문은 단박에 풀려 버렸다. Young Easy Speed 의 이니셜을 따서 예스(Y.E.S.)가 만들어진 것이었다. 쉬운 것과 속도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젊은 세대를 위한 성경이라고 할까? 게다가 만화까지 더해진다면 더 말할게 없을 것 같다.

이 책의 공동저자인 아킨과 시쿠의 공동 작업은 그야말로 한 편의 걸작을 빚어냈다. 개인적으로 이런 강렬한 터치의 그림들을 좋아하는데, 시쿠의 그림은 그런 개인적인 취향에 딱 들어맞았다. 사실 시대를 초월한 베스트셀러로 꼽히는 성경을 만화화한다는 작업이 보통 어려운 것이 아닐 것이다. 게다가 이 <예스만화성경>의 원제는 <The Manga Bible>이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망가’가 가지는 의미 때문에 그런 제목을 붙였으리라.

구약 39편 그리고 신약 27편을 합해 모두 66권으로 이루어진 성경을 정독하는 것은 믿는 이들은 물론이고 안 믿는 이들에겐 엄청난 도전일 것이다. 하지만 아킨과 시쿠가 재창조해낸 <예스만화성경>은 그 두 그룹을 모두 어우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르는 이들에게는 좀 더 흥미진진한 새로운 사실들을, 어느 정도 사전지식을 가지고 있는 이들에게는 자신들이 알고 있는 것들과 비교해볼 수 있는 아주 좋은 기회를 제공해 주고 있다.

스토리를 맡은 아킨이 선정한 것으로 보이는 모두 11개의 에피소드들은 그야말로 성경의 핵심정수들만을 골라 독자들에게 보여 주고 있다. 책의 시작은 이미 애니메이션 영화 <이집트의 왕자>를 통해 많이 알고 있는 모세가 이집트 파라오 군대의 추격을 피해 홍해 바다를 가르는 이적을 앞두고, 창세기 이야기를 히브리 아이들에게 들려주는 것으로 시작된다. 생과 사가 경각에 달린 마당에, 자신들의 뿌리에 되짚어 가는 과정 가운데 있는 그들의 모습은 1948년 독립 이래, 주변의 호전적인 아랍 국가들에 둘러싸여 치열한 생존 투쟁을 벌여 가고 있는 그네들의 모습과 오버랩이 되고 있었다.

개인적으로 시쿠 스타일의 그림체를 무척이나 좋아하는데, 이 책을 읽기 전부터 시쿠 스타일의 그림들에 빠져 있었다는 고백을 해야 할 것 같다. 형이상학적인 부분도 다뤄야 했기 때문에, 정밀한 묘사와 캐리커처와 같이 특징을 잡아내야 하는 두 마리의 토끼사냥을 시쿠는 멋들어지게 해내고 있었다.

아쉬운 점은 제한된 지면에 그 수많은 이야기들을 압축해서 실으려다 보니, 후반부로 갈수록(특히 신약부분!) 내용면에서 질적으로 떨어지는 감을 지울 수가 없었다. 이 만화성경 프로젝트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많이 아쉬웠다.

역시 <예스만화성경>의 핵심은 바로 텍스트였다. 지난 수천 년간 수많은 이들이 끊임없이 읽어 왔고, 지금도 읽고 있으며 앞으로도 계속해서 읽혀질. 과연 앞으로 어떤 형태의 성경들이 출현하게 될지 기대가 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