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털 엔진 견인 도시 연대기 1
필립 리브 지음, 김희정 옮김 / 부키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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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책을 대충 읽을 생각이면 애시당초에 덮어버리는 것이 좋다. 시간 때우기 식의 가벼운 독서를 계획했더라도 마찬가지다. [모텔 엔진]은 시간을 들여 꼼꼼히 읽어야 그 내용을 십분 다 활용해서 상상할 수 있는 소설이다. 

필립 리브라는 작가의 이름이 생소하긴 하지만 그는 영국 출신의 베스트작가로 널리 알려진 인물이었다. 특히 워너브러더스 같음 메이저 영화사의 러브콜을 받는 원작의 주인이면서 피터 잭슨 처럼 유명한 감독이 탐내는 원작자이기도 하다. 

[모텔 엔진]은 단편으로 끝나는 작품이 아니다. 시작부터 4부작의 첫번째 권임을 밝히며 시작했다. 결국 이 첫단추를 잘 꿰지 못하면 나머지 세 권 분량이 날아가 버리니 처음부터 꼼꼼히 읽어둬야했다. 

"견인 도시 연대기"라는 제목만으로는 얼핏 작년에 읽었던 한 작품이 떠올랐다. 그 작품 역시 다음 권의 번역을 기다리고 있으나 쉽게 서점가에 나타나지 않고 있는 작품이긴 하다. 아이들을 서바이벌 게임장으로 불러들인 소설 [헝거게임]이 제일 먼저 떠올려진 것은 아마 도시 연대기라는 점 때문일 것이다. 그 소설의 배경은 빈부격차가 심해진 미래의 어느날로 하고 있고 부유한 도시에서 가난한 도시의 아이들을 재미를 위해 사지로 몰아가는 이야기였다.  내용은 이 소설과 맞닿아 있지 않지만 왠지 분위기 때문인지 생각나버린 소설이었다. 

"견인도시"는 "60분 전쟁"으로 인해 종말을 맞은 지구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이 "견인도시"를 만들어 약육강육적으로 큰 도시가 작은 도시를 잡아먹으며 생존하는 일종의 도시 서바이벌을 배겨으로 하고 있다. 문제는 지구가 안정이 된 후에도 "견인 도시 추종자"들이 남아 도시의 이동을 멈추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그래서 그들과 대립하는 "반 견인 도시 주의자들"이 생겨났고 런던에서 이 이야기는 시작된다. 

만약 영화화 된다면 이 소설은 어떤 모습으로 그려질까. 스타워즈처럼 아주 멋지고 화려한 스케일로 그려졌으면 좋겠다. 볼거리가 많지만 아바타처럼 인간의 마음을 잃지 않는 그 무언가를 갈구하게 되도록....그런 영화로 그려지면 근사하지 않을까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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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행록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22
누쿠이 도쿠로 지음, 이기웅 옮김 / 비채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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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진실은 결코 하나가 아니었다.

단 한 줄로 이루어지는 반전이 글의 전반을 뒤엎을 수 있다면 그 글은 충격을 던져주고도 남을 법한 이야기일 것이다.

 

누쿠이 도쿠로의 [프리즘]을 읽으면서 사실 작가의 명성은 약간 과장된 것이 아니었을까 생각했었다. 책이 주는 재미는 쏠쏠했지만 극찬할 정도의 그것은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이보다 훨씬 더 오래전에 쓰여진 요코미조 세이시의 작품들이 훨씬 더 감질맛을 내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우행록]을 읽으면서 그 생각을 떨쳐버릴 수 있었다.

 

단 하나의 이야기였지만 진실은 여러갈래로 우리를 헷갈리게 만들었다.

 

결국 모두가 진실을 이야기 하고 있는데도 우리는 정답을 쉽게 찾을 수 없었다. [라쇼몽]이라는 옛날 영화는 하나의 사건을 두고 여러명이 각자의 진실을 말하고 있었다면 [우행록]은 하나의 사건에 얽힌 두 남녀를 두고 이야기하는 모든 사람들의 평가가 진실이라는 사실이었다. 여기서 우리는 누군가를 바라보는 시선이 진실이어도 굴절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그가 선한가 아닌가를 떠나 내가 그를 어떤 시선으로 보고 있느냐에 따라 상대방이 선한 사람으로도 악한 사람으로도 변할 수 있다는 사실. 그 사실이 소설의 프리즘화 되어 각인될 수 있다는 사실은 작가가 가진 또 하나의 훌륭한 소설적 장치로 쓰여졌다.

 

침입자에 의해 부유한 주택가에 살고 있던 한 젊은 부부와 그의 아이들이 몰살되는 이야기가 사건의 처음이자 끝인 간단한 이야기였지만 범인을 색출하기 위한 주변인들의 인터뷰를 들으면서 시선은 범인이 아닌 부부에게로 향하고 있음을 깨닫게 되는 순간 우리는 범인을 잊어버리게 된다. 범인을 알아내는 일은 더이상 중요한 일이 아닌 것이다. 누가 죽였을까에서 왜 죽었을까로, 왜 죽었을까에서 죽어마땅한가로 변화되는 독자의 시선들.

 

중간중간에 누군가가 자신의 오빠에게 보내는 진실은 이야기를 방해하지 않고 작품 속 또다른 이야기가 되어 이어진다. 그리고 그녀의 이야기는 고백이 되어 남는다. 그 고백속에서 우리는 반전 2가지를 발견하게 되는데, 둘 다 상상하지 못할만큼의 놀라운 것이라 작가의 치밀함에 치를 떨게 된다.

 

이미 범인이 누구인지는 반전이 아니었다. 수사일지처럼 보이던 인터뷰의 본질을 깨닫는 순간, 그리고 고백 속의 그녀가 아이의 출생비밀을 밝히는 순간 나는 책을 탁 떨어뜨려 버렸다. 익살스머프의 익살 상자를 열었을때처럼 놀라움이 번져나가면서 나는 이 책이 미야베 미유키식의 사회 고발적내용과 요코미조 세이시의 추리적 서사형식이 합쳐진 재미를 가지고 있음을 깨닫게 된 것이다.

 

 

앞으로 더 재미난 책을 발견하게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만큼 놀라움을 가져다준 책을 쉽게 만날 수 있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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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스호퍼
이사카 고타로 지음, 오유리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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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카 고타로의 상상력은 이상하다. 언제나 그랬다.

 

상상력....이라고 하면 흔히 판타지나 sf적인 것들을 생각하기 쉽지만 그의 상상은 다른 곳으로 뻗친다. 그래서 감탄하면서도 농락당하는 느낌이 든다. 이 근사한 생각을 왜 나는 쉽게 해내지 못했지?라는....

 

그는 저 멀리 별같은 천재성을 뿜어내는 작가가 아니라 우리 옆에 나란히 서서 다르게 빛나는 존재처럼 재능을 뿜어낸다. 그의 작품을 읽을때마다 나는 내 자신이 살리에르가 되어가는 느낌이 들곤 했다. 그의 작품은 그정도로 독특하다.

 

[사신치바]를 재미있게 읽으면서 나는 작가의 작품들에 탐닉되기 시작했다.그래서 [그래스 호퍼]를 발견했을 땐 슬며시 웃음 지어졌다. 작가만의 독특한 비틀림을 구경할 수 있겠다는 기대감으로....

 

[그래스 호퍼]. 다소 낯설고 딱딱한 이 제목으로 이사카 고타로만의 세상보기가 시작된다. 킬러들의 세상을 보여주면서 그가 말하고자 했던 말들을 세상에 쏟아놓는다. 댐에서 물이 터져나오듯...

 

- 이 세상은 단순히 선과 악으로 나뉘지 않아.(룰을 정하는 건 높으신 양반들이지)

 

- 누군가 책임을 지고 자살하는 방법은 나름 효과가 있다

 

- 의심많고 소심한 자는 제 속 편하려고 끊임없이 수를 쓴다

 

- 상대할 가치도 없는 해충

 

라는 생각은 우리도 할 수 있지만 쉽게 내뱉진 못하는 말들일 것이다. 자신의 의견을 피력한다는 것, 언제나 빠져나갈 양쪽의 길을 확보하고 사는 우리들에겐 어려운 일일 것이다. 그런 면에서 작가의 용감함은 엉뚱함이 되기도 한다.

 

작품 속엔 여러명의 등장인물들이 등장하는데, 아내를 죽인 남자를 쫓기 위해 그의 회사에 위장잠입하는 전직 수학선생, 15년째 사람들이 자살하도록 유도하는 자살유도 킬러로 살아온 구지라, 일가족 몰살이 특기인 꽃미남 킬러, 세미, 밀치기 전공인 아사가오 등등 각자의 삶을 살아가는 듯 보이던 그들이 페이지의 진행 속도에 맞추어 퍼즐 맞추듯 짜맞추어지는 스토리 전개에도 혀를 내두를만 하지만 자신의 개성을 잃지 않은 채 조화되는 맛 또한 대단하다.

 

그래스호퍼는 마치 비빔밥 같았다. 각자의 고유한 맛은 그대로 살리면서도 합쳐짐으로써 조화된 맛 또한 보장되는...

 

이 작품 역시 이사카 고타로 다웠다. 히가시노 게이고와 이사카 고타로의 책은 어떤 책이든 작가의 이름이 브랜드 네이밍이 되고 있다. 두터운 신뢰만큼 작품이 훌륭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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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은행 통장
캐스린 포브즈 지음, 이혜영 옮김 / 반디출판사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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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감동은 억지로 만들어지는 게 아니다. 기교로만 쓴 소설에서 반전에 대한 감탄 외에 감동없이 책을 덮게 되면 그 이야기는 하루만에 머릿속에서 지워져 버린다. 하지만 일상을 노래하면서도 우리의 마음을 사로잡는 이야기들이 있다. 

[엄마의 은행통장]도 그 중의 하나로 기억될 것이다. 우리는 엄마가 세상 모든 일을 알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며 자란다. 그 첫번째 콩껍질이 깨어지는 나이는 20살. 어른으로 발돋움하기 시작하면서 엄마의 평범함이 보이기 시작한다. 그리고 30대가 지나면 엄마는 점점 보살펴야 할 대상으로 변한다. 우리의 키자람이 엄마의 어깨를 넘기 시작하면서부터 그녀는 더이상 엄마가 아니라 여자가 된다. 

엄마의 은행통장은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나 [내 생애 가장 따뜻했던 날들]에서와 같은 감동의 여운을 남긴다. 일부러 잘 쓰려고 만든 소설이 아닌 우리의 삶과 다르지 않은 그들의 삶 속에서 우리는 생의 선물을 발견하게 된다. 

엄마의 은행통장은 아이들에게 불안의 요소를 덜기 위해 생각해낸 엄마만의 방법이었다. 그래서 아이들은 언제나 잔돈이 없어질 때조차도 "그래, 우리에겐 은행의 돈이 아직 남아 있어."라며 절망하지 않는다. 많이 배우거나 아름다운 엄마라는 표현은 없지만 이 작은 대목에서도 우리는 엄마가 얼마나 지혜로운 사람인지 알게 된다. 사실 엄마는 평생 은행 근처에도 가보지 못한 사람이며 통장을 만들어 본 적도 없는 사람이다. 하지만 이 작은 상상은 아이들에게 긍정의 효과라는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 

넉넉하진 못해도 언제나 희망을 잃지 않는 엄마. 나쁜 일 속에서도 좋은 점을 찾아내려고 애쓰는 엄마. 딸의 생일과 다과회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엄마. 우리가 바라는 엄마가 소설 속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부드럽지만 강한 외유내강형의 최고봉인 엄마상이다. 

사실 엄마의 은행통장이라는 제목만 들었을때엔 아이들을 위한 경제서인줄 알았었다. 부자아빠 시리즈처럼 엄마가 심어주는 경제원리 내지는 개념 정도가 포함된 아동용 책이 아닐까 싶었는데, 읽지 않았으면 정말 후회했을만큼 좋은 소설이었다. 

좋은 것은 소문내고 다니는 성격인지라 이 책은 한 동안 내 소문 리스트의 1위에 등극되어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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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의 기교 - 개정판
데이비드 로지 지음, 권은.김경수 옮김 / 역락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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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법서도 자꾸 읽다보면 도가 트이는 모양이다. 애초에 작법이라는 게 장르마다 다르긴 하지만 그래도 한 장르속에서 말하게 되는 것은 누구의 입을 빌리든 공통내용이 있기 마련이다. 그래서인지 동일 장르의 작법서를 많이 구경하다보니 괜찮은 작법서와 반복되는 내용외에 별다른 특이성이 없는 작법서를 구별할 수 있게 되었다. 

서재의 책장이 자꾸 좁아져서 지인들에게 나누어주면서 상당수의 작법서도 골라 나누어 주었다. 내겐 꼭 필요한 작법서만 구비해 놓으면 되겠다는 마음을 들게 만든 훌륭한 작법서들은 여전히 책장에 터줏대감 앉아 있듯 모셔져 있지만.
그 책 중 한 권이 바로 데이비드 로지의 [소설의 기교]다. 구경하면서 구매만 해놓고 도통 읽을 시간이 없었던 이 책을 어제부터 읽기 시작했는데, 정독하는데 꼬박 이틀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너무 좋은 내용이 많아 흘려 읽기 힘들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작법서란 이렇듯 처음부터 끝까지 정독해 놓고도 사이사이 꺼내읽기 마련인 책들이다. 필요할때마다 필요구간을 찾아 읽는 것은 흡사 사전을 이용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영국의 소설가이자 비평가이며 명예교수로 재직했으나 현재는 전업작가로 활동중인 데이비드 로지. 그는 같은 내용을 다르게 포장해서 더 쉽고 재미나게 작법을 풀어놓고 있는데 딱딱하지 않아서 좋고 언제나 시작은 풍성하게 작품 예시로 해서 더욱더 마음에 들어버렸다. 

서사문학인 소설의 수수께끼 효과와 서스펜스 효과를 언급하는 부분에서는 그동안 고민하고 있었던 문제의 해결점을 찾게 된 것만 같아 "심봤다!!"를 외쳐버렸고, 인과성과 시간성은 적절하게 풀어져 있어 급히 메모하게 만들었다. 

말을 잘하는 사람들을 보면 같은 말을 해도 감탄할만큼 마음에 담기게 만드는데, 글도 마찬가지다. 같은 내용으로 써도 누군가의 풀이는 머릿속으로 직행하게 만드는 마법이 발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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