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여 땅이여 사람들이여
지창룡 / 자유문학사 / 199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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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길은 내가 가야할 길이 아니었다. 
하늘은 내게 그 길을 허락하지 않았다.



대통령들이 권한 자리도 사양했던 대통령의 "국사"가 내뱉은 말이다. 
권력의 측근에 있게 되면 자연히 권력과 야망에 물들어갈 줄 알았는데, 철학박사이자 한국 역리학회 회장이었던 지창룡 선생은 그렇지 않았던 모양이다. 

그는 왜 그 자리들을 마다했을까?

7살 어린 나이에 신라 마지막 왕인 경순왕이 시켰다며 천제와 산신제를 지낸 특이한 이력. 신병에 걸리진 않았으나 몽교(꿈을 통한 계시)를 통해 주사야몽하며 풍수를 공부했던 특이한 사람. 그가 풍수와 역학을 공부하게 된 배경에는 특이한 집안 내력이 존재하고 있었는데 "여곡성"도 울고 갈만큼 남자의 씨가 말랐던 그의 집안은 가까운 조상의 묫자리 일화가 얽혀 있었다. 

과학 문명이 첨단을 달려도 인류의 삶이 계속되는 한 역철학의 존재는 여전하다고 밝히는 그는 극히 세속적인 물음에 답하며 살아온 팔십세월이 지독히 외로웠다고 고백하고 있었다. 인간은 누구나 혼자이며 누구든 외로움을 느낄 수 있겠지만 그는 특히 더 외로움과 고독에 몸무림쳤던 것일까. 


만남은 果를 낳고 윤회는 고통을 낳는다...

운명의 힘은 성자의 말씀보다 더 강하다는 말처럼 동경에서 만난 도인이 그의 길을 알려주었고 해인사가 있는 가야산 에서 기거하며 역학에 몰두하기 시작했던 그는 신통은 아니지만 법통이 되어 하산했다. 이루 국군 묘지조성,5/16 군사 혁명전 박대통령의 적정시기를 봐준 것 뿐만 아니라 6/25발발, 청계천 복개 공사로 인한 세 대통령의 불운, 공산주의의 패망등을 알아맞추며 유명해졌다. 

도선국사, 무학대사 등등 과거 역사 속에도 뛰어난 국사들이 있어왔지만 우리는 그들의 예언을 지나고 나서야 알 수 밖에 없는 불운을 타고 태어났다. 그들의 예언이 실현되기 전에 믿게 되면 좋으련만 항상 그 뒤에나 알게 되어 불운이든 행운이든 맞딱들이고서야 무릎을 치는 우를 범하고 있다. 

나는 다만 천직을 찾아왔을 뿐이다....

그는 행운 가운데 으뜸이 사람을 만나는 일이라고 했다. 살면서 우리는 수천명의 사람과 비껴가고 있는데 그 중 우리에게 필요한 사람, 내 운명의 사람을 헤안없이 어떻게 알아볼 수 있을까. 늘 함께 하지 않기에 행운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아닐까. 사람을 만나는 일. 가장 행운이라는 그 일을 근래 등한시 하였기에 이번달엔 저자의 충고에 따라 사람들을 만나러 다닐까 싶어졌다. 나를 알아주는 귀인을 만나는 것~!!!예전 사회생활을 처음 시작할때 누군가가 내게 해준 좋은 말의 일부였던 것처럼 저자도 똑같은 말을 책을 통해 전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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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양을 등에 지고 그림자를 밟다
박완서 외 지음 / 현대문학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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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55주년 [현대문학] 기념 소설집에는 좋아하는 작가들의 작품이 가득했다.
박완서, 윤후명, 조경란, 양귀자 작가를 비롯한 총 아홉 작가의 작품을 한꺼번에 읽어볼 수 있어 좋았다. 마치 원스톱 쇼핑몰에 윈도우 쇼핑 온 것처럼 마음껏 골라 읽을 수 있는 즐거움.
책이 주는 즐거움 중의 하나에 빠져 시간을 보낸다.

처음부터 읽기. 는 왠지 식상하다. 그래서 언제부턴가 꼭 그래야 하는 작품이 아니라면 처음부터 읽기보다는 마음대로 읽기를 행하고 있다. 추리소설이나 일반 소설이야 처음부터 읽어야 마땅하겠으나 단편 모음집이나 자기계발서, 경영서, 패션뷰티 서적 등등은 굳이 처음부터 보지 않아도 좋을 종류의 책들이니까. 

[석양을 등에 지고 그림자를 밟다]라는 근사한 제목의 책도 좋아하는 작가부터 골라 읽기 시작했는데, 박완서 작가의 글이 제일 먼저 있어서가 아니라 9명의 작가 중 가장 좋아하는 작가여서 골라 읽기 시작했다. 

살면서 더 많은 작가들을 알게 되겠지만 유명 작가 중 몇몇은 엄마 때문에 좋아하게 된 케이스다. 법정 스님의 글은 중학교 시절 시험 전인데도 불구하고 꼭 읽어보라고 일부러 책상에 스크랩해두셨고, 이해인 수녀님의 책은 언제나 선물해주셨으며 브론테 자매의 책들은 너무 이르긴 했지만 초등학교 저학년때 책읽으시는 엄마의 어깨너머로부터 조금씩 맛을 들이기 시작했었다. 그 외 몇몇 작가들이 더 있긴 하지만 책읽는 엄마는 책읽는 습관을 고스란히 물려주신 것은 물론 당신이 좋아하는 작가까지 딸에게 전해주셨다. 

언제부턴가 박완서 작가의 글을 곁에 두시는 엄마. 마흔의 나이에 처녀작 [나목]을 쓴 여류작가의 글 어느 부분이 엄마를 매료시킨 것일까. 엄마는 그녀의 글이 일상적이면서도 잔잔하지만 뼈대가 굵어 좋다고 하셨다. 

엄마가 좋아하는 작가의 "녹두알만한 얼굴"은 그래서인지 제목부터가 참 정겹게 느껴졌다. 도시에서 나고 자라 한번도 녹두알을 본 적이 없어 가히 상상이 가진 않지만 녹두알 만한 얼굴이란 작다는 의미 말고 또 다른 이중적 의미가 숨어 있을 것만 같다. 아버지가 없었던 어린시절부터 넉넉해지기까지의 일대기와 맹모삼천지교형 엄마를 추억하는 작가의 성장기, 그리고 "왜 하필 소설이었을까"라고 되뇌어도 좋을만큼 어느 새 쓰기가 시작된 소설까지. 작가의 삶이 몇 장 속에 빨래개듯 개켜져 있었다. 

누군가의 삶이 전기나 수필, 인터뷰가 아닌 소설의 형식을 빌어 드러나는 것도 남달랐지만 남편을 잃고 아들을 잃고, 그러나 여전히 살아 글을 쓰는 작가의 심정을 함께 멈추어서 손잡는 기분으로 탐독했다. 독자이지만 이해하고 싶어진 그녀의 삶. 

수록된 다른 작품들도 좋았지만 "녹두알만한 얼굴"이 가장 인상깊게 남은 까닭은 여기에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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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풍수 1 - 산국(山國) 나남창작선 33
김종록 지음 / 나남출판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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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오 지창룡 박사의 풍수 훈수를 참고하여 쓰여진 소설이라고 해서 [풍수]는 읽기 전부터 기대가 큰 작품이었다. 미신이냐 아니냐를 떠나서 일제시대 그들이 우리의 기를 단절시키기 위해 우리 국토 곳곳에 자행했다는 그 만행들은 알게 되면 알게 될수록 화가나는 사실이다. 

[퇴마록]에서도, [터]에서도 언급된 바 있는 일제의 풍수만행.

풍수를 단순 미신으로 치부하며 멀리하기 보다는 하나의 문화 코드나 풍습으로 이해하면 거부감이 덜하지 않을까. 교양과목으로 풍수강의를 들은바 있는 내게 풍수란 맹신할 필요는 없지만 미신으로 치부하기엔 아까운 학문으로 보인다. 나쁜 말은 걸러내고 좋은 말만 뽑아서 우리의 삶에 접목시킨다면 유용하지 않을까 싶다.

정득량의 증손자인 정윤서의 죽음으로 밝혀지는 선조들의 숨은 이야기는 이제 막 시작되었을 뿐이다. 조상묘 잘써 후손이 출세한다?는 이야기는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어디에서든 들어봄직한 이약기가 아닐까 싶다. 도시에서 자랐지만 나 역시 어른들의 이야기 속에서 혹은 텔레비전이나 소설 속에서 이런 말들을 들어봤던 것 같다. 명당. 과연 명당은 존재하는 것일까.

패러다임이 바뀐 세상 속에서도 풍수는 중요하다는 사실을 짚고 넘어가며 소설은 시작된다. 비슬산, 무등산, 마이산 등등 명산들이 등장하며 정참판의 명당욕심에 관한 이야기를 살짝 흘려 놓는 것이 바로 1권의 스토리 라인이다. 

"의원이 잘못하면 환자 하나를 잡지만 풍수를 잘못하면 집안을 망친다..."라는 무시무시한 말과 함께 스스로 시신을 보호하지 못한 명당 이야기와 아들 다섯이 두달 사이에 모두 미쳐 의원도 굿도 소용없는 에피소드는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읽어도 사실감에 젖게 만든다. 

요즘이야 화장을 하고 납골당에 모시는 추세이긴 하지만 그래도 아직 땅에 묻는 사람들도 꽤 있을 터였다. 특히 선산이 있어 선산에 가족장을 지내는 이들에게 명당과 오렴, 풍수의 의미는 남다르지 않을까. 

이 재미난 이야기가 이제 막 시작되었을 뿐인데, 나는 이미 절반쯤은 읽은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옥수수 알차듯 빼곡한 이야기의 흐름속으로 쏘옥 빠져들어버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7권 중 나는 이제 1권을 읽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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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풍수 2 - 바람과 물의 노래 나남창작선 34
김종록 지음 / 나남출판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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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수]의 2권은 미치광이가 되었다가 정상인으로 돌아온 정득량의 이야기다. 
명예욕이 강했던 할아버지 정참판의 야심으로 인해 화를 당했다가 살아남은 손자 득량. 
그는 일본 유학길을 접고 구한말 전설의 풍수 진태을을 밑에서 풍수를 공부하기 시작한다. 
허나 풍수를 공부하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간룡법, 장품법, 득수법, 점혈법 등 뿐만 아니라 용맥이 흘러오는 산과 사격, 물 그리고 방위 등도 알아야 하고, 음양오행도 알아야 한다. 이 뿐인가. 이론과 실제는 또 다르다. 현장에서의 경험 또한 중요한 일이니 풍수는 복합적이며 어려운 학문이라 하겠다. 

단지 소설을 통해 읽는 것인데도 풍수는 한없이 매력적이면서 또한 아무나 할 수 있는 학문으로 보이질 않는다. 

학문적으로 풍수를 익혀가던 득량과 반대로 정 참판의 명당자리를 훔쳤다가 발각되어 몰매를 맞았던 조판기의 작은 아들 또한 풍수쟁이가 되어 있었다.  그리고 제 버릇 개 못준다고 일가는 도굴을 하다가 일본에게 걸려 풍수침략의 앞잡이로 전락해 버렸다. 

풍수는 미신이라며 빨리 벗어나라던 왜인들이 왜 그토록 풍수에 미쳐 강산의 혈자리를 끊고  공동묘지제도를 시행했을까. 겉과 속이 다른 그들의 마음을 눈치 채지 못하고 그저 좋아했던 순박한 그 시절 우리네 조상들이 무지몽매해보이고 안타까울 따름이다. 득량이라고 다를바 없었다. 왜놈들의 수작에 놀아나 태을의 노여움을 사고 말았으니....


2권의 명언들은 직선적으로 표현되고 있었는데, 개천에서 용난다는 말은 다 허튼소리? 찾아보면 그럴만한 사연이 있다....라는 구절이나 인물이란 아무 데서나 태어나는 게 아니었다. 준비하고 기다리는 집안에서 나오게 마련이었다. 는 말은 저출산 시대인 현대르 사는 우리들에게도 많은 생각들을 하게 만드는 구절이다. 준비하고 기다리라...많이 낳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잘 낳아서 바르게 길러야 하는 것이 부모됨의 기본이 아닐까. 책의 어느 부분처럼 섹스는 쾌락 이전에 자기 복제라는 말에 공감이 간다. 대를 잇는 다는 것. 그리고 좀 더 나은 후세를 바라며 자기를 복제한다는 것. 그래서 그 염원이 묻히는 순간까지 이어진다는 것. 삶과 죽음의 이 숭고한 고리 끝에 비밀이 있어 보였다.

미신으로 치부하기엔 따져볼 일이 많은 풍수. 풍수에선 말하고 있다. 명당은 시간과 공간, 인간의 삼간을 이야기 하며 시간은 천문, 공간은 지리, 인간은 천지인을 각각 뜻해 이들을 삼재사상이라고 부른다고.

어려운 이야기는 건너뛰어도 되겠지만 이 정도의 이야기쯤은 우리도 가슴에 새겨봐야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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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인슈타인의 생각 실험실 2 - 엘리베이터에서 일반상대성이론을 만나다
송은영 지음 / 부키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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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거 할아버지만큼 유명한 산발머리 박사님이 있다.
그럴 처음 알게 된 것은 한 위인전에서였는데, 그의 이론이나 전공보다는 그 부스스한 스타일이 매우 인상적이었던 그는 아인슈타인이었다. 

슈바이처 박사와 함께 양대 은발의 독특한 스타일을 자랑하던 그의 이론을 두고,
"상대성 이론을 정확히 이해하는 사람은 지구상에 단 3명밖에 없다."라고 한 말은 진리인 듯 하다. 그만큼 까다롭고 어려우며 완벽한 이해는 불가능하다는 말이 아니까. 

사실 아인슈타인의 이름은 누구나 잘 알지만 그의 이론은 쉽게 접근하기 어렵다. 나조차도 상대성이론에 관심을 가질 생각조차 평생해보지 않았으니...대한민국의 대부분은 그런 생각으로 살고 있지 않을까. 무관심이라고 해야 올바를 것이다. 

전반적으로 일반인들의 뇌 속엔 "과학은 재미있지만 어렵다"라는 생각이 지배적일 것이다. 상대성이론, 만유인력, 동강과 실험....이런 말만 들어도 머리가 아파오는 사람들이 많다. 그래서 저자의 접근은 상당이 신선하다. 

어려운 과학으로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호기심 어린 퀴즈를 던진다. 마치 추리소설 해결하듯 우린 과학의 퀴즈속으로 빠져든다. 예를 들자면 이런 질문들인데,

- 자유 낙하하는 사람은 자신의 몸무게를 느낄 수 있을까?

느낄 수가 없다가 답이지만 떨어져보지 않았으니 선뜻 대답하기 망설여졌다. 엘리베이터가 줄이 뚝~!!끊어지면 그 순간부터 "등속운동"이 아닌 "자유낙하"를 한다는 설명을 읽으면서 질문에 대한 답은 더 궁금해지고 있었는데, 꼬리에 꼬리를 물듯이 계속해서 설명들이 자세히 이어져 호기심을 늦추지 않아도 되었다. 

무중력 공간에서 등속운동 시 몸무게는 0킬로그램이 된다니...!!너무 반가운 일이 아닐까. 살이 빠지지 않아도 0킬로그램이 될 수 있다면...얼마나 신나는 일인지...이 대목을 읽는 순간 다이어트를 위해 애쓰는 전 세계 여성들은 무중력 공간에서 생활하기를 꿈꾸지 않을까 싶어 한참을 웃게 되었다. 

아무리 쉽게 풀어 설명해도 어려운 부분은 있다. 하지만 과학 자체를 이해하기보다는 재미를 붙들어 놓고 과학의 원리에 물들에 만든다는 점에서 이 책은 너무나 사랑스럽게 느껴진다. 

재미난 과학~!!
우리가 바라던 과학은 여기서부터 출발하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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