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의 손은 붉게 물들고 매드 픽션 클럽
미치오 슈스케 지음, 이영미 옮김 / 은행나무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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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치오 슈스케의 작품은 처음이지만 [용의 손은 붉게 물들고]는 뛰어난 작품으로 기억될 것이다. 초등학생부터 대학생에 이르기까지 각기 다른 나이 때의 4인은 성별 상관없이 하나의 사건에 얽혀든다. 단 한 자락의 의심. 그것이 그들을 그렇게 만들고 말았다. 

먼저 렌과 가에데 남매는 아빠가 죽고난 뒤 재혼한 엄마마저 세상을 떠나면서 의붓 아버지와 함께 살게 된다. 그 어색함은 결국 의붓 아버지가 여동생을 강간했다라는 의심으로 번지고 설상가상으로 친구의 여친마저 의붓 아버지에게 지하철에서 성추행 당했다는 소리를 듣게 된다. 

"차라리 죽어버려" 가 렌이 품게 된 마음이었다. 

하나밖에 남지 않은 유일한 가족인 오빠에게도 털어놓을 수 없는 비밀을 떠안게된 가에데. 그런 그녀에게 어느날 협박 편지 한 통이 배달되고, 유일하게 범인이 누구인지 알지만 사실대로 말할 수 없는 그녀는 어느날 납치되고 만다. 

한편 엄마를 죽인 것은 새엄마라고 생각하는 다쓰야는 사사건건 반항하려들고 아빠마저 죽은 상황에서 새엄마를 곤란하게 만들 일만 벌이지만 동생 게이스케는 그런 형을 말리고 싶었다. 하지만 죽기 전 엄마의 동영상을 보게 된 게이스케는 결국 엄마를 죽음으로 몰고간 것은 자신이라고 생각하게 되고 어떻게든 형을 말려보려고 노력하다가 형이 같은 학교 여학생인 가에데에게 특별한 감정을 가진 것을 눈치 챈다. 

비오는 밤. 새엄마를 곤란하게 만들기 위해 동생을 부추겨 도둑질을 하러 들어간 가게에서 알바생 렌과 형제는 마주친다. 자신과 같은 가정환경인 형제에게 동정심을 느끼게 된 렌은 그들을 용서하고 형제는 그런 렌을 찾아 집으러 갔다가 렌남매가 의붓 아버지의 시체를 버리러 가는 것을 우연히 목격하게 된다. 

같은 환경, 같은 의심, 같은 마음. 그래서 얽히게 된 그들 4명의 운명은 범인의 손에 달려 있고, 이 모든 것이 하나의 오해에서 비롯되었음을 그때서야 깨닫게 된다. 이미 죽어버린 의붓 아버지의 진심과 새엄마에 대한 오해가 풀렸지만 처음 시작이 우울했듯 끝도 역시 밝은 빛으로 끝나는 것은 아니다. 

비오는 날에 시작해서 비오는 날에 끝나는 듯한 느낌을 갖게 만드는 [용의 손은 붉게 물들고]는 작가의 탁월한 구성력이 눈에 띄는 작품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눈을 떼지 못하게 만들고 무서운 속도감으로 파고들게 만들어 끝까지 읽게끔 만들어 버린다. 대단한 작품이 아닐 수 없다. 

미치오 슈스케의 다른 작품이 번역되어 있는지 찾아봐야겠다고 마지막 장을 덮기 전에 결심하게 만드는데 이는 작가의 다음 작품을 통해 단 한 작품만 이토록 뛰어난지 모든 작품이 뛰어난 작가인지 확인해 보고 싶게끔 만들고 있다. 작가가 가진 도발성은 뛰어남에서 비롯된 것이라 박수를 쳐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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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오시마 삼인삼색 - 여행과 예술을 사랑하는 3인, 예술의 섬 나오시마를 가다.
전용성.황우섭.염혜원 지음 / 웅진리빙하우스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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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작가와 그림작가 그리고 자유기고가가 뭉쳤다. 
우리나라도 아닌 일본의 한 섬을 위해. 섬의 이름은 나오시마. 오카야마와 가가와 현 사이에 있는 일본 세토내해 섬 중 하나로 둘레가 16킬로미터인 섬이 바로 나오시마였다. 주민은 고작 3600명 정도. 하지만 이 섬은 지금도 진화를 계속하고 있는 디자인과 예술의 섬이다. 

매년 섬을 먹여 살리는 수입원은 관광자원인데, 섬을 둘러본 사람들이라면 충분히 이해하고도 남을 모습의 섬이었다. 정말 "백문이 불여일견"이라는 말이 딱 들어맞는 섬을 바라보며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매력적인 공간임을 알게 되었다. 물론 책을 통해서이긴 했지만.

전실장님,우섭,염씨로 불리는 삼인방은 따로 혹은 또 같이 다녀오기도 한 나오시마를 소개하고 있는데 이 새로운 컨셉의 예술섬, 나오시마는 자연적인 풍경이 아닌 인공적으로 다듬어진 모습이지만 우리의 눈길을 사로잡기에 충분한 곳이었다. 

도착하면 제일 먼저 만나게 된다는 빨간 호박은 그 모습이 꼭 무당벌레 등껍질 같이 생겼는데, 선박 터미널 겸이라고 하니 섬에 여행가게 되면 꼭 그 앞에서 사진을 찍어야겠다 라고 다짐하게 만들고 여인의 인체를 이용한 세련된 네온과 미술관이자 호텔인 베네세 하우스는 꼭 둘러보고 싶게 만드는 명소이기도 했다. 

또한 그간 너무나 궁금했던 안도 다다오의 공간도 구경할 수 있다니 더이상 이 섬이 시골 어촌 마을인지 정말 예술의 섬인지 헷갈리기 시작했다. 

좀 더 넓게 빼먹지 않고 둘러보고 싶다면 아이의 작품인듯 하게 그려진 나오시마 간단지도를 통해 네비게이션 삼아 섬을 둘러볼 수도 있을 것이다. 

섬 하나에 이토록 많은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니 놀랍기도 했고 관광자원을 위해 예술을 위해 섬 하나를 통째로 이렇게 만들어버린 일본인들의 정신이 놀랍기도 했다. 

나오시마. 알고 나니 일본의 그 어떤 지역보다 먼저 가보고 싶게 만드는 곳이었는데, 겨울이라도 배가 선착하는 날씨만 된다면 당장 가보고 싶어지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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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오른손
조엘 타운슬리 로저스 지음, 정태원 옮김 / 해문출판사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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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일이었다. 결혼이 급한 나머지 5일을 기다리지 못하고 버몬트까지 가려던 젊은 커플이 왜 사나워보이는 히치하이커를 차에 태우게 된 것일까. 일반적으로는 부랑자를 태우지 않을 뿐더러 그들은 아주 급한 커플이었다. 또 살인범은 어디로 사라졌으며 왜 그는 남자의 손을 잘랐던 것일까. 

모든 것이 의문에 쌓인 가운데 나는 독자로서 작중 탐정격인 닥터 해리 리들의 추리를 따라 사건을 따라갈 수 밖에 없었다. 마치 미드 [콜드케이스]를 보는 듯한 화면 영상을 상상해가며.

고아인 엘리너 대리는 뉴욕에서 일했다. 리들 보험대리점의 접수담당이 된 그녀는 덱스터의 사업을 원조하기 위해 생명보험에 들러온 세인트에이메와 결혼하기에 이른다.  아버지의 친구이자 결혼을 도와줄 뷰캐넌의 집으로 가기 위해 벌링턴으로 향하는 중 히치하이커 코르크스크루를 차에 태우게 된다.  죽은 고양이 시체로 커플의 눈길을 끈 그는 마흔 다섯 살 정도의 나이에 160센티미터쯤 되는 신장.  수염이 무성하게 자란 지저분한 모습의 남자였다. 그런 남자를 겁도 없이 태우고 가다가 세인트에이메는 오른 손이 잘린 채 살해된 모습으로, 엘리너는 도망치는 모습으로 발견된다. 

반면 뷰캐넌의 악성뇌종양 수술을 의뢰받은 해리는 수술 중 환자가 죽자 다시 뉴욕으로 돌아오고 있었는데, 그가 길어서 본 것은 180미터 정도의 키 큰 남자였다. 그는 숲으로 사라졌다. 

결과적으로 이 모든 사건은 한 남자자 손을 목적으로 순진한 여자를 꼬여 죽이려던 계획에서부터 출발되었다. 그리고 왜 오른 손을 잘라야 했는지는 사건이 거의다 파헤쳐질 무렵 알려진다. 게다가 1인 다역을 한 범인의 정체와 그를 멈추기까지의 숨막히는 몇 분이 진행된다. 사실 요즘의 호흡으로 보자면 이 책의 매력을 발견하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책이 1945년에 쓰여진 것을 감안하고 읽는 다면 뛰어나다는 점에 동의하게 될 것이다. 다만,  감동적이었던 "그린마일"을 제쳤다는 사실은 아직도 이해불가능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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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의 마지막 장미 - 조세핀과 나폴레옹의 사랑 이야기
발트라우트 레빈 지음, 두행숙 옮김 / 아일랜드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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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동일 제목으로 일본 작가 온다 리쿠가 소설을 출간했다. 제목이 같기는 하지만 발트라우트 레빈의 [여름의 마지막 장미]는 황후 조세핀과 나폴레옹의 사랑이야기다.

 

잘 알려진 이야기. 하지만 언제나 상반되는 평가를 받는 여성의 이야기.

 

훗날 조세핀이라 불리는 이 여성은 1763년 프랑스 식민지 마르티니크 섬에서 태어났다. 코르시카 출신의 나폴레옹처럼 그녀도 식민지 섬 출신이었다. 열여섯에 백작부인이었던 그녀는 남편과의 사이에 두 아이를 출산하고는 곧바로 이혼했는데 그 후 여러명의 애인을 거느리며 화려하게 살았다. 왕조가 무너지고 공화정이 들어서는 혼란기. 사랑이 아니라 형편과 사치를 위해 남자를 갈아타다 나폴레옹과 마주친 때는 혁명 정부의 총재 바라스의 애인인 상태였다. 하지만 그녀의 사치스러운 생활을 감당하기 힘들었던 바라스는 정부를 부하에게 인계했는데 그가 바로 나폴레옹이었다.

 

우월한 군사 전략을 냉혹하게 사용했던 황제 나폴레옹. 그도 그당시에는 아직 때를 못만난 가난한 군인으로 키작고 초라한 남자에 불과했다. 부유한 여성과의 결혼을 부르짖던 그는 데지레라는 여성과 약혼상태였으나 조세핀을 만나 그녀와 결혼하고 만다. 스물 다섯의 나폴레옹을 단숨에 사로잡은 서른 셋의 이혼녀 조세핀.

 

그녀의 매력은 대체 어느 정도였길래 나이불문하고 남자들을 사로잡아 버리는 것일까. 후일 그녀는 나폴레옹과의 이혼 전후로 해서도 10살 넘게 차이나는 애인들을 거느리며 살게 된다. 누군가의 예언처럼 그녀는 정말 "당신은 불행한 결혼을 하게 될 것입니다. 과부가 되었다가 훗날 어느 황제의 아내가 될 것입니다. 그리고 불행해질 것입니다."의 삶을 답습하며 살게 된다.

 

나폴레옹이 전쟁터에 나가 있던 당시에도 끊임없이 뿌려진 염문설의 주인공이었던 조세핀은 시댁과의 사이도 좋지않아 언제나 축출대상 1호로 찍혀 있던 상황이었지만 언제나 그랬듯 나폴레옹과의 불화를 잠식시키며 황후의 자리에 오른다. 많은 핸디캡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삶을 유리하게 틀어쥐어왔던 그녀에게도 위기가 왔으니 바로 나폴레옹과의 사이에 아이를 낳지 못했던 것. 결국 그 점으로 인해 이혼당하지만 나폴레옹이 죽는 순간까지 입버릇처럼 말해온 여자는 조세핀 하나였다고 했다. 지독히 사랑하고 끊임없이 미워하면서도 결국엔 진정 헤어지지 못했던 나폴레옹과 조세핀 커플.

 

그들이 정말 서로를 사랑했는지 사치와 권력욕을 사랑했는지는 둘만 아는 비밀이겠지만 떨어질 수 없는 찰떡 궁합이었던 것은 맞는 것 같다.

 

소설은 조세핀의 딸 오르탕스의 시선에서 시작되는데 그렇기에 소설은 조세핀을 경박한 여인이 아닌 매력적인 여인의 관점에서 이해할 수 있도록 돕고 있었다.

 

여름의 마지막 장미는 결국 황후 조세핀이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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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필로 고래잡는 글쓰기 - 글 못 쓰는 겁쟁이들을 위한 즐거운 창작 교실
다카하시 겐이치로 지음, 양윤옥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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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의 작법서가 있다. [연필로 고래잡는 글쓰기]는 작법서 이면서 멋지게 완성하는 기술의 비밀을 알려주고 있다. 아주 쉬운 말투로. 글 못 쓰는 겁쟁이들을 위한 즐거운 창작 교실이라고 말하면서도 창작에 앞서 흉내내기부터 시작하라고 한다. 여기서 말하는 흉내내기가 베껴쓰기와는 다르다는 것은 책을 읽어보면 알게 되는 사실이다. 

몇 마디 나누나보면 신기하게도 누구나 다 한번쯤은 글을 써보고자 하는 열망을 가지고 있는 듯 했다. 전업 작가로서의 길을 택하는 것이 아니라 멋진 책의 저자가 되어 보고싶은 꿈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장르도 파괴되고 너나 할 것 없이 자신의 분야 책을 예전에 비해 쉽게 출판하고 있는 요즘. 그래도 끝까지 쓰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이 책은 좋은 안내서가 되어주고 있다. 

시작하고 싶지만 시작이 어려운 이들, 시작했지만 막상 어디로 가야할지 방향을 잃은 이들이 글쓰기를 잠시 멈추어 둔 채 보아도 좋을 그런 책이었다. 무엇보다 이렇게 이렇게 써야 한다는 식의 틀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그렇게 하면 안되는 이렇게 해 보라는 식의 충고가 대부분이라 읽는 내내 편한 마음이 들었다. 누군가에게 지시 받는 것을 싫어하는 내게 딱 맞는 작법서였다고나 할까. 

이야기의 세계에 좀 더 깊이 들어가기 위해서는 연습이 필요하다. 즐거운 마음으로 소설을 가지고 놀려는 마음가짐도 필요하고, 충분히 실컷 즐기면서 글을 써내려가는 요령도 필요하다. 타 서적에서 작법에만 치중해 같은 이야기의 반복습득을 하게 만드는 것과 이 책의 다른 점은 바로 그 곳에 있었다. 

책은 이야기 하고 있다. 

이야기는 쓰는 것이 아니라 붙잡는 것이라고....나는 왜 진작에 그렇게 생각하지 못했던 것일까. 그의 이야기를 듣고 있자면 정말 소설은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장난감 상자같이 느껴진다. 

이야기꾼이 되기 위해서 이 책의 작법으로만은 부족함을 느끼는 이들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적어도 그 시작에 앞서 올바른 마음가짐을 잡아주는데는 전혀 부족함이 없는 작법서였다. 즐겁게 구경하고 즐겁게 행하다보면 어느샌가 그가 말했던 순간이 오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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