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장들의 스캔들 - 내 심장은 그댈 향해 뛰고 있소
홍지화 지음 / 작가와비평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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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괴테, 톨스토이, 빅토르 위고...이 세 명의 공통점은?

 

 

이라는 문제가 [골든벨]에 나왔다면 그 정답은 각 나라를 대표하는 대문호 내지는 세계사 속에 빛나는 작품을 내놓은 작가군 정도가 되겠지만 이 문장이 넌센스 퀴즈라면? 혹은 수능식 응용문제처럼 다른 답은 요구하는 면접문제라면 출제자의 의도부터 파악해 보는 것이 먼저일 것이다.

 

책의 첫장을 펼치며 나는 이 문장을 발견하고 그냥 다음 문장 읽기를 멈추어버렸다. 문장의 시작을 이렇게 하는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고 그 다음에 붙여지는 문장의 답변에 따라 저자는 그 방향으로 인물들의 해석을 덧붙여 놓았을 것이기 때문에 먼저 유추해보는 시간을 갖고 싶었다.

 

I GUESS.....!

 

생각해 본다는 것의 즐거움은 습관화 되어 있지 않은 사람들에게 경험해보라고 권해주면 힘들어 할만큼의 시간이 되겠지만 습관이 된 사람들에게 이 시간은 즐거움이 가득한 시간이다. 저자가 어느 방향으로 풀어갈지를 생각해 보는 것, 그것만큼 재미난 상상놀이가 또 어디 있을까!  제목이 [거장들의 스캔들]인만큼 답변은 아마 그들이 일으킨 큰 스캔들이 아닐까 싶어졌는데 저자가 붙여놓은 답변은 이러했다.

 

타고난 바람둥이. 세계문학사의 3대 호색한

 

남자들에게 이 별명은 자랑스러운 것이 될 수도 있을테지만 여성들에게 이들의 별명은 수많은 여성의 두눈에서 피눈물을 쏙 뽑아낸 나쁜 녀석들이라는 것과 일맥상통하기에 그다지 부러운 것이 되지 못했다. 진중한 작품을 써온 그들의 힘의 원천이 연애였다니.....! 조금 놀라긴해도 색다른 발견이라 읽어나가다보니 남자뿐만 아니라 여러 유명 글쟁이들을 탄생시킨 여성의 이름도 언급되어 있었다. 바로 루 살로메였는데 그녀의 남성편력이 재능있는 남자들의 재능을 폭발시켜 시를 쓰게 만들고 소설을 쓰게 만들었단다.

 

천재들의 사랑도 천재들이 사랑한 그녀의 삶도 글로 그려진 가운데 불행했던 작가 에드거 앨런 포나 불후의 걸작으로 첫사랑을 승화시킨 단테, 사랑이라는 의미를 다시 생각해보게 만든 보부아르와 사르트르의 사랑은 누군가의 스캔들이어서가 아니라 세상에 뿌려진 많은 사랑 가운데 하나여서 궁금하게 만들고 읽어보게 만든다.

 

연애는 그 두 사람만 아는 진실이 담겨 있으며 사랑에는 정답이 없다는 말을 통감하게 만드는 [거장들의 스캔들]은 거장이라고 일컫어지는 그들 역시 하나의 인간이었으며 인간의 삶을 살다간 사람이라는 다소 인간적이 이해를 돕게 만드는 책이다.

 

그들은 이렇게 사랑했다. 때로는 달콤하게 그러나 독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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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집
나카지마 교코 지음, 김소영 옮김 / 서울문화사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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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사독본]을 첫권으로 내고 이젠 다른 책을 출판해보자는 출판사의 말에 독신의 다키 할머니는 지난 세월 속 비밀의 빗장을 풀어낸다. 쇼와 40년대. 아직까지 일본에 "하녀살이"가 존재하던 그때 그녀는 하녀였다. 초등학교를 겨우 졸업한 여섯째 중 다섯째로 마을 근처가 아닌 저 멀리 도쿄로까지 가게 된 일을 두고 그녀는 지금까지 운이좋았다고 회상하고 있다.

 

도호쿠 지방의 한 현 출신인 시골뜨기 아가씨의 눈에 도쿄는 어마어마한 곳이었다. 더군다나 힘들어하던 언니와 달리 세련된 도시로 나온 그녀는 대우받는 고용인으로서 즐거운 생활을 할 수 있었다. 하녀가 부족하던 시절이라 정중하게도 "다키 씨"라고 불리며 가족의 일원으로 대우받을 수 있어 스스로도 충직하게 생활했던 그 집은 미모의 사모님이 계신 곳이었다.

 

히라이가 사모님은 첫번째 남편과 사별하고 그 사이에서 난 아들을 데리고 재가했는데 재가의 상대는 완구 회사의 중역으로 그 세 식구와 다키 이렇게 네명이 한 집에서 기거하며 즐거운 생활이 계속되고 있었다. 그러던 사이 도키코 사모님의 권유로 다시 학업을 계속하게 되지만 곧 교이치 도련님이 소아마비에 걸리면서 학업도 중단되고 일본 역시 전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리면서 집 안의 사람들 역시 그 분위기에 휩쓸리고 만다.

 

운명의 쳇바퀴가 불러들인 이타쿠라 쇼지군이 방문하면서 묘하게 이그러져 간 행복의 분위기를 다키가 눈치챌 무렵 그녀는 처음 도쿄로 와 잠시 머물렀던 집주인인 소설가 고나카 선생이 그녀에게 했던 말을 떠올렸다. 영국의 한 하녀는 학자인 주인을 위해서 주인의 친구이자 라이벌이 쓴 논문을 실수인 척 불태워 버렸고 그녀는 똑똑한 하녀라는 칭호를 얻게 되었다는....

 

다키가 태워버려야 한 것은 무엇이었을까.

역사소설이면서, 로맨스 소설이고, 미스터리 소설이라는 나카지마 교코의 소설은 제 143회 나오키상 수상작답게 편안하면서도 끝까지 그 재미를 잃지 않으며 마지막 장을 덮게 만든다. 한때 행복했던 그 어느 순간을 떠올리는 노인의 추억담은 미스터리의 탈피라는 목적보다는 더 의미있는 것을 찾게 만드는데 작품의 매력은 단 한 번의 선택으로 평생을 후회하는 여자가 곱씹는 행복한 젊은 시절을 담고 있어 더 애잔하다. 그런데 묘하게도 이 애잔함이 따뜻한 봄날에 약간 쌀쌀한 바람을 만난 것 같은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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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감정 사용하는 법 - 화내지 않고, 휘둘리지 않고
마고트 슈미츠 & 미하엘 슈미츠 지음, 엄양선 옮김 / 21세기북스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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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놈의 "욱"이 항상 문제였다. 정의감에 호르륵 불타버리게 되는 순간도 잠시, 곧 "3초만 참을 걸"이라고 후회한다는 것을 다른 사람들은 알지 못할 것이다. 그렇게 내 속에 잠재되어 있는 "욱"을 다스리는데 참 많은 세월이 흘렀다. 여전히 팔할 정도만 참아낼 뿐이지만 그래도 나는 그 정도로 많은 위험을 피해갈 수 있어 다행이다 싶다.

 

정신과 의사이자 신경과 의사인 마고트 슈미츠의 [내 감정 사용하는 법]은 그래서 읽게 된 책이었는데, 화내지 않고 휘둘리지 않으면서 내 감정에 충실할 수 있을까 라는 고민에 똑똑한 종지부를 찍게 도와줄 책 처럼 보였다. 표지에서부터 신호등 마냥 빨갛고 파랗고 노란 얼굴들의 표정이 깔끔하면서도 재미있어 책을 읽기전부터 사실 기분은 산뜻해졌다.

 

감정의 함정에 빠지지 말고 똑똑하게 감정을 다스리는 법의 시작은 이렇게 웃음으로부터 시작되었고 행복을 부르는 감정연습을 끝으로 책은 내용전달을 끝내지만 머릿속에 남아 내게 필요한 3초를 벌어주기에 충분했다.

 

저자는 말했다. 적어도 불행은 제대로 진단할 수가 있다고. 그 법칙은 1에서부터 23번까지 붙여져 나를 되돌아보게 만드는데 언제나 주관적이던 감정은 객관적이라는 것의 함정에 빠져 환상 속에서 허우적 댄다는 것을 알려준 사람은 슈미츠가 처음이었다. 언제나 객관적이라는 것은 기준이라고 생각해왔는데 당연하게 여겨왔던 것에서부터 빠져나올 수 있게 만들어주는 현명함을 겪고 나니 세상의 모든 구조가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다.

 

하나로 치닫는 것이 아니라 언제나 여러개로 다가오는 "감정"이라는 녀석으로 우리는 삶의 높이과 깊이를 체험하기에 언제나 같은 실수를 저지르지 않기 위해서는 똑똑하게 내 감정을 다스리는 법에 통달해야 하는데 나는 드라마 속에서 이 통달의 경지에 올라 있는 사람을 바로 떠올릴 수가 있었다. 미실. 바로 그녀였다. 그녀에겐 감정이 없었던 것이 아니라 어느 순간에도 잘 다스릴 수 있었기에 원하는 바를 다 가질 수 있었던 것이다.

 

감정을 이성적으로 판단해볼 수 있을까? 적어도 왜 그런지 알게 된다면 이해는 되지 않을까? 그 의문을 해결할 수 있도록 뇌에서부터 감정의 이성적 이해를 돕게 만드는 일까지 책은 도와주고 있다. 다소 딱딱한 내용이긴 했지만 내게 책은 똑똑하게 사용하라!는 강한 메시지는 확실히 머릿속에 새겨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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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의 자존감 - 엄마가 주고 싶은 최고의 선물
정은혜 지음 / 서울문화사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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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딸을 사랑한다는 마음을 전하는 방법은 참으로 다양하다. 세상의 많은 엄마들이 저마다의 방식으로 그 사랑을 전달하고 있다. 어제도, 오늘도, 또 내일도. 하지만 엄마가 주고 싶은 최고의 선물이 딸의 자존감이라는 다소 독특한 생각이 너무나 행복하게 들리는 발상이라 깜짝 놀랐는데 책을 읽다보니 그 내용면으로도 홀딱 반할만큼 멋있어서 여기저기 포스트 잇을 덧대고 메모하기 여념이 없었다.

 

저자 정은혜는 영어교육과를 졸업한 재원이었지만 웹마스터, 광고기획, 학교 선생님, 학원 강사 등등 3개월씩 14개의 직업을 바꿔가며 적성을 찾아헤맨 열성가였으며 지금은 억대 연봉을 받은 재정컨설턴트 및 강의 활동을 하고 있는 여성이다. 가난한 목회자의 딸로 태어나 경제적 어려움을 해결해나가며 의지를 다지기 위해 10년 후 미래에 태어날 딸을 상상하며 편지처럼 일기를 써왔다는 그 내용 속에는 엄마의 인생을 바꾼 42가지 삶의 원칙이 고스란히 담겨 있어 감동적이었다. 어느 엄마가 이렇게 태어나지도 않은 아이를 위해 삶의 원칙들을 써내려 나갈 수 있으며, 그 삶의 원칙을 받아들 딸을 위해 힘든 순간에도 삶의 끈을 놓치지 않으며 성공가도를 달릴 수 있을까.

 

남다른 생각이 있기에 그녀는 남다른 성공을 이룬 것이리라. 무엇이 인생을 바뀌게 했을까. 그 물음은 몇 페이지를 넘기지 않아 바로 발견되었다. 엄마가 세상을 시작하는 딸에게 해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이 바로 이런 것들이 아닐까. 물질적인 것보다 "너는 너라서 아름답다"라고 말해주는 부모. 스스로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알게 하는 "자존감". 자존감이 있어야 행복해질 수 있다는 진리와 믿음이야 말로 딸의 성장의 밑거름이 되어줄 것임을 딸은 자라면서 알게 될 것이다.

 

사실 많은 독립여성들이 회사에서는 상사의 잔소리에 집에서는 어머니의 히스테리에 시달리다 그 잔소리가 부정적인 에너지화되어 스트레스는 과도해지고 자신감이 점점 떨어지다 못해 독립을 결심한다고 한다. 낮은 자존감을 가졌던 저자도 독립으로 인해 부동산에 대한 감각뿐만 아니라 배우자에 대한 현실감도 키워내어 남편을 만나고 아이를 만나게 되었다고 회고한다.

 

지금 그녀는 현재를 소중히 여기고 있다. 있는 그대로의 자신이 가장 아름답다는 것을, 밝고 좋은 기운이 있는 곳에서 긍정의 힘이 나온다는 것을 딸에 전달하며 하루하루의 고된 이야기도, 하루하루의 즐거움도 함께 담아 그 1년을 고스란히 딸에게 전하는 엄마의 사랑은 세상에 갓 태어난 그녀의 딸이 이해하기엔 아직 어린 나이였다. 하지만 훗날 엄마의 고마운 선물을 받고 얼마나 감격할지 나는 알 수 있었다. 나 역시 누군가의 딸이기에. 이런 엄마를 한번쯤은 꿈꾸어 봤기에.

 

무엇이 삶을 변화시켰던 것일까.

 

나는 사랑하고 나를 독려하고 나를 믿고 나를 의지하고 나를 바로 세운 일. 바로 그 일로 인해 그녀는 삶이 참 많이 변했다. 가장 필요한 순간, 가장 필요한 충고가 누군가가 자신의 딸에게 남긴 글로 인해 내게도 찾아왔다. 고마운 일이었다. 세상은 아직 이렇게 따뜻한 구석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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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착의 귀결 오리하라 이치 도착 시리즈 3
오리하라 이치 지음, 권일영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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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착의 사각],[도착의 론도]를 읽으며 최종편인 [도착의 귀결]도 반드시 읽어내리라 마음 먹었건만 오리하라 이치의 [도착의 귀결]은 생각보다 너무 어려웠다. 먼저 앞에서부터 시작되는 [목매다는 섬]과 뒤에서 부터 읽어야 하는 [감금자]의 이상한 편집방식에도 놀랐지만 각각의 이야기인 그이야기가 합쳐지는 가운데 봉인되 부분을 절취해 읽어도 더 헷갈리기만 했다.

 

도대체 무슨 이야기인가?

 

중견추리소설가인 야마모토는 이상한 섬에 도착했다. 마음 속 어딘가에선 그 섬에서 도망치라고 권하고 있지만 진흙속에서 발을 뺄 수 없듯 그는 점점 더 섬의 수렁 속으로 빠져들어갔다. 수수께끼. 섬에는 수수께끼가 있었는데 대대로 섬의 선주였던 니이미 가문에서 예전에 한 스님이 익사했고 백년이 지난 후 가문의 외아들과 그 아비가 죽음을 맞이했다. 찝찝한 그들의 죽음은 급사이기보다는 어딘지 모르게 자살로 위장된 타살같이 보였기에 추리소설 작가인 야마모토에게 섬 사람들은 탐정처럼 미스터리를 풀어달라고 요청하고 있었다.

 

가문의 번영을 기원하고 어부의 안전을 기원하기 위해 세워진 니이미 가문의 "부신당"은 어떤 미스터리를 갖고 있는 것일까...에 주목할 무렵 이야기는 점점 사람들의 관계속 미스터리를 파고들게 만들었고 풀면 풀수록 더 기묘하게 얽히는 사건 속에서 추리소설가 야마모토의 내일은 어떻게 될지 전혀 알 수 없게 되어 더 기이하게 읽혀진 책이 바로 [도착이 귀결]이다.

 

그간 오리하라 이치의 책을 읽으면 때론 무서워지기도 했고 때론 감탄하게 되기도 했지만 이토록 기이하게 느껴지는 일은 처음 이었다. 그리고 어렵게 느껴진 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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