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수전 미야베 월드 2막
미야베 미유키 지음, 이규원 옮김 / 북스피어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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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 감독의 영화 <괴물> 과  60년대 물 <대마신>에 감명받아 쓰게 되었다는 미미여사의 [괴수전]은 음양사를 기대하게 만든 소설이었다. 하지만 작가의 생각과 독자의 생각이 늘 같을 수는 없는 법. 괴수전은 좀 독특한 사연의 남매를 등장시켜 이야기를 엮어나갔다.

 

P48   조금이라도 망설여진다면 이치노스케 곁으로 가지 마라

 

근친. 열 여섯 소녀에게 일어난 일을 아무도 몰랐단다. 그렇게 세월이 흘러 그녀가 서른 넷의 미혼인 상태일때 출세가도를 달리고 있던 오라비에게서 연락이 왔다. 자신의 곁으로 오라는.....하지만 아버지처럼 아껴주었던 노스님은 타계하면서 이치노스케 곁으로 가지 말라는 유언을 남겼는데....망설이던 그녀는 결국 오라버니의 그늘 아래에서 살게 되고....

 

괴물이 나타났다. 앙숙처럼 여기던 두 마을에. 마을 하나를 통째로 쑥대밭으로 만들고 사람들을 잡아 먹는 괴물이...돌연변이일까. 하지만 이 모든 일은 사람이 만든 일. 결국 자신의 상처를 드러내면서 근친으로 인해 괴물이 태어났음을 사람들 앞에 고백하고 괴물앞으로 나아간 애처로운 여인과 끝까지 욕심을 버리지 못한 그 오라비의 이야기가 <괴수전>에 실려 있었다.

 

괴물이 등장하고 영웅이 나타나는 그런 이야기를 기대했던 내게 보기 좋게 뒤통수를 날려준 <괴수전>은 사실 사회를 바라보는 날카로운 시선의 미미여사에게 기대했던 작품이 아니어서 그런지 최고 라는 찬사를 들기에는 어딘지 모르게 아쉬움이 많이 남는 작품이었다. 에도 시대에 머무르기보다는 현재의 시간으로 돌아와 <모방범>,<화차> 같은 멋진 작품을 써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그녀의 이야기를 너무나 좋아하는 독자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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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오미와 가나코
오쿠다 히데오 지음, 김해용 옮김 / 예담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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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발적인 살인도 아니고 이왕이면 죽일꺼 화끈하고 완벽하게 뒤처리를 했어야지......! 읽는 내내 허술함에 불안불안하더니 결국 그들은 꼬리를 잡혀 버렸다. [용의자 X의 헌신]을 읽을 때와는 정반대의 상황이었지만 들킬까봐 걱정되는 그 마음은 같아서 꽤 두꺼운 양인에도 불구하고 단숨에 읽어버렸다. 오쿠다 히데오의 [나오미와 가나코].

 

9만 엔짜리 월세 맨션에 살고 있는 나오미는 4년제 대학 문학부를 졸업했지만 원하던 큐레이터가 되지 못하고 '아오이 백화점' 외판부에서 7년째 근무 중이다. 당차고 딱 부러진 성격이지만 사회생활을 해 나가며 고집을 꺾고 비위를 맞추며 직장인 모드로 살아가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백화점에 중국인 구매 고객들이 밀물처럼 들이닥치고 그 과정에서 고가의 시계를 도난 당했다.

 

그 여자다!!!

 

뻔뻔스러울만큼 당당했던 그 중국 여자. 첫인상은 분명 중요하지만 나쁘게 시작했다고 나쁘게 인연을 이어갈 필요는 없는 법. 뻔뻔했던 이면에는 사회생활 속에서 좌절감을 맛봐야했던 나오미에게 시원한 카타르시스를 전해줄만큼의 청량한 그 무엇인가가 있었고 도난을 계기로 서로 윈윈하는 관게를 맺게 된 나오미는 종종 그녀의 가게에 들리며 차이나타운에 입지를 넓혀나가게 되었다.

 

나오미와 대학동창인 가나코는 대형 가전업체에서 일하다가 동료의 소개로 만난 은행원과 결혼하면서 전업주부가 되었다. 생활은 넉넉했지만 행복하진 않았다. 남편의 폭력 때문에. 주먹으로 얼굴을 가격하고 머리카락을 움켜쥐고 흔들어대는 것은 물론 수시로 몸에 멍을 새기면서 가나코는 아무도 모르게 홀로 가정내 폭력을 견디며 집 안에서 시들어가고 있었다. 종종 들리던 나오미에게 들키기 전까지는

 

P 127     이것은 합당한 도리인가, 무리인가

 

폭력가정에서 자라났기 때문에 동창의 불행을 볼 수 없어 적극적으로 살인을 돕는다는 설정이지만 이 역시 이해하기는 힘든 상황이다. 감정이 이입되었다고 해도 제 3자다. 사람을 죽이는 일이 그리 쉬운 일이던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오미는 가나코와 함께 그녀의 남편을 죽이고 산에 묻어 버렸으며 비슷하게 생긴 중국인 남자에게 여권을 쥐어 중국으로 출국시켜 버렸다. 그리고는 끝???

 

우발범죄도 아니고 계획범죄 치고는 너무나 간단하고 쉬웠다. 이럴리가 없는데..... 급히 먹는 밥이 체할 수 밖에 없듯 그녀들의 살인은 시누이에 의해 의심을 샀고 종국에는 그날의 행적들이 낱낱이 밝혀졌다. 그리고 그녀들은 도망쳤다. 멀리멀리-.

 

두 여자가 세상으로부터 도망치는 것만 듣고 나는 이야기가 <델마와 루이스>와 비슷하리라 여겼다. 하지만 나오코와 가나코의 이야기는 달랐다. 이해할 수 없는 설정들이 몇몇가지 눈에 띄이긴 했지만 두께에 비해 가독성이 좋아 신나게 읽혔고 리아케미, 나이토, 요조 등등 캐릭터가 분명한 조연들이 등장해 재미를 가미하고 있다. 다만 좀 더 철저했더라면 좋지 않았을까, 두 여자의 살인계획.

 

가나코는 몰라도 사회생활 7년차의 순진하지 않은 나오미의 경우에는 여러모로 더 신경썼어야 했다. 계획 전에는 그래도 이것저것 재어 보더니 중국인 린의 출국 이후에는 너무 안심해 버린 것도 이해하기 힘들었다. 사람을 죽였는데, 태연할 수 있을까. 들킬까봐 조마조마해야하고 혹시 빠뜨린 것은 없는지 조심해야했으며 도심 곳곳에 CCTV는 당연히 고려되어졌어야만 했다. 도심에서 살아가고 있는 여성이라면. 그래서 아쉽다. 미야베미유키의 2000년 작 <화차> 보다 더 주의 깊지 못했다. 이 두 여인은.

 

죽여 버릴까? 네 남편??

 

친구가 물어온다면 "YES"로 답할 여성들이 세상에 얼마나 될까. 그들에게 이 소설은 어떤 느낌으로 읽힐까.

문득 그것이 궁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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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에서 로큰롤
오쿠다 히데오 지음, 권영주 옮김 / 은행나무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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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좋아하는 오쿠다 히데오는 세상에서 가장 우울한 날 펼쳐보기 좋은 책 <공중그네>를 집필한 작가다. 유쾌하다 못해 배꼽이 발바닥까지 내려가는 듯한 현기증을 느껴야했던 독특한 정신과 의사가 보여주는 웃기는 힐링은 '내게도 저런 주치의가 있다면 결코 우울할 날이 없을거야'싶어질 정도여서 살짝 부럽기도 했던 작품이다. 그리고 <남쪽으로 튀어>. 한국버전의 영화까지 재미나게 본 작품이라 잔상이 오래 남았다. 하지만 반대로 <올림픽의 몸값>,<꿈의 도시>,<인 더 풀> 등은 그다지 나와 코드가 맞지 않아 읽긴 했어도 기억의 창고에 며칠 머물지 못했다.

 

호불호가 갈리는 작품이라 그의 신작이 나왔다고 하면 의례 다른 이들의 서평이 올려지길 기다렸다가 몇몇 내용을 읽어보고 구매를 결정하곤 했는데 그러다보니 그는 닥치고 믿고 바잉하는 브랜드네이밍 작가는 아니었던 것. <시골에서 로큰롤> 역시 처음 표지를 보며 이번엔 로큰롤? 이네 싶었지만 소설이 아니라 에세이라고 해서 놀랐다. 1972년부터 1977년까지.....내가 태어나기 이전의 시간에 소년기를 보내며 그는 어떻게 록음악을 만나 사랑하게 되었을까. 어쩌면 록을 만나지 않았다면 작가가 되지 않았을 것 이라는 그의 고백으로 말미암아 더 궁금해져 버린 것인지도 모르겠다.

 

 

p9  나는 현재 폭주 중이다

 

하루 평균 두 장씩 반년 사이에 300장의 아날로그 레코드를 사 모았다고 첫문장을 던진데는 그 나름의 이유가 있지 않았을까. 작가에게 첫문장이란 출사표인 동시에 작품 전반에 걸친 줄거리의 첫 뜸이니까. 그래. 폭주중이라는 단어가 눈에 띈다. 미치지 않고서야 어떻게 창작의 삶을 살아낼 수 있겠는가. 그 열정이 글을 쓸때만 훅 지폈다가 이후 인간의 삶에서는 절전모드가 되어주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하기 때문에 또 인간이라고 불리는 것이리라. 몰입하고 폭주하고 남들이 보기에는 적정선을 좀 넘는다 싶을 정도지만 오쿠다 히데오 답다 싶어진다. 1년 넘는 신문 연재를 잘 마무리한 스스로에게 주는 선물 치고는 고상하고 아름다운 선택이 아닌가.

 

추억담 속에서 그는 진중하기보다는 그 나이때의 다른 소년들처럼 알몸의 여인을 보기 위해 극장으로 향했으며 수업료로 레코드 구매를 했고 밀린 체납금을 파친코로 메우려고 했던 엉뚱한 면모를 부끄럼 없이 고백했다. 자유로운 영혼의 길을 택한 그의 주인공들의 성향은 그 자신 속에 내재된 것들이었음을 <시골에서 로큰롤>을 읽으며 발견하게 된 것이다. 나란 독자는.

 

그저 재미있게 썼다고 생각했던 그 소설들이 실은 가장 자연스럽게 쓰여졌던 것. 무엇보다 그 사실을 발견하고나서는 무척이나 유쾌해져버렸다. 세상에 이런 사람들 있을까? 했더니. 있었다. 그래서 좀 더 숨구멍이 트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 세상이라는 곳에.

 

저마다 즐긴다는 행위를 특별히 어려워한다는 일본인에게 록은 '우리 지금 즐기고 있어요'라는 표식이라고 했던가. 후회가 많다는 스스로의 인생 중에서 가장 잘한 선택중 하나가 바로 로큰롤과 함께 어른이 된 것이였을 것이다. 그래서 그 애정을 에세이 속에 듬뿍 담아 독자 앞에 내어놓으면서 그 자신 역시 향수에 젖어 버린 것은 아닐까. 이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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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책 무서운 그림책 1
미야베 미유키 지음, 이기웅 옮김, 요시다 히사노리 그림, 히가시 마사오 감수 / 박하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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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짧다. 동화라서.

일본 사회범죄소설의 대가 미야베 미유키 여사의 이야기라서​ 두말않고 구매했다. 그리고....

이 이상한 동화를 앞에 두고 울지도 웃지도 못하고 있다. 온다리쿠가 썼다면  그 분위기에 휩쓸려 확 와닿았겠지만

미미여사의 동화 내용이라니....어떻게 이해해야 될까.

그래서 이야기가 주는 그 느낌 그대로 다시 단어의 길을 밟아보기 위해 작가에 대한 꼬리표를 떼고 첫장부터 넘기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디딤돌처럼 한 발, 한 발 딛게 만들더니 곧 어두운 숲길이 나오고 어둠이 주위를 둘러싸기 시작했다. 동화라고 하기엔 너무 어둡다. 그리고 함축적이었다. 하지만 복잡하게만 생각하는 건 내가 어른이어서가 아닐까. 아이들에게는 이 동화, 더 쉽게 읽히지 않을까. 어느새 나는 어른이 되어 동화 한편을 읽으면서도 이토록 많은 생각들로 머릿속을 어지럽히고 마는 것일까.

​이럴때는 정말 어른이라는 성장이 불편하기 짝이없다.

p19  가장 나쁜 사람이 되면 무엇이든 할 수 있습니다

무서운 유혹이다. ​악마의 유혹. 착하게만 선하게만 살아서는 짓밟히고 억울하게 된다는...그래서 참지 말라는 마음 속 소리를 들은 [육룡이 나르샤] 어린 방원이 이 책을 읽은 것은 아닐까. 드라마속에서 소년은 외쳤더랬다 "선함이 아니라 정의롭고자한다고" 물론 [나쁜책]은 정의로움이 담긴 책은 아니다. 하지만 어린 소년이 정의를 위해 택한 일은 선함이 아니었다. 어리석은 그의 스승은 비록 선함과 정의를 같은 맥락으로 치부하고 말았지만.

살면서 억울한 순간, 누군가 미워지는 순간...이 책을 펼치게 된다면 이 유혹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그래서 이 책이 담은 유혹은 참으로 무섭다. 아무렇지도 않게-. 아무렇지도 않게-. 라는 그 반복구가 귓가를 맴돌기 때문에.

'무서운 그림책' 시리즈 중 한 권인 이 책은 작심하고 무섭게 쓰여졌다고 한다. 미야베 미유키 및 온다 리쿠, 교고쿠 나쓰히코 등등 유명작가들이 펼치는 음산한 유혹. 그 유혹을 떨쳐 버릴 수 없었던 어른들이 남몰래 책장 깊숙히 간직해 둘만한 동화 한 권이 쓰여졌다. 유혹에 빠졌건 그 유혹을 떨치기 위해서건 필요하다. 이런 가벼운 경종 하나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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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자가와 반지의 초상 미야베 월드 (현대물)
미야베 미유키 지음, 김소연 옮김 / 북스피어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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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문제 소설은 언제나 씁쓸한 여운을 남기고 만다. 누군가의 욕망에 의해, 잘못된 선택으로 인해, 사회적 부조리로 인해 희생되는 사람들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때로는 가해자들조차 그 사연을 들어보면 안쓰러워질 때가 많다. 한동안 고전물만 번역되는가 싶더니 드디어 고대하던 미야베 미유키의 현대물을 한 권 손에 쥐게 되었다. <화차>,<모방범>,<이름 없는 독>,<스나크 사냥> 이후 미미여사의 현대물을 고대하던 나는 망설일 것도 없이 구매 버튼을 누르고 있었다. 신간의 등장을 보게 된 동시에.

 

 

 

 

 

 

" 저는 다만, 그 세사람을 다시 만나고 싶을 뿐입니다"    p 136

 

 

 

 

 

 

재벌가의 데릴 사위로 살아가고 있는 평범한 남자 스기무라 사부로. 그는 <누군가>,<이름 없는 독>을 통해 사건을 겪어가며 자신에게 가장 맞는 일이 무엇인지 인지하기에 이르른다. 앞장서서 나서지는 않지만 가장 합리적인 판단을 할 수 있으며 경거망동하거나 수다스럽지 않은 남자. 평소에는 소심한 듯 사람들 사이에 묻혀 있는 그는 실제로는 눈에 잘 띄는 타입이 아닌 평범한 사내지만 위기에 처하면 그 꼼꼼함과 양쪽을 잘 조율할 있는 그 능력이 빛을 발하는 그런 타입니다. 외모가 후지거나 뛰어나거나 해서 눈에 확 들어옴과 동시에 빠른 추리력으로 사람들을 휘어잡는 기존의 탐정들과는 다른 유형이긴 하지만. 그래서 더 친근하게 함께 풀어나가듯 읽을 수 있게 돕는 탐정이 바로 이 스기무라.

 

 

 

 

 

 

그룹의 유배지로 인식되어진 사보편찬 부서에서 부편집장으로 근무 중인 그는 못됐다 싶을만큼 깐깐한 편집장과 함께 인터뷰를 다녀오던 중 버스 납치 사건의 인질이 되어 버렸다. 70대 노인이 원한 것은 세 사람의 이름과 그들을 불러다 주는 것. 하지만 경찰이 그들을 데려오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짐작하고 있던 노인의 진짜 목적은 그들의 이름이 세상에 알려져 그 죄가 명명백백하게 드러나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는 경찰이 진압을 위해 버스에 진입했을때 자살하고 말았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버스에서 거짓말처럼 약속했던 위로금이 각자에게 전달 되었고 그 멤버는 다시 모여 돈의 출처와 사용을 두고 의견을 달리 한다. 그리고 버스에서 이성적으로 대처했던 스기무라가 이번에도 그 할아버지 납치범의 정체와 돈의 출처를 알아보자고 제안하고 나섰다.

 

 

 

1943년 8월 생인 구레키 가즈미쓰라는 이름도 가짜. 과거 전전했던 직업도 여러 개. 건장한 남자들을 말로써 제압하던 그 말솜씨에 대한 의문까지 더해져 노인의 과거는 더 궁금증을 자아내게 만들었다. 그 와중에 통찰력이 뛰어난 스기무라의 장인은 노인이 1960년대부터 70년대 중반에 걸쳐진 일본의 고도 성장기에 붐을 일으켰던 st의 트레이너가 아닐까 라는 힌트를 던져주게 되고 실제로 그는 친척에 의해 가족이 몰살 당해 고아로 자라야했던 외로운 사람이자 다단계 기업의 트레이너로 활동했던 사람임이 서서히 밝혀져 마음을 무겁게 만들었다. 하다 마쓰아키로 태어나 자란 그는 은퇴 후 낚시하러 갔다가 죽음을 경험하고나서는 자신이 번 돈을 기부하기 시작했다. 죽음에 다달았을때 수면 위로 떠오른 양심과 죄책감이 조직의 실체를 밝힐 수 있는 용기를 주었고 한정된 인원만 죄를 받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이 가해자라는 자각이 없는 사람들까지 몽땅 책임질 수 있는 사회를 위해 한 목숨을 내던졌던 것이다.

 

 

 

"이 사람들은 내가 간 밭에 돋아난 나쁜 싹이야. 내가 어떻게든 해야 해" p692

 

 

범죄를 겪고나면 누구든 어떤 방식이든 피해를 입게 된다. 그 트라우마가 남겨지기 때문에. 외상은 금방 회복되지만 뇌에 각인되고 마음이 찢겨진 상처는 평생을 함께 한다. 그래서일까. 버스에 탑승했던 사람들은 저마다 이전의 삶으로 복귀하지 못했고 주인공인 스기무라 역시 이러저러한 일들로 인해 결국 이혼하기에 이르렀다. 나이가 많아짐에 따라 어른으로 성숙하는 그 성숙도가 깊어질거라는 착각은 10대때나 하는 것이리라. 치열하게 20대를 살아도, 원하는 것을 30대에 다 이룰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어도 어린 시절 생각했던 것만큼 어른이 되어 있지 못한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길게 살아보진 않았지만 40대, 50대, 60대가 되어도 마찬가지 일거라고 생각되어진다. 어쩌면 '어른의 성숙함'이란 인간에게는 절대 가질 수 없는 '이상향의 나이테'가 아닐까. 엉뚱하게도 나는 사회범죄 소설인 [십자가와 반지의 초상]을 읽고 그런 생각이 들어버렸다.

 

인간의 사소한 욕망을 노리는 인간들이 싫었다고 한국의 독자 인터뷰단에게 고백했던 작가의 집필 의도를 미리 알고 읽기 시작한 작품이었는데도 불구하고 내게 이 소설은 길고 두껍지만 그 무거움의 무게가 여느 소설과는 달랐던 특별한 작품으로 기억될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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