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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은 잠들다
미야베 미유키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6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작가 온다 리쿠는 특별한 능력을 가진 일가에 대한 시리즈를 낸 적이 있다. 초능력이라고 하기에도 뭣한 이상한 능력을 대대로 대물림 받아 타고나는 능력자 가족. 그 가족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참 재미있으면서도 서양의 히어로식이 아닌 것이 신선하게 느껴졌었다. 

그런데 일본의 또 하나의 히트작가 미야베 미유키도 능력에 사로잡힌 듯 했다. 몇몇 단편이나 장편 중 "초능력"을 언급하는 부분이 많았는데, [용은 잠들다]와 [크로스 파이어]는 대놓고 그런 주인공을 내세우고 있었다. 얼마전 읽었던 [낙원]에서는 죽은 아이의 초능력에 대한 모티브만 있을 뿐 그들의 능력으로 사건을 해결하는 실질적인 부분은 적었다면 [용은 잠들다]는 그런 두 능력자가 나타나 사건에 깊숙히 관계한다. 

사건은 이렇게 시작된다. 


9월 23일 밤10시. 폭풍이 몰아치던 밤 30년만에 대형태풍이 불어닥치고 있었다. 도쿄로 돌아가고 있던 저널리스트인 고사카는 히치하이커를 태우게 된다. 이나무라 신지는 고등학생이며 자전거를 타고가다 태풍을 만났다. 얼마가지 않아 그들은 차를 세우게 되는데 누군가 도로의 맨홀 뚜껑을 열어놓아 그만 바퀴가 빠져버린 것이다. 비가 쏟아지는 날 맨홀 뚜껑을 열어놓다니 누구의 소행일까.

잠시 히 그 맨홀 뚜껑으로 모치즈키 다이스케라는 1학년 아이가 빠져죽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경찰은 범인 수색에 나섰다. 이야기가 이상해지는 것은 여기서부터다. 평범하게 보이던 신지는 사실 사이킥으로 초능력자다. 기억을 스캔하는 능력을 가졌는데, 그래서 소년을 빠져죽게 만든 두 남자의 인상을 정확하게 집어냈다. 고사카는 반신반의하는 입장에서 신지와 동행했다가 그 사실을 알게 된다.

그리고 그 사건과는 별개로 고사카에게 백지 협박장이 날아들기 시작하는데 동료기자 이코마는 고사카를 돕기위해 동행한다. 능력자 신지와 더 큰 능력을 갖고 숨어지내는 오다 나오야. 그리고 그의 이웃인 말 못하는 여자 한 명.

예전에 신체적인 결함으로 약혼이 깨져 마음에 상처를 입은 고사카 앞에 나타난 그 말 못하는 여자와 지금은 협박을 받고 있는 당사자인 예전 약혼녀. 일은 묘하게 고사카를 중심으로 벌어지는 듯 했고, 그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두 능력자가 능력을 펼치고 있었다. 목숨을 담보로 해서.

이쯤 되니 사건의 영문도 모르면서 이야기는 속도를 타기 시작했고 누군가가 잘 짜놓은 연극속으로 빠져들기 시작했다. 결국 범인은 애증에 얽힌 관계에 있던 인물로 밝혀졌지만 아까운 사람이 한 사람 죽고 사건은 일단락된다.

작가가 이 소설의 제목을 왜 용은 잘들었다로 지었는지는 잘 연계되지 않는다. 우리는 각자 몸안에 용을 한 마리씩 키우고 있다. 마음 속에 잠들어 있는 용을...이라고 덧붙이고 있지만 다른 제목을 붙여도 역시 근사할 것 같은 소설이기 때문이다. 그것만 제외하면 꽤 재미나는 소재의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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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방범 1 블랙펜 클럽 BLACK PEN CLUB 30
미야베 미유키 지음, 양억관 옮김 / 문학동네 / 2006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모방범]을 읽기 전에 후작부터 읽게 되었다. 너무나 재미있는 작품이었기에 사실 모방범에 대한 기대가 컸다. 하지만 사건은 이상하게 꼬여만 가고 있었다. 처음에는 단순해 보이던 사실이어서 금새 끝날 것 같은 내용이 계속 줄기차게 이어지면서 방대한 양이 되어 가고 있었다. 

그리고 범인도 밝혀졌지만 이야기는 긴박감 속에서 멈출줄을 몰랐다. 이제는 왜?라는 의문은 뒤로 제쳐져 버렸다. 왜가 중요하지 않았으며 어떻게도 중요하지 않았다. 그 점이 다른 추리물이나 스릴러물들과는 다른 점이었다. 이 소설에서 중요한 것은 언제까지였다. 언제까지 이어질 것인가. 그것만이 중요해졌다. 

미야베 미유키의 소설에는 많은 등장인물들이 등장한다. 그러면서도 그들은 각자의 사연들을 가지고 있고 절대 헷갈리게 만들지 않는다. 게다가 사건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가운데에서도 우리는 그들 중 누구에게도 치우치지 않는다. 작가의 치밀한 계산력은 여기에서부터 빛을 발한다. 

사건은 이제 막 시작되었다. 한 공원에서 쓰레기통에 버려진 여자의 오른팔이 발견되면서 시작된 것도 아니었고, 함께 발견된 핸드백이 후루카와 마리코의 것이라는 점이 밝혀지면서 시작된 것도 아니었다. 사건은 이미 소년의 가족이 살해되면서부터 시작되었던 것이었고, 전혀 연관성이 없어보이는 사건과 인물들이 얽혀가면서부터 복잡해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복잡성이 도리어 소설을 흥미롭게 만들어가고 있었다. 그리고 사람들은 경악하기 시작했다. 그놈 목소리에서의 범인이 그랬던 것처럼 범인들은 악랄함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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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방범 2 블랙펜 클럽 BLACK PEN CLUB 30
미야베 미유키 지음, 양억관 옮김 / 문학동네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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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끝을 향해 가는 듯했지만 실제 사건은 끝나지 않았다. 살인자와 피해자. 죽은 자는 역시 말이 없다. 시체로 발견된 피해여성들도 자신을 죽인 남자의 이름을 불지 못했고, 살인범 중 한명 또한 함께 죽은 친구가 공범이 아님을 밝히지 못했다. 한 정의로운 사람이 살인자로 둔갑되는 순간이었다. 

살아가면서 누구나 주인공이 되는 순간이 있다. 아니 실제로는 우리는 우리의 삶속에서 언제나 주연이다. 주연만이 가득한 세상. 모두가 주인공인 세상을 저 하늘 위에서 전지전능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면 어떤 느낌일까. 미야베 미유키의 소설은 그런 느낌이 든다. 

위에서 바라보는 많은 사람들의 사연있는 삶. 그들의 감정은 배제 된 채 사건을 향해 치닫고 얽히는 사람들을 바라보는 시선. 그래서 그녀의 글에 많은 등장인물들이 나와도 우리는 헷갈리지 않는다. 그런 느낌으로 내려다보고 있기 때문이다. 

희대의 연속살인범들의 범죄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처음부터 배후 조종자였던 피스가 아직 살아있기 때문이다. 그는 마지막 부분에서 아미가와 고이치라는 본명을 밝히면서 다카이 유미코에게 접근한다. 오빠를 범인으로 몰고갔던 사내. 유미코가 무사할지 아닐지는 역시 3권을 읽어야 알 수 있을 것이다. 

조마조마한 가운데 3권을 기다리게 만든다. 물론 결론은 이미 알고 있다. 후작을 읽었으니 모방범이 어떻게 끝나게 되는지는 알고 있다. 하지만 결과를 알고 있다고 하더라도 역시 과정의 전개는 궁금해진다. 모방범. 왜 좀 더 일찍 읽지 못했을까. 이 재미난 소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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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방범 3 블랙펜 클럽 BLACK PEN CLUB 30
미야베 미유키 지음, 양억관 옮김 / 문학동네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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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살인이 잔혹한 것은, 살인이 피해자를 죽이는 데 그치지 않고 그 가족의 생활과 마음까지 서서히 죽여가기 때문이야."라는 요시오 할아버지의 말은 우리의 가슴을 슬프게 만든다. 잘못을 저지른 것은 범인인데, 오히려 피해자의 가족들이 더 무거운 죄책감을 안고 살아가게 만들기 때문이다. 

소중한 사람을 잃었다. 그런데 범인의 동기는 "그냥 하고 싶어서"라고 한다. 아주 무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미야베 미유키의 작품은 때때로 이토록 신랄하고 공포스럽게 사회의 어두운 면을 담아낸다. 살인극을 연출하고 공범을 제거하고 그것도 모자라 친절한 관찰자인양 책을 써내고 선량한 얼굴로 인터뷰를 하면서 즐기는 살인자.  유족들의 마음을 이용하면서도 죄책감을 갖기보다는 게임을 펼치듯 스토리를 짜내는 사이코 패스적인 범인. 

보통 사건의 범인들은 사연을 가지고 있다. 어쩔 수 없이라는 명목아래 그들은 사건을 저지르고 후회하거나 죄책감을 가진다. 하지만 미미여사의 책 속 범인은 다르다. 그는 피해자를 이벤트 참가자로 보고 있으며 그의 시각 안에서는 시청자들은 구경하는 사람들일 뿐이다. 그는 구경하는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기 위한 살인 게임을 이어가고 있다. 

놀라고 화나는 것을 넘어서는 무서운 일이 책 속에서 벌어지고 있었다. 3권 분량의 책 속에서 우리는 사회가 어떻게 이 범죄자를 양상했나보다는 이 범죄자가 사회를 어떻게 이용하고 있는지에 경악해야 한다. 단지 책 속에서만 일어나는 일이라고 치부하기엔 미미여사는 사회를 너무나 잘 이해하고 있는 작가였다. 

등장인물간의 심리적 연결고리가 끊어지지 않는 가운데 육천매가 넘는 긴 분량의 소설이 오 년이라는 시간을 버티며 연재되었다는 사실도 놀랍지만 애초에 작은 동네에 사는 세 명의 소년들이 그 시작점이었다는 점도 놀라운 일이다. 이 작은 원점에서 작가는 하나의 사회를 만들어낸 것과 다름이 없으니까. 

3권을 차례차례 다 읽고 문득 두려움이 일었다. 작가가 말하는 세상은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과 별다른 차이점이 없었다. 뉴스를 보면 매번 터져나오는 사건 사고들 속에서 우리는 피스와 같은 인물을 발견한다. 또 가즈아키 같은 사람도 살아가고 있다. 신이치나 메구미도 세상어딘가에선 다른 이름으로 살고 있을 것이다. 이 모든 것이 작가의 상상에 의한 산물이지만 결국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과도 오버랩 된다는 사실. 이 사실이 못견디게 두려운 일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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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흉기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민경욱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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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몇 번이고 망설였다. 아름다운 흉기를 읽게 되기까지.
히가시노 게이고는 좋아하는 작가이고, 출판된 책들마다 한결같이 재미있어서 꼭 챙겨보았는데, 이 책은 이상하게도 읽기가 망설여졌다. 아름다운 흉기. 어떻게해서 아름다움이 흉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인지. 그리고 겉표지만 보면 여자가 범인이거나 팜프파탈이거나 한 것 같은데, 왜 아름다운 여자가 흉기가 되는 것인지...책을 읽기도 전에 많은 생각들이 머릿속을 오갔다. 

하지만 그래도 역시 망설여지기는 마찬가지였다. 
많은 시간이 흘러 이제서야 이 책을 읽을 결심이 섰다. 누군가가 본다면 무슨 책 한권에 그런 고민들을 하냐고 말할 수도 있겠고 보기 싫은 책이라면 안보면 되지 않냐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내게 책이란 그리 간단하게 판단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살면서 밥을 먹은 그릇수 보다 어쩌면 책을 읽은 권 수가 더 많을지도 모르는 삶을 살면서 한 권의 책이라도 즐겁게 읽었던 나인데, 어째서 좋아하는 작가의 책을 앞에두고 망설일 수가 있었을까. 

그래서였는지 책을 읽으면서도 자꾸만 읽기가 멈추어졌다. 재미가 없어서가 아니었다. 그 무언가가 자꾸 멈추게 만들고 있었다. 물론 읽기를 마치고 나서는 깨닫는다. 책은 상당히 재미있는 소재였다.  센도에 의해 인간병기로 만들어진 타란툴라. 그녀는 남편이자 스승인 센도가 살해되는 것을 목격했다. 그리고 그 범인들을 찾아 응징을 시작했는데, 범인들은 올림픽 스타 네명이었다. 어느 쪽으로도 치우치지 않도록 팽팽하게 수평으로 당겨진 연결선 가운데서 우리는 그 누구도 선한 쪽이라고 섣불리 선택할 수 없다. 미야베미유키라면 어느 한 쪽을 향한 결말을 정해놓고 몰아가겠지만 히가시노 게이고는 작가의 판단이 아닌 독자에게 판단권을 넘기는 듯 했다. 

인기작가 히가시노 게이고. 결국 그의 작품을 다 읽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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