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마음동호회
윤이형 지음 / 문학동네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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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가는 어깨와 펜에서 힘을 뺄 때 청아한 작품이 나온다는 생각이 든다. 달리 말해서 과학적 상상력에 힘입은 글과 사회적 경향을 의식하는 글을 읽노라면 선함이나, 올바름에 과하게 경도된 나머지 작가 자신이 애상적/윤리적인 존재라는 것을 ‘표나게‘ 강조하려는 어떤 태도만이 보인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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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다맨 2019-11-04 17: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설집 앞부분에 실려 있는 ‘승혜와 미오‘와 ‘마흔셋‘ 정도를 빼면 마음에 드는 작품들이 없었다. 내가 보기에는 이 작가는 과학적 상상력에 의존하거나 최근 유행하는 특정한 문학적 경향(페미니즘, 상실과 애도 등등)에 착목할 때ㅡ 다른 이들이 보기에는 어떠할지 모르겠으나ㅡ 나 같은 독자의 예상 범주에서 벗어나지 않는 ‘선함‘과 ‘약함‘과 ‘옳음‘을 강박적으로 지향하는 듯한 글이 나온다. 그리고 이러한 지향성은 인식의 확장이나 주제의 심화를 뜻하는 것이 아니라 작가 자신의 ‘맑고도 정의로운 품성‘을 지나칠 정도로 반복 역설하는 듯한 인상을 자아낸다.
‘승혜와 미오‘와 ‘마흔셋‘은 상술한 것처럼 작가가 ‘조금은 힘을 빼고‘ 쓴 작품들로 내게 읽힌다. 부언하면 이 작품에서 두드러지는 것은 기발한 설정이나 유행하는 경향성보다도 작가의 분신으로 보이는 화자(들)의 자조적/체념적 태도와 인생과 타인을 향한 세심한 시선이다.
 
로야 - 2019년 제15회 세계문학상 대상 수상작
다이앤 리 지음 / 나무옆의자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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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경은 특별하나 주제(중산층 여성의 고통 극복기)는 심상하며 고뇌와 통증을 말하되 그것을 끝까지 보려는 집념은 없다. 어떤 심사자는 ‘낯섦의 힘‘과 ‘전복적 상상력‘을 말하고 있던데 내가 본 것은 내적갈등을 ‘은근슬쩍‘ 봉합하면서 중상층의 지위에 안주하려는 어떤 여성의 자기만족적 고백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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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제리의 유령들 - 제23회 문학동네소설상 수상작
황여정 지음 / 문학동네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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쿤데라 소설에 대한 오마주로 읽힌다. 농담이 불온 선전으로 이해되고 반공 이외의 개념(들)이 반동으로 여겨지던 시대를 살았던 이들과 그 후예들의 심리를 세련된 방식으로 보여주고 있다. 그럼에도 작중 인물들이 어딘가 추상화된 기호로(만) 읽히고 작품의 무게가 장편에 걸맞지 않게 공소空疏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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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다맨 2019-11-01 15: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작가는 인터뷰에서 한결같이 이 작품이 ‘사랑이야기‘라는 점을 강조하던데 내가 보기에는 이 분의 작의는 러브 스토리가 아니라 ‘세련된 방식으로 다시 쓰는 80년대 후일담‘인 것 같다. 다만 ‘세련된 방식‘이라는 부분에 너무나 집중한 나머지 장편으로서의 무게감과 서사성에 대해서는 그다지 고려하지 않은 듯싶다. 언젠가 홍희정의 소설을 읽었을 때도 느끼는 바이지만 이 작품이 만일 중편이라는 이름으로 세상에 선을 보였다면 나는 훨씬 더 호평을 했을 것이다.
 
망고스퀘어에서 우리는 - 창작과비평 창간 50주년 기념 장편소설 특별공모 당선작
금태현 지음 / 창비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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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재와 주제는 좋은데 인물들의 관계를 형상화하는 솜씨는 아쉽다. 코피노가 주인공임에도 정형화된 주제에 빠지지 않으며, 불우한 삶을 살면서도 담담하게 희망을 기다리려는 화자의 태도는 인상적이다. 다만 화자가 여성(들)과 만나서 감정을 높여가는 과정에 대한 서술은 ‘다소나마‘ 빈약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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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다맨 2019-10-23 15: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작품은 우리가 언론을 통해서 접하게 되는 코피노 문제(자식을 냉대하거나 버리는 아버지, 홀로 아이를 기르면서 살아가는 불쌍한 엄마, 아버지를 그리워하면서 고독과 고통을 느끼는 코피노 등등)들이 거의 나오지 않는다. 주인공 하퍼의 한국인 아버지는 일찍 병사했고 그의 모친은 부자인 일본인 노인과 재혼해서 일본에서 거주하고 있으며 아들에게 재정적인 도움도 간간이 준다. 즉, 이 작품은 우리 사회에 관습적으로 유포되고 있는 ‘아주아주 나쁜 한국놈과 아주아주 불쌍한 엄마와 아이‘라는 구도에서 벗어나 있다는 것이다.
이 소설은 언론이 양산하고 있는 일종의 구도를 깼다는 것만으로도 호평을 받을 만한 자격이 있다. 다만 남녀 관계를 다루는 대목에서는 어딘가 갑작스럽거나, 단순적이라고 느껴지는 지점들이 있었다. 이를테면 베렌과 하퍼가 연인이 되면서 결혼까지 약속하는 과정이 나로서는 설득력 있게 읽히지 않았다. 그래서 별 하나를 깠다.
 

 

 

 

 

 

 

 

 

 

 

 

 

 

 

 

  혼밥, 혹은 혼

 

  김신용

 

  혼자 밥 먹는 거...... 마치 처마 끝에 매달려 떨어질 때를 기다리는 물방울 같은 거......

  일할수록 더 가난해지고 지겹도록 일을 해도 제자리를 못 벗어나

  꿈도 희망도 포기한 민달팽이 세대처럼...... 혹은 n세대처럼

  모든 걸 포기하고 무연無緣사회로 가는 길목에서, 혼자 밥 먹는 거 같은......

  마침내 저녁이 없는 삶이어서, 걸으면서 컵라면이나 김밥으로 한 끼를 때우면서

  컵라면이나 김밥 한 줄의 없는 영혼을 상상하는...... 없는 영혼을 상상하므로

  자신도 없는 존재라고 생각하면서...... 스스로 없는 존재라고 생각하므로

  비로소 존재한다고 느끼면서...... 그렇게 물방울처럼 떨어질 때를 기다리는......

  그렇게 물방울처럼 떨어질 때를 기다리고 있는...... 이 결심이...... 다짐이....... 추락이....... 낙하가......

  혼밥의 혼이라고, 눈을 빛내고 있는 것 같은...... 그래, 아무리 일을 해도 가난을 못 벗어나는 워킹 푸어처럼

  그렇게 스스로 포에지 푸어가 되어...... 아무런 의미 없이 떨어지는

  물방울 하나의 의미를 위하여...... 낮은 처마 끝에 매달려서도

  추락의......, 그 빛나는 순간을 기다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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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신용 시인의 여덟 번째 시집이라고 한다.

  얼마 전에 편혜영 소설가의 신작 소설집에 대해서 인물들의 온도와 동감動感이 느껴지지 않는다고 평가한 적이 있다. 바꾸어 말하자면 인물들이 서사를 이끄는 재료로() 그 의미가 한정되면서 박제화되어 있는 양상을 띤다는 것이었다. 이러한 인물 형상화가 현대 사회 속에서 무감각해진 인간들을 은유하는 것인지 아니면 조탁 및 세공 능력의 부족에서 기인하는 것인지는 알지 못한다. 아마도 전자와 후자가 작품에서 동시에 작용하는 것으로 판단되는데 그럼에도 인물들을 정형화된 수법으로 반복 생산하고 있다는 느낌을 감추기 어렵다.

   김신용의 시 한편을 읽고 나니까 편혜영 소설에서 느꼈던 아쉬움과 의구심이 어느 정도는 해소되는 느낌을 받는다. 흔해빠진 비유를 들다면 이 사람은 여전히 몸에서 나오고 있는 피를 종이에 옮긴다. 그것은 자신의 몸에서 흘러나온 피이며 때로는 타인의 혈관에서 흘렀던 피이다. 한국 문학에서 피를 찍어서 글을 쓴다는 작가들은 예전보다 희소해졌다. 세련과 독창과 첨단을 말하는 목소리는 높은데 세속의 누추와 결여를 어떻게 바라보아야 하는지, 이것을 단순히 타인의 고통으로 치부할 것이 아니라 작가의 인식과도 어떻게 공명하는지 고찰해야 하는 시도는 잘 보이지 않는다는 인상을 받는다. 이런 갑갑증이 느껴질 때 나는 김신용의 시집을 집어든다.

   적어도 나에게 김신용은 고은, 서정주와 같은 이름값 높고 세계적인 명성을 누렸던 시인들보다 몇백 배는 더 훌륭한 작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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