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살던 동네에서 알고 지내던 이웃 사람이 있었다. 우리 집에 가끔 놀러 와 차를 마시곤 하던 사람인데 어느 날 내게 전화해서 속상한 일을 털어놓았다. 동창생에게 돈을 빌려 줬는데 그 동창생이 돈을 갚지 않을뿐더러 앞으로 돈 받기는 틀렸다는 것이다. 빌려 준 돈의 액수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데 아마 천만 원쯤 되지 않았을까 싶다. 그 동창생이 여러 사람에게 빚이 있고 빚 독촉에 시달리다 줄행랑을 쳤고 수소문 끝에 둘이 간신히 만나게 되었던 모양이다. 그 뒤로 이웃 사람이 그 동창생에게 툭하면 전화하여 빨리 빚을 갚으라며 악담을 퍼붓기도 했다고 한다. 그런데 이웃 사람은 그 동창생이 그 당시 돈을 갚을 능력이 없음을 알고 있는 터였고 만약 훗날 갚을 능력이 되면 갚을 친구라고 믿고 있었다. 다만 속상한 마음에 자꾸 전화해서 그 친구를 괴롭히게 된다고 한다. 그리고 덧붙여 말하기를 절에 가서 기도하고 나면 속상했던 마음이 좀 나아진다는 것이다.

 

 

여기까지 듣고 나서 내가 말을 했다. 기억을 더듬어 정리해 보면 이런 말이었을 것이다. “어차피 그 친구를 괴롭혀 봤자 돈이 나올 것도 아닌데 갚을 날을 느긋하게 기다리는 게 어떻겠어요. 궁지에 몰린 사람에게 괴로움을 주는 말을 퍼붓는 것도 죄를 짓는 일이 아닐까요? 죄를 짓고 나서 절에 가서 가족의 건강과 평안을 위해 기도를 한다면 그 기도가 효과가 있을까요?” 이런 나의 말에 그 이웃 사람은 고맙게도 공감을 표하며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내가 그때 했던 말은 이런 뜻을 담고 있기도 한 것 같다. ‘죄를 짓는 자는 기도를 올릴 자격이 없다.’

 

 

오래전 그 이웃 사람에게 내가 했던 말이 오늘 떠올랐고 다음과 같이 결론지었다.

 

 

살다 보면 어쩔 수 없이 ‘자신도 모르게 짓는 죄’가 있기 때문에 남을 위해 착한 일을 하고 살아야 그나마 선과 악의 균형을 유지하는 삶을 살 수 있는 것이라고.

 

 

 

 

 

 

 

 

 

나는 그리고 당신은
집에서 파리채로 파리 한 마리를 때려죽이고
길을 가면서 개미 몇 마리를 밟아 죽이고
운전을 하면서 길 가는 사람에게 흙탕물을 튀기게 하여 불쾌감을 주고
무심코 한 말로 남에게 상처를 주고
잘난 척하는 누군가에게 꼴보기 싫다며 마음속으로 미움의 화살을 던지고

그러고 나서

절에서 또는 교회에서 또는 성당에서 기도를 올린다.

자신이 지은 죄는 생각하지 않고 그저 자신과 가족이 행복하게 살게 해 달라고

기도를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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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5-22 19: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5-23 20: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세실 2017-05-22 22: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반성합니다.
왕파리 제가 잡지는 않았지만 직원 시켜서 잡게 한것도 나쁜 일이죠?ㅎ
금전적 여유가 있으면 느긋하게 기다리겠지만... 처한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요.

페크pek0501 2017-05-23 20:03   좋아요 0 | URL
제가 반성하면서 쓴 글입니다. ㅋ
왕파리가 있으면 저도 무조건 잡게 될 것 같아요. 밥 먹을 때 음식에 앉을까 봐 말이죠.

처한 상황에 따라 다를 것, 맞습니다. 돈이 급한 사람에겐 더 화가 날 일이죠.
세실 님, 굿밤 되시길...

2017-05-23 06: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5-23 20: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7-05-23 12: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자신의 죄를 모르고, 착한 일 하지 않는 사람이 많습니다. 착한 일을 하지 않더라도 자신의 잘못된 행동 정도는 알고 있어야 합니다. 자신의 죄를 모르는 척하는 사람이 더 나쁩니다.

페크pek0501 2017-05-23 20:09   좋아요 0 | URL
하하하~~~ 혹시 님은 별명이 교 과 서 ?
님은 글도 삶도 교과서적일 것 같습니다. 물론 좋은 뜻에서 드리는 말씀입니다.
이런 분을 알고 지내게 되어 아주 좋습니다.
댓글 고맙습니다.
밖에 비가 오네요. 굿밤 되세요.


stella.K 2017-05-23 14: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래서 성경에도 하나님께 제사를 드리려다가
이웃과 불화한 것이 있으면 화해하고 제사를 드리라잖아요.
근데 이게 또 좀 억울한 면이 없지 않은 것 같아요.
돈은 돈대로 빌려주고 죄는 죄대로 짓고.
돈 꿔 쓴 사람은 죄인일뿐이고.
사람들과 잘 지내려면 금전관계가 없는 게 좋다고 하는데
그게 쉽지가 않더군요.
그래서 어떤 사람은 상한선을 둔다고 하더군요.
어느 금액 한도내에서 떼어 먹힐 각오하고 빌려주고 그 이상은
있는 티도 안 낸다고. 그것도 나름 지혜란 생각이 들더군요.
그 분도 참 마음이 편치 않겠어요.

페크pek0501 2017-05-23 20:15   좋아요 1 | URL
기도할 땐 이기심이 심하다싶어 감사의 기도를 한 줄 넣습니다. ㅋ

저도 몇 년 전, 지인으로부터 돈 꿔달라는 말을 듣고 아무래도 떼일 돈 같아서 그 액수의 반만 줄 수 있으니 그 반은 다른 데서 구해 보라고 했는데 그러길 잘했지요. 떼였어요. 그런데 저는 지인이 형편이 되면 반드시 갚을 거라고 봅니다. 그래서 독촉 전화 같은 것 안 합니다. 큰 액수가 아니어서 타격도 없었고...

스텔라 님. 굿밤 되세요. 늘 감사합니다.

AgalmA 2017-05-24 02: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런데 인간 삶을 보면... 용역이라는 직업도 있듯이 겁을 주고 괴롭히면 뭔가 얻을 수도 있다는 걸 아는 터라.
상호주관이 조화로운 관계란 참 어렵죠.

페크pek0501 2017-05-25 22:32   좋아요 0 | URL
그 이웃 사람은 이자를 받는 재미로 돈을 빌려 주었다가 그런 일이 생긴 거예요.
되도록 친구 간 돈 거래가 없는 게 좋겠지만 어렵다고 사정하면 안 빌려 줄 수도 없고 참 처신하기 어려운 일 같아요.
조화로운 관계, 어렵죠.

고맙습니다. 굿밤 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