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 며칠 동안 바빴다. 친정어머니 집이 고층 아파트로 재건축하게 되어 이사를 가야 했기 때문이다. 내가 고등학생 때부터 살던 집이라 헐린다고 생각하니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앞으로 친정집이 없어지고 집터는 폐허가 될 것이다. 그리고 새 아파트가 지어질 것이다. 이사하기 며칠 전 우리 가족은 헐릴 집을 배경으로 가족사진을 찍었다.

 

 

그저께 이사했다. 이삿짐센터에서 나온 사람들이 살림살이를 모두 트럭에 싣고 나서 나에게 집에 들어가 빠진 물건이 없는지 확인하라고 말했다. 휑하니 비어 있는 집을 살펴보니 마음이 짠했다. 고등학생 때부터 썼던 내 방을 보니 더욱 그랬다. 창문을 잠그고 전등을 끄고 빠진 물건이 없는지 집을 점검하는 것으로 이별의 인사는 그렇게 간단히 끝이 났다.  

 

 

40년 가까이 단독 주택에 살던 친정어머니는 처음으로 아파트에 살게 되었다. 어머니는 출입 카드를 사용하는 방법에서부터 현관문의 비밀번호를 누르는 방법까지 배워야 했다. 연세가 많아 마음이 놓이질 않아 나는 하루에 한 번씩 들러 어머니가 불편한 점은 없는지 확인한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살던 집에서 가까운 아파트로 이사를 해서 동네가 낯설지 않고 지인들과 헤어지지 않는 점이다. 친구처럼 지내는 지인들이 어머니에게 집들이를 빨리 하라고 성화라고 한다. 이 얘기를 들으니 주름졌던 내 마음이 순간적으로 활짝 펴지는 듯했다.

 

 

어떤 것이든 이별에는 슬픈 감정이 묻어나는 것 같다.

 

 

마치 유리창에 빗물이 흐르듯이.   

 

 

 

 

 

 

 

며칠 전에 비가 왔을 때 찍은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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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제트50 2018-10-10 14:1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제 부모님도 단독주택에서 아파트로
옮기셨죠. 일흔 넘어서요.특히 어머니께서 살림하시기에 아파트가
편한 거 같아 기분좋던데요 ~^^

페크pek0501 2018-10-12 12:24   좋아요 0 | URL
예. 그러셨군요.
한편으로 생각하면 단점이 되고 다른 한편으로 생각하면 장점이 됩니다.

고맙습니다.

stella.K 2018-10-10 15:3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정말 짠 하시겠어요.
저도 25년 간 살던 집을 이사하고 지금의 집으로
이사했을 때 짠하더군요.
더구나 우리가 이사하자마자 다음 날인가 그 다음 날부터
헐렸다고 하니 좀 서늘하기까지 하더군요.
이미 남의 집된 걸 뭐라 할 수도 없고.
버스 타고나가면 2, 30분이면 도착할 수 있는 곳인데도
저 살던 동네를 한번도 못 가 봤어요.
그런데 지금 생각하면 더 오래 있을 수도 없는 집이었다 싶어요.
언덕 꼭대기에 있었는데 엄마가 젊었을 땐 탐나서 그 집을
선택했다는데 엄마도 더 이상 젊다고 할 수 없게 되자
언덕 위에 있다는 게 마냥 좋게만 느껴지지 않았으니 말이어요.
암튼 잘 하셨어요.^^

페크pek0501 2018-10-12 12:25   좋아요 1 | URL
저도 짠했습니다.
그렇게 빨리 헐릴 수도 있군요.
저는 헐린 집을 못 볼 것 같아요. 그래서 앞으로 그쪽으로 가게 되지 않을 것 같아요.
고맙습니다.

2018-10-10 17: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10-12 12: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서니데이 2018-10-10 20:5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페크님, 이사 하시느라 많이 힘들지는 않으셨나요.
고등학교 시절부터 살았던 집이라면 특별한 공간일 거예요.
그런 집이 사라진다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또한 아쉬운 마음이 들겠지요.
집 앞에서 가족사진을 찍으셨다는 이야기 들으면서
집도 그동안 가족이었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요즘 날씨가 매일 매일 차가워지고 있어요.
감기 조심하시고, 좋은 하루 보내세요.^^

페크pek0501 2018-10-12 12:29   좋아요 1 | URL
힘들었답니다. 시간은 부족하고 체력도 부족하고 할일은 태산이고...
지금도 정리가 덜 되어 매일 한 번씩 가서 일해야 한답니다.
어머니와 저는 서둘지 않기로 했어요. 천천히 정리하며 살기로 했답니다. 병날 것 같아서요.
집도 가족, 좋은 표현입니다.

날씨가 갑자기 추워졌죠? 옷 따뜻히 입으셔서 감기 들지 않도록 하세요.
저도 조심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