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럴 땐 이 와인 - 40가지, 상황별 추천, 와인 가이드
이재형 지음 / 코코넛 / 2008년 6월
평점 :
품절


집에서 담근 달달한 포도주의 맛을 지금도 기억한다. 유리항아리에 싱싱한 포도와 꽤 많은 분량의 설탕을 넣고 소주를 꽉 채워넣어 만들던 달달한 포도주는 한모금씩 맛보기를 할 때마다 달콤한 향내로 코끝을 진동시켰다. 이렇게 집에서 만든 포도주로 시작한 음주로 인해 술은 은근히 맛있다란 생각을 갖게 됐지만, 성인이 되어 마신 소주와 맥주, 막걸리로부터 그에 관한 인상은 무참히 깨져버렸다. 입안에서 즐겁지 않은 술이란 액체는 속에 들어가서도 화를 일으키고 다음날의 정신까지 빼앗아 버린다. 

와인에 관심이 생긴 건 많이 마시지 않아도 된다는 것, 그리고 향이 좋다는 것이다. 와인을 처음 맛봤을 때 생각보다 시고 떫은 맛이 강해 실망도 했지만, 브랜드마다 조금씩 맛이 다르다는 와인이기에 언젠가 내 입맛에 맞는 와인을 찾고 말 것이라는 기대를 하고 있다.

와인에 대한 책으로는 이 책을 두 번째로 읽었다. 처음 읽었던 책이 와인의 상식과 세계의 와인에 대해 두루두루 다루는 책이었다면, 이 책은 40가지의 상황에 적당한 와인을 꼭 집어 얘기해준다. 전자의 책을 읽고 나서도 막상 와인을 구입하려 했을 때 애를 먹긴 마찬가지였던 실질적인 부분을 이 책이 해소해주고 있는 셈이다. 숯불구이를 먹을 때, 삼겹살을 먹을 때, 피자와 어울리는 와인, 여자들만의 수다에 어울리는 와인 등의 설명으로 초보자에게 훌륭한 길잡이 역할을 한다. 각 와인의 특징과 맛을 함께 알려주고 있기 때문에 내가 좋아하는 맛의 와인을 메모해두었다가 살 때 참조할 수 있다.

프롤로그에 소개된 샴페인에 대해선 추억이 있다. 대학 4학년 때 그랑쥬아란 고급 샴페인이 우리나라에서 출시가 되었고, 우리과의 상당수 여학생이 그 회사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게 되었다. 명절맞이 선물세트 판매를 하며 보름정도 일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일하기에 앞서 샴페인에 대한 이론교육을 받으며 샴페인이 와인의 일종이라는 것과 흔들어 뿌리기엔 매우 고가의 술로서 그동안 생일때마다 즐겨 사용했던 복숭아향나는 샴페인은 사실 샴페인과 아무 관련이 없는 술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때 맛봤던 비싼 샴페인은 술맛을 잘 모르던 나도 느낄 만큼 향이며 맛이 좋았던 것으로 기억된다.

와인에 관한 여러 알콩달콩한 이야기들은 와인을 잘 모르는 사람들도 푹 빠져들어 재미있게 읽을 만한 내용이다. '이럴 땐 이 와인'이란 제목도 책의 내용과 딱 어울리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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