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권정생 선생님을 추모하며...

2007년 5월 17일 돌아가신 권정생선생님, 벌써 2주기가 됐네요. 평소엔 그분을 잊고 살았을지라도 오늘 하루 경건하게 추모하는 맘을 가져봅니다. 요즘 우리나라 돌아가는 꼴을 보면 결코 이땅에 환생하고 싶지 않으실 것 같으니 다시 만나긴 어렵겠고, 선생님의 책을 보면서 마음을 달래보려고요.

<권정생 선생님의 유언>

내가 죽은 뒤에 다음 세 사람에게 부탁하노라.

1. 최완택 목사, 민들레 교회
    이 사람은 술을 마시고 돼지 죽통에 오줌을 눈 적은 있지만 심성이 착한 사람이다.
2. 정호경 신부, 봉화군 명호면 비나리
   이 사람은 잔소리가 심하지만 신부이고 정직하기 때문에 믿을 만하다.
3. 박연철 변호사
   이 사람은 민주 변호사로 알려졌지만 어려운 사람과 함께 살려고 애쓰는 보통 사람이다.
   우리 집에도 두세 번 다녀갔다. 나는 대접 한 번 못했다.

위 세 사람은 내가 쓴 모든 저작물을 함께 잘 관리해 주기를 바란다.
내가 쓴 모든 책은 주로 어린이들이 사서 읽은 것이니 여기서 나오는 인세를 어린이에게 되돌려 주는 것이 마땅할 것이다. 만약에 관리하기 귀찮으면 한겨레신문사에서 하고 있는 남북어린이어깨동무에 맡기면 된다. 맡겨 놓고 뒤에서 보살피면 될 것이다.

유언장이란 것은 아주 훌륭한 사람만 쓰는 줄 알았는데, 나 같은 사람도 이렇게 유언을 한다는 것이 쑥스럽다. 앞으로 언제 죽을지는 모르지만 좀 낭만적으로 죽었으면 좋겠다. 하지만 나도 전에 우리집 개가 죽었을 때처럼 헐떡헐떡거리다가 숨이 꼴깍 넘어가겠지. 눈은 감은 듯 뜬 듯하고 입은 멍청하게 반쯤 벌리고 바보같이 죽을 것이다. 요즘 와서 화를 잘 내는 걸 보니 천사처럼 죽는 것은 글렀다고 본다. 그러니 숨이 지는 대로 화장을 해서 여기저기 뿌려 주기 바란다.

유언장치고는 형식도 제대로 못 갖추고 횡설수설했지만 이건 나 권정생이 쓴 것이 분명하다.
죽으면 아픈 것도 슬픈 것도 외로운 것도 끝이다. 웃는 것도 화내는 것도. 그러니 용감하게 죽겠다.
만약에 죽은 뒤 다시 환생을 할 수 있다면 건강한 남자로 태어나고 싶다. 태어나서 25살 때 22살이나 23살쯤 되는 아가씨와 연애를 하고 싶다. 벌벌 떨지 않고 잘 할 것이다. 하지만 다시 환생했을 때도 세상엔 얼간이 같은 폭군 지도자가 있을 테고 여전히 전쟁을 할지 모른다. 그렇다면 환생은 생각해 봐서 그만 둘 수도 있다.

2005년 5월 10일 쓴 사람 권정생     
 

읽고 리뷰를 쓴 선생님 책들 

 

  

 

 요거 네 권은 오늘 쓰려고요.^^

 

 

 

읽었지만 리뷰를 안 쓴 책 

 

 

 

 

우리집에 있는 선생님 책들~  우리들의 하느님은 현재 대출중이라 사진엔 없어요. 



작년에 생일 선물로 받은 '권정생'은 아직도 안 읽어서 올해 생일이 되기 전에 꼭 읽어야 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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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개똥이네 놀이터, 개똥이네 집
    from 엄마는 독서중 2010-04-14 04:11 
    4월 1일 낯선 전화를 받았다. 도서출판 보리에서 온 전화였는데, 알라딘에 올린 권정생 선생님 추모 페이퍼를 보고 각별한 애정을 갖고 있는 것 같다며 '개똥이네 집' 5월호에 실은 원고를 부탁하는 거였다. 2007년 6월 어머니독서회 토론도서가 <몽실언니>였는데, 마침 내가 <몽실언니>리뷰를 올리고 두 시간 후에 돌아가셨고, 내 음력생일과 같은 날이라 각별히 기억한다.    >> 접힌
  2. 강아지똥처럼 온전한 거름이 된 권정생의 삶과 작품
    from 엄마는 독서중 2010-04-26 17:01 
    5월은 가정의 달로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날'까지 기쁜 날도 많지만, 우리가 추모할 분들이 많아서 우울하고 슬프게 보낼지도 모른다. 5일은 박경리 선생 2주기, 17일은 권정생 선생 3주기, 23일은 노무현 전 대통령 1주기...  2008년 6월에 마노아님께 생일선물로 받은 책을 이제야 읽었다. 그것도 <개똥이네집> 5월호에 실을 권정생님 원고 덕분에... 이 책은 여기저기서 몇 번은 귀동냥 했을
 
 
세실 2009-05-17 20: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지금은 하늘나라에서 편안한 삶을 누리고 계시겠죠.
제가 가장 사랑하는 그림책은 <강아지똥> 입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순오기 2009-05-18 02:31   좋아요 0 | URL
강아지똥, 중학교 국어에도 나오는데 그림책보다 닭이야기가 좀 더 나오지요.
하늘에서 편히 안식하시기를...

울보 2009-05-17 21: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집에는 일곱권이있습니다 아니 다른 책들도 있습니다,,,

순오기 2009-05-18 02:31   좋아요 0 | URL
울보님 서재도 굉장하던데요~~

웽스북스 2009-05-18 0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돌아가시는 순간까지 위트를 잊지 않으시는 저 유서를 보면서 친구들과 모임에서 감탄했던 기억이 나요.

순오기 2009-05-18 02:32   좋아요 0 | URL
세상에 욕심이 없으면 이 분처럼 살 수 있을까요?
참 맑은 분이셨어요. 그쵸? ^^

프레이야 2009-05-18 08: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제 2주기였군요.
다시 태어나면 건강한 남자로..., 이 구절이 가슴 아프네요.

순오기 2009-05-19 10:27   좋아요 0 | URL
건강한 남자로 다시 태어나 멋지게 연애 하고 결혼해서 아들 딸 낳고 살면 좋겠어요.

꿈꾸는섬 2009-05-19 0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느새 2주기군요. 5.18 전날이라 기억할 줄 알았는데...5.18도 잊고 있었더랍니다. 권정생 선생님처럼 살 수 있다면 좋겠어요. 물론 그럴 수 없겠지만요. 우리 곁에 남겨진 많은 책들 우리 아이들에게 모두 보여주고 싶어요.^^

순오기 2009-05-19 10:29   좋아요 0 | URL
참 세월이 빠르지요.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그분의 책을 읽으며 깨닫고 실천하려는 노력이라도 해야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