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로 보는 인물의 세계 : 역사를 이끈 리더들 - 완전 정복! 대한민국 VS 세계 위인 역사로 보는 인물의 세계
이은정 지음, 양미연 그림 / 크레용하우스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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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어린이 인물 역사서!

역사와 세계사를 이해하는 든든한 토대가 되어줄 책!

 

 

 

  초등 3학년을 앞두고 있는 첫째 아이가 예년에 비해 부쩍 역사와 세계사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특히 분쟁 이슈나 일제 강점기의 우리나라 역사에 대한 궁금증을 자주 드러내곤 했는데그때마다 자신의 목숨보다는 자유와 인권 수호를 위해 애국에 앞장섰던 인물들의 행동에 특히 고무되는 듯했다이처럼 인물들의 성장과정그 속에서 치열하게 고민한 흔적들역경과 고난 속에서도 의지를 잃지 않았던 태도들은 아이들에게 큰 영감과 자긍심을 준다또 역사 속 인물에 대한 이해는 역사와 세계사를 이해하는 가장 든든한 토대가 되기도 한다.

 

 

 

  마침 크레용하우스에서 출간된 역사로 보는 인물의 세계역사를 이끈 리더들에 관심을 갖게 된 것도 바로 그러한 이유에서다무엇보다 하나의 주제어를 통해 한국사 속 인물과 세계사 속 인물을 비교하여 볼 수 있다는 점이 무척이나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정복이라는 주제어를 통해서는 광개토 대왕과 칭기즈 칸을, ‘지혜라는 주제어를 통해서는 선덕 여왕과 클레오파트라를, ‘통일이라는 주제어를 통해서는 문무왕과 진시황을, ‘평등이라는 주제어를 통해서는 전봉준과 넬슨 만델라를 함께 비교해봄으로써 인물과 시대적 배경을 보다 쉽게그러면서도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한 점이 특별하다.

 

 

 

광개토 대왕을 국강상광개토경평안호태왕이라고 칭하고 있는데 국강상은 왕의 무덤이 국강상에 있다는 뜻이고 광개토경은 땅을 널리 개척했다는 뜻이야평안은 나라를 평안하게 했다는 뜻이고 호태왕은 훌륭한 왕을 기린다는 의미지.

비문에 광개토 대왕은 영토만 넓힌 것이 아니라 백성들이 잘 살 수 있는 정치를 펼쳤다고도 새겨져 있어이것은 광개토 대왕이 사용했던 연호에서도 확인할 수 있어연호는 임금이 즉위한 해에 붙이는 칭호인데 광개토 대왕은 영락이라는 연호를 사용했어영락은 백성들을 즐겁게 하리라라는 뜻이야. / 15p

 

 

몽골족을 통일한 테무친은 부족장 회의에서 몽골 민족 전체의 우두머리인 칸으로 임명되며 칭기즈 칸으로 불리게 되었어칭기즈 칸은 위대한 칸이라는 뜻이야칭기즈 칸은 통일된 몽골족을 더 강하게 만들기 위해 군사 조직을 정비하고 법령을 제정했어. / 19p

 

 

 




 

 

 

 

  선생님이 이야기를 들려주듯 친절하게 설명해주는 데다주제어에 초점을 맞추어 인물의 삶과 업적을 보다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한 것 역시 인상적이다그런 가운데 진시황의 잔인한 품성과 폭압 정치가 드러나는 대표적인 사례인 분서갱유백인 우월주의를 앞세워 인종 차별 정책의 폐해를 남긴 나폴레옹을 통해 인물을 균형감 있게 바라볼 수 있도록 한 점도 이 책의 큰 장점이다영광스러운 순간도그렇지 않은 순간도 역사라는 것을 알아야만 역사라는 긴 통로 속에서 오늘을 바라볼 수 있다는 것을우리 아이들이 꼭 잊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나폴레옹을 비판하는 사람들도 많아나폴레옹이 치른 전쟁으로 600만 명에 이르는 많은 사람들이 죽었어또한 백인 우월주의를 내세운 인종 차별 정책으로 아이티섬을 침공해 원주민들의 노동력을 착취했고 원주민들의 저항이 심해지자 군대를 보내 원주민들을 모두 죽이라는 명령을 내렸어.

점점 권력에 집착을 보이지 시작한 나폴레옹은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어언론을 통제하고 검열을 강화해 자신에게 유리한 여론을 만들려 했어. 20여 명 이상의 시민이 모이지 못하도록 하며 사상과 표현의 자유를 억압한 일은 프랑스 혁명의 기본 정신인 자유와 평등박애에 어긋나는 행동이었지. / 63p

 

 

온몸이 불에 휩싸인 전태일은 근로 기준법을 준수하라우리는 기계가 아니다!”라고 외쳤어그리고 쓰러져 정신을 잃어 가는 순간에도 친구들에게 말했어자신의 죽음을 헛되이 하지 말고 끝까지 싸워 달라고 말이야. / 139p

 

 

 




 

 

 

 

  아이와 책을 읽으며 광개토 대왕이 정복한 요동 지역은 어디인지그리하여 고구려는 얼마나 넓은 영토를 차지할 수 있었는지 함께 찾아보았다개마무사의 모습을 복원한 이미지와 광개토 대왕비 실사도 찾아보며 시각적 이해까지 돕기도 했다여기에 QR코드를 찍으면 출판사에서 제공하는 독후활동지까지 따로 받아 볼 수도 있으니책을 다 읽은 후 꼭꼭 활용해봐야겠다초등 저학년부터 고학년에 이르기까지누구나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어린이 인물 역사서를 찾으시는 분들에게 이 책을 추천드린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았으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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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의 경계
야쿠마루 가쿠 지음, 남소현 옮김 / 북플라자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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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카롭고 뼈아픈 우리 사회의 무거운 진실!

절망의 순간 속에서도 절대 놓치지 말아야 할 삶의 중요한 가치에 대해 숙고하게 하는 책!

 

 

 

  도쿄의 번화가인 시부야 스크램블 교차로에서 묻지마 살인 사건이 발생했다범인은 스물여섯 살의 오노데라 케이치라는 남성으로제일 먼저 길을 건너던 26세 여성을 자신이 들고 있던 도끼로 공격한 다음여성을 구하려던 48세 남성을 무참하게 난도질하고이어서 도망치던 28세 여성을 향해 도끼를 휘두르다가 현장에 출동한 경찰에 붙잡혔다. 48세 남성은 즉시 병원으로 이송되었으나 결국 숨을 거두었고가장 먼저 공격당한 여성은 아직도 의식이 돌아오지 않은 상태였다보도에 따르면 당시 범인은 짜증 나서 그랬다나보다 행복해 보이는 사람이라면 상대는 누구라도 상관없었다고 진술했다 한다.

 

 

 

묻지마 범죄의 이면에 드리워진 현대 사회의 문제점

 

 

  잡지 기사인 쇼고는 우연히 시부야 스크램블 교차로에서 벌어진 묻지마 살인 사건의 범인인 케이치가 사건 발생 일주일 전까지 근무했다는 회사 사장의 인터뷰를 보게 되고케이치라는 남자에 대해 더 자세히 알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가족이 없고 열여섯 살까지 시설에서 지냈다는 점그의 양팔이 좁쌀만 한 화상 자국으로 뒤덮여 있었다는 점이 쇼고의 관심을 끈 것이다실은 쇼고 역시 시설에서 자란 데다어릴 때 어머니에게 학대를 당해 팔다리 곳곳에 담뱃불에 지져진 자국이 있었기 때문이다.

 

 

 

  케이치에게서 몇 년 전의 자신이 겹쳐 보였던 쇼고는 그 길로 케이치를 찾아가 그의 불행했던 과거를 담은 자서전을 내보는 게 어떻겠느냐고 제안한다그렇게 쇼고는 케이치의 지난 과거의 행적을 추적하면서어쩌다 케이치가 교도소에 가고 싶어서 사람을 죽이고출소하면 또 그런 짓을 하겠다고 공언할 정도로 사회를 증오하게 되었는지 끔찍하고도 무거운 비밀에 다가가기 시작한다.

 

 

 

애초에 나한테는 지금까지 어떤 인생을 살아왔다고 할 만한 게 없어요기억하는 것도 없고 기억해 내고 싶은 것도 없고그래서 이쪽에 온 거니까요내 인생은 여기서부터 시작되는 거예요.”

네 인생은 교도소에서부터 시작되는 거라고?” 쇼고가 물었다.

앞으로 죽을 때까지 전 이쪽에 있을 거예요아직은 죽기 싫으니까 사형이 나오지 않도록 처음부터 딱 한 명만 죽이자고 정해 놓고 시작한 일이었거든요.” / 168p

 

 

쇼고는 끝이 뾰족한 물건을 발견하기만 하면 자기 몸에 문신을 새겼다문신을 새기는 행위는 시설에서 나온 후에도 한동안 계속되었다.

스무 살쯤 되자 흉터는 대부분 문신에 가려 보이지 않게 되었다하지만 마음은 여전히 과거에 갇힌 채였다.

어떻게 하면 진정한 의미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을 것인가자신은 무의식중에 계속해서 그 답을 찾고 있었던 것이 아닐까. / 234p

 

 

 



 

 

 

 

  한편절체절명의 순간에 범인을 막아선 한 중년의 남성 덕분에 겨우 목숨을 건진 아카리는 사건의 충격에서 헤어나오지 못한다사랑하던 사람과의 관계도 어긋나고고향으로 돌아가 가족의 품에서 지내면서도 몸과 마음의 상처를 씻어내지 못한다그렇게 깊은 절망과 한탄에 빠져 자신을 공격한 범인을그리고 세상의 부조리함을 원망만 하며 지내던 아카리는 문득 아카리를 구한 남자가 마지막으로 남긴 말을 떠올린다. “약속은 지켰다고… 전해 줘.” 남자는 대체 누구에게 이 말을 남기고 싶었던 것일까아카리는 죽은 남자의 마지막 말을 상대에게 전해주지 않으면 도저히 온전한 마음으로는 살아갈 수 없을 거라고 생각하고 남자의 삶을 추적하기 시작한다그 과정 속에서 아카리는 상처에 대한 원망과 미련이 아닌생에 대한 절박한 마음과 절대로 잊어서는 안 될 삶의 중요한 가치들을 깨달아간다.

 

 

 

의사 선생님한테 말해서 검사를 받았지만 시력에는 이상이 없대아마 정신적인 문제일 거라고그것뿐만이 아니야. TV 요리 채널에서 식칼을 사용하는 장면이 나오거나 거리에 사람들이 북적이는 장면을 보는 것만으로도 숨이 막혀 죽을 것만 같아소리 때문에 발작을 일으키기도 하고불을 끄거나 눈을 감으면 범인한테 공격당했을 때의 광경이 선명하게 되살아나서 미쳐버릴 것 같아나는 더 이상… 예전의 내가 아니야코헤이가 알던 내가 아니라고!” / 113p

 

 

남들이 행복하게 사는 이야기를 들으면 속이 뒤집힐 것 같다고!” / 157p

 

 

나는 일면식도 없는 범인한테 공격당해서 크게 다쳤잖아아키히로 씨는 목숨을 잃었고그런 일이 생기는 걸 보면 세상에 나랑 상관없다고 단언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지 않나 싶더라.” / 308p

 

 

 



 

 

 

 

  이처럼 죄의 경계는 야쿠마루 가쿠의 사회파 미스터리로무차별 묻지마 살인 사건을 중심으로 얽히고설킨 현대 사회의 여러 문제들을 날카롭게 그려낸 작품이다이야기는 범인이 묻지마 살인 사건을 벌이게 되기까지의 사연과묻지마 살인 사건에 휘말려 일면식도 없는 사람을 구하고 세상을 떠난 한 남자의 사연을 두 가지 시선을 통해 쫓아간다그 과정에서 묻지마 살인 사건에 휘말린 피해자의 심리와 아동 학대방임소외 등 우리 사회의 어두운 일면을 매우 심도 있게 그려간다그러면서도 자신이 처한 불우한 환경이 타인의 삶을 빼앗는 범죄를 정당화 할 수 없음을 전하는 책의 메시지가 묵직하게 다가온다죄의 경계그 안에서 치열하게 살아가는 모든 삶들을 위로하고 응원하는 마지막 페이지에서 나도 모르게 눈시울이 붉어진다.

 

 

 

저와 재판부를 비롯해 지금 이 법정에 있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세상 많은 사람들이 당신이 왜 그런 사건을 일으켰는지 궁금해하고 있습니다피고인처럼 부모에게 학대당하고 시설에 맡겨진 아이는 많습니다시설에서 나와 사회생활을 영위하고 있는 사람도 많고요피고인이 사건을 일으킨 이유를 제대로 설명하지 않으면 모두가 당신과 비슷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에게 편견을 갖게 될 겁니다.” / 445p

 

 

 

  촘촘한 이야기 구성에 내용도 다소 무거운 편인데도 단숨에 페이지가 넘어갈 만큼 흡인력이 높다여담이지만 오전에는 내가저녁에는 남편이 읽으며 함께 감상을 공유한 게 이 책이 처음이라 더 재미있게 읽었다묵직한 사회파 미스터리를 찾으시는 분들에게 이 책을 추천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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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퓨테이션: 명예 2
세라 본 지음, 신솔잎 옮김 / 미디어창비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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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드라마 한 시즌을 정주행한 것 같은 강렬한 몰입감!

 

 

 

  여성 정치인인 엠마 웹스터가 살인 혐의로 기소되면서 세간에 충격을 준 지 6개월 뒤혐의의 유무죄를 밝힐 재판이 본격적으로 열린다왕립기소청은 기자인 마이크 스톡스가 엠마의 명예를 실추시킬 만한 무언가를 알고 있었다는 것에 대해 위협을 느껴 그를 살인한 것으로 보고이에 유죄를 주장한다반면엠마의 변호인 측은 여성 혐오와 살해 협박에 지속적으로 시달린 여성 정치인이 사생활 침해의 위협을 느끼고 벌인 정당방위였음을 주장한다이어 관련 사건의 증인과 객관적인 증거를 설명해줄 법의학자들이 하나씩 소환되기 시작하고치열한 공방이 벌어질 때마다 엠마의 머릿속에서는 불안과 안도가 파도처럼 휩쓸고 지나간다과연 엠마는 바닥까지 추락한 자신의 명예를 지켜낼 수 있을까?

 

 

 

화려한 법정 공방과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이야기의 카타르시스

 

 

  『레퓨테이션명예』 2권은 자신의 명예가 한창 절정에 치달은 순간에 절대절명의 위기에 직면한 주인공 엠마를 둘러싼 법정 공방을 치밀하고도 생생하게 묘사한다서로 다른 증언과 증거들이 쌓여가는 가운데소설은 재판의 향방이 어디로 흘러갈지 마지막까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시종 날선 긴장감을 앞세우며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권력과 명예혐오와 증오비밀과 거짓이 난무하는 정치계의 그림자를 날카롭게 파고들어 한 편의 멋진 법정 스릴러로 완성해낸 세라 본의 필력에 내내 감탄하며 읽게 된다.

 

 

 

우리가 싸우는 소리를 듣고도 그냥 위층으로 올라갔다고 해서 알렉스에게 뭐라 할 수는 없었다그럼에도 그가 와서 도움을 주지 않았다는 사실이 너무도 슬펐다그가 나를 두고 새된 비명을 질렀다고 말한 것에 화도 났다내가 어떤 공포를 느꼈는지 알기나 할까분노와 동시에 오싹한 두려움이 내 온몸에 퍼졌고그 두려움이 내 움직임을 변덕스럽고 난폭하게내 목소리를 크고 날카롭게 만들었던 것이다뭐라고새된 비명을 지르면서 험악하게그때 나는 미친 듯 두려움에 떨고 있었을 뿐이다. / 63p

 

 

배심원들의 마음에 다음과 같은 말이 각인되고 있었다. ‘미디어를 잘 다루는’, ‘가까워졌어요’. 가깝다는 표현은 은밀한 느낌을 풍긴다가이는 자신의 증원에 이런 암시적인 말을 슬쩍 섞는 것을 즐기는 듯했다. / 91p

 

 

 



 

 

 

 

  “공인이라면 당연한 목표물이 되는 셈이죠.”

  오랜 기간 온라인에서 괴롭힘을 당하고스토킹도 모자라 지속적인 신문사의 감시까지 받았던 엠마의 불안한 심리상태를 고려해야 한다는 변호인의 설득에 증인석에 선 레이철 마틴 기자는 이렇게 말한다공인이면 응당 누군가의 목표물이 되기 마련이며대중의 엄격한 시선과 더 면밀한 조사를 받는 대상이어야 한다고 말이다정치인뿐만 아니라 공적인 위치에서 대중의 사랑을 받는 직업을 가진 이들이라면 감시와 사생활 노출혐오 등이 일상적으로 따라붙는다소설은 어째서 이들이 이러한 공포 속에서 살아가는 것을 수용하게 되었는지또 대중은 어째서 그들이 그렇게 해야만 한다고 생각하는지 우리에게 묻는다.

 

 

 

이런 위험이 내 직업의 일부라고 받아들였지만그런 내면화는 언제부터 시작됐을까언제부터 여러 예방 조치들을 당연하다고 여기게 된 걸까왜 내 직원들도 이런 현실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하게 된 걸까? / 220p

 

 

저는 20년 가까이 정치인으로 살아왔지만이 일은 점점 더 어려워지기만 합니다소셜 미디어와 24시간 보도되는 뉴스의 영향입니다기사의 주기가 짧아졌고사람들은 훨씬 더 공격적이고 충동적으로 반응합니다솔직히 말해 여성 하원의원들이 느끼는 부담감을 고려한다면이 사건이 제대로 된 정당방위란 무엇인지 처음으로 보여준 사례인 것 같아 놀라움을 감출 수 없습니다.” / 223p

 

 

여성들의 영역이 물리적 공간에서 그리고 가상의 공간에서 어떻게 침해받고 있는지 살펴볼 때입니다또한 왜 여성들이 이러한 공포 속에서 살아가는 것을 수용하게 되었는지 생각해볼 때입니다저는 당분간 제 딸과 시간을 보낼 생각이지만공인의 삶에 물러나지 않을 것입니다주눅 들지 않을 것이며 두려워하지 않을 겁니다.” / 244p

 

 

 




 

 

 

 

  넷플릭스 드라마 한 시즌을 정주행한 것처럼 강렬한 몰입감을 선사하는 작품이다마지막까지 반전을 놓지 않고 긴장감을 끌고 가는 힘 역시 매력적이다킬링 타임용 소설이나 스릴 넘치는 법정 드라마를 찾으시는 분들이라면 이 책을 적극 추천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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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퓨테이션: 명예 1
세라 본 지음, 신솔잎 옮김 / 미디어창비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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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느끼는 강력한 페이지터너의 힘!

권력과 야망명예와 소신비밀과 폭로의 빛과 그림자를 담은 법정 스릴러!

 

 

 

  주인공인 엠마 웹스터는 포츠머스 지역을 대표하는 여성 하원의원이다평소 여성 대상 범죄인 리벤지 포르노(헤어진 연인에게 보복하기 위해 유포하는 성적인 사진이나 영상 콘텐츠)와 사이버플래싱(타인에게 일방적으로 음란한 이미지를 전송하는 디지털 성폭력), 온라인 혐오 범죄 관련 법안 개정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여성 인권에 앞장서온 그녀는관련 법안을 의회에 통과시킴으로써 영향력 있는 정치인으로 승승장구한다하지만 공교롭게도 이 법안이 제기되기가 무섭게 트위터와 각종 SNS에서는 그녀를 향한 무분별한 욕설과 혐오 댓글이 늘어나고염산 테러를 예고하는 협박 문자와 메일까지 쏟아져 그녀의 안전을 위협한다.

 

 

 

내가 걱정하는 것은-도움을 바라는 유권자들의 목소리를 놓칠지도 모른다는 점 외에도-이 소음 속에서 진짜 위협들을 가려낼 수 없다는 사실이었다내 두려움은-강간 또는 살인 협박처럼-조치를 취해야 할 무언가가 이 증오 공세 깊은 곳에 파묻혀 있을지도 모른다는 것이었다또한 압도적으로 쏟아진 증오에 손쓸 도리가 없다는 좌절감도 있었다트위터에서도는 이메일로 전해지는 강간 협박을 경찰서에 보낼 수도 있었다하지만 부정적인 주장들은-‘세상에 저 여자밖에 없다 해도 저 여자를 강간하지는 않을 거야’-그 어떤 법에도 저촉되지 않았다. / 29p

 

 

 



 

 

 

 

  한편딸 플로라는 친구들로부터 지속적인 따돌림을 당하는 데에 대한 앙갚음으로 친구의 상의 탈의 사진을 찍어 다른 아이에게 유포한다리벤지 포르노 범죄를 막는 데 앞장 서온 엠마였던 만큼 자신의 이미지와 정치적 입지에 큰 타격을 입을 만한 사건이었다무엇보다 딸의 범죄가 세상에 알려지고아이의 신변이 노출될 것을 염려한 엠마는 이를 철저히 단속하려 하지만 자신과 공조했던 타블로이드지 기자 마이크마저 그녀를 압박하자 위기감을 느낀다.

 

 

 

그때 일이 벌어졌다.

모든 것이 잘못되기 시작한 순간이었다. / 19p

 

 

 

  비극은 머지않아 뜻밖의 사건으로 찾아온다엠마는 자신의 집에 누군가가 침입한 듯한 불길한 기운을 느낀다그리고 계단 아래에서 빨래 더미처럼 늘어져 있는 마이크를 발견한다여론은 들불처럼 일어나 이 살인 사건을 조명하기 시작하고엠마는 살인 혐의로 체포된다엠마는 이 위기를 벗어날 수 있을까아니엠마는 정말 무고한 것일까소설 레퓨테이션명예는 이렇듯 자신의 명예가 한창 절정에 치달은 순간에 절대절명의 위기에 직면한 주인공 엠마 웹스터의 다음 이야기를 기대하게 하며 1권을 마감한다.

 

 

 



 

 

 

 

자만이 몰락을 부른다.

훗날 나는 이 일을 격렬하게사무치게 후회할 터였다.

이 표지 사진이 계속해서 쓰일 테니까.

이 순간 이후로 엠마 웹스터 기사가 날 때마다

함께 실릴 사진이었다.

내가 체포될 때도기소될 때도공판이 시작될 때도 등장할 사진이었다. / 25p

 

 

 

  넷플릭스 전 세계 1위 아나토미 오브 스캔들의 원작자 세라 본의 신간으로레퓨테이션명예』 1권은 한 여성 정치인의 삶을 통해 권력과 야망명예와 소신비밀과 폭로의 빛과 그림자를 담은 법정 스릴러다기막힌 서스펜스와 속도감 있는 전개로다음 페이지로 단숨에 넘어가게 만드는 강력한 페이지터너를 자랑한다특히소셜 미디어 속에서 공공연하게 드러나는 혐오와 적대감선동과 이중 잣대의 문제를 핵심 화두로 삼아 지금이 시대의 목소리를 정면으로 마주한다는 점에서 공감과 생각할 과제들을 남기기도 한다, 10대 청소년들에게 쉽게 노출될 수 있는 리벤지 포르노와 사이버 플래싱의 위협에 대한 문제를 숙고하게 한다는 점에서도 주목할 만한 작품이다.

 

 

 

  과연 엠마는 추락의 위기를 이겨내고 자신의 명예를 회복할 수 있을까서둘러 2권으로 달려가야겠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았으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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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도회 이렌 네미롭스키 선집 1
이렌 네미롭스키 지음, 이상해 옮김 / 레모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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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렌 네미롭스키라는 낯선 이름이 기억해야 할 이름으로 각인되는 순간!

날카로운 언어와 예리한 문체로 인생의 명암을 냉소적으로 그려낸 수작!

 

 

 

  1903년 우크라이나의 부유한 유대인 집안에서 태어났으나, 1942년 아우슈비츠로 끌려가 전쟁과 유대인 박해의 희생자가 된 이렌 네미롭스키아우슈비츠로 끌려갈 운명을 직감하고서도 끝까지 펜을 놓지 않았다던 그녀의 예사롭지 않은 작품 이력을 따라가다 보니지금에서라도 재발견되어 네 권의 선집으로 만날 수 있게 된 것이 괜스레 반갑다.

 

 

 

  『무도회』 속에는 사랑과 욕망을 향한 헛된 욕심과 삶의 짙은 비애가 녹아 있는 네 편의 단편작들이 수록되어 있다2차 세계대전 전후의 풍경 속에서 욕망하고 절망하고 우울했던 당대인들의 표상을 예리하게 그려낸 점이 특히 인상적이다여기에 자기 파괴적이고 모순된 삶의 진실과 아이러니를 날카롭게 묘파해낸 이렌 네미롭스키의 언어는 직설적이다 못해 상당히 강렬하다그 누구라도 책을 덮는 순간잔뜩 벼르고 벼른 날 선 생의 감각이란 것이 인장처럼 가슴에 와 박히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내 가엾은 마르셀뭘 원하니그게 바로 삶이야날것 그대로의 삶은 그런 거야.” / 그날 밤」 중에서 139p

 

 

 

  표제작인 무도회는 금융가였던 아버지와 어린 이렌을 유모에게 맡기고 자신만의 삶을 누렸던 어머니를 떠올리게 하는 자전적 성격의 소설이다. 1926프랑화와 파운드화의 가치가 널뛰기를 하는 바람에 증권으로 큰돈을 벌어 단숨에 졸부가 된 캉프 부부는 허세와 가식으로 점철된 삶을 살아가지만 이를 바라보는 딸 앙투아네트의 마음은 온통 증오로 가득하다상류층의 삶을 즐기는 데만 온통 몰두해있는 엄마에게 있어 딸은 늘 걸리적거리고 하찮아 보이는 존재이고사춘기 소녀인 앙투아네트에게 있어서 엄마는 천박한 속물성에 아무것도 모르면서 사사건건 트집만 잡는 눈엣가시 같은 존재일 뿐이다.

 

 

 

  이들의 갈등은 강프 부부가 무도회를 열기로 하면서 극에 달한다결국 앙투아네트는 우체통에 넣어야 할 초대장을 갈기갈기 찢어 센강에다 던져버린다이윽고 펼쳐지는 악몽 같은 시간은 허영심과 알량한 자존심으로 자신의 존재 가치를 증명했던 이들의 헛된 욕망에 조소와 연민의 마음을 보내는 작가의 의식이 투영된 장면으로기묘하고도 잔혹한 유머의 진수를 보여준다.

 

 

 

앙투아네트가 억지로 웃어 보였다비겁하고 괴로운 노력 탓에 얼굴이 고통스럽게 일그러졌다가끔씩 죽이고 싶을 정도로칼로 얼굴을 그어버리고 싶을 정도로혹은 발을 구르며 아유정말 짜증 나!’라고 소리치고 싶을 정도로 앙투아네트는 어른들이 미웠다. / 무도회」 중에서 11p

 

 

앙투아네트혹시라도 누가 너한테 뭘 물으면 일 년 내내 남프랑스에 살았다고 말해칸인지 니스인지 구체적으로 밝힐 필요는 없고그냥 남프랑스라고만 해꼬치꼬치 캐물으면 칸이라고 하는 게 낫겠다그게 더 품격이 있으니까하지만 당연히 네 아빠 말이 맞아입을 다무는 게 최고지어린 여자애는 가능한 한 어른들과는 말을 하지 말아야 해.” / 무도회」 중에서 16p

 

 

절대절대 더는 안 기다릴 거야이 나쁜 욕망들석양이 질 무렵 서로를 껴안고 걸어가는술에 취한 사람들처럼 살짝 비틀거리며 지나가는 두 연인을 볼 때 마음을 갉아먹는 부끄럽고 절망에 찬 시샘은 왜 이는 걸까열 네 살의 나이에 노처녀의 증오심을 갖다니언젠가는 자기 몫을 누릴 수 있다는 것은 그녀도 잘 알고 있었다하지만 그것은 너무 멀었다결코 오지 않을 것처럼그때까지는 굴욕적이고 답답한 생활과 레슨엄격한 규율을 소리나 빽빽 질러대는 엄마. / 무도회」 중에서 33p

 

 

 



 

 

 

 

  제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한 다른 젊은 여자와 로즈 씨 이야기는 전쟁이라는 비극 속에서 삶의 진정성을 엿보게 하는 작품들이다이 중 다른 젊은 여자는 전쟁이 일어나자 어느 한적한 시골 마을로 오게 된 천진난만한 열여섯의 소녀 질베르트가 마들렌이라는 한 여인을 만나 지난 전쟁의 경험담을 듣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마들렌은 독일군의 폭격으로 아수라장이 된 고향에서 부상당한 프랑스군을 갱도에 숨겨주고 간호해주었던 지난날을 회상한다모두가 만류했지만 한 시간만 더그리고 또 한 시간만 더 그가 버텨주기를 바라며 프랑스군의 회복을 적극적으로 도왔던 마들렌의 희생과 결연한 의지에 질베르트는 문득 가슴이 벅차오르는 것을 느낀다전쟁은 이 작은 영웅의 이름을 묻지 않겠지만모든 가치를 상실한 듯한 전쟁 속에서도 헌신과 사랑을 잃지 않았던 이들의 마음을 생각하게 한다는 점에서 묵직한 여운을 준다.

 

 

 

그는 자신의 이해를 통해 세상을 보았다자신의 이해가 세상의 운명에 달려 있었기 때문에그 운명은 그에게도 아주 중요했다이렇게 해서그는 자신의 보신을 합리화했다유럽의 운명에 대한 걱정으로 잠을 이루지 못했지만그렇게 마음의 평화를 버림으로써 그에게 가장 소중한 것을 내놓았다고 손쉽게 확신했다아닌 게 아니라그가 그 이상 무엇을 할 수 있었겠는가? / 로즈 씨 이야기」 중에서 97p

 

 

여태까지 그는 이성적으로 깊이 생각하려 했으며논리적이고 신중하게 행동해왔다그런데 이성과 신중함이 그 힘을예전의 효력을 점점 잃어갔다어떤 기후 조건에서는 정밀한 기계들조차 고장을 일으키는 것처럼그것들도 미쳐버린 세상과 접촉하자 탈이 나 덩달아 미쳐버렸다. / 로즈 씨 이야기」 중에서 99p

 

 

그는 목숨만은 구할 생각이었다이런 순간이면 미래는 현기증이 날 정도로 빨리 쪼그라든다그는 이제 내년이나 내달이 아니라 곧 다가올 낮과 밤그리고 시를 생각했다그 이상으로는 아무것도 찾지 않았다그는 배가 고프고 목일 말랐다그는 빵 한 조각물 한 잔 외에는 아무것도 욕망하지 않았다식량을 가져올 생각을 미처 못 하다니! / 로즈 씨 이야기」 중에서 103p

 

 

 



 

 

 

 

  「그날 밤은 남편의 외도로 자신의 삶에서 느끼는 실존적 불안감을결혼을 하지 않고 홀로 살아가는 세 여인들을 향한 얄팍한 연민을 통해 해소하는 카미유로 하여금 삶은 이토록 모순적이고 어긋난 감각을 선사한다는 것을 냉소적으로 보여준다. “언니는 이 모든 걸 우리한테는 절대 얘기하지 말았어야 했어!” 카미유를 향한 동생 알베르트의 마지막 외침은 근래에 읽은 소설들 중 가장 강렬한 한 장면으로 기억될 듯하다.

 

 

 

난 널 보면 부러워알베르트넌 네가 얼마나 행복하지 알기나 하니사랑사랑끔찍하기 짝이 없는 거짓 놀음!” 내 가엾은 엄마가 외쳤다. / 그날 밤」 중에서 125p

 

 

네 말이 맞아마르셀그건 우연이 아니라 본능나아가 욕망의 문제야결국우리는 늘 이 세상에서 가장 격렬하게 욕망하는 걸 얻게 돼그게 우리가 받는 가장 큰 벌이야.” / 그날 밤」 중에서 130p

 

 

 

  국내 독자들에겐 다소 생소하지만이렌 네미롭스키는 이 작품집으로 하여금 우리가 꼭 기억해야 할 이름으로 자신을 각인시켰다쉽고 간결한 문체폐부를 찌르는 강렬하고 날카로운 언어그런 가운데서도 한 편 한 편 모두 짙은 여운을 남기는 이렌 네미롭스키의 소설은 짧은 분량임에도 불구하고 꽤 묵직한 느낌이다그녀의 또 다른 작품들 역시 무척 기대가 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았으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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