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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퓨테이션: 명예 1
세라 본 지음, 신솔잎 옮김 / 미디어창비 / 2023년 11월
평점 :

오랜만에 느끼는 강력한 페이지터너의 힘!
권력과 야망, 명예와 소신, 비밀과 폭로의 빛과 그림자를 담은 법정 스릴러!
주인공인 엠마 웹스터는 포츠머스 지역을 대표하는 여성 하원의원이다. 평소 여성 대상 범죄인 리벤지 포르노(헤어진 연인에게 보복하기 위해 유포하는 성적인 사진이나 영상 콘텐츠)와 사이버플래싱(타인에게 일방적으로 음란한 이미지를 전송하는 디지털 성폭력), 온라인 혐오 범죄 관련 법안 개정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여성 인권에 앞장서온 그녀는, 관련 법안을 의회에 통과시킴으로써 영향력 있는 정치인으로 승승장구한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이 법안이 제기되기가 무섭게 트위터와 각종 SNS에서는 그녀를 향한 무분별한 욕설과 혐오 댓글이 늘어나고, 염산 테러를 예고하는 협박 문자와 메일까지 쏟아져 그녀의 안전을 위협한다.
내가 걱정하는 것은-도움을 바라는 유권자들의 목소리를 놓칠지도 모른다는 점 외에도-이 소음 속에서 진짜 위협들을 가려낼 수 없다는 사실이었다. 내 두려움은-강간 또는 살인 협박처럼-조치를 취해야 할 무언가가 이 증오 공세 깊은 곳에 파묻혀 있을지도 모른다는 것이었다. 또한 압도적으로 쏟아진 증오에 손쓸 도리가 없다는 좌절감도 있었다. 트위터에서, 도는 이메일로 전해지는 강간 협박을 경찰서에 보낼 수도 있었다. 하지만 부정적인 주장들은-‘세상에 저 여자밖에 없다 해도 저 여자를 강간하지는 않을 거야’-그 어떤 법에도 저촉되지 않았다. / 29p


한편, 딸 플로라는 친구들로부터 지속적인 따돌림을 당하는 데에 대한 앙갚음으로 친구의 상의 탈의 사진을 찍어 다른 아이에게 유포한다. 리벤지 포르노 범죄를 막는 데 앞장 서온 엠마였던 만큼 자신의 이미지와 정치적 입지에 큰 타격을 입을 만한 사건이었다. 무엇보다 딸의 범죄가 세상에 알려지고, 아이의 신변이 노출될 것을 염려한 엠마는 이를 철저히 단속하려 하지만 자신과 공조했던 타블로이드지 기자 마이크마저 그녀를 압박하자 위기감을 느낀다.
그때 일이 벌어졌다.
모든 것이 잘못되기 시작한 순간이었다. / 19p
비극은 머지않아 뜻밖의 사건으로 찾아온다. 엠마는 자신의 집에 누군가가 침입한 듯한 불길한 기운을 느낀다. 그리고 계단 아래에서 빨래 더미처럼 늘어져 있는 마이크를 발견한다. 여론은 들불처럼 일어나 이 살인 사건을 조명하기 시작하고, 엠마는 살인 혐의로 체포된다. 엠마는 이 위기를 벗어날 수 있을까? 아니, 엠마는 정말 무고한 것일까? 소설 『레퓨테이션: 명예』는 이렇듯 자신의 명예가 한창 절정에 치달은 순간에 절대절명의 위기에 직면한 주인공 엠마 웹스터의 다음 이야기를 기대하게 하며 1권을 마감한다.


자만이 몰락을 부른다.
훗날 나는 이 일을 격렬하게, 사무치게 후회할 터였다.
이 표지 사진이 계속해서 쓰일 테니까.
이 순간 이후로 엠마 웹스터 기사가 날 때마다
함께 실릴 사진이었다.
내가 체포될 때도, 기소될 때도, 공판이 시작될 때도 등장할 사진이었다. / 25p
넷플릭스 전 세계 1위 「아나토미 오브 스캔들」의 원작자 세라 본의 신간으로, 『레퓨테이션: 명예』 1권은 한 여성 정치인의 삶을 통해 권력과 야망, 명예와 소신, 비밀과 폭로의 빛과 그림자를 담은 법정 스릴러다. 기막힌 서스펜스와 속도감 있는 전개로, 다음 페이지로 단숨에 넘어가게 만드는 강력한 페이지터너를 자랑한다. 특히, 소셜 미디어 속에서 공공연하게 드러나는 혐오와 적대감, 선동과 이중 잣대의 문제를 핵심 화두로 삼아 지금, 이 시대의 목소리를 정면으로 마주한다는 점에서 공감과 생각할 과제들을 남기기도 한다. 또, 10대 청소년들에게 쉽게 노출될 수 있는 리벤지 포르노와 사이버 플래싱의 위협에 대한 문제를 숙고하게 한다는 점에서도 주목할 만한 작품이다.
과연 엠마는 추락의 위기를 이겨내고 자신의 명예를 회복할 수 있을까? 서둘러 2권으로 달려가야겠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았으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되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