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을 쫓는 아이
할레드 호세이니 지음, 이미선 옮김 / 열림원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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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표지를 보면 파란 하늘 높이 날아가는 연과 어깨동무를 한 두 아이의 모습에서 평화로움이 묻어나온다.결코 평화롭지많은 이야기임에도 말이다. 556페이지라는 두꺼운 책임에도 불구하고 페이지는 쉴새 없이 넘어갔고,  다음 이야기가 궁금하여 책을 놓을 수 없었던, 그래서 어쩌면 너무 짧은 이야기일지도 모르겠다.

아프카니스탄의 전쟁과 한 아이의 심한 성장통을 통해서 성장하는 이야기...두 가지의 큰 주제를 갖고 이야기가 진행된다. 전쟁과 계급사회로 인해 겪게되는 우정과 배신 그리고 후회와 사랑이 만들어내는 두 남자의 인생이 너무나 슬프고도 눈물겹다.

책을 읽은 느낌을 표현하기는 참 어렵다. 행복감, 따뜻함, 감동, 슬픔, 아픔, 안타까움 등의 많은 생각들이 계속 일어났기 때문에 어떻다는 말을 표현하기에는 내 글솜씨가 너무 아쉽기만 하다. 다만 다 읽고 난후, <<연을 쫓는 아이>>에 대한 느낌이 내 마음속에 작은 방을 만들어 자리잡고 있다고 이야기하고 싶다. 책을 읽고도 며칠동안 감동의 여운을 느낄 수 있었다.

어쩌면 이런 주제를 담았음에도 불구하고 전해지는 느낌이 표지하고 너무 잘 어울린다고 하면 맞을까? 주인공에 대해 이야기하기 전에 먼저, 파쉬투인과 하자라인에 대해 먼저 이야기해야 할 듯 싶다. 쉽게 말해서 파쉬투인은 주인이고 하자라인은 하인이다.
파쉬투인과 하자라인이 바로 주인공 아미르와 하산의 관계이기 때문이다.

아미르는 파쉬투인으로 부자집 아들이였고 한살 어린 하산과 많은 시간을 보내왔다. 엄마는 아미르를 낳으면서 돌아가셨기에 아미르는 아빠와 하산, 알리와 지냈으나, 늘 무뚝뚝하고 냉정한 아빠에 대한 애정을 갈구하는 소심하고 연약한 아이였다. 하산과는 친구처럼 지내는 사이였으나, 아미르는 하산을 자신의 시중을 드는 하인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는 듯 하다.

하자라인인 하산을 낳은 엄마는 며칠후 다른 사람들을 따라 도망을 갔기때문에 아미르처럼 엄마가 없이 지냈다. 허나 자상한 아빠가 있고 자신을 잘 보살펴주는 주인어른이 있었음에 감사하는 아이였다.  총명하고 운동신경도 좋았으며 부지런하고 아미르를 끔찍하게도 아끼고 사랑하는 아이...아미르를 친구라고 생각하고 믿는 아이다. 하산은 새총을 아주 잘 쏘는 아이기도 했는데, 그 새총이 아미르와 하산의 관계를 크게 전환시켜놓는 매개체가 되기도 한다.

아미르의 아빠 바바는 아미르의 성격을 불평했고, 한번도 따뜻하게 대해주지 않는 사람이였지만, "남자"의 진정한 모습을 보여주는 정의롭고 용감한 사람이였다.
하산의 아빠 알리는 바바와 40년동안 친구처럼 지내는 하인이였고, 늘 열심히 일했으며 하산과 아미르를 잘 챙겨주는 자상한 사람이였다.
마지막으로 ’귀 뜯어먹는 사람’이라는 별명을 가진 아세프..아미르와 같은 학교를 다니는 아이로 아이들 중에서 가장 난폭하고 강철 놋쇠 장갑을 가지고 다니면서 아이들을 때리는 아이다.

여느 때처럼 하산과 아미르를 "우리 나무" 에 가고 있었으나, 운이 나쁘게도 아세프를 만나게 되었다. 하자라인을 못 살게 구는 아세프는 하산을 모욕적인 말로 다가와 괴롭히려 했지만, 하필 그 불똥이 늘 겁에 질려있고 소심한 아미르에게 돌아갔다. 아세프가 강철 놋쇠 장갑을 꺼내 아미르를 때리려고 하는 순간  "제발 우리를 내버려두세요. 도련님"  단호한 어조로 말하는 하산은 새총으로 아세프에게 당당하게 맞서고 있었다.

아미르를 위해서...겁이 났지만 단지 아미르를 위해서 말이다. 아미르는 주인이기전에 하산의 소중한 친구였기 때문이다.

"새총을 들고 있는 사람이 저라는 것을 잊으셨군요. 한 발자국만 움직이면 도련님 별명이 ’귀 뜯어먹는 아세프’에서 ’외눈박이 아세프’로 바뀔걸요. 제가 지금 도련님 왼쪽 눈에 이 돌덩이를 조준하고 있으니까요."

이 사건이 얽힌 실타래의 출발이였다. 나는 적어도 그렇게 생각한다. 주인공 아미르가 생각하는 사건보다는 이 사건으로 인해서 모든 실타래가 얽히기 시작했다는 생각이 든다. 이 사건이 있지 않았다면, 하산은 절망감을 느끼지 않았을 것이고, 하산의 치욕을 목격한 아미르는 하산을 구하지 못한 자책감에 빠지지 않았을 것이다. 절망감과 자책감으로 인해 두 사람의 사이가 예전같지 않았으므로.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아미르를 친구로 생각하고 사랑했던 하산, 뒤늦게 하산의 마음을 알게 되고, 하산에 대한 자신의 마음을 깨달았던 아미르가 그동안 가지고 있던 자책감을 씻기위해 치뤄야했던 고통을 당당히 받아들일 수 있었던 것은 오로지 하산이 주었던 믿음과 사랑 때문이였으리라.
결국 두 사람의 실타래는 하산의 아들 바바를 통해서 풀어졌다. 바바의 새총과 하산의 새총이 교차되면서 서서히 얽히고 섥혔던 실타래의 실마리가 보인다.

배신을 하고 그 믿음을 깨트리고 난 후 오는 절망감과 자괴감이 주는 고통은 당하는 사람에게도 배신하는 사람에게도 찾아오는 법이다.그 배신에 대한 속죄를 하기 위해서는 그 배신보다 몇 배나 더 아픈 고통의 값을 치루어야 한다. 배신을 버리고 그 자리에 믿음을 채워넣기까지는 더 많은 죄값을 치루어야 한다는 것을 아미르와 바바를 보면서 깨달아 간다.

아프카니스탄에 찾아온 전쟁으로 인한 고통과 아픔과 슬픔들이 책 속에서 고스란히 전해져 감정을 복받치게 한다. 단지 그것뿐이 아니다. 아미르를 통해서 나는 내 모습을 보았다. 비겁함, 비열함이 고통속에 짖눌려져 있는 초라한 내 모습. 아미르는 그 고통을 감내하였으나, 나는 그 죄책감을 씻기위해 고통을 감내할 용기를 가지고 있지 않았다. 아미르를 미워할 수 없었던 것은 그 용기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사랑스러운 하산은, 아미르를 이미 아주 오래전에 용서했을 것이다. 스스로의 고통속에서 허우적댔던 아미르의 마지막 말이 귓가에 맴돈다.

"도련님을 위해서라면 천 번이라도 그렇게 할게요."
"너를 위해서 천 번이라도 그렇게 해주마."


두 말속에서는 믿음과 사랑이 강하게 존재한다. 그 사람을 한없이 사랑하고 신뢰할 때 나올 수 있는 말은 아닐까? 아미르와 하산의 우정과 사랑과 믿음...그리고 용기를 봤다. 그것은 우리가 가져야 할 것들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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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해피 데이
오쿠다 히데오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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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쿠다 히데오의 [공중그네]를 처음 접한 이후, 나는 이 작가의 팬이 되었다. 웃음 속에서 묻어나는 진지함이 나와 주변을 돌아보는 계기를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이 책은 제목부터가 오쿠다 히데오가 가지고 있는 매력을 느낄 수가 있다. 표지에서부터 피식피식 웃음이 나온다. 

우리 집에 놀러 오실래요? 흐흐흐.....

여섯 가족의 짜릿하고 유쾌한 이야기! 라는 문구가 책을 본 순간부터 묘한 흥분을 갖게 만든다. 불가 한장을 읽으면서 나는 ’역시~ 오쿠다 히데오’ 라는 표현을 썼다. 지루한 일상 속에서 탈출을 꿈꾸는 우리의 인생을 유쾌함으로 묘사하여 짜릿한 쾌감을 느끼게 한다.
그의 작품 중 가장 좋아하는 [공중그네]의 분위기가 물씬 풍기면서 이번에는 삶의 방식을 은근슬쩍 꼬집어내고 있다. 그저 재미만을 추구하고 읽기에는 그의 작품에는 우리의 현실이 보이고, 삶이 보인다. 그만이 접근할 수 있는 방식이리라.

여기저기 사람들의 한숨이 새어 나온다. 나부터도 그렇다. 삶이 불만족스럽지는 않으면서도 먼가 모를 아쉬움으로 한숨을 내쉬고 있다. 언제 감원될지 모르는 불안한 직장생활에 의한 한숨도 그렇지만, 연애시절의 스파크는 사라진 채 긴장감 없이 그저 무난하게 살아가는 부부에게도 한숨은 나온다. 경제적으로도 가족관계에도 모자랄 것 없지만 그래도 뭔지 모르는 한숨은 늘 우리곁에서 떠나지 않는다. 왜 그런걸까? 무엇이 우리는 그렇게 한숨짓게 하는 걸까?
누구나 해피한 삶을 살고 싶어한다. 무엇이 모자른지 모르지만, 먼가 부족한 느낌에 행복하다는 생각을 하지 못한다.

오쿠다 히데오는 알고 있었던 걸까? 우리가 무엇에 한숨짓고 있는가를? 책을 읽어내려가다 보면, 행복을 느끼는 순간은 늘 가까이에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일상의 탈출을 꿈꾸는 이유가 무엇인가를 말이다. 그리고 깨달아간다. 일상의 탈출 속에서 느끼는 현재의 평범함이 얼마나 소중한가를.....

42살의 야마모토 노리코는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주부였다. 옥션에 상품을 판매하기 시작하면서 그녀는 일상과는 다른 탈출구를 찾았다. 구매자의 칭찬과 구매자들의 수에 따라 짜릿한 흥분을 느끼던 그녀는 점점 예뻐지고 자신감이 생기게 되었고 남편의 애지중지하는 물건까지 판매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던 중 생일을 맞이한 노리코는 아이들의 꽃다발과 남편의 관심이 더 행복한 일임을 알게 된다. 점점 경매가격이 올라가는 남편의 턴테이블을 되사는 그녀는 일상의 탈출의 묘한 흥분에서 지금 가지고 있는 가족과의 소소한 행복이 얼마나 소중한가를 알게 된 것이다.

각자 다른 두 사람이 모여 결혼을 하고 부부가 되었다. 그러나 부부가 되면 서로 다른 취미는 누군가의 양보(?)로 인해 사라지게 마련이다. 다나베 마사하루는 아내와의 별거로 혼자 살아가게 되면서 자신이 잊고 살았던 취미와 취향을 되찾아 간다. 별거 중인 아내 생각은 전혀하지 못한채 말이다. 총각시절에 누렸던 그 자유를 누리면서 행복을 찾아가던 마사하루는 아내와 통화하면서 느낀다. 빈 자리의 소중함, 함께하는 ’집’의 소중함을 말이다.

요즘 회사의 파산과 부도가 생겨나면서 남자들이 직장을 잃게 되는 경우가 발생한다. 그래서인지 집안일은 여자의 전유물이였다는 사고방식이 점점 바뀌면서 부인은 회사로, 남편은 가사일을 하며 역할이 바뀌는 경우도 생긴다. 36살의 유무라 유스케처럼 말이다.
회사의 파산으로 하루아침에 무직자가 된 유스케는  아내가 직장을 다니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집안일을 맡게 되었다. 남들은 무직자라고 걱정하지만 유스케는 식사 준비를 하면서 청소를 하면서 그리고 아이를 돌보면서 지금까지 느끼지 못한 행복을 느낀다. 

이 외에도 <<오 해피 데이>> 속에는 각기 다른 모습을 가진 가족들이 보여진다. 그들은 지금 살고 있는 나의 모습일수도 있고, 혹은 이웃집의 모습일 수도 있다. 평범한 일상에서 짜릿한 탈출을 감행하고 싶어하는 우리는 이 책을 통해서 잠시 잊었던 내 모습과 내 가족을 살펴보게 된다. 그 속에 짜릿한 행복이 존재하고 있음을 말이다.
오쿠다 히데오는 우리 주변사람들이 갖고 있으면서도 깨닫지 못하는 행복에 대해 알려주고 싶었으리라.
유쾌함 속에서 진지함을 이끌어내는 그의 독특한 발상과 글이 가지고 있는 매력이 오늘도 즐거운 독서로 나를 이끌어 내었다.


우리는 꿈꾼다. 늘 행복한 나날을....
우리는 잊고 있다. 우리는 늘 행복했음을...

오!! 해피 데이~~~ 우리는 그렇게 늘 행복하다고 부르짖어도 될만큼 행복함을 소유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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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는 도깨비 책귀신 1
이상배 글, 백명식 그림 / 처음주니어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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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우리나라는 귀신보다는 ’도깨비’가 참 친숙한 이름인거 같아요. 할머니 옆에 누워서 듣는 옛날 이야기 속에도 도깨비는 자주 등장하는 캐릭터죠.
도깨비는 무서운 존재로 표현되기도 하지만, 나쁜 사람을 혼내주기도 하고 착한 사람을 도와주는 멋진 캐릭터로도 자주 등장하곤 합니다.

이 책속에 등장하는 도깨비는 어떤 도깨비로 등장할지 궁금합니다. 

이 책 주인공 ’고리짝도깨비’는 돈궤로 쓰던 고리짝이 영물이 되어 도깨비가 되었다고 하네요.
고리짝 도깨비 친구로 등장하는 빗자루도깨비도 마당을 쓰는 빗자루가 닳고 닳아 도깨비가 되었구요, 오래된 시절에 쓰던 공책이 도깨비가 된 공책도깨비도 있답니다.

고리짝도깨비는 오래전 고리짝일때 주인이 고리짝에 돈을 많아 담아 놓아서인지 돈 냄새를 아주 좋아한답니다.
도깨비가 된 뒤 주인집에 몰래 찾아가 주인이 애지중지하는 돈을 가져왔답니다.

세명의 도깨비는 번개를 맞아 생긴 오래된 은행나무의 밑동에 생긴 구멍에 살고 있었답니다. 
강아지들이 도깨비 냄새를 맡고 도깨비들을 귀찮게 하자, 세명의 도깨비는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가게 되었답니다.
강아지들이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 ’컹컹’ 짖을때는 그 곳에 도깨비가 있을지도 모르니까 얼른 도망가야할 거 같아요..  캴캴캴  (도깨비의 웃음소리랍니다.)

도깨비들은 명당을 사려다가 한 선비와 시합을 하게 되었답니다.
선비도 그 명당 자리를 사려고 했었거든요.
겁이  났지만 그 명당 자리를 놓치고 싶지 않았던 선비의 용기가 대단한거 같네요.

공책 도깨비만 믿고 문답내기를 벌였지만, 선비가 내 놓은 ’인불통고금이면’ 에 답을 할 수 없었던 도깨비들은 세종대왕을 찾아 여주 영릉으로 갔답니다.
선비와의 문답 내기를 통해서 도깨비들은 책을 읽는 즐거움을 느끼게 되었어요.

"대왕마마, 책이 그렇게 좋으십니까?"
"좋다마다요. 나는 밥보다 책이 더 좋다오."
"저 같은 도깨비도 책을 살 때 너무 기뻤습니다."
"허허허. 좋은 겨험을 했어요. 책방에 가는 기쁨, 책 사는 기쁨 그리고 또 한가지가 있다오."
"그게 무엇이옵니까?"
"책 읽는 기쁨이라오."
     94p

그런데 선비는 왜 그 명당자리를 사려고 했던 것일까요? 선비는 도서관을 지으려고 했었답니다. 하지만 명당자리를 사고 나니 도서관을 지을 돈이 없었어요. 
책을 읽는 즐거움을 느낀 도깨비들은 가지고 있던 선비에게 주었고, 그 명당자리에는 <책 읽는 도깨비 도서관>이 들어섰답니다.
헌데, 우리 책 읽는 즐거움에 푹 빠진 도깨비들은 어디서 살죠?

 캴캴캴캴캴캴!!  재미있는 책을 읽으면서 행복하게 웃는 도깨비의 웃음 소리가 들리지 않나요? ^^

책 속에는 우리가 경험하지 못하는 여러가지 많은 이야기를 경험하고 들을 수 있답니다. 하지만 아이들에게 책 읽기의 즐거움을 느끼게 해주는 것은 다소 어려운 것 같아요.
하지만 말썽꾸러기 도깨비들이 책 읽는 즐거움을 느낀 것처럼 우리 아이들도 <책 읽는 도깨비> 책을 읽는 동안 책 읽기의 즐거움과 기쁨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싶네요.

’천국은 도서관처럼 생겼을 것이다’라는 유명한 말이 있어요. 이 말이 생긴 것은 책을 읽는 것이 그 무엇보다 행복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지은이 이상배-  



(사진출처: '책 읽는 도깨비'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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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혈 수탉 분투기 마음이 자라는 나무 16
창신강 지음, 전수정 옮김, 션위엔위엔 그림 / 푸른숲주니어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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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으면서 예전에 읽었던 <마당을 나온 암탉>을 떠올려본다. <마당을 나온 암탉>은 잎새라는 암탉을 통해 모성애를 자극했던 내용이였고, <열혈 수탉 분투기>는 "토종닭"이 "나"를 통해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내용을 담았다.

닭이라는 종족세계의 이야기를 통해서 인간사회 속의 "나’를 찾아보는 시간을 갖을 수 있는 내용이다. 자신의 입지를 굳히기 위해 최고의 자리를 차지하려고하는 "하얀 깃털"과 다른 사람을 배려하고 약자를 도와주면서 자신의 자존심을 지키려고 애썼던 "토종닭".

최고의 자리인 수탉으로서 자신의 울타리를 지키려고 목숨을 다하면서, "나"를 격려하고 주위를 돌아보는 눈을 가질 수 있게 했던 "아빠 수탉" 과 삶의 최저환경을 보장해주길 바라는 무언의 시위를 벌였던 "가짜 양키" 이모닭.

그리고, 자신에게 주어진 삶에 안주하면서 삶과 죽음을 기다리던 암탉들과 암평아리들...그저 맛있는 먹이를 주인이 주는대로 먹어 살이 찌고나면 식탁으로 올라가게 되는 신세가 되어도 먹이가 맛있기에 먹는다는 수탉의 모습 속에서 우리가 반성해야 하는 부분은 아닌가 되돌아본다.

이들 닭들은 모두 사회속에서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을 그대로 반영하는 듯 보인다.

한 마리의 수탉만이 살아남는 닭의 세계에서 어떻게 든 살아남고 싶어 안간힘을 썼던 "하얀 깃털"은 주위를 둘러보지 못하고 자신만을 생각하는 이기심을 가졌기 때문에 끝내 죽음을 맞이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자신이 "토종닭"이라는 자존심을 갖고, 주위 닭들의 아픔을 돌아보는 마음을 가진 ’나’는 유일하게 살아남은 수탉이 되었다. 하지만 그는 그것이 끝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알이 부화되고 다음 세대의 병아리들이 태어나면서 ’나’는 또다시 동족들의 삶과 죽음을 주인이라는 손에 맡기고 싶지 않았고, 늙어 힘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종족들을 이끌고 그곳을 빠져나온다.

잘못된 관습과 습관이 계속 반복되는 악순환 속에서도 개선하려는 의지보다는 서로 눈치보기 급급한 우리네 모습과는 다른 모습이다.

풀숲 깊은 곳, 그 곳에서 내 영혼은 어린 토종닭 한 마리가 길게 우는 소리를 오래오래 새겨들었다. 내 영혼은 그 소리르 따라, 멀리 떠나가는 내 가족들을 쫓아갔다. 나는 안다, 내 영혼은 죽지 않았다는 것을. 251p

좋은 먹이를 먹으면 갇혀지내기는 택하기보다는 배불리 먹지 못하여도 자유속에서 다른 가족들과 함께 하기를 원하는 ’나’의 모습과 ’토종닭’이라는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애썼던 ’나’의 모습속에서 지금의 내 모습을 돌아본다.

지금의 나는, 그저 지금의 생활에 안주하면서 더이상의 발전도 노력도 하지 않으려는 그냥 지금의 삶이 편해져버린 수탉의 모습은 아닐까 싶다. 좀더 잘 해보고자 애쓰던 젊은 시절의 내 모습은 사라져버린 듯 하다. 이것저것 하고 싶고, 배우고 싶었던 것들이 많았는데 나도 모르는 사이에 묻어버렸던 일들을 다시금 찾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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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균관 유생들의 나날 2 - 개정판
정은궐 지음 / 파란(파란미디어)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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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스 소설하면 왠지 현대물에나 어울릴 것같은 내용으로 인식되어 왔으나, 이 책을 통해서 우리나라의 역사와 로맨스가 아주 잘 어울린다는 생각을 가졌다. 여인네들의 순결이 중요하며 , 남정네들은 점잖아야만 할 것같은 선입견 때문일 것이다. 그 시대에 로맨스가 왜 없었겠는가? 오히려 그 선입견때문에 그들의 로맨스가 더 짜릿하고 사랑스러울 수 있다는 것을 느꼈다.
인기리에 방여되어 왔던 역사 드라마는 대부분이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하여 다룬 작품이 많다.
얼마전 방영 되었던 ’이산’ 역시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 노론소론사이의 갈등 속에 러브 라인을 구축하여 많은 사람들의 인기를 한 몸에 얻은 작품이다.

<성균관 유생들의 나날>은 진취적인 개혁을 추구했던 정조시대의 성균관을 배경으로 한 로맨스 소설이다. 노론과 소론, 남인 등이 자기의 자리를 지키겠다고 정치적인 계략과 아귀다툼이 끊이지 않는 그곳에서, 설상가상으로 인재 중에 인재들이 모여 책에 파묻혀 있는 권위적인 모습만 있을 듯한 이들이 모여 사는 성균관을 배경으로 로맨스를 이끌어가는 저자의 발상이 놀랍기만 하다.
책을 읽으면서 이렇게 긴장해 본 것이, 이렇게 웃어본 것이 얼마만인가?
드라마로 만들어질 예정이라는 이 책은 높은 시청률을 기록할 듯한 예감이 든다. 텔레비전에 모여 앉은 많은 시청자들 중 심하게 몰입하여 보고 있는 나의 모습이 그려지는 것은 이 책에 대해 그만큼 자신있다는 뜻일게다. 

그 시대와 지금의 시대는 너무도 닮아있다. 끊임없는 여야의 싸움, 빈부의 격차, 권력의 힘은 과거에도 현재에도 그리고 미래에서조차 없어지지 않을 것이다. 조금씩 나아지는 것이 있다면 ’여자’에 대한 권리일 것이다. 그러나 조선시대에는 ’여자’에 대한 권리는 없었다, 가난한데다가 과거조차 볼 수 없었던 남인 아버지를 둔 여인이라면 더했을 것이다.
윤희는 가난과 동생의 병으로 인해 남장을 할 수 밖에 없는 여인이다. 여자는 책을 읽을 줄도 모르고, 아는 것도 없을 거라는 그 시대 남자들의 오만과 편견, 그리고 여인들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삯바느질 밖에 없는 그 시절에 남동생의 비싼 약값을 벌기 위해 그녀가 할 수 있는 것은 동생 ’김윤식’이 되어 좀더 돈을 벌 수 있는 사수일을 하는 것이였다.

좀더 돈을 많이 벌어보겠다는 생각에 식년초시를 보게 되고, 그곳에서 윤희는 노론의 실세 중의 실세인 좌상 대감의 아들 선준을 만나게 되고, 두 사람은 성균관으로 입성하게 된다.

여인임에도 불구하고 ’대물’ 이라는 별명을 갖게 되고, 선준에 대한 애끓는 사랑으로 속앓이는 하는 윤희와
노론 실세의 아들이지만, 중립을 지키며 옳고 그름을 명확히 따지며 옳곧은 성격의 소유자인 ’가랑’ 선준은 윤희가 여인일거라 상상조차 하지 못한 채, 남자인 윤식에게 끌리는 자신을 탓한다.
그리고 이들에게는 서로 다른 성격을 소유한 두명의 사형이 있었으니, 그들은 이 책에서 가장 비중있는 조연이자, 코믹을 담당하고 있는 독특한 캐릭터이다.
선준과 같은 마음으로 윤희에게 끌리는 미친말 ’걸오’ 재신은 윤희가 여자임을 알게 되지만, 선준을 향한 윤희의 마음을 알기에 그녀를 도와주는 것으로 마음을 다한다.
재신의 유능함을 알고 누구보다 그를 아끼는 ’여림’ 용하는 코믹스러운 대사와 주색을 밝히는 인물이지만, 유쾌함 속에는 정세를 꼬집는 가시가 담겨져 있곤 하다.

’대물’’가랑’’걸오’’여림’ 4명은 ‘반궁의 잘금 4인방’으로 이름으로 성균관에서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는 이들 4명은 유쾌함과 짜릿한 로맨스, 애끓은 사랑, 묘한 긴장감을 주는 작품이다.
’여림’ 용하의 대사마다 웃지 않을 수 없는 코믹함, 남자들 속에서 여자임이 밝혀지지 않으려는 윤희의 모습 속에서의 긴장감, 윤희과 선준 그리고 재신의 애끓는 마음 등이 즐겁게 묘사되어 있다.
그러나, 이런 유쾌함과 즐거움 속에서도 그 나라의 정세(아니, 어쩌면 지금 우리나라의 정세)가 보여주는 모순을 비판하는 것 또한 잊지 않았다.

성균관,당파싸움 속에서 로맨스를 이끌어가는 작가 정은궐의 글은 사람을 이끄는 묘한 매력이 있다. 아마 그의 작품을 읽고서도 끌리지 않는 사람은 없으리라.
그만큼 이 작품은 다음 페이지를 넘기지 않을 수 없게 하는 강한 흡입력을 가지고 있다. 
4인방의 캐릭터가 뇌리 속에서 사라지지 않는다. 각각 모두 소중하고 사랑스러운 캐릭터였기에...


"가랑 형님! 모든 죄는 제가 지은 것입니다. 귀형의 죄까지 제가 지은 것입니다."
"귀공을 탐한 건 나요! 귀공 또한 나를 탐하였다고 해도 더 많이 탐한 것은 아니이, 나의 죄가 더 크오."
"아닙니다!"
윤희는 아래로 떨어져 있는 그의 손을 잡아, 물에 젖은 제 가슴으로 끌어 올렸다. 부드럽게 솟은 언덕이 손바닥에 닿았지만, 선준은 그것이 너무 맟설어 놀라지도 못하였다.
"........이래도 귀형께 죄가 있습니까? 그러니까 제발 괴로워하지 마세요, 제발.........."

"진정 여인이 맞소?"
"예."
"그럼 이제 그대를 마음껏 사랑해도 되는 것이오?"
 
(2권 본문에서 발췌)

아~~ 사랑스러운 대목이 아닐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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