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 편지 세트 - 전5권 - 개정판 12살부터 읽는 책과함께 역사편지
박은봉 지음, 류동필 외 그림 / 책과함께어린이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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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한국사를 재미있게 접할 수 있었던 것은 국사 선생님의 재미난 이야기 때문이였다. 교과서에 편중된 이야기보다는 역사를 실감나고 재미있게 들려주던 선생님은 ’국사’를 재미있는 과목이라고 느끼게 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 그 덕분인지 여학생들 사이에서의 국사선생님의 인기를 가히 폭발적이였다. 여자 선생님이였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나는 그렇게 ’한국사’에 대한 즐거운 기억을 가지고 있는 반면, 초등 5학년 딸아이는 역사관련 도서는 고개부터 내젓는다.
안타까운 마음에 지인에게 재미있는 역사책을 권해달라고 하니 대번 <한국사 편지>를 권해주었다.
얼마전 개정판으로 출간되면서 또다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이 책을 딸에게 선물해 주었다.

엄마는 세상에서 가장 좋은 선생님이라는 말이 있다.(물론 나는 빼고 말이다..ㅜ) 그것이 책 속에서도 통한 듯 싶다. 책 속의 글귀는 엄마가 잠자리에서 조근조근 옛날 이야기를 들려주면 귀 기울이는 아이들의 모습이 떠오르게 한다.
’옛날에 옛날에 호랑이가 담배 피곤 시절에~’ 이야기 하듯, 책 속의 엄마는 그렇게 아이들에게 재미있는 이야기를 시작한다.

역사도 매우 재미있다는 것을 어린이들에게 알려주자.
어린이 눈높이에 맞춘 글쓰기를 하자.


라는 목표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는 저자의 마음이 녹아내렸듯, 글 속에서 그 마음이 전달되어진다. 편안하게 부드럽게 그리고 조근조근 설명하는 글귀가 ’가장 좋은 선생님인 엄마’의 모습 그대로이다.

1권 [ 원시 사회부터 통일 신라와 발해까지 ]
2권 [ 후삼국 시대부터 고려 시대까지 ]
3권 [ 조선 건국부터 조선 후기까지 ] 
4권 [ 조선 후기부터 대한제국 성립까지 ] 
5권 [ 대한제국부터 남북 화해 시대까지 ]
 

총 5권의 이야기 속에는 엄마의 편지와 함께 방대한 사진자료와 그림들이 풍부하게 담겨져 있다. 
직장을 다닌다는 핑계로 아이와 함께 유적지와 유물을 찾는 여행에 소홀했던 나로서는, 사진과 그림들이 더없이 고맙게 느껴진다. 개정판이라 최근의 사진이 수록되어 있어서 그 느낌이 더 잘 살려 있는 듯 하여, 그 마음이 배가 된다.

오랜만에 역사서를 읽는 딸 아이를 보니, 괜시리 흐뭇한 마음이 든다. 역사의 지식만을 알려주려는 마음에 급급하여 ’역사의 의미’를 망각하고 있었던 듯 싶다. 그러다보니 역사서에 지루함과 어려움만을 느끼던 딸을 탐탁치 않게 여겼었던 것 같다. 급한 성격으로 아이에게 차분하게 이야기하는 것을 잘 하지 못하는 엄마인 나를 대신하여, 저자 박은봉은 우리 딸에게 친절하고 재미있게 역사 이야기를 조근조근 들려주고 있다. 

역사에 대한 올바른 지식을 전해주는 책은 많다. 하지만 아이들에게 그 마음을 전달할 수 있는 책은 그닥 많지 않다. 
<<한국사 편지>>는 아이들에게 역사를 바로 알고, 우리 나라를 이해함으로써 나라에 대한 자긍심과 조상의 얼을 알고, 자신의 뿌리를 앎으로 인해 자신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고 있다. ’엄마’라는 소재를 통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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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도 떠나보면 나를 알게 될 거야 - 230 Days of Diary in America
김동영 지음 / 달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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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에 나는 하루하루 반복되는 일상이 지겨워 훌쩍 여행을 떠나는 주인공이 6개월만에 다시 제자리로 돌아와 겪는 일을 내용으로 한 책을 읽은 적이 있다.책을 읽으면서 가끔 내 삶이 무료해질 때 나도 주인공과 같은 여행을 떠나고 싶다고 생각을 했었지만, 주인공의 여행이 참 무의미했던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에 그런 여행이라면 차라리 떠나지 않는 것이 낫지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그저 도피를 위한 여행은 시간의 허비일 뿐, 삶을 바꾸어주지는 못했으니 말이다.

나는 여행에 관한 책은 그닥 좋아하지 않는다. 여행도서는 가보지 못한 곳에 대한 갈망과 현실에 대한 도피에 대한 나의 갈망을 더욱 높여주기만 할 뿐, 그들의 여행기가 내게 큰 감흥을 주거나 깨달음을 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책을 통해서 꼭 감흥이나 깨달음을 얻는 것이 목적은 아니나, 내 단순한 갈망을 키워주는 책은 오히려 허무함을 주기에 나는 여행 도서에 애착을 느끼지 못한다.

허나, 여행 에세이인 <너도 떠나보면 나를 알게 될거야>는 조금은 색다른 내용으로 여행 도서에 대한 나의 선입견을 조금은 바꾸어준 계기가 되었다. 저자 김동영은 다니던 방송국에서 쫓겨나면서 자신의 삶에 대해, 본인 스스로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기 위해 여행을 떠난다. 아무 계획없이 아무 연고없이 미국을 자동차로 횡단하면서 자신의 삶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 이 책은 ’여행’을 위한 목적을 뚜렷하게 잡아주었고, 내게 그의 여행을 무작정 따라가 보게 하였다.

30살에 회사에서 해고를 당했다면, 취직하기엔 늦은 나이기이에 누구나 다른 직장을 알아보기 위해서 바빴을 것이고 자신의 삶을 돌아볼 기회나 혹은 자신이 앞으로 살아야 할 목표를 설정하지 못할 것이다. 그것이 이 현실임을 부인하지 못한다. 하지만, 자신의 삶을 찾기위해 과감하게 여행을 나선 주인공의 도전은 무모하리만큼 용기있는 행동이였다. 물론 돌아와서 취직을 하고 한국에서 자신의 자리를 찾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해야하겠지만, 타인을 통해 나를 찾아가고, 타인과 소통할 줄 아는 마음을 갖게 되었다.
삶은 경제, 권력, 사회적 위치보다 더 중요한 것도 있으니 말이다.

주인공이 만나는 사람들, 가다가 길가 어딘가에 주차하고 차안에서 잠든 일상이나 슬픔이나 기쁨등을 우리가 일기를 쓰듯 사실 그대로 적었다는 점에서 여행을 도피로 생각하고, 여행을 단순 관광으로만 여기는 이들에게 일침을 가한다. 책을 읽을수록 저자가 찾는 자신의 모습은 어떤 것인가가 궁금증과 여행을 통한 고통과 슬픔이 나와 겹쳐지는 듯하여 자꾸 책장이 넘어간다.

 "나만 그런 것이 아니기에..."를 읽으면서 비로서 내가 그를 통해서 찾으려던 부분은 아니였나 하는 생각을 해본다.
무슨 일을 하든 다른 사람의 시선을 느끼고 두려워하는 나에게 이런 생각이 나를 편안하게 하고, 내가 도전하게 하고, 내가 또 다른 생각을 할 수 있게 하는 것은 아닐까 싶었다.
왜 나는 지금껏 남의 시선을 느끼고, 나만 그런다고 생각했었는가를 생각하니 참 한심하다는 생각이 든다. 다른 사람도 그랬었다는 것을 왜 나는 생각하지 못했던가.
나 혼자만의 고통이라 생각하고, 나 혼자만의 슬픔이라 생각하며 내 삶을 자꾸 나락으로 빠뜨리려 했었다. 그러기에 내 삶은 이것밖에 안된다는 생각으로 한숨을 쉬며 하루를 보냈던 시간들은 ’나만 그런 것이 아니기에’ 라는 말 한마디로 밝게 빛나고 있음을 느끼게 한다.


하루하루 똑같이 반복되는 일상은
나만 그런 것이 아니기에 참을 수 있었다.
통장의 잔고와 내일 출근할 일을 걱정하는 것이 나만이 아니기에
오늘도 걱정할 수 있었다.
감정의 낭비, 물질의 낭비를 삼가야겠다고 결심하면서도
나 혼자만 그렇게 살기엔 억울한 것 같아 그럴 수 있었다.
고즈넉한 밤 침대에 누워 마스터베이션을 하는 것이 나만이 아니기에
날 용서할 수 있었다.
하루에도 몇 번씩 참을 수 없이 화가 나
더러운 말을 입에 담는 것이 나만이 아니기에 그냥 넘어갈 수 있었다.
이제는 그만 해야지 하며 수만 번 다짐하고도 담배를 피우는 것이
나만이 아니기에 오늘도 담배를 피울 수 있었다.
정확하지 않은 감정을 끌고 많은 사람들 앞에서 우는 소리를 하는 것이
나만이 아니기에 부끄럽지 않았다.
기대려고 하지 말고 사랑하지 말아야 함에도
남들도 다 그렇게 살아가기에 그 일을 번복하고 말았다.
나보다 강한 자를 만날 때 나도 모르게 주눅 드는 것이
나만이 아니기에 그 수치심을 견딜 수 있었다.
남들과 난 다르다고 느끼는 이 알 수 없는 자신감은
나만 그렇게 뻔뻔한 게 아니기에 괜찮다.
더는 속지 않고, 더는 바보가 되지 말아야 하지만
나만 맨 정신이면 무슨 소용인가 싶어 속기도 하고 바보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남들은 쉽게 떠나지 못하더라도
지금 안 하면 평생 못할 것만 같기에 난 대차게 떠나기로 했다.
(본문 113p)

글과 사진 위의 눈물 자욱이 그 고통을 느끼게 하고, 그가 삶을 깨우치면서 느끼는 회한을 느끼게 한다.
내 삶의 무게가 무겁게 느껴져 문득 그 자리를 피하고 싶어 여행을 선택하려고 했던 적이 있다. 그러나 여행에서 돌아왔을 때 아무것도 변하지않는 그 현실이 또한 무서워 떠나기를 두려워했다.
생선을 통해서 조금 알듯 싶다. 여행에는 도피가 아닌 또다른 목적도 존재한다는 것을 말이다.
그는 자신을 찾아 그렇게 고통의 허물을 벗고 있었다. 내가 벗으려던 허물도 조금씩 벗어지고 있음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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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lovebooks 2009-12-07 21: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해~ 축하해~^^

동화세상 2009-12-07 21:54   좋아요 0 | URL
고마워~ 고마워~ ^^
 
너 정말 우리말 아니? 이어령의 춤추는 생각학교 4
이어령 지음, 김용연 그림 / 푸른숲주니어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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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람에게 한국말을 아느냐고 묻는 저자는 물음이 뜨끔하다. 한국사람으로서 우리말을 사용하는데 아무 문제가 없지만, 적절한 용어를 사용하고 있느냐? 다른 사람에게 상처주는 말을 사용하고 있지 않느냐? 말의 뜻을 제대로 알고 쓰고 있느냐? 라고 묻는다면 솔직히 자신있게 ’네’ 라고 대답할 수는 없다. 외래어 사용과 한자어를 사용하는 있이 빈번하고, 우리말 속에 담겨진 뜻 깊은 의미를 생각하지 못하고 사용하는 일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말이라는 게 자기 뜻을 표현하는 도구로만 쓰이는 건 아니야. 말 속에는 한 집단과 나라와 민족이 문화와 사상이 담겨 있고, 말을 통해서 우리는 선조들의 혼을 배우게 되지. 어찌 생각하면 말은 핏줄만큼이나 굳고 단단하게 우리를 한 공동체로 묶어 주고 있어. (앞마당 본문에서 발췌)

대부분의 책들이 우리 말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 그 말의 어원이나 그 말을 사용하는 법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표면적으로 보이는 그 말의 사전적 의미가 지금껏 우리말에 대해서 다루어 주었던 대부분이였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에 비해, 이 책은 색다른 책이다. 
<이어령의 춤추는 생각학교> 시리즈인 <너 정말 우리말 아니?> 는 우리말을 통해서 생각하는 힘을 길러주는 책이다.
’아’다르고 ’어’ 다른 우리말의 의미와 다양한 의성어가 살아있는 우리말, 사람을 섬길 줄 아는 말,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우리말에 대해 알아감으로써 세계적으로도 그 우수성을 인정받은 우리말을 올곧게 사용해야 하는 이유를 알려주고 있다.

외국어와 외래어로 점점 우리말의 자리는 좁아지고 있다. 우리의 생각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것은 ’우리말’ 밖에는 없다. ’우당탕탕’’타타타타’’우르릉콩’’쿠르르쿵’ 의 다양한 소리, ’색색’’콜콜’’쿨쿨’’드르렁드드렁’ 잠 잘때 나는 다양한 소리 등으로 어느 나라 말보다 소리로 감정이나 모양을 잘 표현할 수 있는 우리말이야 말고, 내 마음속에 담겨진 생각을 잘 표현할 수 있는 도구인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점점 표현의 단일화로 바뀌어져 가는 것은 실로 안타까운 일이다.

한국인의 생각을 낳을 수 있는 튼튼한 집, 한국인의 생각이 자랄 수 있는 아름다운 집, 그리고 한국인의 생각이 뛰어놀 수 있는 너른 마당을 가꾸어야지. 우리조상들이 피와 함께 물려준 한국말이 올곧고 아름답게 잘살 수 있도록 말이야. (본문 35p)

토씨하나로 그 의미를 달리하는 우리말은 ’나’를 ’도’로 바꿈으로해서 긍정적인 사고 방식을 심어주는 마술을 가진 말이다.
’여행이나 가야겠다’ 대신 ’여행도 가야겠다’는 ’나’를 통해서 도피적인 의미를 담고 있으나, ’도’를 통해서 일도 하고 여행도 간다는 의미의 행복한 여행을 떠올리게 한다.
다양한 책을 통해서 긍정적인 사고방식을 심어주려는 요즘은, 단 하나의 말로 마음까지 변화될 수 있는 기본적인 의미를 왜 외면하고 있었는지에 대해 반성하게 한다. 
우리말이 가지고 있는 ’의미’를 제대로 알지 못함은 아니였나 싶어서 안타까운 마음을 갖게 된다.

’말’을 통해서 우리는 조상들의 ’지혜’를 엿볼 수도 있다. 급박한 상황에서 ’사람살려’를 외치는 우리말과 ’헬프미’를 외치는 영어는 ’사람에 대한 존귀함’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음의 여부를 보여준다.
’헬프 미’는 ’나를 도와주세요’ 라는 뜻인데 반하여, ’사람 살려!’는 우리가 사람 모두를 생각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는 뜻이다.
사람을 가장 소중한 가치로 여겼던 우리 조상들의 얼과 지혜는 우리의 말 속에서도 느낄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말은 점점 사라져 가고 있다. 알면 알수록 참맛이 나는 낱말 ’가없이’’안갚음’’감실감실’지치다’’아람’ 등이 점점 사라져 가고 있음은 정말 안타까운 일이다.
작가의 표현처럼 많이 배울수록 생각도 깊어지고 표현력도 풍부해지는 단어이며 아름답게 빛나는 우리의 보물들인 우리의 아름다운 단어들.

말은 그저 언어만 전달하는 수단이 아니다. 내 생각과 우리 조상들의 삶과 지혜와 얼이 담겨져 있는 우리를 공동체로 묶어주고 있는 ’끈’인 셈이다. 외국에서 살아가는 우리 동포들도 우리와의 끈을 놓치고 싶지 않은 마음에 그곳에서 자란 아이들에게도 한국말을 가르치고 있는 것은 ’우리’라는 개념 속에 담겨진 그들의 마음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이다.
영어를 배운다는 것, 외국어를 배운다는 것은 다른 나라의 문화를 배우는 일이며, 좀더 넓은 세상에서 자신의 능력을 펼칠 수 있는 뜻깊은 일이다. 그러나 그전에, 우리 나라의 말을 올곧게 사용할 줄 알는 마음을 먼저 갖아야 함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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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금파리 한 조각 세트 + 뽕나무 프로젝트
린다 수 박 지음, 최인자 외 옮김 / 서울문화사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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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교포 2세로 미국에서 태어나고 자라서 우리말을 잘 할 줄 모르는 작가 린다 수 박.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한 역사인 고려 시대를 배경으로 한 도자기인 청자를 모티브로 동화를 쓰고, 더욱이 <2002년 뉴베리상>을 수상했다는 점에서 작가에 대한 놀라움을 금치 못하였다.

더 놀라운 사실은, 서구 문학의 전통에 집중하였던 저자가 아이들을 갖게 되어서야 아이들에게 한국에 대해 많은 걸 들려 줄 능력이 없다는 걸 알고 되고, 한국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글을 읽기 시작하면서 한극을 배경으로 삼은 이야기를 쓰기 시작했다는 작가의 글을 읽으면서 한국인으로서의 자긍심을 갖고 있는 저자의 마음을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장 대표적인 매화 꽃병은 원형 음각 무늬가 마흔 여섯 개 있는데, 제각각 바깥쪽의 흰색 동그라미와 안족의 검정색 동그라미로 이루어져, 먼저 무늬를 새긴 다음 뛰어난 솜시로 삼강 세공을 한 것으로, 동그라미들 속엔 우아하게 비상하는 학 (순우리말로 ’두루미’)이 들어 있다. 원형 음각 무늬 사이로는 구름이 떠가고 있으며, 구름 속엔 동그라미 속보다 더 많은 학이 날아다니고 있다. 바탕 빛깔은 옅은 농도의 청자색이다.
이 작픔은 <청자 상감 구름 학 무늬 매병(청자상감운학매병)>으로 불린다. 꽃병을 만든 이는 누군지 알려지지 않았다.
(본문 137p)

1,2권을 다 읽고 난 맨 마지막 페이지에 담겨진 글귀이다. 이 마지막 페이지를 읽고나서야, 저자가 이 <청자 상감 구름 학 무늬 매병>을 통해서 목이와 두루미 아저씨라는 주인공을 만들어 낸 것은 아니였나?라는 짐작을 하게 되었다.
저자는 청자를 통해서 자신을 보살펴주고, 키워주었으며, 자신을 늘 옳은 길로 갈 수 있도록 안내했던 두루미 아저씨를 기르는 마음을 담은 목이의 모습을 생각 해냈던 것 같다.

’귀처럼 생긴 목이버섯’에서 따온 이름 ’목이’는 고아였고, 한쪽 다리가 없는 두루미 아저씨와 다리 밑에서 살고 있었다. 쓰레기 더미를 뒤져 음식을 구해 먹으며 살던 목이가 우연히 민 영감네 집에서 일하게 되면서부터 도자기와 인연을 맺게 되었다.
나무를 하고, 진흙을 퍼내는 일만 하던 목이는 물레를 돌리고 싶은 꿈을 가졌으나, 도공은 아들로 대물림되기 때문에 도자기 만드는 법을 알려줄 수 없다는 민 영감님의 말에 좌절을 느끼게 된다.
허나, 목이는 민 영감님을 통해서 장인 정신을 배우게 되고, 가족에 대한 정을 느끼게 된다.
민 영감님이 만든 꽃병 두 벌을 송도 왕실 감도관 나리에게 전달하는 일을 하게 된 목이는 중간에 강도를 만나 매병이 깨지게 되지만, 민 영감님의 상감 기법이 잘 표현된 사금파리 한 조각을 들고 감도관 나리를 찾아간다.

그 사금파리 한 조각만으로 민 영감님의 솜씨를 알아본 감도관은 왕실의 주문을 받게 되지만, 목이가 없는 사이 두루미 아저씨가 사고로 죽게되는 아픔을 겪게 된다.
그러나, 목이는 ’형필’이라는 새로운 이름을 얻게 되고, 민 영감님의 아들이 된다.

완전한 아름다움을 이룬 매화 가지가 꽂힌 꽃병. 바로 그 꽃병을 만들고 싶은 열망이 되살아났다. 이전보다 한층 강렬한 바람이었다. 실제로 바람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본문 135p)

누가 만들었는지 모를 <청자 상감 구름 학 무늬 매병>에는 아마 목이의 바램과 같은 간절함이 있었을 것이다. 그 매병 속에서 도공들의 장인 정신과 도자기를 향한 마음이 느껴졌기에, 저자는 ’목이’라는 주인공을 생각해냈던 것은 아닐런지.

<사금파리 한 조각>을 통해서 외국에 한국의 역사와 문화의 우수성을 알린 저자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그와 더불어, 도공이 되기를 간절히 바랬던 목이의 인내와 열정과 용기가 우리 아이들에게도 충분히 전달되어 감동을 주고 있다는 점에도 이 책은 많은 가치를 가지고 있는 듯 하다.


가진 것이 없음에도 옳바르게 살아가는 마음을 전달하는 두루미 아저씨, 도자기 하나를 만드는 동안 온갖 노력과 정성을 아끼는 않는 민 영감님을 통해서 도공으로서 성장해가는 목이의 모습은 아이들에게도 좋은 본보기가 될 것이다.
또한, 우리나라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자긍심을 가질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사진출처: '사금파리 한 조각' 1,2권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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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가벼운 깃털 하나 - 공지영 에세이
공지영 지음 / 한겨레출판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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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공지영은 내게 여러가지 느낌을 갖게 하는 사람이다. [네가 어떤 삶을 살든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는 작가라는 그녀의 직업에 질투를 느끼게 했다. 같이 딸을 키우는 입장인 엄마로서의 그녀의 모습이 꽤나 멋지게 보였기 때문이다. 이 책으로 그녀에게 질투를 느꼈다면, 얼마전 읽은 [도가니]에서는 그녀는 내 마음에 ’정의’라는 불꽃을 심어 준 '여전사' 같은 느낌으로 다가왔다. [아주 가벼운 깃털 하나]에서 그녀는 이번에 내게 어떤 느낌을 갖게 해 줄 것인가? 제목도 눈에 띄지만, 저자의 이름만으로 선뜻 선택할 수 있었던 이 책은 그렇게 내게 왔다. 

[도가니]를 읽은지 며칠이 채 지나지 않아서 일까? 이 책은 발랄한 느낌이 든다. 읽는 내내 가슴을 먹먹하게 했던 [도가니]와는 달리, 정말 제목처럼 가볍게 읽을 수 있었다. 작가라는 직함이 아닌, 그냥 ’사람’ 냄새나는 공지영의 일기를 읽은 느낌이라고나 할까?
그런데 요책 참 묘하다. 읽기는 가볍게 읽었으나, ’삶’에 대한 무거운 진실을 느끼게 해 주었다. ’소소함’이 그것이다.

아주 사소한 것들이 우리를 살게 만든다

나는 (다른 사람들도 그러할 것이다. 아님 말고..) 무엇이든 큰 것을 원한다. 큰 행복, 큰 돈, 큰 집, 큰 차, 아이들의 큰(높은) 점수 등등 큰 것을 원하다보니, 이루어지는 것은 그닥 많지 않다. 그것이 삶에 대한 불만으로 다가오고, 그것에 대해 화를 낸다. 내 삶은 왜 이것밖에 되지 않느냐고 누구를 향한 원망인지도 모르면서, 여기저기에 화풀이를 한다. 그리고 작게 찾아오는 이런 모든 것에 대한 감흥은 느끼지 못한채 지나쳐 버린다.
저자의 글이 깃털처럼 가볍게 내게 날아와, 무겁게 안착한다. 나의 잘못을 꾸짖기라도 하듯이, 똑바로 살라고 충고하듯이....

그저 일상의 이야기를 일기를 쓰듯 쓱쓱~ 써 내려간 듯한 글이지만, 이런 것이 삶인 것 같다. 슬프면 울고, 아프면 아프다고 소리치고, 즐거우면 소리내어 웃는 것. 삶은 아주 커다란 사건으로만 이루어진 것이 아니였다. 어린시절 엄마에게 혼났던 추억, 학창시절 만났던 많은 친구들, 아이들의 웃음소리, 남편의 잔소리...이런 것들이 내 하루하루를 만들어 준다.
그렇게보니, 내 삶은 왜 이것 밖에 안되는냐고 소리칠 만한 일이 없었다. 늘 하루하루 작고 작게 내게 다가왔던 웃음과 아이들과 일구어 낸 사건들이 내 삶을 작은 행복으로 채워주고 있었고, 그 작은 행복들이 모여 내 마음 속에 그리고 추억 속에 쌓이고 있었다.
그것을 내가 깨닫지 못했던 것이다.

살아 있는 것과 살아 있지 않은 것의 차이 중 가장 뚜렷한 것은 살아 있는 것들은 대개 쓸모없는 것들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었다. 말하자면 그게 화분이라면 필요 없는 누런 이파리나, 그게 꽃이라면 시들거나 모양이 약간 이상한 꽃 이파리들을 달고 있다는 거다. 반대로 죽어 있는 것들, 그러니까 모조품들은 완벽하게 싱싱하고, 완벽하게 꽃이라고 생각되는 모양들만 이루어져 있었다. (본문 98p)

모르고 있었던 것들이 참 많다. 패랭이꽃을 보고 느낀 작가의 이 글귀가 내게 새로운 것을 가르쳐 준다. 나 스스로에게는 살아있다는 것을 핑계삼아 한없이 너그럽고, 타인에게는 완벽한 싱싱함을 추구하는 모조품을 닮은 살아있는 것을 요구했던 것 같다. 나도 그녀처럼 타인을 그리고 내 가족을 이해할 때 이 글귀를 떠올려야 할 듯 싶다. 살아있는 것이 가지고 있는 쓸모없는 것들이 주는 조화로움을 기억하면서 말이다.

참 재미있다. 그녀의 어린시절의 이야기, 그녀가 아픔을 겪었던 이야기, 그녀의 주변 친구들에 대한 이야기들 그리고 가족의 이야기들이 무게감 있는 (?) 가벼움으로 즐겁게 읽혀진다. 
나보다 12살 많은 작가에게 묻어나는 연륜 혹은 경륜을 통해서 얻은 삶에 대한 철학, 살아오면서 깨달아진 것들에 대한 이야기는 언니없는 내게 맏언니 같은 느낌으로 전달이 되어진다. 내 어깨를 툭치면서 ’앞으로 잘 살면 되지 머, 인생 머 있어. 즐기면서 살자구!’ 하는 듯한 느낌을 받은건 나 뿐인가?

그동안 읽어온 그녀의 글들은 그녀를 꽤나 어려운 사람으로 생각하게 했었다. 아니였었나보다. 그녀도 웃음을 소중히 여기고, 유머를 추구하는 옆집 언니같은 재미있는 사람이였나부다. 
부질없는 글을 적고 싶었다고 하지만, 내겐 행복이란 느낌을 알게 해준 소중한 글이였다. 가벼운 문체로 삶을 살아가는 방식을 전달하는 그녀의 색다른 글을 만나 보았다. 오뎅, 다꽝에 목숨거는 소탈한 그녀의 글을...

인생에서 정말 힘이 든 시기에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용기, 낙관,희망,여유........그렇다. 이 모든 것을 아우르는 것이 바로 유며이며 그것은 역경을 맞는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다. (프롤로그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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