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룡이 용용 죽겠지 앗, 이렇게 재미있는 과학이 21
마틴 올리버 지음, 이은숙 옮김 / 주니어김영사 / 200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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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앗, 시리즈는 얇은 두께에 비해 내용이 풍부한 편이라 좋아한다
클래식에 관한 책도 재밌게 읽었는데 이번 공룡 이야기도 만족스럽다
4천원 정도 하는 책에서 이 정도 지식을 얻을 수 있다면 꽤나 남는 장사라는 생각이 든다
특히 공룡에 관한 이야기는, 어린이 책을 제외하고는 찾기가 힘들어 나에게는 유용했다
그렇지만 100% 만족한 건 아니다
역시 얇은 책의 한계라고 할까?
뒷쪽에 나온 고생물학자 이야기는 가쉽거리처럼 가볍게 처리해 불만스럽다
독자 타겟을 중학생 정도로 잡아서 그런지 전반적으로 깊이는 얇은 편이다
공룡에 관한 책들이 성인용으로 좀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특히 공룡의 멸망 원인과, 정온설에 관한 점은 아직도 논란거리인데 의외로 그것에 대한 제대로 된 책을 못 봤다
왜 우리나라 공룡책들은 죄다 어린이용인지, 의문스럽다

 

재밌는 사실 한 가지
스티븐 스필버그가 쥬라기 공원을 찍으면서 공룡협회에 기부를 했다고 한다
그래서 공룡협회에서는 그에 대한 보답으로 스?들 이름의 첫자를 모아서 새로운 공룡 이름을 만들어 줬다
참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아닌가?

 

공룡은 2억 4500만년 전 트라이아스기에 처음 출현해 쥐라기 때 전성기를 맞았고 백악기가 끝날 무렵인 6500만년 전에 멸종했다
약 1억 8천만년 동안 지구를 지배한 셈이니, 가히 최고의 생물이 아닐 수 없다
트라이아스기에는 작은 몸집의 조룡이 출현했다가 점점 몸집이 커져 가면서 쥐라기에 유명한 브론키오사우르스나 알로사우르스 같은 거대 공룡이 나타났다
백악기에 나타난 공룡으로는 그 유명한 티라노사우르스와 이구아노돈 등이 있다

 

공룡은 크게 용반류와 조반류로 나눈다
골반을 기준으로 나눈 것인데 파충류의 골반을 가진 용반류는 다시 육식동물인 수각류, 초식동물인 용각류로 나뉜다
수각류로는 티라노사우르스 등이 있고 용각류로는 거대한 브론키오사우르스 등이 있다
새의 골반을 가진 조반류를 여섯 가지로 분류되는데 대략 이구아노돈이나 스테고사우르스 등등이 해당된다
스테고사우르스의 등에 달린 골판들은 상대에게 위협의 역할도 했지만, 몸의 열을 냉각시키는 라디에이터 역할도 했다고 한다
또 오리모양 주둥이와 볏을 가진 오리부룡류는 볏을 통해 서로 신호를 주고 받았다고 한다
거대한 몸집의 브론키오사우르스는 흔히 그림책에서 물 속에서 사는 걸로 그려지는데 실제로 이 거대한 생물체가 물에 들어가면 몸집 때문에 폐가 짜부러진다고 한다
육지에서 살다가 천적으로부터 공격을 당할 때 몸을 피하기 위해 잠시 늪 속으로 들어갔다고 한다

 

티라노사우르스가 실제로 다른 공룡을 잡아먹고 살았는지 아니면 죽은 공룡을 해치우는 청소부였는지도 논란거리다
당연히 무서운 살육자라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논란거리가 있는 모양이다
공룡에서 시조새를 거쳐 새로 진화됐다는 것도 아직까지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고 한다
지난 번에 본 내셔널지오그래픽에서는 아예 공룡에서 새로 진화되는 중간 단계의 공룡을 그려냈던데 정설은 어떤 것인지 궁금하다
공룡의 멸망 역시 그렇다
지금은 거의 소행성 충돌설이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 같은데 이 책에서는 가설 중 일부라고 소개했다
전문가들의 의견을 듣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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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행동학 살림지식총서 226
임신재 지음 / 살림 / 200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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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낼 때는, 특히 살림문고처럼 100페이지 미만의 짧은 책을 낼 때는 주제를 좁은 범위로 한정시켜야 한다는 걸, 이 책을 읽으면서 새삼 깨달았다
겨우 90페이지 책에 "동물행동학" 이라는 거창한 주제를 들이밀면 대체 어떻게 다 감당하려고 한 것인지...
하다못해 야생조류의 생태학이라든지, 포유류의 습성, 아니면 야생동물과 환경보호 이런 식으로 좀 줄여서 기술해야 할 게 아닌가?
용두사미의 대표적인 책이고 "동물행동학" 이라는 책 제목과도 전혀 어울리지 않는 책이다
살림문고는 짧은 분량에 좋은 내용을 담은 훌륭한 문고판이라고 생각하기는 하지만, 가끔 보면 수준에 맞지 않는 책들이 끼여 있다
저자들이 문고판이라고 너무 쉽게 책을 내는 게 아닌가 싶을 때가 있다
100페이지 미만으로 한정해 책값을 3300원에 맞춘 건 이해는 하지만, 앞으로 필자를 선정할 때는 좀 더 신중하게 고려해서 어지간한 책의 수준은 유지해 줬으면 좋겠다

 

책의 내용에 대해 잠깐 언급하자면...

 

1. 도토리 줍기가 그것을 주식으로 삼는 다람쥐나 청솔모들에게 치명적인 피해가 된다고 한다
산에서 나는 도토리를 주어 묵을 해 먹는 게 별미라고 생각하는 나 같은 사람에게는 다소 충격적인 사실이다
그저 낭만적으로 여기던 관습이 실은 약자들에게 생명의 위협을 느끼게 하는 큰 피해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
앞으로 야생 도토리 줍기 같은 일은 홍보를 통해 자제해야 할 것 같다
그나마 얼마 남지도 않은 다람쥐들이 겨울에 먹을 게 없어서 아사되면 큰일이 아니겠는가...

 

2. 보신주의와 관련된 밀렵 행위
보신주의야 말로 잘못된 의학상식의 대표적인 예인데 아직도 몸에 좋다는 이유로, 더 정확히는 정력이 세진다는 근거없는 믿음 때문에 수많은 야생동물들이 밀렵되고 불법적으로 거래된다고 한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저자의 지적대로 불법 거래되는 야생동물들은 보관 상태도 좋지 않아 위생상에 큰 문제가 있으니 정말 자제해야 할 일이다
서식지 부족으로 얼마 남지도 않은 야생동물들을 그나마 인간들이 불합리한 이유로 남획을 한다면 한 종의 씨를 말리는 끔찍한 범죄 행위가 될 것이다
웅담을 먹는다는 이유로 농가에서 사육되고 있다는 반달가슴곰의 사연도 안타깝다
웅담이 과연 보신 작용을 하는지도 의심스럽지만 살아있는 곰에게 직접 빨대를 꽂고 웅담을 마시는 행위는 엽기 그 자체다
그나마 이 곰들은 좁은 우리에 가둬 키우기 때문에 비정상적인 행동을 보인다고 한다
비단 이런 곰 뿐이 아니라 호랑이나 사자 같은 거대 맹수류는 동물원에서 키울 때도 서식지가 너무 협소해 번식을 하기가 매우 까다롭다고 한다
먹고 사는 문제는 해결됐으나 갇혀 지낼 수 밖에 없는 안타까운 현실이 번식 본능을 저해하는 것이다
동물원 문제는 참, 해결점이 쉽지 않은 답답한 부분이다
아이들에게 교육 효과가 있고 사람들에게 관람의 즐거움을 준다는 이유로 거대 야생 동물들을 좁은 우리에 가둬 놓는 것이 옳은 일인지 회의가 들 때가 많다
요즘은 가능하면 자연과 비슷한 형태로 넓은 부지를 확보해 비슷하게 꾸며 주려고 애쓰지만 그것도 서울의 큰 동물원이나 해당되는 일이지, 지방의 동물원 현실은 열악하기 짝이 없다
좁은 우리에서 어슬렁 거리지도 못하고 그저 누워만 있는 사자나 호랑이를 볼 때면 즐겁기는 커녕 한숨만 나온다
좀 비약하자면, 인간의 가학성을 보는 기분까지 든다
 

3. 어미가 새끼를 핥을 때 나오는 페로몬으로 자기 새끼를 구별한다고 한다
페로몬은 후각 중추를 자극해서 생리적 변화를 일으키는 물질이다
동물들은 특히 후각에 민감한데 개의 경우 사람보다 100배나 민감하다고 한다
그래서 우리 똘이가 음식 냄새만 맡으면 멀리서도 뛰어 오는 모양이다
아무리 몰래 간식을 먹으려고 해도 일단 냉장고에서 뭔가를 꺼내기만 하면 절대 똘이의 감시 영역을 피할 수가 없다
똘이가 보이지 않는데서 먹으려고 해도, 어디선가 냄새를 맡고 내 방으로 달려 온다
인간보다 후각 기능이 100배나 발달했다고 하니, 똘이로서는 안 맡을래야 안 맡을 수가 없는, 참을 수 없는 유혹일 것이다
그러고 보면 개는 참 예민한 동물이다
아무리 깊은 잠이 들어도 사소한 소리나 냄새에 즉각적으로 반응해 경계 태새를 갖춘다
그래서 한편으로는 작은 자극에도 너무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이 안쓰럽기도 하다
아파트에서 집을 지킬 일이 뭐가 있다고 한밤중에도 벌떡 일어나 경계 태새에 들어가는 똘이를 보면서, 얼마나 피곤할까 싶기도 하고 사람과 함께 살아도 본능은 버리지 못하나 보다 싶어서, 어떻게 하면 개의 본능에 거슬리지 않게 키워야 하나 고민해 보기도 한다
애완견을 키운다는 것 자체가 벌써 무리로부터 고립되기 때문에, 또 전혀 다른 종과 평생을 살아야 하기 때문에 본능에 어긋나는 것이긴 하지만, 이미 인간이 아니면 살 수 없는 상태로 개종되어 왔기 때문에 그나마라도 행복하게 지낼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해 봐야 할 것 같다
다음에는 애완견의 행동학에 관한 책을 읽어 봐야겠다

 

4. 반포지효라는 고사성어 때문에 까마귀가 늙어서 자식의 봉양을 받는다고 알려졌는데, 뜻밖에도 까마귀는 부모를 봉양하지 않는다고 한다
사실 나도 이 고사성어가 매우 의심스럽긴 했다
효라는 것은 매우 인간적인, 그러니까 지극히 인위적인 규율이라고 여겨왔는데 자연 상태에서도 이런 현상이 과연 일어날 수 있을까 의심스러웠었다
그런데 역시나, 까마귀가 부모에게 먹이를 갖다 주는 일 따위는 없다고 한다
부모보다 커 버린 새끼 까마귀가 부모에게 먹이를 받아 먹는 모습을 보고 사람들이 착각을 한 것이다
그러면 그렇지, 어떻게 까마귀가 효라는 개념을 알 것이며 설사 그런 일이 일어난다 해도 그저 본능적으로 일어나는 자연 현상에 인간의 도덕 규범을 대입한다는 건 억지스럽다
그러고 보면 항상 문제는 과학적인 진실에 사회적 의미를 부여하는 사회진화론자들에게 있다
유전이나 형질 등의 과학적 현상에 대해 인종주의나 남성 우월주의 등의 잘못된 해석을 들이대는 게 문제다
남자와 여자가 다른 것은, 생태계를 봐도 너무 당연한 것인데 여기에 이상한 남성 우월주의를 덧붙여 다름이 곧 차별의 근거인 듯 내세우는 사회학자들이 문제다
인종주의도 마찬가지다
궁극적으로 모든 인간은 호모 사피엔스라는 거대한 종의 특성으로 보면 매우 동질한 존재이고, 세부적으로 크고 작은 차이가 있을 뿐인데 거기에다 말도 안 되는 인종주의를 결합시켜 우월한 백인이 열등한 유색인종을 지배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논리를 세운다
이미 말도 안 되는 논리임이 입증됐지만 여전히 이런 파쇼적인 주장을 과학, 혹은 유전이라는 말을 내세워 심증적으로 지지하는 사람들이 있다
또 그런 이유로 자연 현상이나 과학적 사실을 밝히는데 있어,혹시 우생학이나 남녀 차별론에 이용될까 봐 주저하는 분위기도 있다는 게 참 안타깝다

 

짧은 책에 너무 광범위한 주제를 담으려고 한 게 무리이긴 했지만, 그래도 잠깐이나마 동물과 생태 보호에 대해 생각해 본 유익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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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족 - 뇌과학이 밝혀낸 욕망의 심리학
그레고리 번스 지음, 권준수 옮김 / 북섬 / 2006년 9월
평점 :
절판


상당히 마음에 드는 책
별 네 개쯤 줘도 될 것 같다
중간에 아이슬란드 여행기만 뺀다면 각 장이 모두 의미있고 유익한 서술이었다

 

새로움의 근원은 무엇인가?
뜻밖에도 저자는 도파민을 언급한다
도파민이라면 파킨슨 병과 정신분열증에서 언급되는 바로 그 물질이 아닌가?
그런데 도파민이 바로 의욕이라는 기분의 실체라고?
이러니 책에서 배우는 것과 현실에서 직접 마주칠 때의 느낌은 꽤나 다를 수 밖에 없다
지겹게 외웠던 도파민의 대사 경로가 책에서는 너무나 다른 느낌으로 아주 흥미롭게 다가온다
공부를 잘하는 학생들은 교과서에서 이런 즐거움을 찾는 게 아닐까?
도파민이 분비되는 선조체는 일종의 터널과 같다고 한다
피질에서 모든 정보를 받은 다음 이 터널을 통과할 때 도파민이 분비된다
다시 이 물질은 시상하부로 전달되어 행동을 일으키는 동기가 된다
그러니까 엔돌핀 같은 물질이 일종의 마약처럼 쾌락을 일으킨다면 도파민은 새로운 일을 만났을 때 하고 싶은 동기, 즉 의욕을 불러 일으키는 물질이다
저자는 진정한 행복이 바로 하고자 하는 의욕에 있다고 본다
칙센트미하이가 말한 행복, 즉 몰입이라는 특성은 만족보다 더 아래 개념으로 본다
쾌락이 즉각적인 반응, 즉 식욕이나 성욕을 채웠을 때의 일시적인 즐거움이라면, 행복은 기분이 좋은 상태를 의미한다
몰입도 그런 기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지만 항상 행복한 것은 아니다
쾌락보다는 길지만 어쨌든 매순간 행복하다고 느끼는 사람은 거의 없으니까
만족은 이보다 고차원적인 특성으로, 새로운 것을 만났을 때 그것을 풀어나가겠다는 의욕이 생기는 것을 말한다
전반적으로 만족스러운 상태를 의미한다고 하겠다

 

인간은 같은 일을 반복하면 아무리 즐거운 일이라 할지라도 쉽게 질리고 만다
그러므로 새로움은 만족을 유지시키기 위한 필수적인 감정이다
이를테면 비싼 스시도 매일 먹으면 날마다 먹는 토스트와 별반 다를 게 없다는 얘기다
진정으로 즐기고 싶다면 질리지 않게 간격을 두고 먹어야 한다
부부관계도 마찬가지다
권태기가 오는 것은 저자에 따르면 너무 당연한 얘기다
서로에 대해 친숙해지고 관계가 반복되면서 점차 뇌는 질리기 시작한다
그러므로 상대를 새로운 각도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차마 말하지 못했던 성적 욕망을 털어 놓는 것도 권태기를 극복하는 좋은 길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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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의 사도 - 도킨스가 들려주는 종교, 철학 그리고 과학 이야기
리처드 도킨스 지음, 이한음 옮김 / 바다출판사 / 200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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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 바이러스의 세가지 특징

 

1. 신념적

2. 증거 부족

3. 수수께끼 상태를 유지하고 싶어 함

 

도킨스가 비판하는 점은, 종교가 아무런 근거도 없으면서 무조건 믿도록 강요한다는 것이다

사실 종교의 경직성과 무비판적인 태도는 비난받아 마땅하다

마녀 재판식의 판결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의심하면 일단 믿음이 부족한 것으로 본다

절대 교리를 의심해서는 안 된다

근거를 대라고 하는 것은 믿음이 부족하다는 증거다

이성적으로 사유하면 이미 그것은 종교가 아니다

의심많은 도마라는 말처럼 모욕적인 단어도 없을 것이다

보지 않고 믿는 자에게 복이 있다는 식으로, 뭐든지 신의 특별한 계획이란 식으로 넘어가고 이런 신비주의를 강화함으로써 더더욱 종교의 교리는 절대적이고 교조적으로 변해 간다

 

도킨스의 지적한 바대로, 성체 의식 역시 예수님의 몸과 피라는 상징적 의미만으로도 충분히 믿음을 환기시킬 수 있다

그런데 어떤 사제들은, (혹시 이것이 카톨릭의 공식 교리인지도 모른다) 실제로 빵과 포도주가 육화됐다고 믿는다

화학적인 변화를 거쳤다는 식으로 말이다

상징적인 의미 부여만 해도 충분할 것을, 종교의 절대적인 권위에 기대어 말도 안 되는 오버를 하는 것이다

그러니 포도주가 피가 됐다는 식의 논리를 어떻게 자연과학자들이 받아들이겠는가?

더구나 이것에 대해 구체적으로 따지고 들면 믿음이 부족하다는 식으로 몰아 부치니, 과학하는 사람들이 종교와 화합하기란 참 요원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나도 종교의 그 교조적인 분위기가 싫다

믿음과 교회는 별개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교회 시스템의 무오류설이 부담스럽다

하나님의 말씀을 제멋대로 조작하고 마음대로 해석해 버리는 듯한 느낌을 피할 수가 없다

신도들의 믿음을 권력의 기반으로 사용하는 것 같다

실제로 카톨릭이 권력을 얻은 중세 천년간 하나님의 이름을 빗대어 엄청난 권력 전횡과 범죄들이 일어나지 않았던가?

도킨스는 종교에 부당한 권력이 주어짐을 비판하는 것이다

지금도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은 신의 이름으로 테러를 가하고, 여성들을 핍박한다

신에 대한 논쟁은 접어두고서라도, 기존 종교인들의 행태는 비난받아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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섹스의 진화 - 제러드 다이아몬드가 들려주는 성의 비밀 사이언스 마스터스 1
제레드 다이아몬드 지음, 임지원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0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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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고판형이라 280페이지 정도 되지만, 금방 읽었다

이런 작은 판형이 좋다

일단 들고 다니기 편하다

작년에 막 사서 읽을 때만 해도 엄청 머리 아프고 복잡한 다소 어려운 책이라 생각했는데 막상 읽어 보니까 굉장히 평이한 내용이다

기본 지식이 쌓여서 그런가?

적어도 리처드 도킨스 보다는 더 쉽다

하긴 이기적 유전자를 통해 진화에 대한 기본 개념이 잡혀서 그런지도 모른다

집중해서 읽어서 그럴 수도 있다

어쨌든 가볍고 유쾌하며 또 대단히 유익한 책이다

제목도 어쩜 이렇게 잘 지었을까?

섹스의 진화라니...

섹스란 학문적으로 말할 때 번식을 위한 과정으로 이해할 수 있겠다

섹스하면 떠오르는 게 포르노와 터부시 되는 은밀한 쾌락인데, 학문적으로 말할 때는 유전자의 전파 방식으로 치환될 수 있겠다

 

모든 개체는 유전자를 전달하기 위해 존재한다

노화나 폐경도 이런 방식으로 설명할 수 있다

개체는 생존을 위해 끊임없이 보수 작업을 하지만, 생체 에너지가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어느 시점이 되면 고쳐 쓰는 것 보다 새로 만드는 게 더 낫다는 판단을 하게 된다

그래서 더 이상 고치는데 돈을 투자하는 대신, 기존의 것을 폐기처분 시키고 새로 구입하게 된다

아기를 낳는 것이다

수명이 짧은 생물이 엄청나게 많은 자손을 남기는 이유가 바로 이 유전자의 효율적인 전달을 위해서다

자연환경에 무방비로 노출된 개체들은, 포식자에게 잡아 먹힐 확률이 크기 때문에 구태여 수리비를 지불해 가며 고칠 필요가 없다

차라리 새 걸로 빨리빨리 갈아 주는 방법을 택하는 게 비용 면에서 효율적일 것이다

그래서 100여년을 사는 인간은 한 번에 하나씩 밖에 못 낳고 아무리 많이 낳아 봤자 10여 명 안팎에 불과하게 된다

개체라는 측면에서만 보자면 아주 다행인 셈이다

 

왜 인간은 일부일처제를 유지하는가?

대부분의 생물들은 수컷에 양육에 참가하지 않는다고 한다

암컷 혼자 낳아서 기른다고 한다

설사 수컷이 공동 양육을 하더라도 즉 일부일처제를 유지하더라도 인간처럼 집단으로 모여 사는 게 아니라, 무리로부터 완전히 독립해 살아간다고 한다

무리를 이루지만, 그 안에서 한 배우자 하고만 관계를 맺고 자식을 부양하는 방식은 매우 특이하다고 한다

일부일처제의 배경에 대한 가장 그럴듯한 이론은 daddy at home라고 하겠다

가임 기간이 길고 자식을 키우는데 에너지 소모가 많은 인간의 경우, 남자를 잡아 둬야만 유전자 번식에 유리하다

수정만 시키고 남자가 떠나버리면 여자는 자식을 제대로 키우지 못할 확률이 높다

자연히 남자는 자신의 유전자 보전에 실패할 것이다

남자는 다른 여자에게 유전자를 전파시키는 대신, 한 여자가 낳은 자식들을 제대로 키우는데 힘을 보탠다

인간의 아이를 버려뒀을 경우 죽을 확률이 너무 높기 때문에 수컷 즉 남자는 어쩔 수 없이 양육에 동참하는 것이다

 

여자의 배란일은 여자 자신도 잘 모른다

가임기간이 언제인지 모르니까 성공적인 번식을 위해서는 자주 섹스를 해야 한다

또 아이를 낳아 키우는 과정에서 언제라도 섹스가 가능하니까 굳이 남자는 파트너를 찾을 필요가 없다

비록 자신의 유전자를 퍼뜨릴 기회는 줄어들겠지만 어차피 여자 혼자 내버려 두면 자신의 후손을 제대로 키울 확률도 줄어들기 때문에 차라리 한 여자에게 협력하여 낳은 자식이라도 제대로 키우겠다는 선택을 하는 것이다

또 배란기가 언제인지 모르기 때문에 자신의 배우자를 지키지 않으면 다른 수컷 경쟁자가 자신의 암컷을 임신시킬지도 모른다

당연히 남자는 파트너 곁에 머무르면서 공동 양육에도 참가하고, 암컷을 다른 수컷으로부터 지켜야 할 것이다

그래야 암컷의 아이가 자신의 유전자를 가졌음을 확신하게 될 것이다

 

폐경 이론도 진화론적 관점에서 보면 금방 답이 나온다

대부분의 동물들은 인간의 수컷처럼 생식 능력이 서서히 떨어진다

인간의 암컷처럼 갑작스럽게 중단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왜 인간의 생식 능력만 40세를 전후해서 갑자기 중단되는 것일까?

저자는 나이 많은 여자가 아이를 낳을 때 얻는 이득이, 생산을 중단하고 기존의 아이를 키움으로써 얻는 이득보다 더 적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새로운 아이를 낳는다는 것은, 기존의 아이들에게 돌아갈 양육 에너지가 그만큼 줄어든다는 얘기가 된다

생체 에너지는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무한히 많은 자식을 낳을 수는 없다

그런데 인간의 아이는 대단히 긴 양육 기간을 필요로 하고, 출산에 따른 위험성도 매우 큰 편이다

고릴라가 100kg에 육박하지만 겨우 1.5kg의 새끼를 출산할 뿐이다

반면 50kg 남짓의 여자는 3kg의 거대한 아이를 낳는다

아이를 낳다가 산모가 죽을 확률이 대단히 높다는 얘기다

자연히 여자는 개체의 보전을 위해서라도 다른 동물보다 임신과 출산에 훨씬 더 신중해질 것이다

유전자 전파도 중요하지만 개체의 보전도 중요한 문제기 때문이다

또 어머니가 죽고 나면 나머지 아이들은 성인까지 자라기가 매우 어려워진다

더구나 나이가 들수록 난자의 질은 떨어진다

40대 후반에 아이를 낳으면 다운 증후군 확률이 무려 10%에 달한다는 통계는 노산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새삼 확인하게 해 준다

그러니 굳이 나이가 들어서까지 나쁜 유전자를 낳을 위험성을 가지고 또 개체가 죽을 수 있는 모험을 감행하기 보다는, 적당한 선에서 생식을 중단하고 기존의 아이들을 키우는데 에너지를 쏟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라는 결론이 나온다

또 인간은 공동체 생활을 하기 때문에 문자 이전의 사회에서 노인의 경험은 공동체의 생존에 매우 중요했다

이런 노인이 늙어서 애 낳다가 죽는 것 보다는 손자 손녀를 키우면서 공동체의 생존에 도움을 주는 것이 훨씬 유용할 것이다

 

진화론의 관점에서 보면 모든 것이 자연스럽게 해결된다

보다 많은 유전자를 후세에 전달하기 위해 각 생물들은 나름대로의 적응 전략을 가지고 다양하게 진화해 왔다

유전자 풀이 넓을수록 보다 많은 개체들이 생존할 수 있다

특정 환경에 대해 선택할 수 있는 경우의 수가 많아야 대응 전략도 다양해질 것이다

 

이성을 유혹할 수 있는 특정 신호에 대한 얘기도 재밌었다

세 가지 이론이 있는데 먼저 피셔의 이탈 선택 모델이 있다

공작새의 경우 수컷은 암컷의 선택을 받기 위해 화려한 꼬리를 발달시킨다

그렇지만 너무 큰 꼬리는 도망가기에도 불편하고 포식자의 눈에 쉽게 띄기 때문에 오히려 생존에 불리하게 된다

생존에 불리하게 작용하는 시점까지만 진화하는 것이 바로 이탈 선택 이론이다

 

다음은 핸디캡 이론이 있다

공작새의 꼬리는 생존에 불리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화려한 꼬리를 가지고 있다는 것은 역으로 말하면 핸디캡을 안고 있으면서도 충분히 살 수 있다는 뜻이므로 오히려 핸디캡이 없는 경쟁자 보다 생존능력이 뛰어나다는 의미가 된다

 

마지막으로 광고 속의 진실 이론

숫사슴은 뿔이 화려할수록 기생충이 없고 건강하다고 한다

그러니까 이성에게 어필하는 성적 매력이 핸디캡이 아니라 실제로 생존에 유리하게 작용한다는 뜻이다

그러므로 이성을 매혹하는 성적 매력은 아름다울 뿐 아니라 생존 능력도 뛰어나다는 이중광고가 된다

 

인간에게 비유해 보자면, 돈많은 남자들이 먹고 사는데 별 필요가 없는 사치품에 많은 돈을 투자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포르쉐를 타고 다니는 남자는 돈이 그만큼 많다는 뜻이고, 배우자와 자식에게 더 많은 생산물을 제공할 수 있다는 광고가 된다

데이트 과정에서 여성이 남성의 물질공세에 넘어가는 것이 다 이유가 있다는 얘기다

 

인간은 시각에 많은 부분을 의존하기 때문에 당연히 시각적 아름다움에 많이 좌우된다

키가 크고 체격이 좋으며 근육이 잘 발달한 남자는 경쟁자를 이길 확률이 높기 때문에 여성들은 더 선호할 것이다

여자 역시 영양 상태가 좋고 지방이 적절하게 분포된 균형잡힌 굴곡을 가질수록 아이를 효율적으로 키울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즉 시각적으로 아름다운 사람은 실제로 생존경쟁에서 살아남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외모는 배우자에게 제대로 된 정보를 알려 준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요즘은 영양 상태가 워낙 풍부해졌기 때문에 오히려 마른 여자들을 선호한다

누구나 다 잘 먹고 수유나 양육 정도는 더이상 문제가 되지 않는 상황에서 지방의 함량 정도가 선택의 기준이 될 리가 있겠는가?

 

진화론에 관한 책을 읽으면서 생명의 신비가 얼마나 놀라운 것인지 새삼 느낀다

다윈은 자신이 발견한 진리가 성경에 위배된다는 사실을 알고 얼마나 두려웠을까?

19세기 사람들이 진화론에 격분한 이유를 충분히 알 것 같다

그렇지만 21세기의 사람들 역시 진화를 받아들이는 것을 여전히 두려워 한다

마치 17세기 사람들이 지구가 돈다는 사실을 쉽게 받아들일 수 없었던 것처럼 말이다

그렇지만 좀 더 시간이 가고 더 많은 진리들이 발견되면, 사람들은 더이상 진화를 두려워 하지 않고 생명의 신비를 푸는 진리임을 인정하게 될 것이다

그것이 절대 하나님에 대한 도전이 아니며 오히려 하나님의 창조하신 우주를 좀 더 잘 이해하게 되는 지름길임을 알게 될 것이다

하나님에 대한 확고한 믿음을 가졌던 갈릴레이나 코페르니쿠스도 지구가 돈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너무나 두려웠을 것이다

그렇지만 그 용감한 과학자들은 신앙과 진리가 서로 다른 차원임을 충분히 이해했고 갈등하지 않았다

나 역시 진화론을 받아들이는 것이 너무나 두렵고 무섭지만, 내 신앙과 절대 대립하지 않음을 믿는다

시간이 좀 더 지나면 어떤 기독교인들도 두려움 없이 진화론을 받아들이게 될 것이다

왜냐면 하나님과 진화론은 비교불가능한 다른 차원의 진리이고, 다만 우리가 그것을 받아들이는데 서툴기 때문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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