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피엔딩으로 만나요
샤를로테 루카스 지음, 서유리 옮김 / 북펌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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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로맨스 소설을 좋아하지 않았다. 이 작가의 전작 <당신의 완벽한 1년>을 읽기 전까지는 분명히 그렇다고 생각했다. 이후 조금 더 로맨스 소설에 관대해졌다. 그렇다고 열심히 찾아서 읽는다거나 하지는 않았다. 그러다 이 작가의 신작이 나왔다는 소식을 보고 얼마나 기대했던가. 전작처럼 두툼한 분량으로 나를 압도하지만 실제 읽다보면 그 시간은 결코 길지 않다. 생각보다 빨리 진도가 쑥쑥 나갔고, 두 남녀의 결합이 어떤 식으로 이루어질까 하는 기대를 계속 품게 되었다. 이 기대는 약간의 아쉬움을 동반한 만족감으로 이어졌다.

 

전작이 ‘다이어리’를 통해 한 여자의 목소리를 내었다면 이번에는 ‘블로그’다. 이 소설의 주인공인 엘라는 블로그에 자신이 원하는 해피엔딩 결말을 써서 올린다. 현실의 무거움보다 해피엔딩이라는 아름다운 결말을 추구한다. 그녀의 이 행동은 많은 독자를 불러온다. 실제 영화나 소설 등을 보고 그 결말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순간이 얼마나 많았던가. 이 바뀐 결말에 엘라는 많은 시간과 정성을 들인다. 원작의 문체나 흐름을 깨트리는 않는 수준을 유지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인터넷이란 매체 덕분에 반응은 금방 올라온다. 정체를 알 수 없는 한 명의 댓글을 제외하고는 모두 그녀의 이 결말에 열광한다.

 

그녀의 남자 친구 필립이 그녀에게 청혼을 했다. 결혼 생각으로 행복한 시간을 보내던 그녀에게 발견된 한 장의 쪽지는 이 행복을 깨트리기 충분하다. 하룻밤의 불륜이 있었다. 그녀와의 결혼을 반대한다. 이보다 더 문제는 이 일이 있은 후 청혼을 했다는 사실이다. 지나치게 남자 친구에게 의존했던 그녀의 삶이 산산조각난다. 남자 친구를 자전거를 타고 달리다 한 남자와 충돌한다. 자전거는 부서지고 그녀는 잠시 정신을 잃는다. 부딪힌 남자를 찾지만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신발과 지갑만이 놓여 있을 뿐이다. 남자를 찾다가 지갑 속 주소로 간다. 여기서 또 한 번 남자가 충돌하고, 남자는 병원에 실려간다. 이렇게 엘라는 오스카를 만난다.

 

기억을 잃은 남자와 거짓말을 하는 여자의 동거는 서로의 필요에 의해서 일어난다. 팔까지 다쳐 불편하고 과거 기억도 못하는 남자에게 가정관리사인 엘라는 딱 맞는 선택이다. 남자 친구와 살면서 자신의 삶을 잃은 엘라에게 오스카의 큰집과 그를 돕는 일은 최소한의 생계를 보장한다. 다만 문제라면 그녀가 가끔 딴 생각에 빠져 사고 비슷한 것을 친다는 정도랄까. 특히 운전할 때 그녀가 보여준 위험한 행동은 팔이 불편한 오스카가 직접 운전해야 할 정도다. 잃은 기억을 그렇게 갈망하지 않는 남자와 자신의 거짓말이 들통나지 않길 바라는 이 둘은 생각보다 훨씬 멋진 콤비가 되어 이야기를 풀어낸다.

 

제목에서부터 해피엔딩의 기운이 풀풀 날리는 이 소설은 각 단계마다 하나의 미스터리를 집어넣어 호기심을 자극한다. 오스카의 기억상실과 그의 아내와 아이에 대한 정확한 정보, 그리고 왜 그가 그렇게 변하게 되었는가 하는 의문들. 필립이 다시 엘라에게 관심이 보일 때 알게 모르게 가까워진 오스카의 등장은 은연중에 분위기를 살짝 바꾼다. 오스카의 진실을 파헤치기 위한 엘라의 행동은 탐정을 닮았지만 어설프다. 이 어설픔은 오스카의 기억상실이 상쇄시켜준다. 여기에 작가의 재치 있는 문장과 인용은 읽는 재미까지 덧붙여준다.

 

전체적으로 잘 읽히고 재밌다. 반가운 인물들도 등장한다. 전작의 주인공들인 요나단 그리프와 한나가 카메오로 나온다. 이들의 등장을 보면서 다음 이야기에서는 또 어떤 인물이 카메오로 등장할까 살짝 추측해본다. 혹시 다음 이야기의 주인공으로 엘라 블로그의 현실주의자가 등장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기대도 해본다. 이미 두 편의 소설에서 여자 주인공들이 현실보다 자신들의 바람을 더 강하게 나타내었던 것을 생각하면 지독히 냉소적이고 현실적인 인물이 나와 새로운 로맨스를 보여줘도 재밌을 것 같다. 이번에도 느낀 것이지만 잘 쓴 로맨스는 나의 취향과도 맞아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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