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L 현대사 - 강철서신에서 뉴라이트까지
박찬수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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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L을 말하면 PD를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이 둘은 학생 운동과 대중 운동에서 가장 중요한 조직이다. 이 둘이 많은 논쟁을 했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이런 쪽에 별 관심이 없기에 그 차이를 잘 모른다. 학창시절 운동권이 아니었기에 특히 더 그렇다. 이 책을 읽으면서 아련한 옛 기억 몇 개가 떠오르기는 했지만 모두 과거의 일이다. 역외자였던 나에게는 후일담조차 되지 않는다. 다만 역사를 알고 싶고, 몇 년 전 통진당 사태 등으로 다시 불거진 NL의 이야기가 궁금했다. 그리고 이 책을 읽으면서 과거로 회귀하여 그 시절을 떠올리는 추억 여행을 했고, 잘못 알고 있던 몇 가지 역사적 사실을 배웠다.

 

NLPDR(National Liberation People's Democracy Revolution)은 번역하면 민족 해방 민중 민주주의 혁명론이다. 이것은 둘로 나누어져 민족 해방(NL)파와 민중 민주(PD)파로 불린다. 이 책은 이중에서 NL의 탄생과 전성기와 갈등과 분열 등의 역사를 기록했다. NL의 최전성기는 전대협 시절이었다고 한다. 나는 그 시절 대학을 다녔다. 그때는 앞에서 말했듯이 NL의 의미조차 몰랐다. 관심이 없었고, 가끔 흘러나오는 주체사상에 생리적 거부감이 있었다. 주체사상이란 이름은 좋으나 그 실체가 주체적이지 않았고, 그때까지 받은 반공교육이 아직 강하게 똬리를 틀고 있던 시기였다.

 

부제에 강철서신과 뉴라이트가 같이 나와 놀랐다. 강철서신이 어떤 글인지는 모르지만 NL과 뉴라이트라니 잘 상상이 되지 않았다. NL에서 전향한 인물들이 어떻게 뉴라이트가 되었는지 알려주는 부분은 책 마지막에 나온다. 수많은 운동권 인물들이 전향하여 어떤 행동을 했는지 알기에 고개를 끄덕이지만 그 속에 또 다른 의도가 있었다는 변명에 실소하게 된다. NL의 전향에 북한 방문이 자리하고 있는 부분은 북한 정보가 비교적 풍부해진 요즘에는 쉽게 이해가 된다. 그렇다고 해도 그들이 가졌던 열정과 충성도를 생각하면 안기부 프락치설에 눈길이 간다. 역사의 흐름 속에서 다시 연구해야 할 부분이다.

 

김영환이란 이름 낯설다. 그런데 그가 쓴 강철서신은 그 시절에 운동권에 아주 큰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그 당시 대학생들은 북한 방송을 청취하고 주체사상을 공부할 정도였다고 한다. 이때 간첩사건들이 완전히 조작은 아니였다는 의미다. 이런 사건들이 90년대와 2000년대에도 있었다는 것이 개인적으로 충격이다. 모든 것이 조작일 것이란 섣부른 추측을 한 탓이다. 또 이들이 간첩과 함께 북으로 넘어갔다는 사실은 어릴 때라면 영웅담으로 흥미진진했을지도 모르겠지만 독자적인 운동세력으로만 알고 있던 내가 얼마나 순진했는지 알게 된다.

 

NL을 말하면 역시 전대협이다. 임종석으로 대표되는 전대협은 아주 강력한 단체였다. 이 책의 가장 흥미로운 부분도 바로 이런 NL의 성장과 함께 한다. NL은 지하써클에서 나와 학생회를 접수한 후 전국대학생들을 조직했다. 전대협의 구국의 강철대오란 이름은 아직도 머릿속에 생생하다. 하지만 386세대의 주력이었던 이들이 현재 사회에 끼친 부작용 등을 생각하면 그 공과를 조금 더 냉정하고 비판적으로 볼 필요가 있다. 그때와 그 후로 나눠서.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가면 반미운동과 통일운동이 같이 다루어졌다. 학교 대자보는 미국의 저강도 정책을 비판하는 것으로 가득했었다. 임수경의 방북도 이때다.

 

한총련 이후 대학 안에서 NL은 거의 사라진 것 같다. 시대의 변화를 학생 운동이 따라가지 못한 것이다. 이후 NL은 정당으로 변모했는데 NL과 PD가 손을 잡고 민노당을 만들었다. 당권 투쟁은 치열했고, 부정선거가 개입하면서 통합진보당은 다시 쪼개졌다. 개인적으로 많은 기대를 한 정당이었는데 이 사태가 많은 실망을 주었다. 이때 이석기란 인물이 나왔는데 솔직히 말해 대중적인 인지도가 전혀 없었다. 막후 실세였다는 것은 뉴스를 통해 알았다. 그리고 저자의 재미난 분석 중 하나는 이정희가 대권 레이스에서 그만 둔 것과 김대중 대통령 당선 선거 당시의 백기완을 비교한 부분이다. 이때 이정희가 싫어서 박근혜를 찍었다는 사람들이 꽤 많았던 것을 생각하면 연구해볼 필요가 있다.

 

<NL 현대사>라는 제목이 붙었지만 이 책은 NL이 쓴 책이 아니다. 책으로 묶으려는 의도로 시작한 것도 아니다. 한겨레에 연재된 것을 덧붙여 책으로 내었다. 많은 자료와 인터뷰를 인용하면서 NL과 8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운동권과 진보정치권에 대한 설명을 곁들였다. NL의 대중적 성공 중 하나로 품성론을 든 것과 강철대오의 일사분란함이 바뀐 시대에 어떤 문제점을 불러왔는지 보여줄 때 다시 과거의 달콤한 열매에 집착하는 기성세대를 만난다. 분명히 NL은 한국의 민주화에 많은 공을 세웠다. 하지만 과실도 적지 않다. NL의 장점이 시대와 맞을 때는 엄청난 성장을 하였지만 바뀐 시대를 따라가지 못할 때는 사그라들었다. 내가 살면서 지나온 시간들 속에 한 조직이 어떤 길을 걸었는지, 그 길이 나의 길과 어떻게 걸치고 엇갈렸는지 들여다보았다. 언젠가 민중운동사를 공부할 필요를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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