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고양이 6 - 너구리 잠든 체하기
네코마키 지음, 장선정 옮김 / 비채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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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식구가 또 늘어났다. 이번에는 너구리다. 부제목도 ‘너구리 잠든 체하기’다. 이쯤 되면 이 집은 과연 어디고, 어떤 환경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공동주택이 아닌 것은 알지만 야생동물인 너구리까지 집안으로 들어올 정도면 상당히 숲과 가깝다고 봐야 한다. 그리고 두식이가 너구리를 보고 보인 반응은 본능을 잃어버린 개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뭐 자신을 개가 아니라 고양이라고 생각한 두식이니까 가능한 것이지만 두식이가 산책을 하면서 새롭게 개 친구를 만든 것을 보면 자신의 정체성을 발견하고 있다고 봐야 할 것 같다.

 

부제는 너구리가 위험을 느끼면 하는 행동을 의미한다. 먹이 때문에 이 집에 나타났는데 시바 견 두식이가 그냥 가만히 있다. 처음에는 한 마리였는데 어느 순간 두 마리가 된다. 동물을 좋아하는 이 가족은 이 너구리에게도 음식을 준다. 같이 살지는 않지만 밥 때가 되면 나타난다. 팥알, 콩알, 두식이, 마당이, 너구리 두 마리까지. 정원 속에는 거북이들이 살고 있다. 이야기 한 컷에 이 거북이들이 점호하는 모습이 나오는데 아주 웃겼다.

 

콩고양이들이 두식이와 함께 산책 가서 다른 개에게 위협을 느낀 장면은 왠지 이전에 집을 떠났다가 힘들게 돌아온 에피소드가 떠오르게 했다. 두식이가 콩고양이들을 따라 하는 모습은 재밌지만 한 편으로 짠하다. 고양이 타워 에피소드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아버지의 쌍둥이 동생이 다른 개를 데리고 와 친구가 되었을 때 모습은 흥미진진했다. 혹시 싸우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아주 친한 친구가 되었다. 잘 훈련된 개가 두식이 때문에 나쁜 버릇 하나를 배워 갔는데 이것 또한 웃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다. 훈련된 개를 보면서 두식이를 훈련하려는 아버지의 모습은 또 다른 재미다. 당연히 실패했기에 더 그렇다.

 

아주 놀라운 에피소드 하나가 있다. 한낮에 가족들이 한 명씩 누워 낮잠을 즐긴다. 그런데 우연히 이 광경을 본 할아버지 친구가 경찰에 신고를 한 것이다. 혹시 이 집에 큰일이 생긴 것이 아닌가 걱정해서 말이다. 이 오해를 단순히 해프닝으로 해석할 수도 있지만 일반적인 사람들에게 이 집 식구들이 키우는 고양이들과 개와 너구리들과 닭 등을 보면 아주 큰일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각자 자신들이 좋아하는 동물들의 용품을 사주지만 실제 집을 관리하는 마담 복슬의 입장을 생각하면 결코 간단한 일이 아니다. 점점 많은 동물들이 등장하면서 마담 복슬의 역할이 줄고, 아버지의 사라짐이 없어진 것은 조금 아쉽다. 나의 관심 중 하나가 이 동물들을 키우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실제 가볍게 펼친 6권이지만 단숨에 읽고 말았다. 7권도 손이 갔지만 잠시 멈췄다. 이 즐거움을 조금이라도 남겨놓기 위해서다. 실제로는 6권 읽으면서 마신 술 기운 때문이다. 늦은 밤 읽고 있던 책을 다 읽자 가벼운 마음으로 펼쳤는데 멈출 수가 없었다. 아마 술 기운이 조금만 늦게 올라왔다면 7권도 끝까지 읽었을 것이다. 다행이다. 이 글을 쓰는 지금 몇 가지 에피소드들이 머릿속을 지나간다. 그리고 입가에 미소를 짓는다. 다음 이야기는 조금 아껴둬야겠다. 짧은 독서와 긴 여운을 위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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