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성숙한 국가 - 국가를 바라보는 젊은 중국 지식인의 반성적 사유
쉬즈위안 지음, 김태성 옮김 / 이봄 / 2017년 5월
평점 :
절판


아직도 중국은 공산당 독재체제다. 중국에 가면 되지 않는 검색 엔진과 SNS가 있다. 어떤 한국 인터넷 페이지는 열리지도 않는다. 강하게 통제되고 있다는 증거다. 이런 곳에서 대규모 집회가 일어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1989년 천안문 사태 이후 중국 정부의 입장은 아주 강경하다. 저자의 한국 서문에 나온 사드 문제에 관해 그의 의견에 공감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런 정치 쪽을 제외하고 경제로 넘어가면 엄청난 발전을 이루었다. 문화에서도 엄청나게 많은 부분이 개방되었다. 물론 정치적 필요에 의해 단속되는 것은 변함없다. 중국의 발전 속도는 과거 한국을 능가한다. 거대한 영토와 엄청난 숫자의 인구는 발전 초기에 아주 큰 힘을 발휘했다. 몇 년 전 정체기에 들어섰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이것 또한 변하고 있다.

 

이 거대한 국가의 발전을 중국의 한 지식인은 미성숙하다고 말한다. 경제 발전만 놓고 보면 틀린 말이지만 정치와 문화로 넘어가면 어느 정도 수긍하게 된다. 사실 이 책을 선택할 때 나의 관심은 과연 어디까지 중국의 정치문제를 다룰까? 하는 것이었다. 대표적으로 문화대혁명과 천안문사태를 정면에서 다룰까 하는 것이었다. 문화대혁명을 경험한 작가들의 소설을 읽고, 그 시대를 다룬 영화를 보았지만 정치적으로 엄청난 실패였던 이 정책의 아주 참담한 결과는 정면에서 다룬 것은 거의 본 적이 없다. 물론 외국 저자들의 글에서는 아주 신랄하고 정확하게 표현된다. 수천 만 명의 아사자들을 내가 알게 된 것도 그렇게 오래되지 않았다. 물론 스탈린 체제 아래의 소련도 이와 비슷한 문제가 있었다.

 

독일이 통일되고, 소련연방이 해체되던 그 시절 중국은 천안문사태를 맞이했다. 그 대처는 아주 강력했다. 천안문 광장에서 한 청년이 전차 앞에 서 있는 사진은 너무나도 유명하다. 이후 수많은 지식인들이 중국을 떠나 외국으로 망명했다. 이 망명자들은 외국에서 그 나라의 언어로 소설이나 다른 저작물을 만들어내면서 중국과 자신의 삶을 그려내고 있다. 그렇지만 수십 년이 흐른 지금도 천안문사태는 중국의 금지어 중 하나다. 사실 내가 기대한 것은 바로 이 두 부분 중 어느 하나라도 정면에서 다루는 것이었다. 하지만 저자는 원래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가 아니었기 때문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에서인지 이 문제를 제대로 다루지 않고 넘어간다. 개인적으로 아쉬운 대목이다.

 

1장부터 7장까지는 중국의 역사를 다룬다. 이 부분은 나에게 아주 흥미로웠다. 피상적이고 단편적으로 알고 있던 중국 역사를 다른 시각에서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거대한 청 제국이 무너지는 과정과 그 과정 속에서 그 당시 지식인들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 그리고 일본과 비교하는 몇 가지 대목은 아주 신선하게 다가왔다. 청일전쟁의 패배로 많은 유학생을 일본으로 보내고, 그곳에서 교육을 받았다는 대목은 새로운 세계에 대한 그들의 갈망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유럽 등지로 유학을 떠났고, 이들이 혁명 세력으로 발전했다. 중국 근·현대 역사를 중국인의 시선으로 해부하고 해석한 이 내용은 서양 학자나 동양의 다른 나라 역사학자들의 시선과 많은 부분이 차이가 난다. 물론 저자 자신도 외국 저자들이 기록한 것을 많이 인용한다. 이 인용은 그 자신에게도 역사를 다른 시각에서 보게 만들었을 것이다.

 

메이지유신은 잘 알고 있지만 동치중흥은 잘 모른다. 역사 시간에 졸았기 때문일까? 신해혁명은 알지만. 이 둘을 같이 놓고 한 장을 할애한 것은 비슷한 시도였지만 다른 결과로 이어졌다는 사실과 그 과정에서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보여주기 위한 설정이다. 이후 3개의 장에서는 다섯 명의 역사적 인물들을 통해 그 시대를 말한다. 쑨원과 장제스, 마오쩌둥과 저우언라이, 덩샤오핑 등이 그 주인공이다. 장제스와 마오쩌둥을 흔히 같이 놓고 비교하는 경우는 보았지만 이렇게 나열한 경우는 조금 어색하다. 쑨원에 대해 피상적으로 알고 있던 부분 중 하나가 건국의 아버지란 것인데 저자의 설명에 따르면 그의 조직 능력은 그렇게 뛰어난 것 같지 않다.

 

장제스의 이야기 부분에서 송가황조라고 할 수 있는 그의 처가 부분이 많이 생략된 것 같다. 전술가인 그와 전략가인 마오쩌둥으로 둘을 비교한 부분은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6~70년대 마오주의가 세계를 휩쓸 때 나온 많은 저작들이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것이 태반이지만 대장정의 기록은 아주 흥미롭다. 이 부분을 생략한 것은 아마 중국에서는 너무 잘 알려졌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저우은라이에 대한 평가는 최근에도 다양한 매체를 통해 봤는데 한결같이 호평 일색이다. 덩샤오핑의 그 유명한 흑묘백묘 이야기는 언급조차 없지만 그가 권력을 획득한 후 펼친 정책은 아주 현실적이고 실용적이다. 마오쩌둥을 그대로 둔 것부터 그렇다.

 

덩샤오핑 이후 중국은 엄청난 경제적 발전을 이루었다. 그리고 그는 묻는다. 민주라는 것은 과연 좋은 것인지? 이 보다 나의 시선을 끈 것은 기업가 정신이다. 성공했지만 거짓과 부패로 이름을 알린 기업가들을 말하면서 아쉬워한다. 이것을 보면서 바로 마윈이 떠오른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록펠러에 대한 그의 과한 칭찬과 기업에 대한 우대는 이 책의 정체를 의심하게 만들었다. 마지막에 북경대학에 대한 신랄한 비판은 그가 그 대학 출신이기에 가능한 부분이 아닐까 생각한다. 물론 다른 대학 출신도 할 수 있다. 전체적으로 흥미로운 이야기가 많지만 몇 곳은 눈에 거슬린다. 20세기 초 일본이 아시아의 동반자로 중국을 도와주려고 했었다는 대목은 아주 놀라웠다. 나의 오독이 아닌지 의문을 품는다. 다시 정밀하게 읽고 평가해야 할 저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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