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레퀴엠 버티고 시리즈
로버트 크레이스 지음, 윤철희 옮김 / 오픈하우스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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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비스 콜 시리즈를 처음 읽었다. 시리즈 중 여덟 번째 작품이다. 첫 작품이 <몽키스 레인코트>라고 하는데 아직 읽지 않았다. 아마 이 시리즈가 순서대로 나왔다면 첫 권부터 읽었을 테지만 현재까지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대신 다른 출판사에서 다른 작품이 몇 권 나왔다. 다행이 두 권은 읽었다. 이 시리즈는 현재까지 모두 열세 권이 나왔다고 한다. 예전에 마이클 코넬리의 시리즈가 나오길 바랐는데 그대로 된 것을 감안하면 아주 가능성이 없지는 않을 것이다. 물론 이것은 단순한 나의 희망이다. 그리고 엘비스 콜의 동료인 조 파이크 시리즈도 있다고 하니 기다리는 즐거움이 두 배다. 이것 역시 나올 때 이야기지만.

 

솔직히 말해 이야기의 전개나 설정은 그렇게 신선하지 않다. 오히려 낯익다고 해야 하나. 이렇게 된 것에는 충분한 이유가 있다. 그가 경찰 드라마 작가였다는 것도 하나일 것이고, 이런 작품들이 영화로 만들어지면서 친숙한 설정과 전개로 익숙해졌을 것이다. 그리고 이 작품은 충격적인 반전을 이용해서 독자와의 두뇌싸움을 벌이지 않는다. 꼬고 비트는 설정도 특별히 없다. 있다면 강한 캐릭터를 가진 주인공과 그 주변 인물들과 현실적인 수사와 경찰 내부의 문제 등이다. 작가는 이렇게 흔한 혹은 빤한 재료를 가지고 등장인물들에게 생명력을 불어넣었다. 좋은 작가들이 자주 보여주는 능력이다.

 

엘비스 콜은 탐정이다. 세계 최고를 외치고, 스스로 유머 감각이 뛰어나다고 생각한다. 속된 말로 자뻑과 유머의 경계를 오고 간다. 이런 외형적인 모습은 그의 진실된 능력을 숨기는데 많은 도움을 준다. 물론 그를 아는 사람들은 늘 숨겨진 모습을 경계하라고 말하지만. 소설의 도입부는 화산재가 날리는 도시의 풍경을 보여주지만 진짜 재미는 애인인 루시의 이삿짐에서 생긴다. 여친의 소파를 여러번 옮기면서 과장된 표현을 사용한다. 처음에는 당연히 뭐지? 하는 느낌이었다. 그러다 동료 조 파이크에게서 전화가 온다. 아는 사람의 딸 카렌 가르시아가 사라졌다는 내용이다. 납치, 혹은 유괴가 먼저 떠오른다. 그런데 실제는 다 큰 성인 여성이다.

 

자수성가한 거부 프랭크는 경찰에게 연락해서 딸의 실종을 말했지만 어른 여성이 사라진 것 가지고 바로 수사에 바로 착수하지 않는다. 이에 불만을 품은 그가 탐정 일을 하는 조에게 연락한 것이다. 조는 그가 사위로 삼고 싶었던 인물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 수사는 시작하고 얼마 되지 않아 카렌의 시체 발견으로 상황이 바뀐다. 이제는 누가 죽였는지 살인자를 찾아야 한다. 도시의 강력한 후원자인 프랭크는 엘비스 콜과 조 파이크가 수사 과정에 참여하길 바란다. 신고 후 바로 수사에 들어가지 않는 탓에 경찰이 또 무언가를 숨길 수 있거나 그 내용을 전달하지 않을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의 거대한 부는 이제 경찰 수뇌부를 움직이게 만든다.

 

조는 경찰 살인자라는 오명을 뒤집어썼다. 실제 그의 동료가 수사 중에 죽었다. 이번 이야기에서 조 파이크의 과거는 또 하나의 이야기를 만들면서 그 범위를 확장한다. 선글라스 뒤편에 아주 파란 눈동자를 숨기고 다니는 이유도 같이 나온다. 그의 이야기를 보다 보면 한 사람의 성장기에 가정이 얼마나 많은 영향력을 미치는지, 그 영향력의 방향을 바꾸기 위해 개인은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 알 수 있디. 조의 경우는 좋은 쪽으로 발전했다. 그리고 아주 무서운 육체적 정신적 능력을 보여준다. 어떻게 폭발할지 알 수 없는 그의 모습을 머릿속에서 그리면서 읽는 재미도 상당하다.

 

이 시리즈를 제대로 읽은 적이 없다 보니 소설 속에서 시점의 변화가 의미하는 바를 정확하게 알 수 없었다. 엘비스의 1인칭 시점과 3인칭 시점이 교차하는데 이것도 처음에는 조금 어색했다. 경찰은 엘비스 일행에게 중요한 정보를 숨기고 제대로 알려주지 않는다. 프랭크가 걱정한 그대로다. 하지만 이 사건이 연쇄살인범의 소행이란 것을 안 순간 분위기가 바뀐다. 적당한 만큼 숨겨야 한다. 이것이 엘비스와 조에게는 결코 좋은 일이 아니다. 그들은 더 돌아가야 하고, 사건의 핵심에서 더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둘은 능력은 천천히 드러나기 시작한다.

 

연쇄살인범의 존재와 그 이유에 대한 부분을 그렇게 깊숙하게 파고들지 않는다. 샘의 아들이란 살인자가 특별한 이유 없이 사람을 죽인 후 더욱 그렇다. 프로파일링으로 예측한 대상자가 나타나지만 잘못된 분석이다. 프로파일링의 환상을 단숨에 깨트린다. 엘비스의 수사는 여형사 돌런과 함께 하면서 새로운 돌파구를 찾는다. 동시에 돌런이 엘비스에게 끌린다. 감정이 뒤섞이면서 관계가 꼬인다. 사건의 수사는 더디다. 언제나 그렇듯이 수사는 천천히 하나씩 조사하는 과정에 그 윤곽이 드러난다. 과거를 연결하고, 그 연결고리를 하나씩 들여다볼 때 드러난다. 그리고 예상하지 못한 장면들이 나온다. 중간에 보여준 문장들의 의미가 새롭게 다가온다. 개성 강한 캐릭터의 등장인물들은 그 재미를 배가시킨다. 시간이 나면 가지고 있는 이 시리즈를 천천히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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