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에게 고양이를 선물할게요
다빙 지음, 최인애 옮김 / 라이팅하우스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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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좋다. 어렵지 않아 쉽게 읽히고, 감성을 자극하는 이야기는 조용히 가슴속으로 파고든다. 전작 <강호의 도가 땅에 떨어졌도다>를 본 후 다빙이란 작가에 빠졌는데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실화소설집이라고 말하는데 단순히 실화만을 순서대로 들려주지 않는다. 실제 이야기를 풀어내기 위해 도입부와 전개 과정을 아주 잘 짠 구성이다. 하나의 구성이 아니라 이야기에 맞게 도입부를 바꾼다. 그리고 마무리를 아주 멋지게 해낸다. 마지막 한 문장 혹은 한 장면으로 앞에 풀어놓은 이야기를 극대화시킨다. 글솜씨가 능수능란하다.

 

이번 실화소설집에는 여섯 이야기가 실려 있다. 분량도 제각각이다. 하지만 모두 재미있다. 첫 작품이자 표제작인 <당신에게 고양이를 선물할게요>는 얼마 전 영화소개 방송에서 본 한 영화가 떠올랐다. 검색하니 <내 어깨 위 고양이, 밥>이다. 영화와 다른 점이라면 이 이야기 속 고양이는 버스킹 때문에 만난 것이 아니라 아들을 버리고 떠난 엄마가 남겨놓은 친구라는 점이다. 남과 잘 어울리지 못하고, 홀로 살아야했던 왕지양의 이야기는 아주 감성적이다. 음악과 고양이 친구 야옹이는 그가 삶을 살아가는데 아주 큰 버팀목이 되었다. 인상적인 구절이 있는 그의 노래 <작은 고양이>를 한 번 듣고 싶다.

 

<이별 마일리지>는 웬수 같은 친구 라오장 이야기다. 읽으면서 이런 웬수 같은 친구의 여자 친구 얼굴을 몰랐다는 점이 조금 의심스럽지만 라오장의 돌발적이고 기이한 행동이 이해된다. 하지만 잘 나가던 건축설계사가 가수로 변한 후 여자 친구의 부모의 말에 사랑하는 여자와 헤어지게 되었다는 것에는 솔직히 이해가 되지 않는다. 사람마다 사는 방식과 생각이 다르니 받아들이는 수밖에. 그리고 중간쯤 읽은 후 이 소동의 이유가 조금씩 드러났다. 나쁘게 말하면 남자의 찌질함이지만 그 나름의 이별방식이다. 누구나 한 번쯤 이런 식의 경험이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아미타불 뽀뽀뽀>는 세상의 불공평함을 그대로 보여준다. 착하고 공부 잘하고 효성이 지극한 아이 웨양이 백혈병으로 죽었기 때문이다. 이 아이의 부모가 다빙을 찾아와 들려주는 이야기는 솔직히 나같이 불량하게 유년기를 보낸 사람에게는 비현실적이다. 웨양의 바람을 들어준 가수들의 이름들이 나올 때 다빙을 다시 보게 되었다. <어느 가수의 연애편지>는 결혼식장의 소동을 다루었다. 만화 같은 장면도 많고, 웃게 만드는 장면도 많다. 조금 긴 단편영화로 만든다면 참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들이 말하는 사랑에 약간 회의적인 시선으로 보지만 최소한 그 순간만은 그들의 사랑은 진실하고 영원하다. 후기에 잘 살고 있다고 하니 현재도 그 사랑이 계속 되고 있다.

 

<나의 깡패 같은 애인>도 비현실적이다. 나의 기준으로 나이가 얼마 되지 않은 마오가 그와 별 차이 나지 않을 것 같은 나무에게 하는 말들이 특히 그렇다. 약간 껄렁해 보이는 마오를 생명의 은인으로 시작하여 사랑에 빠지게 된 사연과 순수한 여인의 순정은 예전에 본 듯한 모습이다. 아마 홍콩 영화와 같은 로맨틱 코미디 장르가 아닐까 생각한다. 감초처럼 등장하는 나무 회사 직원의 모습도 역시. 사랑을 깨닫고 나무가 있는 일본에 가려고 했지만 비자가 나오지 않았다는 대목에서는 너무 현실적이라 오히려 비현실적이다. 이 이야기를 이끌어낸 소동의 이유는 나의 마음을 순간 흔들어놓았다.

 

<검은 하늘>은 리장에 있는 다빙의 작은 집에 머물고 있는 매 이야기다. 도입부가 살짝 산만했는데 본격적인 이야기가 이어지면서 빠져들었다. 실제 그의 가게를 둘러싸고 있었던 에피소드들 때문에 오게 된 매의 이름이 검은 하늘이다. 이 에피소드에는 그의 실화소설집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이 꽤 많이 나온다. 그리고 그의 삶의 방식도 같이 나와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다빙의 작은 집에 머물고 있는 검은 하늘이 보여준 놀라운 행동과 능력은 역시 비현실적이다. 만약 실제가 아니라면 SNS에 가짜라고 이미 소문이 나지 않았을까. 검은 하늘의 기이한 행동과 다빙의 작은 집 식구들과의 유대감은 아주 조용히, 천천히 가슴속으로 스며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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