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디토리움의 음반가게
김정범 지음 / 비채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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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인가 음반을 사지 않고 있다. 음원을 구해 듣거나 유튜브를 통해 음악을 듣는다. 집을 둘러봐도 CD플레이가 음악을 듣기 위한 곳에 놓여 있지 않다. 예전에 산 수많은 CD는 어딘가에 처박혀 있고, 카세트테이프는 꽤 많이 버렸다. 실제 어디에 놓아두었는지도 모른다. 스마트폰에 앨범을 몇 장 넣어두었지만 듣는 경우는 많지 않다. 언제부터인가 음악이 조금씩 내 곁을 떠나고 있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내가 음악을 조금씩 멀리하고 있다. 불과 몇 년 전만해도 차에서 MP3로 음악을 듣고는 했는데 말이다.

 

삶은 변한다. 취향도 변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의 추억을 떠올려주는 앨범은 거의 만나지 못했다. 푸디토리움이나 푸딩이라는 밴드가 있다는 사실도 처음 알았다. 인디밴드 이름을 조금이나마 알게 된 것도 최근의 일이다. 클래식이나 재즈의 경우는 이제는 고전이 된 경우를 빼면 거의 아는 이름이 없다. 한동안 가요만 줄기장창 들어 그래미상을 수상한 가수의 노래도 몰랐었다. 인터넷 게시판에 어떤 가수의 노래를 요즘 즐겨듣는다고 하면 그때서야 찾아서 듣는 정도였다. 지금도 그래미에는 별관심이 없다. TV를 잘 보지 않는 내가 지나가다 음악경연 프로그램에서 유명한 외국 가요를 듣고 좋은데 하면 이미 그 음악은 세계적으로 유행한 뒤였다.

 

저자는 세 부분으로 나누어 음반과 자신의 음악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위에서 말했듯이 모르는 음악가와 음반이 대부분이다. 영화 OST의 경우는 영화를 봤다고 해도 그렇게 많은 신경을 쓰지 않는다. 워낙 유명한 OST의 경우 사기도 하고 듣기도 했지만 영화 음악을 감독한 저자처럼 크게 몰입하지는 않았다. 그리고 그처럼 음악을 잘 알지도 못한다. 다만 그의 이야기를 읽다 보면 그가 느낀 감성과 이해의 폭 등이 부러울 뿐이다.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면서 몇 곡은 유튜브를 찾아서 들었다. 그의 말에 공감할 부분이 많았다. 덕분에 폰 속에 있던 음반 하나도 같이 들었다. 오랜만에 음반 하나를 처음부터 끝까지 들은 것이다.

 

예전에도 그랬지만 지금도 아주 가끔 듣는 음악은 한정적이다. 학창시절 주말에 FM라디오에서 나오는 클래식을 듣고 비몽사몽에 빠진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런 시절은 이제 사라졌다. 가끔 이 시기를 아련하게 그리워한다. 저자가 과거의 기억을 불러와 추억하는 글을 보면 음악은 기억과도 맞물려 있다. 재즈를 알고 싶어 몇 장의 앨범을 사서 그냥 틀어놓고 들었지만 무슨 소리인지 도대체 몰라 했던 시절도 있었다. 물론 지금도 모른다. 그때의 습관인지 이 책에 나오는 앨범 몇몇은 시간내서 듣고 싶다. 그의 설명이 너무나도 매혹적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덕분에 플레이리스트의 숫자가 늘어났다.

 

다양한 앨범과 음악에 대한 이야기는 나처럼 음악에 문외한인 사람이나 음악을 더 알고 싶은 사람에게 좋은 안내서가 될 것 같다. 실제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 속에 녹여 내었기에 참고할 부분도 상당히 많다. 저자 자신이 영화 음악 감독을 했다는 사실은 무심코 듣던 영화 음악을 다른 방향에서 돌아보게 만든다. 악기와 연주에 대한 설명은 쉽게 가슴에 와 닿지 않지만 그가 느낀 놀라움과 감정들은 쉽게 다가온다. 그리고 무엇보다 흥미로웠던 것은 남미의 음악을 이야기 속으로 끌고 와 설명했다는 점이다. 다른 곳에서 브라질 음악에 대한 설명을 조금 들은 적 있지만 이처럼 활자로 된 음악 이야기는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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