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도 여행을 좋아해 - 30대 딸과 60대 아빠, 7년 차 여행 콤비의 청춘 일기
이슬기 지음, 이규선 사진 / 성안당 / 2016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빠와 딸의 배낭여행기인 <댄싱 위드 파파>의 후속작이다. 전작에서도 이 부녀 사이가 부러웠는데 이번 여행기를 읽으면서 더 심해졌다. 이 둘은 오랜 여행 동반자다. 기본적으로 딸 이슬기가 전체 여행기를 끌고 나가고, 그 사이를 아빠의 여행일기로 채웠다. 이번 여행은 스페인 바르셀로나와 산티아고 순례길에서 시작해 북아프리카를 지나 동유럽을 거쳐 크로아티아에서 끝난다. 크로아티아에서는 엄마와 동생까지 동행한다. 물론 이때의 분량은 그렇게 많지 않다. 하지만 30년 이상을 함께 산 부부를 보는 딸의 시선은 따뜻함과 사랑으로 가득하다.

 

아빠와 동행했다는 것을 제외하면 다른 여행기와 그렇게 큰 차이가 없다. 정보도 충실하지 않다. 가이드북으로 쓴 책이 아니니 당연하다. 지극히 개인적인 감상으로 채워져 있는데 이전에 읽었던 여행기나 방송 등과 비교되는 부분이 많았다. 개인적으로 산티아고 순례길은 과장된 표현이 너무 많지 않나 하고 생각한다. 아니면 나쁜 부분이 생략되었거나. 누군가의 말처럼 여행 당시보다 다녀온 후 그 여운이 더 강하다는 지적이 이 책에 그대로 적용되었을 수도 있다. 가보지 못한 사람의 부러움이 괜한 트집으로 변한 것 같다. 언젠가 한 번은 꼭 걸어보고 싶은 길이기에 더 그런지 모른다.

 

7년차 여행 동반자의 갈등이 많이 사라진 것 같다. 일정을 둘러싼 부분에서도 서로 조금씩 양보한다. 이들이 로마에서 만난 모녀의 모습은 아마도 그들의 첫 여행과 닮아 있을 것이다. 자신을 버리지 못하는 사람들이 겪는 작은 충돌 말이다. 이 부녀는 슬기롭게 이것을 넘어섰다. 그래서 함께 전 세계를 돌아다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행하는 동안 사소한 충돌은 늘 있다. 잔소리와 작은 배려는 이 부녀에게 늘 있는 일이다. 나쁜 일이 하루의 여행을 망쳐도 씻어내고 다음 일정을 시작한다. 장소의 차이를 생각하는 부분은 여행자의 작은 깨달음이다. 한 지역에서만 살면 그 깨달음이 늦게 오는 경우가 많다.

 

긴 여행을 떠나는 배낭여행을 한 번도 한 적이 없다. 그래서 이런 여행을 보면 부럽다. 힘들다는 것을 알지만 그 속에서 얻는 것이 더 많다는 것을 알기에 더욱 떠나고 싶다. 현실은 언제나 하나의 핑계가 된다. 직장을 은퇴한 아빠가 한 행동을 직장인인 내가 할 수는 없다. 그렇다고 혼자가 아닌 내가 딸처럼 훌훌 떠날 수도 없다. 다음 선택은 조금 더 자주, 조금 더 긴 여행을 가는 것이다. 여행 이야기를 하면 늘 흥분하고, 읽고 듣고 본 것을 주절주절 떠든다. 이 여행기를 읽으면서도 혼자 이야기를 주고받는다. 자주 읽고 보고 듣고 한 장소들이 많이 나왔기 때문이다.

 

이규선 씨가 직장인으로 살면서 딸에게 어떤 아빠였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현재 그의 모습은 알 수 있다. 아빠의 여행일기에 딸의 전 직장 전화번호를 가지고 있다는 부분을 보면서 이 즐겁고 행복한 여행 속에서도 또 다른 삶에 대한 아쉬움을 느낄 수 있었다. 안정적인 삶에 대한 부모의 마음이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이번 여행기에서 가장 즐거웠던 것은 이 부녀가 보여준 환한 웃음을 보는 것이다. 내 눈에는 둘이 닮아 보이는데 엄마를 닮았다고 한다. 천생연분은 비슷해 보인다고 생각하면서 혼자 고개를 끄덕인다. 예쁜 사진도 있지만 초점이 맞지 않는 사진도 가끔 보인다. 단순한 편집의 실수일까?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일까? 아직 이 부녀의 여행은 끝나지 않았다. 다음은 어디로 갈지, 또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기다려진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