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처럼 희다 스노우화이트 트릴로지 2
살라 시무카 지음, 최필원 옮김 / 비채 / 2016년 9월
평점 :
절판


전편 <피처럼 붉다>를 읽고 조금 실망했었다. 그녀의 활약이 그렇게 가슴에 와 닿지 않았기 때문이다. 길지 않은 분량 속에 많은 것을 녹여내는 것이 쉽지 않은 것을 감안하면 조금은 이해가 된다. 그러다 다시 읽게 된 이 시리즈 2권은 전편보다 훨씬 재미있었다. 한정된 공간과 시간과 등장인물들을 통해 간결하게 이야기를 풀어내었기 때문이다. 시리즈란 이름을 달고 나왔지만 별도로 읽어도 이해하는데 전혀 무리가 없는 내용이다. 실제로 전편의 내용은 잘 생각나지 않는다. 이 글을 쓰기 전 이전 서평을 찾아본 정도에서 기억 몇 개를 살짝 떠올리는 정도일 뿐이다.

 

이번 소설도 <흰 눈과 붉은 장미>란 동화를 변주해서 이야기를 풀어내었다. 솔직히 이 동화 내용을 모른다. 관심이 생기면 나중에 찾아 읽어볼 예정이다. 그러니 이 부분은 넘어가자. 전편에서 죽을 수도 있었던 힘든 경험을 한 루미키가 이번에는 프라하에서 몇 번의 죽을 고비를 넘긴다. 이 위기의 시작은 그녀에게 다가와 ‘내가 네 언니인 것 같아’라고 젤렌카가 말하면서부터다. 스웨덴어로 이 말을 했고, 스웨덴어 때문에 관심을 기울였다. 그리고 뻔한 출생의 비밀 이야기가 이어진다. 오래 전 아빠가 프라하에 와서 한 여자를 만났고, 임신한 것을 모른 채 떠났다는 이야기. 이 진부한 이야기가 아빠의 이름과 함께 나오는 순간 의심의 그림자가 조금씩 지워진다. 다음날 만날 것을 약속하고 헤어진다.

 

이 둘이 만날 장소와 시간은 젤렌카가 일방적으로 정한다. 루미키는 시간에 맞춰 그곳에 간다. 출생의 비밀을 듣고, 어떤 삶을 살았는지 이야기한다. 이 이야기의 진실 여부를 알려면 아빠에게 전화해서 확인하면 되는데 그녀는 이것을 주저한다. 젤렌카 엄마가 죽은 후 어떻게 살았는지 말하고, 그녀의 새로운 가족에 대해 알려준다. 그런데 이 가족이 문제다. 이 가족은 혈연으로 맺어져 있지 않고, 하나의 믿음으로 이어져 있다. 이상한 컬트 종교단체다. 이 컬트 조직을 조사하는 한 명의 야심만만한 기자가 있다. 그의 이름은 이르지다. 이 조사와 보도를 통해 자신의 이름을 알리고, 부자가 되고 싶어 한다. 어쩌면 그냥 스쳐지나갈 인연이었을 이 둘이 연결되는 것은 컬트 종교단체의 내부고발자가 차에 치여 죽었기 때문이다.

 

이야기의 분위기가 갑자기 변하는 시점도 바로 이 교통사고 소식을 들을 때다. 젤렌카의 말이 그녀의 기억을 정밀하게 되짚으면서 이르지와의 인터뷰가 생각난다. 얼핏 본 듯한데 이르자가 근무하는 방송국을 떠올린다. 대단한 기억력이다. 이때까지는 한 명의 관광객이었는데 이르자와 만나면서 그녀도 이 사건의 소용돌이 속으로 말려들어간다. 그와 만남이 새로운 변수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 사람이 그녀에게 킬러를 보낸다. 재빠른 행동이다. 하지만 이 계획은 루미키의 기지와 행운으로 실패로 돌아간다. 보통 액션 영화라면 멋진 액션으로 킬러를 제압하겠지만 그녀는 평범한 십대(?)일 뿐이다. 이후에도 그녀는 숨고 달아나고 또 달아나 킬러의 마수에서 벗어난다.

 

전편과 달리 이번 악당은 인간의 약한 심리를 노렸다. 이전에도 많았던 컬트 종교단체의 집단자살 문제를 다룬다. 물론 이 문제를 심리적으로, 사회적으로 깊이 파고들어 분석하지는 않는다. 하나의 소재로 삼을 뿐이다. 이런 부분이 이 소설의 재미를 더 만들지 못하고 있다. 대신 빠르고 간결한 진행이 가능하다. 그리고 읽으면서 의문을 품게 되는 부분이 몇 있다. 하나는 앞에서 말한 이르지의 수첩을 기억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마지막에 음모를 꾸민 사람을 너무나도 일순간에 파악하는 것이다. 전자가 뛰어난 기억력의 소유자라면 가능하겠지만 후자는 충분한 정보가 쌓이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그래서 갑가기 힘을 잃는다. 이어지는 군더더기 없는 마무리는 깔끔하다. 독자로 하여금 이야기에 살을 붙여 상상하게 만든다. 이제 마지막 이야기로 가서 그녀를 계속 뒤흔드는 존재에게 다가가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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