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당 밀리언셀러 클럽 147
야쿠마루 가쿠 지음, 박춘상 옮김 / 황금가지 / 2016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야쿠마루 가쿠란 이름이 왠지 입에 잘 붙지 않는다. 하지만 그의 작품은 아주 잘 기억한다. 첫 작품인 <천사의 나이프>는 그 당시 많이 다루어지던 소년 범죄를 소재로 했었다. 나쁘지 않았다. 언제부터인가 일본 추리소설들은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에게 눈길을 주고 있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피해자 가족들이다. 이런 소설에서는 늘 피해자 가족들이 겪는 고통과 복수심 등이 나온다. 이와 더불어 다루어지는 것이 가해자의 감옥에서 나온 후의 삶이다. 용서와 복수란 피해자 가족의 선택이 자연스럽게 다루어질 수밖에 없다. 이 연작단편집도 작가가 첫 작품부터 다루어왔던 소년 범죄와 피해자 가족을 소재로 한다.

 

사에키 슈이치. 이 연작단편집의 주인공이다. 그는 15살 생일날에 17살 누나가 강간 살해당한 것을 발견했다. 이 사건은 그의 삶에 지대한 영향력을 발휘한다. 처음이 경찰학교에 들어간 것이고, 두 번째가 경찰이 되어서 강간하려는 범인의 입에 총구를 집어넣은 것이다. 당연히 경찰에서 짤린다. 이후 호프 탐정 사무소에서 조사원으로 일한다. 소장은 전직 경찰인 고구레다. 적은 임금을 받고 그는 열심히 일한다. 그러다 한 의뢰를 받는다. 11년 전 자신의 아들을 죽인 살인자를 찾아달라는 것이다. 찾으니 그를 용서해도 될지 알려달라고 한다. 첫 에피소드 <악당>은 이렇게 풀려나왔다.

 

연작단편에서 다루는 이야기들은 모두 소년 범죄나 성범죄와 살인 등이다. 모든 이야기는 호프 탐정 사무소에 어떤 사람을 찾아달라는 의뢰에서 시작한다. 이 의뢰와 동시에 슈이치의 개인적 조사도 같이 진행된다. 그의 조사는 당연히 누나를 강간 살해한 세 명의 남자들의 현재다. 그가 가장 먼저 찾아낸 다도코로다. 그는 라면 전문집을 하면서 잘 살고 있다. 슈이치는 그의 주변을 맴돌며 감시하고 조사한다. 건실하게 살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퇴근 후 술집으로 가서 술을 마시고 2차를 간다. 이곳에서 그는 후유미라는 여자를 만난다. 그녀는 다도코로에 대한 정보를 그에게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슈이치에게는 이 여자가 정보원이다. 그녀는 슈이치를 좋아한다. 이 차이는 잔혹한 현실을 반영한다. 그 진심이 슈이치에게 전달되기 전까지는.

 

슈이치가 누나의 살인자들을 조사하는 것이 하나의 흐름이라면 사무소의 의뢰는 작가가 계속해서 관심을 가지고 있던 주제에 대한 냉혹한 현실이다. 의뢰인들은 대부분 피해자 가족들이다. 그들은 가해자의 현재와 그의 삶을 알고 싶어 한다. 여기에 살짝 발을 담구는 부류가 있다. 가해자를 변호했던 변호사다. 하나의 사건을 가해자, 피해자 가족, 변호인, 조사원 등의 시선으로 들여다본다. 이 과정에서 작가는 아주 냉정하게 현실적으로 악당들의 현재 모습을 보여준다. 흔하게 보던 자신의 잘못을 참회하고 피해자 가족들에게 사죄하는 가해자가 아닌 변함없이 남의 약점을 이용하고 자신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악당을 말이다. 그리고 15년 전 사건에서 결코 자유롭지 못한 슈이치가 있다.

 

야쿠마루 가쿠의 소설은 가볍게 읽을 수 없다. 다루는 주제가 무겁기 때문이다. 하지만 소설은 빠르게 잘 읽힌다. 재밌다. 그리고 불편하다. 우리가 교과서에서 배운 사람들 대신 현실의 악당들이 나오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자신의 죄를 뉘우치는 악당이 전혀 없는 것도 아니다. 비율이 절대적으로 적을 뿐이다. 불편함은 여기서 비롯한다. 사회의 법률이 너무 약한 것이 아닌가 하고. 피해자 가족들에게 이것은 당연한 일이다. 감옥에서 조금이나마 빨리 나오기 위해 온갖 반성의 글을 가짜로 쓴다는 악당의 말은 아주 현실적인 표현이다. 가해자의 변호인이었던 사람이 피해자 가족으로 변한 후 자신의 삶을 새롭게 보았다는 부분은 우리가 얼마나 허약하고 불안한 존재인지 대변한다. 이런 대사들이 나올 때 나 자신에게 묻는다. 나라면 어떨까? 하고. 많은 생각할 거리를 제공하고, 이성적이고 냉정한 판단과 논의가 필요한 주제들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