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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락하는 모든 것들의 소음
후안 가브리엘 바스케스 지음, 조구호 옮김 / 문학동네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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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롬비아 문학은 참으로 낯설다. 이 문장을 적어 놓고 인터넷으로 검색하니 낯익은 작가가 나온다.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다. 마르케스의 경우 늘 라틴아메리카 문학으로만 인식하다보니 콜롬비아 작가란 사실을 놓쳤다. 이 소설에서도 마르케스의 그 유명한 <백 년 동안의 고독>이 나온다. 실제 인터넷으로 검색을 하면 마르케스가 콜롬비아 문학가란 사실보다 작품에 대한 설명이 우선이다. 가끔 작품에 작가의 국적 등이 가려질 때가 많다. 왠지 조금 씁쓸하다. 이렇게 조금 검색하니 콜롬비아 문학이 완전히 낯선 것은 아니다. 마르케스의 소설을 두 권이나 읽었으니.

 

이 소설에 관심을 둔 것은 역시 오독의 힘이 컸다. ‘콜롬비아 암흑기의 잔상’을 ‘진상’으로 잘못 읽은 것이다. ‘마약과 폭력, 광기와 야만으로 점철된 콜롬비아의 현대사와 그러한 공포의 시대를 살아낸 개인의 운명을 절묘하게 교차시켜 직조한 작품’이란 설명에 눈이 돌아가 갱스터 문학으로 착각했다. 하지만 실제 내용은 ‘의문에 휩싸인 한 남자의 죽음과 그의 과거를 되짚어가는 과정’에 더 가깝다. 나의 기대는 콜롬비아의 <시티 오브 갓>이었으니 이 차이가 얼마나 큰가. 하지만 콜롬비아 암흑가의 잔상이 소설 처음부터 끝까지 드리워져 있다. 그 중심은 역시 그 유명한 마약왕 파블로 에스코바르가 있다.

 

파블로 에스코바르의 전성기 시절, 그는 개인 동물원을 만들었다. 이때 수많은 사람들이 이 동물원을 방문했다. 책 속 내용을 보면 어지간한 나라의 국가 동물원보다 크다. 이 동물원에서 탈출한 하마 이야기로 시작하여 과거 속으로 빠져 들어간다. 그리고 1996년으로 돌아간다. 화자는 당구장에서 의문의 남자인 리카르도 라베르데를 만났다. 이때 라베르데는 감옥에서 풀려난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다. 그의 복무 기간은 20년이 넘었다. 당구가 아니었다면 이 둘이 만날 일도, 친구처럼 다니기도, 같이 총을 맞을 리도 없다. 하지만 이 만남이 한 인간의 삶을 되돌아보는 기회를 제공한다.

 

법대 교수인 화자는 라베르데에 그렇게 푹 빠진 것은 아니다. 자신의 삶이 우선이다. 하지만 몇 가지 질문과 의문은 그를 잡고 놓아주지 않는다. 그렇게 긴 세월 감옥에 있은 이유와 그가 그리워하는 아내의 존재다. 그의 아내는 미국인이다. 아내는 그 당시 미국에 있었다. 그는 아내를 사랑하고 그리워한다. 풀려난 후 아내와 만나길 바란다. 그런데 크리스마스 전 아내가 탄 비행기가 추락한다. 죽었다. 라베르데는 어딘가에서 테이프 하나를 구했다. 이것을 듣기 위해 카세트를 찾는다. 무슨 내용일까? 이 테이프를 들은 그 날 밤 둘은 총격을 당한다. 화자는 겨우 살아났지만 라베르데는 죽었다. 이 총격은 그에게 트라우마를 안겨준다. 쉽게 풀릴 것이 아니다. 그러다 테이프 내용을 듣게 된다. 그의 딸 전화도 받는다. 만나러 간다. 이제 암흑가의 잔상과 한 남자의 과거를 되짚게 된다.

 

옛날에 수많은 미국 영화와 소설에서 콜롬비아는 마약의 보고였다. 이 소설은 그 태동기에 있었던 사건 하나를 중심으로 풀어간다. 처음에는 마리화나였다가 점점 무거운 마약으로 바뀐다. 이 과정에 운송수단도 바뀐다. 한 번에 큰 돈을 벌 수 있다 보니 비행기를 이용해 전달한다. 하지만 이 이야기 앞에 라베르데의 아내 일레인이 어떻게 콜롬비아에 오게 되었고, 둘의 사랑이 어떻게 꽃 피웠는지 보여준다. 순수와 열정이 없다면 불가능하다. 그런데 마약 재배에 큰 도움을 준 인물들이 백인들이다. 일레인이 소속되었던 미 평화봉사단 사람들이 콜롬비아의 소득 증대를 위해 도움을 준 것이다. 물론 이것이 현대사의 비극이 되지만 말이다.

 

에스코바르의 전성기 콜롬비아는 공포의 시기였다. 화자인 안토니오의 회상을 통해 잘 드러난다. 잘 모르는 아이들이 에스코바르의 동물원을 다녀오기 위해 부모에게 거짓말을 할 정도였다. 이 시기를 살아온 사람들은 그 강렬한 기억을 쉽게 뒤로 넘길 수 없다. 마약, 폭력 등이 난무하던 시절이다 보니 회상은 언제나 공포와 겹쳐진다. 이런 시절에도 사랑은 있다. 책의 반 정도는 이 사랑 이야기다. 하지만 사랑은 언제나 예상하지 못한 벽에 부딪힌다. 이것은 화자에게도 마찬가지다. 총을 맞은 충격이 그를 정상적인 삶으로부터 떨어지게 만들었다. 라베르데의 딸 마야를 만나러 간 것도 이 영향 때문이다.

 

어둡고 무거우면서 잔혹한 현대 암흑가 이야기를 기대한 나에게 아쉬움이 남는다. 하지만 한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이 느끼는 사랑과 절망과 공포 등을 느끼기에는 부족함이 없다. 콜롬비아 보고타에 대해 알면 알수록 더 많은 재미를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구성도 보통의 장편과 조금 다르다. 현재와 과거가 교차하는 것도 아니고, 한 인물의 삶을 그렇게 깊게 파고들어 길게 나열하지도 않는다. 그냥 나와야 할 순간에 나와 그들의 삶과 죽음을 이야기 할 뿐이다. 그래서 어느 순간에는 조금 당혹스러웠다. 아마 이 당혹감은 나의 기대와 다른 전개에서 비롯했을 것이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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