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은 어떻게 권력을 잡았나 - 정신의학자이자 여섯 아이의 아버지가 말하는 스웨덴 육아의 진실
다비드 에버하르드 지음, 권루시안 옮김 / 진선북스(진선출판사) / 2016년 1월
평점 :
절판


“가장 좋은 부모는 자기 아이가 없는 부모다.” 이 문장은 책 마지막 문장이다. 이 문장을 읽는 순간 나는 이 말에 공감했다. 나에게 아이가 생기기 전까지 나는 친구와 그들의 아내들로부터 아기를 잘 키울 것이란 칭찬을 들었다. 당연히 나도 그럴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나 만이라면, 아기가 아프지 않았다면 조금 쉽게 그럴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변수는 늘 자신감을 무너트린다. 현실은 가정법도, 여기저기에서 주워들은 지식도 모두 무력화시킨다. 그래서 이 책은 무너진 나의 자신감을 새롭게 세우는데 약간을 도움이 된다.

 

사실 책 제목과 저자가 여섯 아이의 아버지란 사실 때문에 선택했다. 스웨덴이란 복지국가를 생각할 때 전혀 예상하지 못한 소재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저자의 글을 읽다 보니 최근 우리 주변에서 자주 본 모습이 그대로 겹쳐진다. 부모는 아이들에게 휘둘리고, 교사의 권위는 떨어지고, 학교는 부모들에게 점점 더 많은 참여를 요구한다. 화를 내는 부모를 보면 왜 저럴가? 하고 혀를 차는 일까지 생겼다. 이런 나의 변화가 어느 순간 당연하게 다가왔다. 이 일련의 반응들이 단순히 나에게만 생긴 것은 아니다. 물론 나의 경우는 여기저기서 보고 듣고 단편적으로 내린 판단들 때문이지만 그 뒤에는 뭔가 다른 것이 있는 것 같다.

 

480일의 유급 육아 휴직과 정부 지원금으로 운영되는 보육시설, 가족 중심 육아법이 탄탄히 자리잡은 육아 천국으로 불리는 스웨덴의 실제 모습은 아주 많이 다른 모양이다. 복지 정책이 훌륭한 것은 좋은데 그 내부를 들여다 보면 생각보다 많은 문제가 있다. 이 문제들을 여섯 아이들의 아버지이자 정신의학자인 저자가 냉정하게 풀어낸다. 읽다가 고개를 끄덕이는 횟수가 적지 않지만 아직 그만큼 크지 않은 아이 때문에 깊게 공감하지 못하는 부분도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복지 천국이라고 불리는 스웨덴의 육아법이 이런 지경에까지 이르렀을까 하는 부분에 더 놀란다.

 

현대 사회는 부모에게 요구하는 것이 많다. 그리고 불안 심리를 강하게 조장한다. 이것을 저자는 두 가지로 요약했다. 하나는 부모에게 아이를 제대로 보살피지 못한다는 죄책감을 안겨 주는 것이고, ‘교육적이다. 안전하다. 자극을 준다. 심지어는 필수적이다.’란 말로 포장한 쓸모없는 제품을 부모와 아이 모두에게 온갖 쓰레기를 은근슬쩍 넘기려 한다는 것이다. 마지막 인용문은 내가 항상 아이의 부모들과 만나면 듣게 되는 이야기들이다. 이성이 아닌 감성에 휘둘리고, 제대로 해주지 못한 것인지 모른다는 죄책감이 심리 바탕에 깔리게 한다. 이 때문에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 “너도 아이를 낳아봐라”였다.

 

좋은 부모는 모든 부모가 바라는 바다. 스웨덴에서는 이것을 위해서라면 아이들에게 강하게 야단치지를 못한다. 이유는 아이에게 평생 지워지지 않을 상처를 입힐 위험이 있다는 이론 때문이다. 어릴 때 생긴 트라우마를 강하게 강조한 탓에 점점 더 아이들을 유하게 대하고 제대로 된 교육이나 야단치기 등이 어려워진다. 그 결과로 아이들은 버릇이 없어진다. 유약해진다. 그런데 이 이론이 아주 정확하고 명확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그 예로 과거 육아법 및 교육법을 말하는데 아주 공감하게 된다. 그리고 과장된 위험에 대한 그의 경고는 나에게도 적용된다. 불안으로 가득한 사회는 비용 지출을 늘일 수밖에 없다. 뭔가 보이지 않는 손이 작동하는 느낌이 들지 않는가.

 

이 책에 나오는 육아법 중 일부는 한국에서도 이미 일어나고 있다. 아이들의 생떼에 무너진 부모들과 학업 성적을 올리기 위해 늦은 밤까지 학원을 다니면서 공부하는 학생들의 모습은 약간 다른 모습처럼 보이지만 그 이면은 동일하다. 과거의 육아법을 깡그리 무시하고 최신 육아법만 고집하는 사람에게는 이 책이 엄청난 충격이겠지만 보통의 시민들은 다른 방식으로 접근할 것이다. 우리나라도 스웨덴처럼 복지국가였다면 이런 문제가 대두되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전통적인 유교 문화가 아직도 강하게 남아 있고, 학업을 위해 온 가족이 전력투구를 하는 현실을 생각하면 에이미 추아의 ‘호랑이 엄마’에 더 가까울 것이다. 나만의 육아법을 제대로 세우기 위해서 조금 더 세밀하게 읽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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