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잃은 개 - 절망 끝에 선 남자의 모터사이클 도망기
장준영 지음 / 매직하우스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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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망 끝에 선 남자의 모터사이클 도망기란 문구에 혹했다. 그런데 그가 떠난 이유는 죽기 위해서였다. 우연히 본 한 장의 사진이 절망에 빠진 그를 그곳으로 데리고 갔다. 그곳은 인도였다. 아버지와의 불화와 집을 나온 후 동거한 여자의 매춘을 알게 된 그의 삶은 나락으로 떨어졌다. 그 이전에는 수험의 실패가 있었고, 허영에 들뜬 시간들이 있었다. 이런 사연을 앞에 간단하게 늘어놓고 첫 해외여행을 떠난다. 제대로 준비도 하지 않고 간 인도는 가혹하다. 저자가 경험한 것에 공감하게 되는 것은 다른 여행 팟캐스트나 책에서 한두 번 이상 본 것이기 때문이다. 왠지 어색하고 작위적이라고 느꼈던 글에서 사람 냄새가 나기 시작한 것도 인도 여행이 길어지면서부터다.

 

어색하고 작위적이라고 느낀 것은 저자 이력에 나온 사진의 자세와 죽기 위해 길은 떠난 그가 카메라를 가지고 다녔고, 그가 둘러본 곳의 이야기를 블로그에 올렸기 때문이다. 실제 그가 경험한 것에 대해 의심의 눈초리를 가지고 들여다보게 된 것도 이 때문이다. 죽기 위해 길을 떠난 그가 자신의 사진을 찍었다는 것도 이상하다. 하지만 이런 의문을 넘어 그가 여행을 하면서 경험했던 수많은 이야기들은 사실처럼 다가온다. 끝까지 큰 무리없이 다 읽은 것도 그의 경험이 결코 평범하지 않고 거칠고 직설적이기 때문이다. 순간 울컥에서 손해 보는 행동을 하는 것을 보고 처음에는 양아치라고 생각했는데 다시 되짚어보니 연약한 한 남자의 작은 몸부림 정도였을 뿐이다.

 

한국에서 시작한 도망은 인도를 거쳐 영국으로 다시 유라시아 대륙으로 이어진다. 이 일 년 동안의 도망은 결국 자아 찾기와 용서에 대한 것이다. 바가지 요금은 당연하고 어떤 곳에서는 오토바이 퍽치기를 당하기까지 한다. 런던의 한인식당이 보여준 불법 고용과 저임금은 이미 다른 나라에서 본 적이 있기에 그렇게 낯설지 않다. 이런 사장들 반대편에 선 착하고 선한 사람들은 그에게 도움의 손길을 쉽게 내민다. 아마 제대로 준비도 하지 않고 순간 욱하는 그가 무사히 긴 여행을 마친 것은 이런 착한 사람들의 도움이 있었기 때문이다. 인도, 영국, 그리스 등에서 다양한 인종과 사람들의 도움을 받는다.

 

내가 이 책을 읽으면서 깊이 공감했던 것 중 하나는 낯선 장소와 사람들에 대한 적의와 공포에 대한 그의 반응이다. 많은 착한 사람들의 도움을 받았지만 날이 선 그의 신경과 감정은 그를 평온으로 데리고 가지 못한다. 돈에 쪼달리다 보니 여행 중 숙박은 아는 사람의 집이나 길에서 자야만 했다. 머리를 길게 기르고 오토바이를 타고 목적지를 향해 달려가는 그를 상상하고, 그때 그의 사진을 보면 왠지 잘 맞지 않다. 이력 사진과 비교하면 더욱 심하다. 몇 가지 상상을 하면서 계속 만나게 되는 그는 심약하고 경계심이 많고 욱하는 성격을 보여줘 낯설게만 다가온다.

 

사진의 선명도나 몇 쪽의 잘 보이지 않는 글자들을 생각하면 편집이 굉장히 거칠다고 느끼게 된다. 몇 가지 좋은 글을 인용하거나 자신의 속내를 매끄럽게 표현한 부분도 있지만 전체적으로 잘 다듬어진 글은 아니다. 도망기란 말처럼 여행에 대한 정보나 풍경을 보여주는 표현도 거의 없다. 실수를 반복하지만 굳은 의지를 가지고 나아가는 모습은 죽음을 위해 떠난 청년이 아니다. 이 부분이 계속 의문부호를 다는 것은 뭔가 다른 이야기가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막연한 추측 때문이다. 읽으면서 본 그의 블로그에 접속이 되지 않아 그의 현재를 알 수 없어 아쉬운 부분도 많다. 방황하는 청춘의 일 년 여행 감상기란 부분에 공감한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다. 진한 울림과 감동이 나에게는 와 닿지 않는다. 나의 삶이 그가 걸어온 길에 공감할 것이 많이 부족한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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