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처럼 붉다 스노우화이트 트릴로지 1
살라 시무카 지음, 최필원 옮김 / 비채 / 2015년 11월
평점 :
절판


스노우 화이트 트롤리지 시리즈 1권이다. 모두 3권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한다. 시리즈 이름처럼 백설공주를 변주한 소설이다. 주인공 이름도 핀란드어로 백설공주를 의미하는 루미키다. 최근에 동화를 변주한 작품들을 자주 보게 되는데 이 작품도 그 중 하나다. 노골적으로 그 원작을 따라하며 변주하는 작품이 있는가 하면 이 작품처럼 몇 개의 이미지를 빌려와 새롭게 이야기를 만든 것도 있다. 이 소설은 필란드 제2 도시 탐페레를 무대로 하고, 주요한 등장인물들은 고등학생이다. 시작도 고등학교 사진 암실에 걸린 고액의 유로에서 시작한다. 시리즈 1권이다 보니 아직 숨겨진 이야기가 많다.

 

표지에서 느낀 강렬하고 자극적인 액션이나 피나 넘칠 것 같은 장면은 보이지 않는다. 아주 인상적으로 시작한 첫 장면에 비교해서 진행되는 이야기는 긴장감을 고조시키지만 나의 예상과 다른 방식으로 이어졌다. 첫 번째 예상이 빗나간 것은 암실에 걸린 고액권과 이 돈을 가진 학생들과의 관계다. 학교 깊숙이 뿌리내린 범죄조직의 일원인 이들과 루미키의 대결을 예상했다. 가끔 학교를 배경으로 피가 튀는 액션이 벌어지는 영화나 소설을 읽었기 때문에 생긴 예상이다. 그런데 이 돈은 엘리사가 파티를 하던 자신의 집 정원에 우연히 발견한 것이다. 피 묻은 이 돈을 씻기 위해 암실에 왔다가 이곳을 명상의 장소로 사용하는 루미키에게 들킨 것이다. 그들은 범죄조직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다. 단지 누군가에게 전달될 돈을 주은 것이다.

 

작가는 이야기 속에 루미카의 과거를 꽁꽁 숨겨놓고 하나씩 풀어내어 보여준다. 사실이 하나씩 밝혀지기 전까지는 상상력으로 그 빈곳을 매워야 한다. 루미카가 돈을 가지고 나간 투카를 미행할 때 보여준 모습은 결코 평범하지 않다. 그런데 하나의 실수로 투카에게 미행이 발각된다. 이때만 해도 투카가 대단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아직 그의 출연 비중이 낮다. 이 사건 이후 엘리사가 그녀에게 전화를 한다. 이 전화가 그녀의 삶을 뒤바꾼다. 엘리사의 집에서 그녀를 진정시킨 후 그녀의 빨간 모자를 쓰고 나온다. 이것이 엘리사를 납치하려는 사람들의 착각을 불러온다. 열심히 뛰어 달아난다. 이제 그녀도 하나의 사건에 발을 담그게 되었다.

 

어디서부터 착각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나는 이 소설을 학원 액션물로 생각했다. 루미카를 과거를 숨긴 킬러라고 생각했다. 이런 오해와 착각을 가지고 읽다 보니 예상한 것과 다른 이야기가 나왔다. 이 때문에 읽는 호흡이 약간 흐트러졌다. 중간에 작가가 집어넣은 몇 가지 이미지가 이런 오해를 더 불러왔다. 결코 루미카가 평범하지 않지만 그런 정도까지는 아닌 것 같다. 하지만 그녀가 진실을 알기 위해 북극곰의 파티에 참석했을 때 보여준 모습은 또 다른 뭔가가 나올 것이란 기대를 하게 만든다. 그 기대를 아직 충족시키지는 않았다. 많은 떡밥을 던져놓은 상태라고 하면 과장된 표현일까?

 

광고를 보면 요 네스뵈와 스티그 라르손을 끌고 왔다. 솔직히 이 두 작가의 팬 입장에서 보면 그 정도는 아니다. 다음 두 편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모르겠지만 현재는 아니다. 최종적인 평가는 시리즈 마지막을 읽은 후 나오겠지만 말이다. 이 소설을 읽으면 지독하게 차가운 기운이 느껴진다. 무대와 계절의 배경이 그 추위를 더 강화시킨다. 약간 감기 기운이 있는 상태에서 읽어 더 그런지 모르겠지만 루미카를 따라다니다 보면 영하의 추위 이미지가 온몸으로 스며든다. 그리고 하나 더. 아직 루미카의 과거가 완전히 밝혀지지 않았다. 북극곰도, 투카 등도 그 존재감이 사라지지 않았다. 이것이 나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기대감을 불러온다. <눈처럼 희다>에서는 또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까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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