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문화유산답사기 8 - 강물은 그렇게 흘러가는데, 남한강편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8
유홍준 지음 / 창비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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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편을 읽고 오랜만에 답사기를 읽었다. 일본편은 아직 읽지 못했다. 답사기의 1편도 아직 읽지 못했다. 그래도 상관없는 책이 바로 이 답사기다. 지역으로 나누어진 답사기는 순서가 필요없다. 자신이 관심이 있거나 가보고 싶은 곳을 선택해서 읽으면 된다. 언제가 이 책이 모두 완간되면 그 폭은 더 넓어질 것이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처럼 이 답사기를 읽을 때면 나의 무식과 여유없는 일상과 여행들이 생각난다. 이전에는 느끼지 못했는데 이번에는 그의 답사대에 나도 끼어들어가 같이 돌아보면서 새로운 시각과 지식을 얻고 싶다는 생각이 불끈 들었다.

 

이번 답사에서 다루는 지역은 남한강을 끼고 있는 도시들이다. 영월에서 시작하여 제천, 단양, 충주를 지나 원주, 여주 등을 거처 오는 일정이다. 물론 이 일정이 단숨에 생기는 것은 아니다. 하나의 지역을 정해놓고 당일치기, 혹은 1박2일, 2박3일로 다녀온다. 서울에서 출발하다 보니 오고 가는데 그렇게 긴 시간이 소요되지 않지만 가서 돌아볼 곳이 생각보다 많다. 빡빡한 일정으로 돌아다니는데 정말 답사에 충실하다. 학구적이지 않다면 결코 쉬운 일정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번은 같이 돌아다녀보고 싶다. 작가의 시선을 통해 나의 너무나도 미약한 문화에 대한 눈을 높이고 싶기 때문이다.

 

일정만 놓고 보면 그렇게 길지 않지만 그 안으로 들어가면 저자의 긴 세월이 같이 녹아 있다. 많은 참고 사진들이 있는데 어떤 것은 지금 현재의 풍경이 아니라 예전에 작가가 찍은 사진들이다. 여기에 4대강 사업이니 지자체의 문화사업이니 하는 것으로 강과 그 강변이 바뀌었는데 개인적으로 큰 아쉬움이다. 댐으로 수몰된 지역의 경우는 더욱 그렇다. 수위가 바뀌면서 풍경이 예전과 너무 바뀌었다는 평이나 문화재 보존을 위한 몇 가지 노력들이 시선을 끈다. 관광지로 지정되면서 그 원래의 풍경이 사라졌다는 말을 들을 때는 더 큰 아쉬움을 느낀다. 시끄럽고 난립한 건축물들은 문화재를 조용하고 차분히 돌아보는 것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폐사지 등의 고적하고 조용한 풍경에 더 눈길이 간다. 실제 가면 볼 것도 그렇게 없을 텐데.

 

책을 읽으면서 많은 아쉬움을 느꼈다. 서울에서 가까운 곳을 이렇게 다녀도 좋았을 텐데 하는 마음 때문이다. 이것은 다른 지역에 대한 답사기를 읽었을 때도 마찬가지지만 문화재와 풍경 등이 몸과 마음을 들뜨게 한다. 실제 다녀온 곳은 단양 한 곳이지만 다른 곳들은 항상 다른 목적지를 향해 갈 때 지나간 곳이다. 고속도로를 달리다보니 정말 스쳐지나간 곳이다. 아주 오래전 국도를 달렸을 때도 그냥 지나간 곳이다. 만약 그때 이 책이 나에게 있었다면 그 당시 나의 여행은 달랐을 것이다. 목적지 없이 달렸던 시기였기 때문이다.

 

1박2일이란 방송 때문에 더 많이 알려진 영월. 이곳에 대한 지식은 딱 두 가지였다. 한반도섬과 김삿갓. 하지만 이제는 단종과 다른 문화재들도 같이 떠오른다. 몇 년 전부터 회사 워크샵을 이쪽으로 가면 좋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었다. 그래서 읽으면서 갈만 한 곳을 열심히 찾았다. 결과적으로 딱 들어오는 곳이 지금은 보이지 않는다. 단양은 도담삼봉과 그 주변 풍경을 봤는데 솔직히 그냥 그랬다. 재미있는 곳도 있었지만 아주 감탄할 정도는 아니었다. 그때 이 책이 있었다면 여행일정이나 방향이 상당히 많이 바뀌었을 것이다.

 

하나의 사진이 나를 매혹시켰다. 그곳은 온달산성이다. 표지에서 먼저 만날 수 있다. 각도가 만들어낸 착시효과도 있겠지만 너무 멋진 풍경이다. 다른 각도에서 찍은 사진은 그 감동이 엄청 줄었지만 그대로 꼭 한 번 가보고 싶다. 낯익은 지명은 의림지를 제외하면 그렇게 많지 않다. 중원고구려비나 다른 유명한 유물만이 나의 뇌리 속에 남아 있다. 이것보다 놀랐던 것은 남한강변의 조창들이다. 왠지 모르겠지만 서울에서 소요되는 물산의 대부분이 전라도에서 서해안을 따라 인천까지 올라온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남한강이 조선시대 물류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사실을 잊은 것이 내 기억의 잘못인지 아니면 역사 교육이 잘못된 것인지 의문이다.

 

온달산성과 더불어 가보고 싶은 곳 중 한 곳이 여주 신륵사다. 강변에 있다는 이 절이 어떤 풍경을 보여줄지 궁금하기 때문이다. 이제는 관광지를 변해 번잡하고 예전이 풍경을 보여주지 못한다고 하지만 몇 장의 사진과 저자의 설명이 나를 들썩이게 만든다. 그 외에도 가보고 싶은 곳은 많다. 가본 적이 있는 곳은 다시 새로운 시각에서 둘러보고 싶고, 그냥 스쳐지나간 곳은 잠시 머물다 가고 싶다. 아마 대부분은 주마간산으로 지나갈 것이다. 제주도편을 읽고 오름에 관심이 많았지만 실제는 가장 유명한 한 곳만 둘러보았듯이. 그래도 이 기억은 길거나 짧은 여행에 많은 참고가 될 것 같다. 왠지 이번 답사기는 유적과 풍경과 역사보다 여행으로 더 다가온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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