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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틀 스트레인저
세라 워터스 지음, 엄일녀 옮김 / 문학동네 / 2015년 9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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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라 워터스를 기억하는 것은 오래 전에 사놓은 <핑거스미스> 때문이다. 정확하게 말하면 작가보다 소설 제목을 기억하고 있다. <핑거스미스>라는 소설은 기억하지만 작가는 잘 몰랐다. 인터넷으로 제목을 검색하다 작가의 이력을 보고 아! 하고 감탄하고, 위시리스트에 책을 집어넣는다. 이 책도 그런 종류 중 하나다. 자주 말하는 몇 명의 작가를 제외하면, 특히 많이 나오지 않는 미국과 유럽작가들의 경우 대부분 작가 이름을 기억하지 못한다. 이것은 실제 나의 생활에서도 자주 있는 일이다. 그러니 제목만 기억하고 한 번도 읽지 않은 작가 이름을 오랫동안 기억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세라 워터스에 대한 몇 가지 기억은 늘 다른 독자의 서평이나 책 소개글을 통해 얻은 것이다. 미스터리와 동성애라는 두 개의 코드가 나에게 강하게 인식되었다. 여기에 워낙 좋은 평을 받은 것 때문에 단숨에 이 두꺼운 책을 읽을 수 있을 것이란 착각을 했다. 실제로 앞부분을 조금 읽었을 때는 자신감과 그 어떤 기대감으로 예상한 시간 안에 읽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런 기대와 예상은 전혀 다른 방식으로 이야기가 풀려나가면서 적응하는데 상당한 시간이 필요했다. 거의 3분의 2정도를 지나면서 그 재미를 더 깊이 알게 되었고, 읽는 속도가 올라갔다.

 

1인칭 시점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화자는 워릭셔의 대저택 헌드레즈홀에서 유모로 일했던 엄마를 둔 닥터 패러데이다. 그는 열 살 때 처음 헌드레즈홀을 보고 반한다. 소설의 첫 문장도 바로 이것이다. 그는 부모의 헌신적인 도움과 자신의 능력으로 의사가 된다. 하지만 이 시대 평민들을 대상으로 한 주치의는 그렇게 부자가 아니다. 그러다 그에게 이 헌드레즈홀을 방문할 기회가 생긴다. 원래 이 집의 주치의가 아파 대신 가게 된 것이다. 환자는 어린 하녀 베티다. 베티는 아픈 것이 아니라 이 집의 기이한 분위기에 놀라 꾀병을 부린 것이다. 이 꾀병이 그로 하여금 어릴 때부터 그렇게 원했던 헌드레즈홀에 들어오게 만든다.

 

이 거대한 저택에는 단 세 명의 에어즈 가문 사람들이 살고 있다. 엄마와 딸 하나와 아들 한 명이 전부다. 거부의 젠트리 계급이었던 이 가문은 어느 순간 몰락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헌드레즈홀 전성기에 수십 명의 하녀들을 두었던 것과 비교하면 너무 초라한 수준이다. 2차 대전 후 물자가 부족한 시대를 감안한다고 해도 이들의 삶은 결코 풍요롭지 못하다. 거대한 영지를 운영할 능력도 없고, 돈도 없다 보니 집의 보수는 꿈도 꾸지 못한다. 나중에 장례식 때문에 온 친척이 이 집을 공포영화에 나오는 집이라고 말할 정도다. 거기다 유일한 남자인 로더릭은 전쟁 기간 동안 부상을 입은 상태다. 다리를 절면서 이 대저택을 힘겹게 꾸려나가는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그에게 가장 먼저 문제가 생기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수순인지도 모른다.

 

큰딸 캐럴라인은 예쁜 얼굴이 아니다. 키도 크다. 그 시대 기준으로 보면 결혼적령기를 지났다. 자신의 삶을 살 수 있는 기회가 있었지만 동생의 부상이 그녀를 집으로 불러들였다. 그렇다고 집이나 재산을 관리하는 일을 하지 않는다. 집의 몰락과 함께 그녀 자신도 조금씩 가라앉는 중이다. 그러다 패러데이와 엮인다. 소설 끝까지 이 집안에서 유일하게 이성을 유지하는 존재이자 다 읽은 후 이 소설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지 의문을 던져주는 역할을 한다. 후반부에 나로 하여금 책 속에 빨려 들어가게 만드는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했다. 물론 작가는 명확한 답을 내려놓지 않지만.

 

에어즈 부인은 이 집의 영광을 마지막으로 누린 사람이다. 그녀에게는 이전에 수전이라는 딸이 있었다. 수전은 죽었고, 그 후에 캐럴라인과 로더릭이 태어났다. 만약 이 소설을 고딕풍 호러 소설로 이해한다면 제목의 작은 이방인은 이 수전일 가능성이 높다. 에어즈 부인이 환상에 사로잡혀 말할 때나 집에서 발견된 몇 가지 낙서는 이것을 암시한다. 하지만 이 또한 분명하지 않다. 작가가 이 존재를 아주 가끔 드러내고, 화자가 아닌 다른 사람들의 경험으로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등골이 서늘한 공포감을 조성하기에 충분한 존재인데 작가는 이것을 분명하게 드러내지 않는다. 그래서 약간 늘어지는 느낌이 강하다.

 

1인칭 시점 때문에 이야기는 어느 한곳으로 기울지 않는다. 그가 이 모든 이야기를 자신의 입장에서 풀어내었다면 하나의 미스터리가 될 것이고, 실제 사건을 의사의 입장으로 이해하면서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했다면 호러물이 될 것이다. 이것이 나로 하여금 처음부터 몰입하는데 방해했다. 패러데이의 방문과 헌드레즈홀의 일상이 약간은 지루하게 반복되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중간에 나오는 화자와 로더릭의 존칭과 평대가 뒤섞인 대화를 읽으면서 원문도 과연 이런 식인지 의문이 생겼다. 충분히 가능한 대화방식이지만 눈에 살짝 거슬렸다.

 

후반부에 노골적으로 패러데이가 헌드레즈홀에 대한 집착을 드러낸다. 에어즈 부인이 죽은 후 그가 보여준 몇 가지 행동과 반응은 이 리틀 스트레인저를 다르게 해석하게 만든다. 작가는 이것 또한 모호하게 처리한다. 하지만 이때 몰입도는 최고조에 도달했다. 그 어떤 파국이 기다리고 있을까 기대하게 만들었다. 딱 거기에서 멈추면서 나의 기대도 멈추었다. 앞에서 말한 이 1인칭 시점이 진실을 파악하는데 장애물이 된다. 믿을 수 없는 화자란 말에 동의한다. 마지막 문장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독자의 경험에 따라 이것은 바뀔 것이다. 전체적으로 미친 듯한 몰입감을 주지 못했지만 후반부의 몇 가지 이야기가 아주 긴 여운을 남긴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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