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치
로렌조 카르카테라 지음, 최필원 옮김 / 펄스 / 2015년 7월
평점 :
절판


잔혹하고 끔찍한 적을 통쾌하게 깨부순다. 이 적들은 예상을 초월한다. 작가는 이 악당들에 대한 묘사에 조금도 주저함이 없다. 읽으면서 이런 일이 가능할까 하는 의문이 들 정도다. 가볍게 읽을 수 있을 것이란 기대는 본격적인 이야기로 들어가면서 금방 사라졌다. 수많은 인간들의 잔혹한 취미나 기호에 대해 읽은 적이 있지만 이렇게 적나라한 적은 많지 않았다. 이런 적들을 그냥 둔다는 것은 독자인 나에게도 용납되지 않는다. 사형 제도를 그렇게 좋게 생각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보여준 보복과 응징은 고개를 끄덕이고 통쾌함을 주었다. 그 뒤에 남는 것은 물론 씁쓸함과 세상의 무서움이다.

 

소설은 세 부분으로 나누어져 있다. 1부는 여섯 명의 경찰 이야기로 채워져 있다. 부머, 데드아이, 제르니모, 핀스, 콜롬보 부인, 짐 목사 등이다. 이들은 경찰 각 부분에서 탁월한 능력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이들의 활약은 사고 등으로 인해 중단된다. 부상 정도가 심해 정상적인 경찰 활동을 할 수 없다. 명예퇴직한 후 각각 다른 분야에서 일을 한다. 이런 그들을 하나로 불러 모으는 사건이 생긴다. 마약범 루시아를 잡는 일이다. 물론 이들은 현재 경찰이 아니다. 2부는 바로 루시아로 이어지는 과정이자 부머와 데드아이가 다시 재결합하게 되는 사건을 다룬다. 프롤로그에 다루어진 열두 살 소녀의 실종 사건이다. 부모가 여행을 간 사이 뉴욕에 오빠와 놀러왔다가 사라진 제니퍼 수색이다. 제니퍼의 아버지가 부머에게 찾아달라고 요청했고, 부머는 아직도 몸속에서 끓고 있는 경찰의 피로 인해 수사를 시작한다.

 

뼈 속까지 경찰인 이들에게 일상의 고요함은 쉽게 견딜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부머와 데드아이가 제니퍼를 찾기 위해 움직인 것도, 루시아를 처단하기 위해 동료를 모은 것도 이 때문이다. 도청 전문가 핀스를 제외하면 모두 현장에서 뛰었고, 각 분야에서 최고였다. 이런 인물들이 그냥 하루를 보내거나 도어맨이나 보험판매인 등으로 사는 것은 죽는 것보다 오히려 못한 일일 수 있다. 그리고 강한 동료애는 자신들이 잃어버렸던 감정을 다시금 느낄 수 있게 만든다. 이들은 자신들의 조직을 아파치라고 부르고, 경찰이라면 할 수 없는 일을 한다. 바로 법의 테두리 안에서 움직여야만 하는 경찰을 넘어 목숨을 걸고 적과 싸우는 것이다.

 

소설의 시간적 배경은 1982년이다. 1997년에 출간되었는데 왜 그 시절을 무대로 했을까 하는 의문이 생긴다. 영화로도 만들어진 <슬리퍼스>와 관계가 있는 것일까? 아니면 자신이 가장 잘 아는 시대이자 새로운 변화가 불어오던 시기였기 때문일까? 이런 의문이 먼저 생긴다. 그리고 여섯 명의 주인공들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미국의 어두운 이면이 강하게 부각된다. 어느 정도 과장되었다고 생각하지만 이들을 부상으로 몰고 간 사건들은 한국에서는 절대 일어날 수 없는 것이다. 그 이유는 총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끔찍했던 지존파 사건이나 다른 연쇄살인 등을 생각하면 꼭 그렇게 단정지을 수도 없을 것 같다. 우리가 알지 못하는 우리 사회의 어두운 이야기가 얼마나 많을지 모르기 때문이다.

 

읽으면서 세 가지 이야기에 깜짝 놀랐다. 먼저 열두 살 제니퍼를 강간하고 폭력을 가하는 장면이다. 여기서 더 나아가 그녀를 끔찍한 수집가에게 넘기려고 한 것이다. 신체 일부를 집에 장식하고 진열하는 악당에게 말이다. 여기에 또 하나가 더해진다. 아기를 이용한 마약 거래다. 아기를 죽인 후 그 속을 파내고 그 안에 마약을 넣어서 전달하고 다시 돈을 채워 가져오는 거래 방식이다. 이 거래를 루시아가 고안한 것이다. 그녀의 마약 거래가 더 활성화될수록 더 많은 아기가 필요해진다. 정말 무시무시하고 끔찍한 일이다. 이런 악당을 그냥 조용하게 감옥에 가둬둔다는 것이 가능할까 의문이다. 이런 엄청난 악당들과 아파치는 싸워야 한다.

 

경찰과 FBI에서 정보를 얻어 몰래 활동을 하려고 하는데 경찰 내부의 배신자가 이들의 정체를 알려준다. 이들은 이제 어둠 속이 아닌 밝은 곳에 드러난 상태다. 적들에게 노출되었다. 어떤 일이 벌어져도 이상할 것이 없다. 최악의 상황이다. 긴장감이 고조된다. 이야기는 빠르게 진행되고, 예상하지 못한 상황들이 벌어진다. 하지만 이들은 잔혹하고 끔찍한 적을 통쾌하게 깨부순다. 많은 희생을 치룬 후에. 후속편 <체이스>가 발표되었다고 하니 기대해본다. 뼈 속까지 경찰이었지만 그 한계를 벗어던진 이들이 과연 어떤 활약을 다시 보여줄지 궁금하기 때문이다. 한 쪽에 32줄의 촘촘한 편집이 요즘 같은 시기에 낯설고, 읽기 약간 어려운 점도 있지만 그들이 활약에 몰입하는 순간 잊어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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