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섬 기행 - 홀로 떠나는 섬에서 만난 아름다운 풍경과 선한 사람들
서상영 지음 / 미래의창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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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상영이란 시인에 대해 전혀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선택한 것은 그가 시인이라는 것과 대부분 이름은 들었지만 가보지 못한 섬을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시인에 방점을 둔 것은 조금 다른 시각으로 섬을 볼 것 같은 기대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 기대는 완전히 현실화되지 않았다. 창의적이고 기발한 관점을 통해 섬을 볼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평소에 보아왔던 기행문과 그렇게 큰 차이가 없다. 반면에 그 섬의 전설이나 현실을 다룰 때 보여준 시각은 약간 삐딱하지만 고개를 끄덕이게 만든다. 이 부분은 나의 취향과 맞다.

 

책 속 스물다섯 섬 중에 다녀온 곳은 딱 한 곳이다. 그곳은 석모도다. 서울에서 데이트하기 위해 간 곳이다. 바닷가에서 태어나고 자란 나에게 이 섬은 그렇게 강한 인상을 주지 못했다. 다만 보문사 뒷산 중턱 돌벽에 새긴 부처상과 그곳에서 바라본 바다의 풍경과 이제는 운영하지 않는 염전만 기억에 남아 있다. 너무 상업화가 진행되었고, 당일치기로 바쁘게 돌아다니다 보니 섬이 주는 고립감이나 여유가 없었다. 이런 방식으로 섬을 돈다면 다른 곳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강원도 산골에서 바다를 그리워했던 시인에게 섬은 이방인으로 느끼게 만든 모양이다. 대기업 사보에 실기 위해 섬을 돌아다녔던 시인이 이제는 책을 내기 위해 섬을 방문하고 사진 찍고 섬마을 사람들을 만나 섬의 유래나 전설 등의 이야기를 듣는다. 이 이야기 속에는 아름답게만 포장되어 있는 섬의 다른 면을 보게 한다. 점점 줄어드는 인구와 예전과 비교해서 쇄락한 경제와 이권을 둘러싼 다툼 등을 사실대로 말한다. 어떤 섬은 이것을 슬기롭게 해결했고, 어떤 섬은 아직도 진행중이다. 개인적으로 이런 사실적인 내용이 좋다. 화려한 수식어를 뺀 담담하고 실질적인 섬 기행이 더 마음에 와 닿는다.

 

늘 가보고 싶었지만 한 번도 가지 못한 섬이 울릉도다. 학창시절 힘들게 이곳을 다녀온 친구나 선후배들이 있었다. 어떤 이들은 파도에 발이 묶여 며칠을 섬에서 머물러야 했다. 울릉도하면 세트로 묶인 독도도 같이 떠오른다. 일본과의 관계 때문에 애국심을 자극하는 섬이다. 가끔 맛집으로 울릉도의 식당이 나오면 더 가보고 싶지만 늘 우선순위에서 밀린다. 배를 타러 가는 곳까지 가는 길도 짧지 않기 때문이다. 내가 석모도를 가게 된 것도 강화도에 놀러갔다가 간 것이다. 다리로 이어진 섬에서 배를 타고 가야 하는 섬의 경우 쉽게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다. 그런 점에서 책 속에 나오는 많은 섬들을 내가 가보지 못한 이유가 설명된다.

 

이런 책의 특성 상 섬에 오라는 유혹이 생기지 않을 수 없다. 서울에서 상대적으로 가볍게 갈 수 있는 섬도 있지만 대부분은 큰 결심을 해야 가능하다. 남해나 서해안 섬들의 경우 배를 타고 2~3시간 달려가야 한다. 큰맘 먹지 않으면 쉽지 않다. 혼자 가는 것이라면 그렇게 어렵지 않겠지만 집사람과 함께라면 신경 써야 할 것이 많다. 물론 이것도 핑계다. 가지 않으려는 핑계. 인천에서 출발하는 연평도나 백령도에 가자고 몇 번 이야기했지만 그냥 무시당한 적이 있다 보니 다른 섬은 말도 꺼내지 못한다. 군산에서 선유도 방문을 계획했다가 날씨 때문에 포기하고 올라왔던 기억은 이런 섬 여행을 더 힘들게 한다.

 

책 내용에서 가장 놀라웠던 것은 보길도다. 윤선도가 머문 섬이자 아름다움만 생각했지 그가 그곳에서 어떤 생활을 했는지 전혀 몰랐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가 만든 세연정과 그곳에서 놀았던 기록은 윤선도를 좋게만 보았던 나의 인상을 단숨에 반대로 돌려놓았다. 물론 이 부분에 대해서는 좀더 공부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 예전에 땅끝 마을에서 갈까 말까 고민하다가 친구와 차를 돌렸던 기억이 늘 따라다니는데 이제는 하나가 더 덧붙여질 것 같다. 이렇게 시인은 섬의 속내를 아주 잘 보여준다. 섬사람들과 밀착되지 않으면 알 수 없는 정보도 상당하다.

 

이 섬 기행은 홀로 떠난 것이다. 대중교통을 이용해 돌아다녔고, 길에서 민박에서 사람을 만나 섬 이야기를 듣는다. 비싼 돈을 주고 택시를 어쩔 수 없이 타야 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걷거나 대중 교통을 많이 이용한다. 새벽 일찍 일어나야 하는 경우도 많지만 그의 섬 기행은 여유가 있어 보인다. 실제 그가 다녀온 섬은 이 책에 실린 것의 몇 배가 될 것이다. 한국에서 크기로 손에 꼽히는 섬들은 제외되었는데 이 책의 대상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올가을 시간이 되면 제주도에 갈 예정인데 차귀도에는 가지 못해도 다른 섬은 한 번 다녀오고 싶다. 그리고 동남아 여행을 가면 본섬에서 멀리 떨어진 맑은 섬에 가서 스노클링 등의 관광자원으로 활용하는 것을 보는데 우리나라도 그런 곳이 생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파도가 세거나 양식 등으로 쉽지는 않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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