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로 보고 눈으로 듣는 영화 이야기 딴지영진공 - 촌철살인한 영화.시사 코드와 전문 OST 분석
차양현 외 지음, 서용남 그림 / 성안북스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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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관련 책을 보는 것이 참 오랜만이다. 한때는 영화가 좋아서 명작, 걸작이라고 불리는 것들은 어떻게든 구해서 보려고 한 적도 있다. 일본 영화 수입이 되지 않을 때는 복사한 저화질의 영화를 구해서 열심히 본 적도 있다. 그러다 인터넷으로 쉽게 영화를 다운받을 수 있게 되면서 컴퓨터의 하드와 CD는 영화로 가득 찼다. 이 많은 영화들 중 실제로 본 것은 얼마 없다. 양이 너무 많아지고, 쉽게 구해지고, 다른 분야로 관심이 옮겨가면서 이제 영화는 아주 가끔 보는 것으로 바뀌었다. 지금 생각하면 주말에 조조영화를 홀로 보러가던 그 정성과 열정이 정말 대단했다. 백수였을 때는 하루에 극장에서 영화 2편 이상 본 적도 많았다. 이제 이 모든 것은 아련한 추억이 되었다. 하지만 변하지 않은 것은 있다. 바로 영화에 대한 관심과 기억들이다.

 

이 책의 목록을 보면서 보지 않은 영화가 생각보다 많아서 놀랐다. 예전 같으면 몇 편만 있어도 당장 구해서 봤을 텐데 말이다. 그리고 이 책의 저자들이 말한 것을 주변 친구들에게 열변을 토했을 것이다. 아는 척하느라고. 그런데 이제는 그 열정이 조금 사그라들었다. 본 영화도 적지 않아서인지 아니면 귀찮아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약간의 호기심과 시간나면 봐야지 하는 정도의 열정만 살짝 생겼다. 실제 이 열정이 한두 편의 영화를 보게 만들기는 했다. 이전에 보다가 잠든 영화를 다시 봐야 하는데 쉽게 손이 가지 않는다. 2시간을 진득하게 앉아서 볼 마음의 여유가 많이 사라진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안타까운 부분도 바로 나의 조금씩 사라져가는 영화 보기에 대한 열정이다.

 

팟캐스트 내용을 책으로 낸 것이다. 한 번도 들은 적은 없는 팟캐스트다. 저자들도 낯설다. 뭐 몇 년 동안 영화관련 잡지도 책도 본 적이 없으니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실제 들은 적이 없는 방송이다 보니 어떤 식으로 이야기를 풀어 가는지 모르겠다. 아마 조만간 시간이 나면 이 방송을 다운 받아서 듣지 않을까 생각한다. 책에서 저자들이 보여준 시각과 이야기들이 상당히 재미있었기 때문이다. 보지 않은 영화는 보고 싶어졌고, 본 영화는 아련한 기억을 되살려주었기 때문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방송을 듣는다는 것은 그만큼 매력이 있다는 말이다. 실제 이 책에서 보여준 분석과 해석과 지식들은 오랫동안 잊고 있던 영화 DNA를 일깨워 줄 정도였다. 특히 영화음악에 대한 부분은 이전에 잘 생각하지 못했고, 자주 다루어진 부분이 아니라서 더 신선하고 재미있게 다가왔다.

 

총 여덟 편으로 나누었다. 각 편은 하나의 주제를 가지고 있고, 그 주제에 맞는 영화들을 묶고 분류하면서 이야기를 풀어낸다. 슈퍼히어로, 거장, SF, 애니메이션, 방화, 로코, 호로, 번외 편 등이다. 이중에서 가장 재밌게 읽은 것은 거장 편이다. 반어법을 통해 세계적인 거장들을 낱낱이 파헤치고 비틀고 쿡쿡 찌르는 내용이 아주 재미있었다. 언론 플레이를 통해 자금을 모으고, 애국심에 호소하여 관객을 끌어모으려는 거장들의 놀라운 마케팅 전략은 가슴 깊은 곳에서부터 감탄사가 절로 터져나오게 만들었다. 최근 거장 한 분은 아내와 소송이 붙었고, 다른 한 분은 새롭게 방송에 나와 추억 팔기를 하고 있다. 이전에 이 두 거장의 코미디를 좋아했던 한 명의 팬으로써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개인적으로 즐겨보는 장르는 역시 슈퍼히어로와 SF와 애니메이션 등이다. 이 책에서 다루는 최근 몇 편 중 일부는 보지 않았지만 대부분은 본 영화다. 재미있게 본 것도 있고, 뭐지 하는 의문이 들기도 한 영화들이다. 이 영화들의 기억이 약간 희미한 부분이 있는데 이렇게 신랄하게 비판을 가해주니 갑자기 반감으로 인한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괜히 보고 싶어진다. SF의 경우는 최근에 본 영화보다 보지 않은 영화를 더 많이 다루어 옛 영화의 기억을 더듬을 수밖에 없었다. 그중에서 특히 <혹성탈출>의 그 장면은 지금도 그 충격이 기억 속에 아련하게 남아 있다. 애니메이션에서 예전이라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봤을 미야자키 하야오의 최신작을 보지 않았다는 부분에서 살짝 놀란다. 그에 대한 저자의 변명을 읽고 그 영화가 나에게 어떻게 다가올지 궁금해졌다.

 

방화는 생각보다 많이 보았고, 로코는 이전 작품들은 거의 본 것 같다. 호로 쪽으로 가면 걸작 이상만 봤는데 어느 순간 재밌게 보다가 다시 그 장르에서 눈길을 뗐다. 음악과 심장이 너무 싱크를 맞춰 보는 것이 불편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피가 튀고, 잘린 팔다리와 목 등이 날아다니는 것도 좋아하지 않는다. 믹서기에 갈리는 것은 더욱더. 오히려 아내와 같이 로코를 보면서 왜 프로포즈를 하지 않았나 하는 원망을 듣는 것이 더 마음이 편하다. 이 마음이 언제 다시 바뀔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그리고 영화 이야기를 통해 우리의 현실과 과거를 엮어서 풀어냈을 때 공감하는 부분이 많았다. 영화만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영화배우나 다른 관련된 분야나 감독 등에 대한 수많은 에피소드와 가십이 많았던 것도 역시 재미있었다. 빈말이 섞여 있지만 언젠가 이 책에 나온 분류에 따라 보지 않은 영화 몇 편을 본 후 책 내용과 비교하는 즐거움도 누려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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