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생활 소녀와 생활밀착형 스파이의 은밀한 업무일지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58
도쿠나가 케이 지음, 민경욱 옮김 / 비채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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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에다 아야카. 스물다섯 살. 그녀는 낯에는 택배회사 콜센터 직원으로, 밤에는 만화가 지망생으로 열심히 만화를 그린다. 이것이 이중생활의 실체다. 그럼 생활밀착형 스파이는 누굴까? 처음 이 책을 펼쳤을 때는 아야카인 줄 알았다. 그런데 아니다. 새롭게 나타난 센터장 기무라 이치로다. 이 둘의 은밀한 업무일지라고 하지만 둘이 어떤 특별한 업무일지를 써지는 않는다. 단지 자신들의 다른 생활을 숨기고 있을 뿐이다. 아야카는 만화지망생이란 사실을, 기무라는 스파이라는 사실을. 그렇다고 이것이 큰 문제나 사건을 불러오지 않는다. 단지 일상의 소소한 비밀 같은 것이라고 해야 하나. 아니 기무라 센터장은 좀 다르다.

 

작가의 실제 경험이 녹아 있는 소설이다. 택배회사 콜센터가 주무대이다보니 그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일상들이 자주 나온다. 고객들의 클레임이나 무례한 폭언도 심심하지 않게 나온다. 콜센터 직원이 해결할 수 없는 일은 맡아 처리하는 직원도 있다. 새롭게 부임한 센터장 기무라가 어떤 아줌마의 과격한 클레임을 해결했을 때 이 남자 능력이 뛰어나다 생각했는데 나중에는 효율성 문제가 발생한다. 이런 사소한 이야기들이 조금은 밋밋한 소설에 자그만 활기를 불어넣어준다. 그리고 이 둘의 첫 만남과 그때 벌어진 사건이 예상한 결과지만 끝까지 호기심을 품게 만든다.

 

아야카가 그리는 만화는 순정만화다. 그것도 고등학교를 배경으로 벌어지는 순정만화. 이 업계도 나름의 공력이 필요한 모양이다. 한 번 성공하면 어떤 작가의 경우 십 수 년 동안 이 만화만 그리기도 한다. 작가가 꼭 여자일 필요도 없다. 편집자도 마찬가지다. 아야카가 기무라 센터장에게 영감을 얻어 그린 만화를 투고하려고 했을 때 만난 편집자들을 보면 그렇다. 전문가의 냄새가 나는데 그들의 평을 읽다보면 너무 도식적인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얼마 전 장르문학의 한 아마추어 작가가 쓴 출판사의 요청이 떠올라서 그렇다. 그렇다고 신인에게 완전히 새로운 형식을 주는 것도 쉽지 않다. 가끔 이것이 대박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있지만 실제는 아주 드문 일이다.

 

아야카와 한 중년남자의 충돌. 그리고 떨어진 만화 원고. 이것이 새로운 센터장과의 첫 만남이자 사건의 시발점이다. 자신의 정체가 드러나는 것을 두려워하는 아야카는 늘 불안에 떤다. 결코 밝히고 싶지 않은 비밀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때 센터 마당발 다치바나 여사가 한 가지 일을 의뢰한다. 신임 센터장의 정보를 더 캐고 싶다는 것이다. 본사에서도 그 정보를 입수할 수 없다면서 아야카와 동료 히로미에게 일을 의뢰한 것이다. 이 둘은 의뢰비를 받고 기무라 센터장을 미행한다. 그런데 이 미행 이상하다. 센터장은 그 사실을 알아서 그런지 이상한 재료들만 가득 산 채 마트에서 나오고, 어느 순간 갑자기 길에서 사라진다. 그의 정체가 궁금해지는 순간이다.

 

간결한 문장과 일상의 미스터리를 버무려 놓은 책이다. 개인적인 만족도는 그냥 그렇다. 보너스로 나온 단편은 전형적인 소녀 스파이물이다. 긴장감이 떨어지고, 낯선 이야기가 주는 신비감도 없다. 모험도 부족하다. 그런데 은연중에 이 소설 잘 읽힌다. 본편은 200쪽도 채 되지 않는다. 끝까지 이어지는 이야기로 생각하고 읽게 되면 그 끝에 당혹감을 느낄 수 있다. 나의 경우는 최소한 그렇다. 보너스 편은 이 센터장과의 만남으로 인해서 만들어진 것이다. 옛날에 본 만화나 영화 등이 순간 떠올랐다. 학원물을 미스터리하게 풀어낸 다른 작품과 비교하면 많이 떨어진다. 순정만화라면 다를까? 이 분야 너무 낯설다. 잘 모르겠다. 그래서 만족도가 떨어진 것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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