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프라는 아이
라라 윌리엄슨 지음, 김안나 옮김 / 나무옆의자 / 2014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호프는 열한 살 영국 소년이다. 아빠는 바람이 나서 4년 전 집을 나갔다. 그 후 엄마와 누나와 함께 산다. 먹은 것을 토해내는 애완견 찰스 스캘리본즈도 있다. 엄마에게는 남자 친구가 있다. 빅 데이브 아저씨다. 그의 팔뚝에는 ‘캐롤라인 1973’이라는 문신이 새겨져 있다. 이 문신이 아빠의 바람 때문에 상처입는 누나 닌자 그레이스가 아저씨를 의심하고 공격하게 되는 원인을 제공한다. 이야기가 진행됨에 따라 이것은 많은 사건을 만들어낸다. 어린 소년 소녀가 할 수 있는 것에 분명한 한계를 둔 채 호프의 시점에서 이야기가 진행된다.

 

어느 날 호프는 TV에서 아빠를 본다. 4년 전 집을 나간 아빠다. 유명한 방송인이 되었지만 호프는 아빠를 만날 수 없다. 아빠도 그를 찾아오지 않는다. 아빠를 그리워하는 아이는 아빠가 남기고 간 셜록 홈즈의 책에서 배운 작전을 세운다. 그 이전에 메일도 보내지만 회신이 없다. 몰래 집을 찾아갔을 때는 다른 아이가 호프를 스토커로 몰아세우기까지 한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가장 이해하기 힘들고 감정이입이 되지 않는 것이 바로 아빠의 무반응, 무대응이다. 읽으면서 혹시 아빠를 너무나도 그리워하는 호프가 착각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하지만 엄마와 누나의 말들이 사실임을 알려준다.

 

호프의 시점에서 이야기가 풀리다보니 솔직히 갑갑한 부분이 많다. 열한 살이란 나이가 나의 머릿속에서 분명한 그림이 그려지지 않아 어디까지 그 말과 행동을 납득해야할지 의문이 생겼다. 학교 수업 분위기도 우리와 너무 달라 어색했다. 특히 호프가 찰스 스캘리본즈와 함께 밤에 산책을 나갔다가 태권도 도복을 파자마로 착각하는 부분이나 친구와 대화를 할 때 보여주는 행동들이 더 그랬다. 내가 너무 열한 살을 높게 잡은 것일까? 하지만 그만큼 순수한 호프를 만날 수 있다. 그 아이가 본 세계를 어른의 높이가 아닌 아이의 높이에서 볼 수 있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이 소설 최고의 장점이 아닌가 생각한다.

 

호프는 희망도 많고 오해도 많다. 친구 조가 준 성인의 물건으로 자신이 적은 열 가지 소원 리스트만 봐도 그렇다. 이 소원 중 가장 바라는 것은 역시 아빠다. 말도 되지 않는 소원도 있다. 그 시절 소년이라면 누구나 한두 번쯤 꿈꾸었던 소원도 있다. 이 희망을 실현하기 위한 호프의 몇 가지 노력은 실패로 끝난다. 그리고 그와 누나가 오해한 것이 있다. 진실을 보기보다 선입견과 감정에 휘둘린 결과다. 솔직한 감정은 뒤로 숨겨진 채 저열한 감정이 마음을 지배한다. 진실이 눈앞에 있어도 제대로 보려고 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가장 큰 상처를 입는 사람은 그들의 엄마다. 재미있는 해프닝도 물론 일어난다.

 

호프의 희망은 소설 끝까지 아빠다. 그의 실제 생활을 사로잡는 것도 아빠다. 텔레비전을 틀면 나오는 아빠, 어릴 때 좋은 기억 속에 남아 있는 아빠, 친구들에게 자랑하고 싶은 아빠, 하지만 그 곁으로 다가갈 수도 연락도 없는 아빠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호프의 좌절을 볼 때면 무슨 일이 있었기에 이렇게 매정하게 굴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우리가 흔히 외국 소설에서 늘 보던 부모의 모습이 아니기에 더 그런 생각이 든 모양이다. 이 생략된 이유가 무엇일까 하는 의문은 지금도 사라지지 않고 있다. 홈즈라면 이것을 풀 수 있을까?

 

개인적으로 이 소설에 그렇게 몰입하지 못했다. 눈 높이 문제도 있고, 설명되지 않은 이유들이 머릿속에 맴돌았기 때문이다. 열한 살 소년이 보여준 오해와 그 때문에 일어난 사건들이 재밌게 다가왔다고 해도 왠지 모르게 집중할 수 없었다. 상황과 장면이 머릿속에서 제대로 이미지를 만들지 못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말로 사람을 괴롭히는 누나를 닌자 그레이스로 부르거나 임신 테스트기와 엽산으로 소동을 만드는 등의 설정과 전개는 재미있었다. 그리고 우리가 흔하게 보는 할리우드 식 가족 이야기가 아니란 점에서 놀랍고 흥미로웠다. 열한 살 소년이 꿈꾸는 희망이 비록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고 해도 조금은 이해가 된다. 그렇지만 마지막 성장은 조금 납득하기 힘들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