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사는 하셨어요? Buonappetito!
야마자키 마리 지음 / 애니북스 / 2013년 9월
평점 :
품절


<테르마이 로마이>로 나의 시선을 사로잡은 만화가의 일상생활 만화다. 일본 태생이지만 이탈리아 남편과 살고 있는 그녀의 음식 이야기다. 단순히 요리에 대한 이야기만 나오는 것이 아니라 각 이야기 끝에 이탈리아 요리 등의 레시피를 간략하게 실어놓았다. 첫 이야기를 읽은 후 이 레시피를 보면서 간단하게 만들 수 있겠구나 생각했지만 이것은 곧 귀차니즘의 발동으로 사라졌다. 마눌님이 만들어주신다면 감사히 얻어먹겠지만 요리에 취미가 없는 내가 만들어 먹기는 조금 번거롭다. 만약 요리에 취미가 있다면 좋은 간단명료 이탈리아 요리 레시피가 될 것이다.

 

모두 열일곱 메뉴가 나온다. 파스타, 피자, 치즈, 미소카츠, 샐러드 등의 음식이다. 이 중에서 이탈리아 음식이 아닌 것도 있다. 미소카츠 같은 일식이나 일본식 나폴리탄 스파게티 같은 것이다. 저자가 이탈리아 유학 중에 생긴 일과 현재 이탈리아와 포르투갈을 오가면서 경험한 음식 이야기이다 보니 이탈리아 요리에만 한정되어 있지 않다. 나중에는 브라질 요리도 나오는데 약간 입이 짧은 나에게 이런 음식에 대한 작가의 적응성은 부럽기 그지없다. 동시에 늦은 밤에 주로 읽은 탓에 먹었던 음식은 기억 속에서, 먹지 않았던 음식은 머릿속에서 꿈틀거렸다. 이런 다양한 경험을 한 작가에 대한 부러움은 당연하다.

 

가끔 맛 프로그램을 볼 때면 저기에 가야지 하지만 막상 갈려고 하면 시간 문제 등으로 쉽게 가지 못한다. 그런데 막상 가면 예상한 맛이 아니라 실망하고 오는 경우도 상당하다. 이 만화에서도 그런 경향이 조금 있다. 그것은 바로 식재료에 대한 것이다. 물론 이것은 나의 입맛에 의한 호불호가 가장 큰 이유다. 하지만 텔레비전이나 만화나 변함없는 것이 있다. 그것은 가서 먹고 싶다는 마음이다. 그 맛에 대한 호불호는 뒤로 하고. 그리고 작가가 간결하게 그린 그림과 이에 환호하는 등장인물들의 반응을 보면 더 먹고 싶어진다. 덕분에 주말에 스파게티 집에 가서 피자와 스파게티를 먹었다.

 

단순히 음식에 대한 레시피만 그려놓았다면 요리책이 되었을 것이다. 한 장마다 하나의 요리가 주인공처럼 등장하지만 이 이야기를 끌고 가는 것은 작가와 가족과 친구들이다. 그들과 어우러져 만들어내는 이야기는 그 음식에 대한 기억과 추억으로 가득하고, 작가의 과거와 현재를 살짝 엿보는 즐거움을 준다. 그리고 각각 다른 나라나 도시에서 온 사람들이 서로 어울려서 만들어내는 지역 음식은 제각각 매력을 뽐내면서 입맛을 다시게 만든다. 이 특징을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이 첫 화인데 원조의 변형도 맛있다는 대목에서 나도 모르게 공감했다. 아직 미식가의 길로 들어가지 못한 나의 입맛을 생각하면 당연한 것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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